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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놈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의 아침도 덩달아 같이 바쁘기만 하다.
어제밤에도 몰래 게임이라도 하다 잤는지, 아침이 되어도 도무지 눈을 못뜨는 아들놈을 한번만에 깨우는 나의 비결은 ... 솔직히 좀 야하다. ^^
길을 가다 엎어져도 교양(?)있게 일어나는게 내 신조인지라 절대로 처음은 항상 부드럽게 그 시작을 한다.
" 아들! 일어나세요!~~~"
" 오늘은 아침에 컴퓨터 수업 있잖아요! "
일단은 짧게깍은 머리카락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가르마를 타듯이 지문으로 시원하게 한번 문질러주는데...
" 으~응~~ 5분만 있다가요..."
이제는 도저히 혼자서 감당을 못할 정도로 덩치가 커져버린 아들놈은 그제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익숙한 솜씨로 은근슬쩍 돌아 눕는다.
어릴때부터 유난스럽게도 등을 문질러 달라고 늘 조르던 아들놈의 속셈을 뻔하게 알면서도 일부러 손바닥을 어깨로, 다리로 먼 쪽으로 먼저 가져가보는데...
" 그럼 안 일어날 거예요! "
매트리스가 꿀렁거릴 정도로 몇 번 몸부림을 치며 시위를 해대는 아들놈의 소원을 마지못한 듯이 슬그머니 들어주다보면 ... 그때부터 모자간의 부드러운 대화는 항상 그렇게 시작이 된다.
" 어제는 엄마가 좀 심했지? "
" 야! 그래도 그렇지 엄마를 보는 눈길이 그게 뭐냐? "
" 앞으로는 가은이 좀 봐줘라... 아직 애기잖아... "
" 그럼 가은이 내 컴퓨터 못 만지게 엄마가 감시 좀더 잘 하세요? "
" ............ "
" 암튼 가은이는 절대로 엄마, 아빠 외에는 때리는 것은 내가 용서 안 할 거야."
" 머리 한번 잘못 쥐어박아서 너가 이득본 게 뭐 있냐? "
" 근데 엄마... 가은이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렇게 고집이 세요? "
" 그래도 귀엽잖아! ㅎㅎㅎ "
" 뭐, 귀여울 때도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그만 것이 오빠한테 대들고 벌써부터 ... "
벌써 코밑이 거무스름해지는 아들놈의 넓은 등짝을 슥슥 문지르다보면 어쩌다 한번씩은 엄마 체면도없이 그만 장난끼가 발동하기도 하는데....
내 몸무게를 10kg이나 추월한 아들놈의 허연 뱃살을 잡고는 ... '삼겹살이 소주들고 놀러왔다 울고 간다'고 자주 놀려대곤 한다.
" 근데, 아들! 너 목욕탕에서 똑바로 서면 그곳(?)이 아직은 눈에 보이냐? "
" 아~~~~~~~ 변태 엄마!!! "
" 야~~~ 그게 왜 변태냐? 너 진짜로 벌써부터 그곳(?)이 눈에 안보이면 큰일이야, 큰일 ... 살 좀 빼자? "
어느듯 익숙해진 번개같은 솜씨로 나는 아들놈 늘어진 살점을 찾아 이리저리 부위를 옮겨다니며 아프게 꼬집어댄다.
" 아~ ... 아~~~~~ "
비명소리가 목청좋은 돼지멱따는 소리로 높아갈 즈음에야 슬쩍 아들놈의 고문을 해제하며 허연 볼기짝을 철~썩 소리가 나도록 후려치는데 ...
" 어디 그곳(?)에 머리카락 몇 개가 났는지 한번 볼~까나~~~ "
마지막 절차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츄리닝 고무줄을 잡으면, 허리선을 미처 휙 당기기도 전에 벌써 아들놈의 항복소리가 들썩거리며 창문을 타고 넘어간다.
