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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와 조카

국돌이 |2003.05.05 18:45
조회 13,430 |추천 0

"애비야"

"예"

"지은이가 중국에서 와서 인사를 온단다" 지은인 형의 딸이다.

"언제 귀국한데요?"

"오늘 와서 어버이날 온단다"

정말 곤혹스러운 순간이었다.

오늘 귀국해서 8일날 온다면 3일만이 아닌가!

사스의 잠복기가 10일에서 보름이라던데.....

 

"어머니,몇일 더있다 오라고 하시죠!"

"왜?아니 집이 바로 지척인데 어떻게 더 있다가 오라고 해?

"요즘 사스라고 중국에서 유행하는 병 아시죠?"

"안다,그러니까 그거 옮을까봐서 그러는거니?"

순간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서운함이 느껴진다.

"아뇨,지은이가 꼭 걸렸다기보다 서로 조심하면 좋지 않겠어요?

아무 말씀 없으시다. 할머니에게 하나밖에 없는 손녀를 그것도 공부한다고

멀리가있어 만나기도 어려운 손녀딸인데 그 손녀 만나는데 사스때문에 나중이라니

말해놓고 보니 너무나 계산에 빠른 내가 싫다.

 

일찍이 콜레라로 혼 도 나고 장티프스,이질,천연두등등 여러 무서운

전염병들이 창궐 하던 시데에 살아 남았던 세대 였었으며 행여나

자식이 그런 전염병에 걸리면 아이를 간호 하느라 내 몸 안돌봐서 쓰러진 어머니

또 얼마였던 세대에 사셨던 어머니에게 혹시 모르니 만나시자 말라니...... 

 

다 늦은 저녁 시간에 어머님의 전화다.

"애비야!지은이가 공항에서 검사를 했는데 괜찮다지 뭐냐?"

신이나서 말씀하시는데 거기다 잠복기가 어쩌구저쩌구 하면 뭐하겠는가?

"예! 어머니 잘 됬네요,그럼 지은이 오면 개가 좋아하는김치 복음밥 

제가 가서 많이 만들어서 줄까요?"

김치가 사스예방에 좋다는데다 끝까지 맘을 걸어보려는 이 영악함!

"그래?니가 그럴 시간이 있어?"신이 나셨다.

"제가 못가면 애미라도 보낼께요"

 

"사스"

이게 진짜 그리 무서운건가 아니면 내가 요즘 할아버지가 되가는건가,

난 피자 반죽해놓고 건포도 두개 올려놓고 빨간 피망 휙 던져놓고

너무 닮았다며 깔깔거리고 웃어서 울렸던 조카딸 지은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순해 보이기만한 둥굴 넓적한 얼굴이 내눈엔 얼마나 예뻐보이는지...

 

가능하면 가 봐야겠다.

이놈 또 만나면 팔 씨름하자고 해야지.

우리집안 2대에 걸쳐 생긴 첫 딸인데 하나님이 귀한 딸하고 오래오래 같이 살라고

나와 점퍼를 같이 입게 만드셨다.참고로 난 174cm에 79 kg이다.

웬지 이번엔 내가 지은죄가 있어 질 것같다.저번에 힘써서도 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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