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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안전지대1

이구아나 |2007.04.24 13:17
조회 111 |추천 0

 

이 세상에 모든 살들은 가라~
살 따위.. 다이어트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드디어 그날이 왔도다.

 

 

비만으로 유발되는 수많은 합병증..
살을 빼기 위해 투입되는 피땀의 노력..
거식증과 폭식증이 난무하며
식욕을 추악한 본능으로 정의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고..
드디어 인류는 살과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힘빠진다. 롤리아 좀 줘."

 

루미가 망에게 손을 내민다.

 

"자."

 

루미는 망이 내민 알사탕모양의 롤리아를 받아서는 입속에 쏙 집어넣는다. 롤리아의 즙이 루미의 입안 가득 퍼진다.

 

"음.."

 

우물우물..

 

"맛있다."

 

"그치? 새로나온 피자맛이래."

 

"피자?"

 

"응 옛날사람들이 좋아하던 거."

 

"음.."

 

"그것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울룩불룩하게 변했다지?"

 

"으.. 끔찍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가 있지?"

 

"옛날엔 그런 독을 평생먹고 살았다잖아."

 

"아.. 옛날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난 죽어버릴거야."

 

루미가 지금 입에 물고 있는 알사탕 모양의 롤리아는 몸에 빠르게 흡수되어 배고픔을 잊게 만들며 몸 구석구석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충족시킨다. 하지만 필요한 양분 이외의 잉여분은 모두 배출되어버리기에 온 종일 입에 물고 있어도 몸에 축적될 지방따윈 있을리가 없다.
게다가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서 발생되는 충치, 식중독, 소화불량따위도 먼 옛날의 유물일 뿐이다.

 

그 옛날 몸짱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던가? 우스운 일이다.
그때의 완벽한 몸을 몸짱이라고 정의한다면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몸짱이니까..


 

 

 

오늘은 루미와 망이 오랜만에 만난 날이다. 몇 일간 만나지 못했던 탓일까? 루미는 망의 얼굴을 보자마자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행복해진다. 하지만..

 

"망!"

 

루미가 망을 부른다.

 

"어.."

 

오늘따라 망은 자주자주 멍해진다.

 

"오늘 왜 그래? 무슨 일 있는거야?"

 

루미는 하루종일 무심한 표정의 망이 야속하기만하다.

 

"아니야.. 어제 밤에 늦게 자서 그런가?"

 

망이 변명하듯 대답한다.

 

"뭐야.. 뭘 하다가 늦게 잔거냐구."

 

짜증이 난 루미는 따지듯 묻는다.

 

"영화 좀 봤어.. 아주 옛날 영화. 한 100년은 된 것 같더라. 근데 말이야.. 그 영화 여주인공이 압권이더라구."

 

"무슨.. 말이야?"

 못말리는 질투쟁이 루미는 망의 말에 신경이 곤두서고 만다.

 

"음.. 난 살이라는 건 정말 흉측하고 징그러운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데?"

 

루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날카로워진다.

 

"오! 그 육감적인 몸"

 

망은 생각만해도 황홀하다는 듯 몸서리를 친다.

 

"도대체 어땠길래 그래?"

 

"그 풍만한 몸매.. 죽이더라구. 그런 여자가 내 앞에 있다면.."

 

망은 한창 황홀경에 빠져버린 표정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루미의 속은 바싹 바싹 타들어만 간다.

 

"바보.. 그런 돌연변이를 좋아하다니. 그 비계덩어리 때문에 우리 인류가 얼마나 불행했었는지 벌써 잊은거야?"

 

"그게 아니야.. 우리가 역사시간에 보던 그런 흉측한 모양이 아니더라니까! 그거 정말.. 감동이었다구!"

 

"쳇! 미쳤구나? 정상이 아니야! 비계덩어리를 예찬하다니! 너랑 더 이상 말두 하기 싫어!"

 

화가 머리끝까지 솓구친 루미는 망을 뒤로한 채 냅다 그 자리를 피해버린다.
하지만.. 망의 말은 루미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았다. 감동인 몸.. 황홀한 몸.. 망이 예찬하는 그 몸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만 같다.
 


누구부다도 집요한 루미는 100년도 더 된 그 옛날 영화를 구해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Play..

곧 영화는 시작하고.. 그 옛날의 풍경들이 화면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화려한 무대에서 살이 거의 다 드러나는 야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노래를 하며 춤을 주고 있다. 뮤지컬영화인 듯 하다. 쏟아질듯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현란함 움직임의 육감적인 허벅지.. 루미는 어느새 멍한 눈빛으로 그 여자들의 몸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그래서였구나...'

 

이제야 망의 마음을 이해하고 만 루미는 힘이 쭉빠지고 만다. 인정하지 않을해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풍만한 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흉측하고 징그럽다고만 생각했던 비계들이 이토록 아름다운 조직이었다니.. 왜 인류는 이토록 감격스런 아름다움을 사회로부터 제거시켰던가..  

 

어느샌가 마지막을 알리는 자막이 화면을 가득 매우고 있다. 하지만 루미의 눈동자는 이미 영화를 시작하기 전과 사뭇다른 빛을 띠고 있다. 어떤 광기가 어려있는 눈빛..

 

"나두.. 변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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