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내 자리 바로 옆에 웬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이 쇼핑백 누구거죠?" 물어보는 동시에 안을 들여다 본다
그 안엔 캔으로 된 음료수가 가득히 들어 있는게 아닌가
"음료수 주인~" "???" 대답이 없다
금방 식사도 했겠다, 지금쯤 시원한 음료수 한잔 정도는 마셔주면 안성마춤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선뜻 주인도 나서지 않겠다, 음료수 한병쯤 슬쩍 한다고 뭐 그리 큰 죄도 아닐터,
과감히 손을 뻗어 한병을 끄집어 내기에 이르렀다
아직까지 뉴스에도 음료수 한병을 훔친 일로 처벌을 받은 내용을 접해 본 적도 없었으니
그저 마음 편히 시원 달콤한 음료수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다 그런것이다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원인이 있는 법이고, 물건이 있으면 임자가 있는것은 자명한 일
잠시후 음료수 주인이 나타났다
한 직원의 어머니가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직원 숫자만큼 음료수를 사 오셨는데
식사후 나누어 주려고 두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한개가 모자라는 이유가 잠시후 밝혀지면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렇다고 이 정도의 좀 도둑적(?)인 내용이 무에 그리 흉이라고 지면까지 빌려가면서 자가비판을
하나 하고 여기실까봐 이쯤해서 진짜 나의 마음을 밝히고자 한다
나는 사실 손버릇이 좀 나쁜편이다
그러나 이젠 나이도 들 만큼 들었고 하니 나의 이 좀도둑적인 행동에서 졸업을 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손을 씻는 다는 차원에서라도..그러니까 사죄하는 차원에서 나의 얼룩진
과거를 두어가지만 고백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고 나로 인해 물질적인 손해를 입으신 분이 나선다면 보상까지는 지금의 내 여건이
워낙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고 그저 고개숙여 사죄는 드리리라 약속할 수 있다
제발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내 삶의 큰 영향도 미치지 못했던 좀도둑에서 벗어나보련다
"수업태도가 매우 산만한 편임" 닉네임처럼 따라다니던 생활기록부의 나의 평이다
선생님들은 아마 바톤이라도 이어 받은 양 나란히 그렇게 기록을 해 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내가 선생님들을 원망하느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를 존경하고 있으니까
수학시간...수학이 싫어 훗날 반드시 수학이 없는 국문과를 택하리라 다짐한 내가 그 시간을 견뎌
낼 재간이 있을리 만무하다
생각해 낸 것이 그 시간을 물같이 흘러보내지 않으면서도 유용한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함이다
그날의 메뉴는 다름아닌... 손등 팩놀이
준비물- 손등. 풀. 얻어터질 각오
방법- 1. 앞의 앉은 친구의 등 뒤로 머리를 적당히 감춘다
2. 준비한 풀 뚜껑을 연다
3. 풀을 손등에 바른다
4. 바른풀을 약 오분간 시원한 그늘에 말린다
5. 만져보아 수분이 완전히 가심을 확인한다
6. 천천히(이때 빨리 떼어내면 털이 빠질 우려도 있고, 그와 동시에 상당한 통증유발)마른 풀을
벗겨낸다- 마치 살가죽을 벗겨내듯이-
효과- 거칠 거칠한 손등이 아기피부처럼 부드러워진다
" 시향이 뒤에 앉은 학생~ 이리 나왓!"
절반쯤 작업이 마쳐갈 즈음 드디어 선생님께 들켜버린 것이다
수학점수가 평소에 바닥을 기었으니 내 이름을 기억할 리 만무할테고
"너 지금 수업시간에 뭐 하고 있었어?" 너라뇨 제 이름은 김 정미에요(속으로만...)
"여기 꿇어앉아 반성하고 있어"
물증이 있는 나로선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꼼짝않고 꿇어 앉아 벌을 서게 되었고... 그 와중에도 마주 보는 친구와 눈으로 장난을 친다
수업을 하던 선생님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나를 쳐다본다
아뿔사 한창 진행하던 재미있는 나의 장난의 현장을 그만 들켜 버린게 아닌가
드디어 가중처벌법에 의거하여 무거운 벌이 떨어지게 되었으니...
