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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받으실겁니다.

대략난감 |2007.03.23 20:23
조회 66 |추천 0

영화속에서나 보았던 일을 겪은터라 소개합니다.

 

서울 자양동 부근 한강 둔치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낭만의선상호프에서 술한잔하고 여친과 캔맥주하나를 들고 가로등 불빛이 교묘히

피해가는 으슥한 물가에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던차였습니다.

바람이 무쟈게 차가웠지만 강바람 맞으며 술한잔 하는 사람들이 몇 됐습니다.

우리같은 커플들도 몇되고...

갑자기 여친이 사람이 물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시선을 돌려보니 누군가 수영을 하는듯 보였습니다.

제 나와바리였기에 가끔 술먹고 수영하는 넘들 더러 있다는걸 알기에

웃고 넘기려고했습니다.

그러나 놀란 여친이 일어나 그쪽으로 뛰어 갔습니다.

뒤다라 가보니 배영을 하는듯 물위에 누워서 유유히 멀어져 갔습니다.

여친이 놀래서 외쳤습니다.

"저기여! 수영하시는거에여? 구해드려요?"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거봐 수영하잖어... 배영..."

근데 갑자기 그사람이 꼬로록 물속으로 잠시 들어가더니 허우적거렸습니다.

"허푸허푸... 살려... 주세..."

그때부터 여친이 난리가 났습니다.

소리를 지르며 사람살리라고...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어디숨어있었던건지 꽤 많은 남녀가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물에 빠진사람은 계속 허푸허푸...

사람들은 웅성웅성... 어느분이 119에 신고를 하는데 그 누구도 물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저또한 어릴때부터 낙시하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밤중이고 날이 춥고 수영도 못해서

진짜 어쩔줄 몰랐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쩌시겠습니까?

현실은 꿈과 다릅니다.

영화속 주인공은 멋지게 다이빙을 하며 뛰어들지요.

수분동안 그 누구도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저도 거기에 있는 사람과 별 다를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거죠....

그런데 급기야 일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여친이 신발을 벗고 계단을 내려가는겁니다.

아~놔...

저 정말 수영 잘 못합니다.

근데 어쩌겠습니까... 제가 들어가야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여친이 내려가는거 보고 가만있을수가 없어서 반사적으로 제가 여친을 잡아당기고 뛰어들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한강의 수위는 물가에서 약8미터정도는 바닥이 얕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깊어집니다.

어릴적 여름에 낙시하다 찌 걸리면 들어가본 기억이 있어서...

옷 신발 다 착용한 상태로 서서히 물속으로 들어 갔습니다.

무릎... 허리... 가슴... 목...

그래요... 저 수영 못해서 헤엄쳐서 못갔습니다.

걸어갔습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빠진사람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꼴닥 꼴딱 입만 푸푸 하며 가라않기 직전이더군요.

여자였습니다.

거리는 약 2~3 미터정도?

그런데 목까지 물이 찼는데 한발딛어보니 발이 쑥 빠지더군요...

무서웠습니다. 그 공포는 그 누구도 모르실꺼에요...

그때 그 여자의 눈과 마주쳤습니다.

생각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몸을 물에 맡기고 쭈욱...

개구리 헤엄아시죠?

수영장에선 그렇게 안나가던 헤엄인데 다행이 몇번 휘저으니 여자곁으로 가지더군요.

여자가 내목을 팔로 두르고 전 거의 업다시피해 팔을 냅다 휘져으며 개구리헤엄을 쳤습니다.

다행이 얼마후 땅이 발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여자의 목을 받치며 끌고 나왔죠...

그때 119 배가 우리를 지나쳐 잠실대교 쪽으로 향했습니다.

영화에선 구해서 나올때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던데...

공교롭게도 119 배가 지나쳐서 사람들이 "여기요!!"를 외치고 있더라구요.

여친과 주위의 몇몇 여자분이 실신해 있는 여자의 몸을 주무르고 비벼댔습니다.

체온이 떨어져서 그랬나봐요.

사람들이 여자를 둘러싸고 전 밖에 떨어져 벌벌 떨고있고...

나도 춥고 지쳤는데...

119  배가 우릴 발견하고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들것에 실고 배로 옮기더군요.

전 그때까지도 왕따분위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는데...

우리의 여친 자랑스럽게 절 가리키며 소리쳤습니다.

"얘가 구했어요~ "

와...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쑥스러웠습니다.  근데 뭐... 바란건 아니었지만...

박수는 없더군요. ㅡ.ㅡ;

나이 많으신 119 아저씨가 오시더니 악수를 청하며 한마디하고 가십니다.

 

"복 받으실겁니다"

 

??????

그리고 배는떠나고 사람들도 떠나고...

물에 홀딱 젖은 저와 뿌듯해하는 여친만이 남았습니다.

첫키스를 위해 낭만의 선상호프에서 그 비싼 데낄라 까지 쐈는데...

그리고 으슥한 장소와 추운 날씨를 이용해 여친을 품에 안고 첫키스를 앞두고는...

 

정말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영웅... 그런거 없습니다.

참 재미 없었습니다.

목숨걸고 사람을 구했는데...

뭐 댓가를 바라고 그런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아무일 없듯이 그러더군요...

뉴스보면 인터뷰도하고 뭐 용감한 시민상 그런것도 주던데... ㅎㅎ

아주 쬐금 서운하죠 ^^;

 

(뒷담화)

술은 다깼고 전 꽁꽁 얼고 여친이 우동한그릇 사주는거 먹고 각자 집에갔습니다. ㅠㅠ

근데 우동먹으면서 여친이 그러더군요.

"그 여자애 아까 주무르면서 보니까... 배가 불렀더라..."

 

여고생이 임신을 이유로 비관 자살하려 한강에 투신했으나 어느 시민의 도움으로

구출됐다는 아는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그 소녀여~

 내가 목숨걸고 구해준 생명이니 소중하게 또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때 같이 있었던 시민들이여~

역시 그대들의 판단이 옳았소.

목숨걸고 사람구해봤자 돌아오는건 감기 뿐이더이다!!!

하지만 난 또 같은 상황이라면 다음번엔 멋지게 다이빙을 할 생각이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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