" 아~~ 됐어요!! 일어나요, 일어나 ! "
ㅎㅎㅎ
오늘도 성공이다.
아들놈 확실히 깨우기는 이 마지막 방법보다 더 좋은게 내겐 없다.
급하게 목욕탕으로 뛰어들어간 아들놈의 머리 감는 물소리...
항상 양말이 짝짝이가 많다고 빨래를 도대체 어떻게 하냐고 시비거는 남편의 투정까지 ...
눈에익은 아침의 이런 잔잔한 풍경들이 나는 참 좋다.
바쁜 일상속에 나를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여기저기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때 더욱 그렇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듯 식구들이 집을 나서고 적막함이 흐를 정도로 차분해진 일상속에서 나는 그제서야 혼자 늦은 아침을 시작해 본다.
따뜻한 햇살이 살그머니 창을타고 넘어와 커튼 아래로 부드러운 조각들을 조금씩 내려놓는 아침...
눈이 부시도록 청명한 하늘을 멀리 바라보다, 커피물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작은 포만감까지...이런걸 두고 행복이라고 하는 걸까?
사라 브라이트만의 고운 목소리가 커피의 프림처럼 부드럽게 퍼져가는 오늘 하루도 그 시작이 무척이나 평화롭고 따뜻하리라 ...
하지만 뜨거운 커피를 미처 입술에 댈 여가도 없이 무너지는 아침의 작은 평화는 내게있어 그리 길지가 못하다.
어디선가 쿵! 하는 문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자박자박 귀에익은 작은 발자욱소리...
돌아앉아 있어도 그 모습이 벌써 내겐 훤히 눈에 들어온다.
" 아구야! 커피나 다 마시고 나면 그때나 일어나지 않구... "
한달 전 빨간색 코팅파마를 한 머리를 우아하게(?) 풀어헤치고... 아직 덜 풀린 눈을 부비며 ... 앙징맞게도 몸서리가 쳐지도록 쭉쭉이를 힘껏 해대는 우리집 깡패(?) ...
돌아앉은 엄마를 아직 못 본듯, 예의 그 양반나리들 뒷짐을 떡하니 지고는 오빠 방으로 총총총 걸음을 옮긴다.
" 바-쮸!! "
" 바-쮸~우~~ "
건방진 땅콩같으니라고 ... 눈만뜨면 제일 먼저 찾는 오빠 방문을 두들겨대며 나이도 어린 것이 꼭 제 오빠 이름을 불러대곤 한다.
아직 발음이 시원찮아 국적불명의 희한한 그 말은 도대체가 나 아니면 아무도 통역을 못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며칠전, 아들놈 컴퓨터를 건드리며 놀더니 뭘 어떻게 했는지 ... 저장된 자료를 절반은 더 날리는 대형사고를 치지를 않나...
10년 터울의 늦둥이라 조금 과하게 이뻐한 탓일까?
쥐꼬리만한 세살박이 별명이 글쎄 " 터프 걸" 이 뭐며 ...
아빠를 꽉쥐어 흔들고 사니, 까짓 오빠쯤은 일도 아닐 것이고...
자그마한 주먹으로 몇 번 더 통통거리며 방문을 두들겨대더니 뒷짐을 풀지도 않고 돌아서며 고 조그만 입으로 종알거린다.
" 으-응~~ 바-쮸 엄네? "
" 바-쮸 엄다 "
ㅎㅎㅎ
" 에휴!~~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집을 홀라당 뒤집어 놓을려나... "
뒷짐을 지고 다니며 지오빠 이름을 부르고 다니는 세살박이 우리집 깡패(?)와의 전쟁이 오늘도 다시 시작 되었다.
이방 저방 헤매며 다니던 딸내미 ...
손잡이가 제 키보다 높은 목욕탕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연방 지오빠를 불러댄다.
" 바-쮸~ "
" 바- 쮸~~~~~ "
" .................... "
" 으~응~~ 바-쮸 엄네?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