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동 생활경제부장
강남 재건축이 얼마 떨어졌느니 하는 얘기는 이미 뉴스가 아니다.
이 같은 하락세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한 발 더 나아가 버블 붕괴로 이어질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출간된 ‘일본 부동산을 통해 본
부동산 10년 대폭락 시나리오’라는 번역서는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를 돌아보고 앞을 예단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부동산 붕괴를 통해 한국 부동산을 내다본 이 책자는
일본 열도를 뒤흔든 세 차례의 버블을 진단하고 부동산 불패신화가 생겨난
사회ㆍ지리적 요인을 비롯해 정부의 리더십 부재와 정책 판단 착오,
국민의 부동산 선호도 등 한ㆍ일 간 환경을 오버랩시키고 있다.
사실 우리나 일본이나 부동산의 원조격인 농지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사유화됐으며 선호도도 유사하다.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연합군 사령부가 실시한
일본의 농지개혁 방법조차도 해방 이후 우리에게 그대로 전수된 게 사실이다.
지주에 의해 독점된 농지를 농지증서(증권)를 주고
일정규모 이상을 매입, 이를 다시 소작농에게 배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소작농의 한이라도 풀듯 일본 열도는 토지매매 광풍이 불었으며
이것이 일본 토지신화의 원점이 됐다.
이어 지난 72년 다나카 내각의 일본 열도 개조론에 의해 시동이 걸린다.
태평양 연안의 공업단지를 열도 후면의 저개발 도시로 옮긴다는 정책이 수립되면서
일본 열도는 제2의 버블기를 맞는다.
이는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내세우며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든
참여정부의 지역균형 발전론과 이에 따른 투기적 분위기 조성과 흡사하다.
이어 82년 나카소네 내각이 미국 등과의 무역마찰 극복을 명분으로
각종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주요 골자로 한 내수주도형 시책을 펼치면서
버블은 더욱 증폭됐고, 85년의 플라자 합의(선진 5개국)는
타오르는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부어 지가 광란기를 유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버블붕괴 과정은 어떠했을까.
환율 쇼크를 계기로 일본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출발했다.
이는 경제 쇠락과 함께 땅값 하락의 단초를 제공, 부동산 가격의 구조적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광란지가가 국민적 불만을 제어한다는 명분 아래 금리정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저금리정책이 버블의 근본 원인임을 뒤늦게 깨닫고
금리인상과 함께 지난 90년 부동산 관련 융자의 총량규제라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춤추던 땅값은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일본과 우리는 버블의 형성 및 진행 과정이 비슷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저자인 다치키 마코토 씨가 한국의 부동산 불패신화가 깨지고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고 확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리라.
그러나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령화나 출산율 저하(인구 감소),
제조업 이탈 등으로 인한 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일본처럼 조기에 불어닥칠 가능성은 많치 않다.
더구나 우리의 주택은 전체의 25% 정도가 지난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그야말로 열악한 주거시설이다.
중대형 아파트 희소성이 문제되듯이 교체수요는 당분간 주택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택 구매력이 가장 큰 50대의 인구 역시 2015년에 800만명 선(2005년 519만명)으로
극에 달해 수급은 여전히 중요한 관건이다.
아파트 선호도가 강하고 개인 자산 중심의 부동산 투자 패턴도 일본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특히 사무라이정신의 일본은 줄서기 문화가 정착되면서
철도가 발달했고 기마민족정신을 이어받은 우리는 사통팔달로 달려야하기에
도로망이 핵심 인프라가 될 정도로 민족성이 다르다.
다만 향후 시장전개 과정에서 일본과 같은 양극화는 갈수록 피할 수 없는 과제될 것은 분명하다.
또 후기 도시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교훈삼아
시장이 선도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연일 압박(?)당하는 약세장 속에서도 이미 시장은 지방이나 외곽의 주택, 땅 등이 아닌
도심권 부동산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그 표징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중심의 개발 러시와 달리
차기정부는 세계적 트렌드인 구도심권 재생 프로그램에
최대 역점이 주어질 것임을 지레 시사하는 것이리라.
- '대중경제문화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