"수업 마칠때까지 교무실에 가서 꿇어 앉아 있어"
하늘의 도우심인가 마침 교무실엔 선생님이 한분도 않계셨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꿇어 앉아 있는 나의 머리맡에 감으로 장식한 꽃꽂이가 눈에 띄는게 아닌가
유혹이 나의 전신을 휘감는 순간이다
감 두개를 따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것이 나의 도벽의 첫 단추를 끼게 된 사건이었다
선생님! 죄송했습니다
천하의 마마걸 정미도 일년에 두어번 외박(?)의 기회가 주어진다
시험기간이 바로 그날이다
여름방학을 얼마 앞 둔 어느날이었으리라
동네에서 유일하게 공부방을 가지고 있는 약국집딸 미숙이네집으로 모여든다
저녁을 일찌기들 먹고 각오반, 들뜸반으로 출근들을 한다
"오 필승 우수한 성적!"
그러나...경험있는자 알것이다
공부가 될 리 만무하다 우선 내가 문제인 것이다
수업태도가 산만하며... 학교에서 새던 바가지 집에서도 샌다
" 좀 조용히 해라 그래 가지고 언제 세과목을 다 마치겠냐"
" 일어나 벌써부터 졸면 어쩌냐 "
주의를 들었다고 금새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내가 또 한말을 듣는다
"우리 이래선 않되겠다 바람이라도 좀 쐬고 오자"
일제히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시원한 여름 밤바람이 우리의 졸음을 날려버린다
"배 고프지 않니?"
"우리 옥수수서리하러 갈래"
"들키면 어쩌려고..."
"들키긴...옥수수키가 얼만데...그 속에 숨으면 알게 뭐야...게다가 밤인데..."
우린 책을 쏟아놓은 빈 가방을 들고 칠흑같이 까만 밤에 서리를 나선 것이다
목표로한 옥수수밭 가장자리로 살금 살금 들어섰고 드디어 작업에 들어갔다
"우두둑" 한밤의 정적을 깨는 이 소리에 순간 간이 콩알만해져 버렸다
옥수수꺾는 소리가 천둥치는 소리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 미수에 그칠 수는 없는 법
손에 잡히는 대로 몇개씩 옥수수를 따기 시작했고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쉿! 무슨 소리 들리지 않니?"
우린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분명히 사람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닌가
"누구냐! 우리밭에 옥수수를 훔치고 있는자들이?~"
금방이라도 호통소리가 들려 올 것만 같아서 숨을 죽이고 고개를 있는대로 떨구었다
다행히 발자국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우리는 이상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고개를 떨군 우리눈에 들어온 이상한 현상이 있었으니...
"흙이 왜 이렇게 반짝거리지? 이상하네..."
분명히 주위는 깜깜하기 그지 없는데 유독 흙만이 환한 빛을 내고 있는게 아닌가
"무슨일이지? 혹시 금가루가 아닐까?"
우린 일제히 흙을 몇웅큼씩 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만약에 진짜 금가루라면...
생각이 이쯤에 이르자 서리에도 관심이 완전히 사라지고 우린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기에 바빴다
급하게 나오던 중 옥수수대궁에 내 발이 걸려 신발이 벗겨지고 말았다
나는 벗겨진 신발을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워낙 깜깜한 밤이라 신발이 눈에 띌리가 만무하다
상상해 보시라
한손엔 서리한 옥수수를 넣은 가방을 들고
양쪽 주머니엔 욕심껏 흙을 채워넣고
한쪽발엔 신발, 한쪽은 맨발로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가련한 모습을 말이다
진상을 발표합니다
첫째- 서리한 옥수수는 알맹이가 거의 없는 소 사료용이었음으로 발혀짐
둘째- 금빛나는 흙은 다름아닌 흙속에 뼈, 즉 인이 섞여 있어 밤에 빛을 낸 것에 불과했음
세째- 잃어버린 신발은 그로부터 한달뒤 반가운 상봉을 하게 됨 (옥수수 추수 후)
네째- 옥수수밭 임자는 초등학교 남동창생으로 밝혀지고 비밀이 누설되어 창피를 당함
그만 해야겠습니다
처음의 의도한 바 대로 진도를 계속 내다 간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 될 우려가 있을 듯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전에 고백한 청바지 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한 터에 지금은 몸을 도사리는 길 만이
능사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음료수가 역시 문제였습니다
이젠 완전히 이 업계에선 손 털었음을 마지막으로 밝혀 드리며 이만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