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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y Friend

은하철도 |2003.04.30 00:11
조회 310 |추천 0



TO. MY FRIEND......




새벽 다섯시 오 십분에 발차하는 버스를 타고 26번가를 달린다

넓은 벤네스가로 꺾어드는 첫 정류장에서 너는 버스에 오른다

아버지는 아일랜드계라고 하는 너의 어머니는 동양인......



손가락질 당하는 기지촌에서 탈출하여 어렵게 온 아버지의 땅은

언어마저 통하지 않는 이방인의 도시가 아니였던가,

한국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밤새워 꿈 속에서 황토길을 걸었는지,



친구야...... 너와 나는 가슴을 토하듯이 우리만의 언어로 이야기 했다

한국으로 가고 싶어~~

그러나 너는 알고 있었다. 고향은 손가락질 하는 냉담한 표정만 있다는 것을....



그렇다. 네가 말했듯이 튀기의 고향은 이 곳도, 저 곳도 아니다.

태평양을 스치는 바람일 뿐, 무인도마저 그 바람을 용납하여 쉬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어도 아니고 미국어도 아닌, 이상한 발음을 더듬거리는 반벙어리였다



언젠가 차를 몰고 네바다주의 황량한 사막을 달렸을 때의 일로 기억한다

사막 한 가운데에 차를 세워놓고 너와 나는 먼 지평선을 보며 말했다

이 곳이 우리의 고향이다...... 사막이 이렇게 편한 줄을 몰랐다~



라디오에서는 지금 흐르는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I am... I said...

맞다. 우리는 우리만의 독백을 하면 살고 있었다.

우리만의 언어에 침몰되어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뒷골목을 헤메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삼 십 년만에 너의 소식을 들었다.

검은 직모에 어설픈 색갈의 눈동자를 한 네가 영원히 눈을 감았다는 비보를...

커다란 눈을 두리번 거리면서 사막의 황혼에 취했던 너는 정말 떠났는가?



넓은 태평양을 한 점 바람으로 떠돌던 꺼벙한 너의 몸을 쉬게하여 누웠구나

너의 말처럼 확실한 고향이 아니라면 벌써 떠났어야 할 곳이 이 세상일 지도 모른다

천륜의 형벌을 마감하여 눈 감은 너의 얼굴에는 죽음의 편안함이 미소지겠구나



친구야...... 우리만의 독백을 노래한 이 곡을 너에게 보낸다

황량한 사막에 어설픈 피를 떨어뜨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지니

나는 너를 일컬어 튀기라고 하지 않는다...... 진정한 고독을 아는 친구로 기억한다.



그리고...... Good-bye.....라고 하지 않고...... See you again.....이라고.....



FROM. YOUR GOOD FRIEND.....GALAXY 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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