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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 ㅡ_ㅡ;

독신주의자 |2003.05.10 12:39
조회 1,394 |추천 0

 아주 오래 전의 일입니다.

저는 대학시절 복학 후 동아리 후배를 사귀게 되었읍니다. 그럭저럭 별 탈없는 다른 커플들과 다름없이

가끔 다투기도 하고 서로 아옹다옹 잘 지내 왔습니다. 그러다가 94년에 대학을 함께 졸업하면서 서로 전

공이 달라 사정상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됐죠. 난 서울에서 직장을, 그 후배는 대전에서 직장생활(광고)을 하게 됐습니다. 서로 사랑하는데 거리가 무슨 문제겠느냐만은 사실 그게 아니더라구요. 몸이 떨어져

있으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게 정말이었나 봅니다. 그 후배는 집이 원래 청주인지라 대전에서 자취생활을

계속했고, 저는 인천인 집에서 통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길 몇개월이 지나기까지 우리는 주말마다

만나서 영화도 보고, 사랑하는 연인끼리 할 수 있는 행위(포옹, 키스정도)도 선을 넘지 않는 한도내에서

누렸습니다. 서로 다소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탓인지 혼전관계는 불가하다는 협의도 있었기에 ..., ^^;

 

그런데 문제는 9개월 무렵부터 주말에 내려간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직장 일로 인해 만날

시간이 없다는 식으로요. 그렇게 몇 주 동안 자기가 올라오겠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내가 내려가는 걸

꺼려하는 거 같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걔를 믿었기에 열심히 직장 생활에 적응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습

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올라온 대학동기 친구를 만나게 됐습니다. 술을 나눠 마시면서

묻더군요.

 

친구: "OO야, 너 XX랑 헤어졌냐?"

필자: "응? 무슨 소리냐?"

친구: "아니지? 너네 워낙 잘 지네기로 유명한 C.C였잖아. 역시 헛소문이구나."

필자: "무슨 소린데? 그리고 무슨 소문?"

친구: "아~ 너 모르고 있었구나. 대전 동아리 사람들한테 소문이 싸하게 났는데. 하긴 서울에 있는 네가

알턱이 없지. 헤어진 게 아니라면 신경 쓸 필요없어. 신경 꺼라."

필자: "야 임마. 애 간장 태우지 말고 속시원히 말해봐. 안그래도 요 근래에 XX가 내려오지 말라고 하길

래 나도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궁금하던 차였어. 무슨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그래? 말해봐."

친구: "내가 말 해도 될려나 모르겠다. 괜히 고자질하는 거 같아서 찝찝하다. 아무튼 넌 당사자니까 말해

줄께. 사실은 말야. B후배 알지? 우리 복학하고 1년 뒤에 휴학했다가 복한한 B말야. XX랑 같은 과 동기"

필자: "응. 알아. 걔네들 서로 친구잖아. 설마 걔네들끼리 사귄다는 소문이냐? 야야야.. 그런 소문이거든

신경 안 쓸란다. 워낙 걔네들 형제같은 사이잖냐. B 걔도 나랑 XX가 사귀는 사이란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잘 되길 바라는 얜데. 됐다."

친구: "너도 참 우유부단한건 예나 지금이나 똑 같구나. 그러지 말고 대전에 가서 걔하고 얘기 좀 해봐."

 

전 그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냈습니다. 설마 B가 XX과 사귀겠느냐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면서 말

이죠. 물론 바로 전화라도 해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괜한 의심을 하는 거 같아 그만 뒀습니다.

 

그로부터 1주일이 못 되어, 그 B후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서울에 광고 수주일로 XX랑 같이 올라왔다

며 술 한잔 얻어 마실려고 왔다면서 ..., 순간 반가움반 분노반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XX가 직접 연락하는 것이 아닌 B를 통해서 연락이 왔기에 ....,

퇴근 후 약속장소로 나가자마자 참 어이가 없더군요. 커피숍이 대개 테이블을 가운데로 해 놓고 소파를

마주보고 앉게 하잖습니까? 그 둘이 나란히 앉아 있고 난 둘의 맞은 편에 앉아 있자니 화가 더 치밀어 오

르더라구요. 일단 진정하고 웃으면서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필자: "아~ 오랫만이다. B 너는 잘 지내고 있었냐? 졸업하고 그간 서로 연락도 못했구나. 반갑다."

