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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터 미남 ...

바이올렛 |2003.05.02 11:18
조회 537 |추천 0


.......................................................................................................................................................

 

 

 

 


 긴 복도를 울리며 들려오는 슬리퍼 끄는 소리...
 한 여름 뙤약볕을 피해 창가에서 법석을 떨던
 모든 동작이 자연스레 스톱이 된다.
 특유의 기침소리를 내며 거칠게 문을 밀고 들어선다.
 교탁 위로 던져지는 출석부를 한번 더 치고는
 특유의 장난기어린 작은 눈이 배시시 돌아간다.

 " 반장!!
   신고혀 봐!! "

 아!
 역시나 변함없는 몸에 꽉 끼는 섹시한[?} 청바지...
 
 자칭 100미터  미남의 수학 시간은 항상 그렇게 시작된다.
 
 그날은 방학중 보충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대입을 코앞에 둔 3학년과는 다른 여유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의 압력이 만만찮아
 여름방학의 많은 부분이 원성과 불평으로 시끌시끌하였다.

 

 까만 뿔테안경을 벗으면 도무지 얼굴 그림이 안그려지는
 작은 눈에, 짖궂은 장난을 가득 담아...
 사춘기 여고생들의 웃음보따리를 쥐었다 폈다하는 자칭 미남...

 

 여고 2년의 어느 봄날
 근엄한 분위기의 기독교 학교에 너무 파격적인 총각 선생님이 부임을 했다.

 할머니 교장선생님이 기겁을 하시는
 꽉끼는 청바지와 자켓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의 명물이 되기 충분했다.
 자주 교장실에 불려들어가 주의와 교육을 단단히 받는 눈치임에도
 자칭 미남 선생님의 파격은 구석구석에서 소문이 되어 흘러 나왔다.

 

 나른한 봄 날
 넓은 운동장을 가로 질러 유유히 현관쪽으로 바쁜 걸음을 옮기던 멋진
 청바지 사나이...
 수업중임에도 각 교실마다 터져나오는 환호성을 온 몸에 받으며 
 V 자 손을들어 부임시부터 움직이는 스캔들의 대명사로 전설이 된 선생님...
 
 부임 후 첫 수업시간,
 정말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소문은
 100미터 이내에서 직접 본 실물에 대한 촌평이었다.
 
 1미터 반경에서만 멀어지면 온전히 가려지는
 정말 작은 눈...
 분화구가 숭숭한 까므잡잡한 피부에, 베토벤 파마 머리...

 하지만 그 거리만 벗어나면
 더할 수 없는 섹시한 청바지의 사나이가 되어 시력나쁜 이들의 눈을 홀렸다.


 " 에~~ 오늘처럼 덥고 짜증나는 오후,
   이럴 때는 일단 머리를 식히고 공부를 한다. "


 " 자~~ 모두 펜 놓고
   제일 편한 자세... "


 반장의 구령에 맞춰 절도있는 인사를 마친 선생님이
 뒤돌아 바로 칠판을 가득가득 채워 나가는 어쩐지 너무 눈에 익은 시어(?)들...


 그 여름의 에피소드는 그렇게 시작 되었다.

 


 "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중에 만난 그 사람
    파도위에 물거품처럼 왔다가 사라져간 못잊을 ......
    ..................................
    ....................................................................... "


  "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
     불타는......
     ................................
     ........................................................................ "


   "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은
      언제나 ......
      .....................................
      .......................................................................... "

 


  칠판 가득 노랫말로 채워진 그날의 수학시간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교탁위로 올라앉은 선생님의 발장단에 맞춰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그나마 교무실에서 먼 별관이었기에 망정이지...


  노래만 따라부르기도 짧은 시간이었다.
  졸음과 더위는 간곳도 없이 ...
  손뼉과 웃음소리에 섞여 때아닌 유행가가 창을 넘어 교정으로 멀리 퍼져나갔다.


  " 에~~
    "제비" 노래... 자신있게 부를 수 있는 사람!!
    내일 평가에서 점수 5점 플러스다. "


  점수가 걸린 묘-한 유혹 앞에 저마다들 눈치보기 바빴지만
  오락반장 은희의 강력한 추천으로
  교탁 앞으로 불려나간 사람은 2학년 2반의 자칭 명가수
  바로-------------------------------------- 나였다.


  장난기가 잔뜩 묻어있는 선생님의 작은 눈을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숨기는라 어떻게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른다.
  겨우 노래를 마치고 꾸벅 고개를 숙이곤 자리로 돌아왔다.


  " 야!
    제비!!!..........
    너 어쩜 그리 바이브레이션이 멋지냐?
    혹시 " 눈물속에 피는 꽃" 은 모르냐? "
    ..............................................


  그날부로 나는 완전히 찍혔다.
  수업시간 조금이라도 짬이 생기면 수시로 불려나가 노래를 불러야했다.
  신청곡은 변함없이 "제비"였다.
 

   계절을 훌쩍 넘긴 10월의 어느 날,
   한무리의 어수선한 팀이 우리 교실을 찾았다.


   " 이 반에 "제비"가 누구냐? "


   입시를 앞둔 3학년 선배 몇 명이 나를 찾아
   필요이상의 호기심을 보이며 소문을 만들어 내었다.
   3학년 2반 수업시간에서 변함없이 나를 찾은게 화근이 되었다.


