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이사를 온지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났네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엄마이자 가장인 제 몸이 많이 안 좋아서 큰 병원을 가까이 두고 살아야 할 것 같았고 아이들에게 큰 도시에서 공부도 시키고 싶은 엄마 욕심도 있어서 1년 준비끝에 서해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이사를 왔어요
처음 이사를 하고 일 주일 정도는 아이들이 기침을 심하게 해서 감기에 걸린줄 알았는데
공기가 좋지 않아서 적응 하는 동안 기침을 했던거 였더라고요
그렇게 기침과 함께 시작한 서울 생활...
아이들 전학을 시키면서 유독 피부가 검은 우리 막둥이와 말을 약간 더듬는 둘째 때문에 하루 하루가 긴장속에서 아이들 집에 돌아 올 시간만 기다렸습니다.
새침하고 깍쟁이 같을 것 같았던 서울 아이들과 시골에서 나고 자라고 전교생이 10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초등 학교에서 매일 방과후 축구를 하고 어두워 지도록 집에 오지 않으면 산에 갔다왔거나 들로 학교 형들과 놀러 다녀 오는게 일상이였던 막내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체육관에서 3년 동안 방학도 없이 운동만 했던 둘째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너무도 감사하게 아이들은 잘 적응을 해 주고 잘 지내고 있네요
한 달이 지나고 나니 막둥이는 좀 뽀얀해 졌어요
큰 아이나 둘째는 저를 닮아서 한 여름에도 바닷가에서 몇칠을 지내도 잘 그을리지 않는 피부인데 유독 막둥이는 까맣거든요
농담으로 전학 하던 날 부터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말을 들은 이모가 농담으로 하는 말이
"서울에서 곱살하고 피부가 흰 남학생들만 보다 너를 보고 야성미를 느껴서 그런가보다^^"
하고 웃기도 했죠
처음 시장에 데리고 나가던 날 막둥이가 이모에게 건내는 말이
"이모 오늘이 서울 장날이예요?" 라고 해서 가족들이 웃기도 했었어요
5일 장이 서던 시골은 평일엔 한산 한데 이 곳은 하루 종일 북적 거리다가 오후 5시가 되면 저녁 준비를 하러 나온 주부들로 밟힐 정도로 더 붐비거든요
공기가 탁한것도 이젠 아무렇지 않고 교통편하고 물가가 싸서 살기 편합니다.
시골에서 버스를 타면 처음 보는 분이지만 기사 아저씨들도 이웃집 아저씨 같고 노인들이 많이 이용을 하셔서 그런지 운전도 차분하게 잘 해 주시는데
오늘도 모처럼 시골에서 친정 아버지가 올라 오셔서 여의도를 나갔다 왔는데 아이들에게
" 엄마 꼭 안고 있어..."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어찌나 험하게 운전을 하시는지 불만이 있다면 버스가 급정거만 안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참 잘 한 것 같습니다.
바닷가에 살던 우리 가족은 바다를 떠나면 싱싱한 생선을 먹지 못 할 것이 가장 아쉬웠는데 ㅎㅎ
시장에 나가보면 더 다양하고 값도 더 싸고 괜한 걱정을 했더라고요
유통과정에서 물류비가 적게 드니 채소, 과일 값도 싸고
생활하면서 가장 맘에 들었던 점은 시골은 분리수거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구석구석에서 소각도 많이 해서 버립니다.
가끔 우리가 살던 아파트에 버려지는 병들을 모아서 막둥이와 재활용 공부도 시킬겸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질 만큼 모아 동네 슈퍼에 가서 현금이나 과자로 바꿔 쓰고, 먹기도 했었는데
이 곳은 주변에 어려운 분들이나 소일거리가 없으신 노인 분들의 부업으로 모아서 팔더라고요
동네 중앙에 흉하지도 않게 고물상이 작고 깔끔하게 있어요
제가 내 놓는 박스나 음료수병, 사용하지 않는 알미늄 그릇 등등이 아주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항상 기쁨니다.
막둥이는 시골에서 하던 습관이 있어서 병을 모으고 싶어 했어요
"이젠 이 곳에선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조금 나은 우리가 양보를 해야겠다. 시골에서는 재활용 공부를 하기 위해서 엄마가 직접 했지만 이 곳에서는 우리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공부가 될 것 같으니 우리 이젠 그만 하자..."
올 해 9살이 된 막둥이도 이해를 하더라고요
형편이 어려워져서 지금 비록 전에 살던 집에 반도 안되는 아주 작은 월세집에서 생활 하게 되었지만
막둥이는 저를 위로 하기 위해서
"엄마 집이 좁으니깐 편한데요..." 라고 말 해 주어서 고맙고 미안했어요
이런 저런 일로 새로 시작 하는 다짐을 하고 큰 병원도 있어서 안심도 된다는 핑게로 나고 자란 고향동네 생활을 정리하고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학교 들어가기 전에나 저학년에는 시골 학교가 좋은 것 같지만 고학년으로 갈 수록 그래도 큰 도시에서 공부하는 편이 아직은 좋은 것 같습니다.
아직은 외롭지만 서울 생활 잘 적응 하면서 아이들 잘 키우고 있어요 재미난 애피소드가 참 많았는데 막상 적으려니 생각이 안나네요 ^^
행복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