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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기다렸어.. 이젠 내가 널 지켜줄께

기다림.. |2003.05.03 20:23
조회 672 |추천 0

 내가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갓 신입생이라는 딱지를 뗄 무렵이었다.

1학년때는 이성교제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소개팅과 펜팅을 비롯하여서

그 어떤 수식어라도 팅 앞에만 갖다 붙이면 될 정도로 이성교제는 다양하고 폭넓게 진행되었다.

나 역시 철없던 시절 이성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사춘기의 그 애절함으로 여자친구를 찾아

헤애다녔고 한때는 연락을 했던 여자가 20명이나 되기도 하였다. 질보단 양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무조건적이었다. 그저 여자면.. 그리고 미팅이라면 다 쫓아다녔다.

그렇게 1학기를 마치고 2학기에 접어들어 단풍이 들 무렵 난 그런 생활에 식상해 있었고

주변의 여자들을 하나씩 정리해가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 그 당시로선 꽤 철든 행동을 하고

있을때 짝궁이 연락처 하나를 내밀었다. '성미'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의 삐삐번호..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미 난 그런 생활에 식상해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친구의 권유도 있고 아직 식지 않은 사랑에 대한 갈증으로 난 결국 그 아이에게 음성을 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매일 안부를 묻는 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만큼 꽤나 심각한 관계가 되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연락하며 지냈는데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고 말았다.

비록 얼굴은 알지 못했지만 그 감정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보다 더 컸고 더 절실했다.

사춘기의 홍역을.. 그 때 아마 겪지 않았나 싶다.

친구들은 그런 날 걱정스럽게 바라보곤 하였다.

당시 나름대로 잘 나가던(?) 학생이 얼굴도 모르는 여학생에게 맘이 빼앗겨 그 좋아하던 미팅을

거절하는 모습은 친구들에겐 꽤나 큰 충격이었나 보다.

폭탄일거라고.. 못 생겼으면 어떡할거냐고...

그러나 이미 그런건 중요하지가 않았다. 그 애의 생각과 그 애의 마음을 아는 난 그 애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어도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그럴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난 만남을 미루고 연락만을 하고 있었다.  약간 두렵기도 했다.

쉽게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금방 깨져버릴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렇게 완벽한 조건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서로 알게된지 100일이 지났을무렵 그애에게서 꽤나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된다.

고등학생인줄만 알고 연락하였던 애가 사실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것이다.

당시 명문고에 다니고 있던 내게 부담을 가진 그 애는 진학을 앞두고 고민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 애는 여상에 진학을 하였고.. 내게 연락을 끊었었다.

그렇지만 난 그런거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내 입장을 설명했고.. 보름이 넘는 시간의 실갱이끝에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무더운 날씨와 연이은 보충수업으로 지쳐있던 난 친구들과 오랫만에 만나

술자리를 함께 했고.. 꽤나 취해서 집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삐삐음성사서함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거기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음성이 담겨져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술김에

 그애의 삐삐 사서함에 들어간 것이었고 우연히도 삐삐비밀번호가 같았던 것이다.

남의 사생활은 들으면 안 되는 것인데... 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그애의 사서함을 모두 들어 보았다.

거기서 발견한 낯선 남자의 음성...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내용...

그애의.. 낙태사실... 실수였다고 눈물로 후회하는 그 애 자신의 음성까지....

난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애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다.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하고 받아드릴 자신도.. 평생 모른척할 자신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비겁한 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그앨 잊기로 했다.

그애뿐만 아니라 그 이후부터 모든 여자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한동안 그 애의 연락이 끊이질 않았지만..(눈문섞인...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묻는...)

난 냉정했다. 그리곤 한동안 손 놓았던 공부를 시작했고 그런 생활은 1년동안 계속 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난 명문대라고 손꼽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수능후 그 허무함속에서.. 난 그앨 떠올렸다. 그리고 그 기억은 미친듯이 날 갈구하게 만들었고...

수소문끝에 그애의 연락처를 구해 다시 연락했다. 그리고 우린 연락한지 처음으로 만남을 가졌다.

3년... 만의 만남이었다. 큰 키와 긴 머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얼굴....

그 얼굴에서 흘러내렸던 눈물은... 지난 시간동안 나의 잘못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깨닫게 하였다.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지만.. 마음속엔 미처 물어보지 못했던 말이 늘 응어리처럼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물어 볼 순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난... 결국 다시 연락이 끊겼고...

대학교 일년후 군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또 그앨 떠올렸고...

다시 힘들게 만나게 되었지만.. 그앤 이미.. 다른 사람의 애인이 되어 있었다.

술에 취한 그 애는 .. 힘들었다고.. 왜 자신을 혼자 두었냐고... 보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난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제대를 하고... 2년 2개월이라는 시간도 그 앨 지우지 못하게 했다는 걸 알고 처음으로 용기를 내었다.

모든 걸 고백하기로..... 그래서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서 그 애의 소식을 찾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2달이 지나고 거의 모든걸 포기하고 있을무렵...

한때 알고 지내기도 했었던 그 애의 친한 친구를 찾아냈고...

그 애의 소식을 듣게 되었지만... 난 다시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학교 입학후 약혼을 한 그 앤..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파혼을 당하고...

임신 6개월이었던 몸으로 돌아와.... 애를 지우고...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려서..

요양하느라고 시골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난 복학을 미루고 그 앨 찾아갔다.

창백한 얼굴과... 너무나 여리게 마른 몸.....

맘이 아팠지만.. 멀리서 지켜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주말에 그 앨 보기 위해 부산으로 갈 것이다.

벌써 이런 생활도 석 달이 다 되어간다. 복학을 재촉하는 부모님...

지금 숨어버리면.. 평생 후회속에 살 것만 같은 나...

이번엔.. 당당하게... 그 애 앞에서 고백을 하고 싶다. 아니 그래야 한다.

내게 다른 사랑은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데..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니..

더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용기가...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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