B: "네. 선배님. 잘 지내셨죠? 오늘 긴히 드릴 말도 있고 해서 XX랑 같이 오게 됐습니다."

B 옆에 앉아 있는  XX에게 시선을 돌려 봤습니다. 순간 그녀는 고개를 푹 떨구더군요. 그 순간 일전 친구

의 말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B랑 XX랑 사귄다더라. 더라 더라 더라....'

필자: "...."

B: 선배님.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릴께요. 저 XX랑 사귀게 됐습니다. 선배랑 떨어져 있던 사이에 XX가 굉장히 힘들어 했거든요. 사실은 저희들 선배님이 복학하기 전에 사귀던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서로 좀 안 좋은 일로 헤어지기로 해서 저는 일년 휴학을 했었죠 .... "

필자: "...."

XX: "오빠. 미안해. 오빠랑 떨어져 있다 보니 이렇게 됐어. 사실 오빠랑 사귀면서 행복했는데 ...,"

필자: " 그래서 지금 내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냐? 이럴 땐 뒤짚어 엎기라도 해야 하는 거니? 아니면 잘 됐다. 둘이 다시 만나 사귀게 되서 축하해. 이렇게 해 주길 바라는 거냐?"

B, XX :  "미안합니다. 선배"

 

난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카페에서 나왔습니다. 이 분노를 풀지 않으면 돌아 버릴 것 같았거든요.

다시 들어가 B의 멱살을 잡고 훔씬 두둘겨 패 주고 싶었지만, 사람 감정이란 게 어디 그렇게 해서 돌이킬

수 있는 거겠습니까?

 

그로부터 난 2개월 뒤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독일로 떠났습니다. 어학연수를 마칠 6개

월이 지날 무렵, XX에게서 한통의 편지가 날라왔더군요.

(오빠,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B가 그 동안 많이 변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아직 안 늦

었다면 나 오빠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중략.......... 연락 기다릴께요.)

한참을 읽고 또 읽고 했습니다.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 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라오더군요. 찢어 버렸죠. 중간에 그녀에게 수통의 편지가 날라올 때마다 뜯어보지도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렇게 3

년 3개월이 흘러 98년 석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했죠. 그리고는 조그마한 독일계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월드컵이 시작되기 몇 개월 전에 XX를 회사로비에서 마주치게 됐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 광

고수주를 맡게 됐다면서 말이죠. 서로 그간 안부를 묻는 상례적인 대화만 나누고 먼저 등을 돌려 사무실

로 올라갔습니다. 그녀의 행색을 떠 올리니까 기분이 참 드러워지더군요. 술이나 한잔 하자는 직장동료

의 말에 얼씨구나 하고 퇴근 길에 올랐습니다. 회사 로비를 나서려는 순간, 그녀가 슬그머니 제 앞을 가

로 막더라구요. 깜짝 놀랬습니다.

필자: "여기서 모하는 거니? 볼 일 끝냈으면 가 봐야지. 퇴근 안 하니?"

XX: "선배님이랑 할 말이 있어서 회사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어요. 시간 좀 내 주세요."

필자: "할말이라니? 무슨 할말? 됐다. 이미 오래 전 얘기야. 그리고 난 동료랑 선약이 있어. 다음 기회에

만나자."

인연인지 악연인지 모르겠지만, 걔 얼굴만 떠 오릴면 화가 나는 내가 참 우스웠습니다. 덕분에 동료와 질

펀하게 술이 찌둘렸죠.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입니다. 이미 몇년이나 흐른 상황에 만나 할 말이 있다니 무슨 할 말이었을까요.

그 날 로비에서 만난 후로 지금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자기 멋데로 헤어지고 자기 멋데로 만나자는 식의

존재는 정말 이기적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지금 필자는 독신주의입니다. 처음에는 상처로 인한 순간적인 감정이겠거니 했습니다만 어느새 지금은

아예 독신주의로 사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게임에 진절머리가 나 버렸던 탓도 있겠지

만 홀가분하게 혼자 살아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늘 앞섭니다. 제발 비단 여자 뿐만 아니라 남자

분들도 새겨 들어 주십시오. 사람의 감정을 자신의 마음데로 휘젖지 마시기 바랍니다.

 

서로 아끼고 보듬어 주는 연인들이 진정 행복이 무엇인지 앎이며, 만들어 갈 자격이 있을 것이니 때문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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