   캠퍼스안을 소리없이 떠돌고 있는 조그만 스캔들...


   정작 당사자인 나만 모르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갔다.
   대학 입시를 치른 3학년 선배들의 최고 인기는 수학시간이 아닌 바로 청바지 선생님이었다.
   100미터 자칭 미남 총각선생님에게 보내는 선배들의 광적인 사랑을 눈으로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한무리의 선배들이 몰려와 내게 보냈던 적의에 찬 눈길의 의미들을 ...


  교문에서 올라오다보면 아카시아향이 흐드러진 사잇길이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사택을 지나 조금 더 언덕길을 오르면 만나면 숲속의 작은 쉼터...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의 입을 통해서도 수학 선생님의 기행은 멈추지가 않았다.
  매주 월요일 교무실에서 가지는 기도회마다 헌금주머니에서 항상 빠지지않고 나오는
  10원짜리 동전의 행방까지...
  교장실에 불려다니는 횟수만큼이나 십자산 담배꽁초 사건이며
  베일에 가린 10원짜리 동전의 주인공에 대해 ...
  수학선생님의 소문은 온 교정으로 웃음이 되어 퍼져나갔다.


  3학년이 되어 첫 수학 수업이 있던 날
  드르륵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낯익은 얼굴...
  한편의 반가움과 함께 소문에 둘러쌓인 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교정을 둘러싸고 있는 목련이 지고 ...
  십자산의 아카시아향이 온 교정을 뒤덮는 5월이 시작될 때까지,
  변함없는 수학선생님의 총애[?]는 늘 나를 괴롭히는 소문이 되어갔다.


   초여름 소나기가 한차례 교정을 흔들며 지나던 날 ...
   한참이나 예전에 없던 얼굴로 운동장을 내려다보던 선생님이 나를 찾았다.
   불편한 마음으로 그날도 나는 여전히 "제비"를 불렀다.


    "오늘은 비도 오고하니 내가 노래로 화답을 해 주겠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은 선생님의 매력적인 노래소리가 빗물에 젖어 촉촉해왔다.
   언젠가 내게 물어봤던 "눈물속에 피는 꽃"이었다.
   지금도 의문으로 남아있는 궁금함...
   어떻게 그런 얼굴에서 그런 분위기가 나올 수 있을까?...
   온 학교가 벌-컥 뒤집어졌다.


  마지막 수업인지도 몰랐던 그 날 ...
  전날에 치룬 시험지를 한 명 한 명 나눠주며 선생님은 장난기를 담아 내 어깨를 툭 건드렸다.


  "제비!
   너는 채점에 착오가 있으니 수업마치고 교무실로 잠깐 오도록..."


  그날 오후가 되어서야 소문이 퍼져 학교가 시끄러웠다.
  짐작은 하지만 아무도 이유를 몰랐던 선생님의 갑작스런 휴직...


  보충수업을 뗑뗑이치고...
  차창에 얼룩진 빗물이 서늘한 한기를 느끼게 하던 버스에 앉아
  꼬깃꼬깃 접은 채점지를 펼쳐들었다.


 " 제비!"
  "그동안 고생했다.
   아끼던 여자친구가 참 좋아하던 노래였다.
   대학가면 꼭 연락해라
   너는 바이브레이션이 특이한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졌더구나
   근데, 제대로 된 대학 갈려면 수학공부 좀더 열심히 해, 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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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지 한 귀퉁이에 빨간 볼펜으로 남겨진 선생님의 작별인사였다.


  언젠가 교무실에 갈일이 있던 날
  굳이 옆자리로 불러, 새로오신 세계사 선생님께 인사를 시킬 때, 그 때...
  나는 알고 있었다.
  뒤통수가 뜨끔거렸던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 짜식,
    제자가 아니면 진짜 맘에드는 여동생감인데 말야!"
    ................................................................


  어쩌다 거리에서 만나는 섹시[?}한 청바지의 젊은이를 보면 나는 아직도 한번씩은 저절로 눈이 간다.
  조금 더 멀어지는 거리에서는 꼭 뒤를 돌아다보게 된다.
  지금도 여고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를 펼치면
  나른한 봄날 ...
  운동장을 가로질러 바쁜 걸음을 옮기는 100미터 미남이
  금방이라도 V자를 그리며 환한 웃음으로 달려올것만  같다.

 


   가끔씩 라디오에서 " 제비" 노래가 흘러나오는 날은
   더욱 더 .......................................... 그 시절이 그립다.


   마치 어제의 기억처럼...


   비오는 날 마시는 커피의 진~한 향기처럼 ...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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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온 동창과의 짧은 만남이 참 즐거웠습니다.

 

  그러고보니 5월은 물질로나 마음으로나 ... 챙기고, 인사 나누어야할 곳이 줄줄이 달력에 걸려있네요.

 

  동창과의 이야기속에서 ... 아직도 즐거움으로 남아있는 그리운 여고시절의 한 페이지를 잠시 제 홈에서 빌렸습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자주 나서게되는  ... 대책없이 편안하기만 한 40방이 아마도 죄인이라면  죄인이겠죠? ^^

 

  따뜻하고 넉넉한 5월의 햇살 ...

 

  온 몸으로 그득하게 받는, 좋은 하루 되시기를 ...

 

 

   * 바이올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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