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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까요

쓰니 |2026.05.09 00:16
조회 3,831 |추천 7
초딩 때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랑 둘이 산 지 거의 20년째예요
어릴 적엔 당연히 훈육도 있었고 맞고 살았지만
그래도 아빠랑 친구처럼 지내고
아빠도 저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았기에
빈자리를 크게 못 느끼고 자라왔어요

하지만 아빠가 직장을 잃은 지 벌써 12년째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니
이사도 다반사고 전기도 가스도 끊겨봤고
휴대폰도 늘 정지인 상태로 학창시절을 살아오며
대학교 시절엔 생활비 대출도 매학기마다 받고
평일 알바하고 근로 생활도 해왔고
나중엔 고시원에서 살면서 어째저째 졸업도 했어요

그래도 전 아빠가 어디 가서 기죽지 않았으면
돈 없어서 곤란한 일 안 생겼으면 해서
혼자 월세 내고 폰비 내고
아빠한테 돈도 만원... 이만원씩 보내 주고
그러다 전공 살려서 취직을 했어요

그때부터 저희 아빠는 그나마 나가던 일용직도 안 나가고
계속해서 저에게 돈을 빌려갔어요
심할 땐 십만원, 자잘하게 삼만원 만원...
밥 못 먹고 다닐까봐 제 신용카드도 줬어요
언젠간 정신차리고 일을 구하겠거니 싶었거든요
혼자 저를 힘겹게 키워왔으니
나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줘야지
일자리가 많이 없는 거 아니까 준비할 시간은 줘야지
하면서 안일하게 살아온 게 벌써 5년이 넘었네요

요근래는 도저히 미칠 거 같아서
큰소리 치면서 일용직 말고 알바라도 하라고
몸쓰는 일 그만하고 큰 돈 안 바라니까
꾸준히 수입이 들어오는 일을 했으면 한다고
그렇게 말한 지 1년짼데... 변함이 없어요

저는 아직도 아빠를 너무 사랑하는데
아빠는 변화가 없고 일할 생각은 없어보이고
구청이나 주민센터 가서 도움을 받든 일자리를 구해봐라
수십번을 말해도 듣질 않아요
혼자서 2명분의 생활비, 월세, 대출, 기타 고정지출까지
내다보니 초년생이던 제 월급으론 택도 없어서
몇백 모은 적금까지 깼고요...
덕분에 20대 후반인데 모아놓은 돈도 하나 없어요
제 선택이니 후회는 안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변함없는 아빠를 보니까 미칠 거 같아요
사랑하면서도 미운 감정이 동시에 폭발하니까
제가 정신병 걸린 거 같아요
아빠랑 대화를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말 안 하고 지낸 지 3개월은 된 거 같아요...
마주치기도 싫고 그렇다고 또 굶고 다니는 건 아닌지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은 되고
너무 힘들 땐 그냥 같이 죽자고 이야기할까 고민도 했어요

근데 어제가 어버이날이었잖아요...
매해 선물부터 현금까지 정말 미워 죽겠어도
부모님이라는 이유 하나로 죽기살기 마음을 썼는데
올해는 정말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들고...
근데 이렇게 그냥 지나치자니 아빠의 마음도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내 생일도 모르고 당일에 돈 달라고 하는 사람을 내가 왜 챙겨줘야 하나
1분에 1번씩 생각이 왔다갔다하면서
감정이 바보가 되는 기분이에요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가 답일까요...
추천수7
반대수0
베플쓰니|2026.05.09 21:09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딸”이 아니라 거의 가장처럼 살아온 거예요. 어릴 때부터 생존까지 책임졌고, 이제는 아버지의 삶까지 떠받치고 있으니까 마음이 무너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거예요.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과 “더는 감당 못 하겠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이건 모순이 아니라 정상적인 감정이에요. 사랑한다고 해서 계속 희생해야 하는 건 아니고, 지쳤다고 해서 불효인 것도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건, 당신이 이미 한계를 넘었는데도 계속 “내가 조금만 더 버티면…” 하고 있는 상태라는 거예요. 아버지는 오랜 기간 경제적으로 무기력해진 상태에 가까워 보여요. 사람이 오래 실패하고 오래 의존하면, 현실을 바꾸려는 힘 자체를 놓아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무기력을 당신 인생 전체로 떠넘기고 있다는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설득해도 안 바뀌는 이유는, 지금 구조상 아버지는 “안 움직여도 생존이 되는 상태”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계속 대신 책임져주는 한 변화는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필요한 건 “더 많이 이해하기”보다 경계선을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면: 신용카드 절대 다시 드리지 않기 생활비 지원 금액 상한 정하기 월세·통신비·대출까지 전부 떠안지 않기 주민센터, 복지상담, 공공일자리 연결은 도와주되 “대신 해결”은 하지 않기 가능하면 분리 거주 유지하기 죄책감 때문에 무너질 때 주변 상담 도움 받기 특히 “같이 죽자고 할까 고민했다”는 부분은 지금 당신 정신이 정말 많이 소진됐다는 신호예요. 이건 혼자 버티는 단계가 아닙니다. 당장 거창한 치료까지 아니어도,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상담 연결은 꼭 받아보세요. 서울이면 자치구마다 무료·저비용 상담 연결되는 곳이 많고, 청년 대상 상담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버이날 이야기요. 올해 아무것도 안 챙겼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딸인 거 아닙니다. 이미 당신은 몇 년 동안 “선물” 수준이 아니라 삶 자체를 드렸어요. 지금 필요한 건 더 주는 게 아니라, 당신 삶을 지키는 거예요. 당신 인생은 아직 20대 후반이고, 적금 깨고 대출 갚고 부모 부양하느라 멈춰 있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에요. 아버지를 사랑하더라도, 당신 자신까지 같이 가라앉으면 결국 둘 다 무너집니다. 지금의 목표는 “아버지를 완벽히 변화시키기”가 아니라: 당신의 생존 회복 경제적 경계 세우기 죄책감과 책임감 분리하기 혼자 감당하지 않기 이 네 가지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말하고 싶은 건, 당신은 이미 충분히 오래, 충분히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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