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학 시절 이야기...
지금도 파리에 도착을 하고 앙제라는 조그만 소도시의 어학 학교를 찾아 가던 그날이 생생이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유학을 오던 많은 학생들이 유학원을 통해 학교,숙소,체류증 문제를 다 해결을 하고 오는 반면 학교 등록부터 숙소 ,비행기 예약 .비자 발급등등의 많은 문제들을 나 스스로 다 해결을 하고 왔었다..
도대체 뭔 용기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유학 정보지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어학으로 좋은 학교를 찾아 내어 입학 허가증을 내고 홈스테이 신청을 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내가 며칠 날 도착 할것이라는 말도 하고..
드디어 출발 하는날...아주 용감하게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을 삼단 가방 질질 끌며 비행기를 타고 무작정 떠났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인것은 나와 함께 김치를 담그고 자취를 함께했던 그 친구는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만났는데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친하게도 안 지냈고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의 끈이란것으로 묶여 어찌 어찌하다 보니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같은 어학 학교로 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타.. 어학학교까지 도착하게 된 그 수많은 사연들은 생략하고..
어쨋든 그리 그리하여..나는 이층집이 단아하게 아름답고 담장이라고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하얀 집들이 늘어선 주택가에 기품있고 친절한 고티에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
지리도 모르고 말도 잘 할 줄 몰랐던 두 어린 여자애가 파리에서 부터 천신만고 끝에 각자의 하숙집을 찾아 나섰는데..미리 언제 도착하겠노라고 기별을 하지 않았던 친구네 하숙집엘 먼저 가보니 그 하숙집 부부가 바캉스를 떠나고 없었다..
이리하여 친구는 나한테 꼽사리 끼여 우리 하숙집엘 같이 가게 되었는데...
지금도 그 순간을 생생이 기억한다...
주소를 확인하고 산더미 같은 짐을 멀리서 끌고 와 지치고 불쌍한 어린 양 같은 우리 어린 여자애들이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열려져 있는 대문 (대문이라고 해 봐야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울타리) 을 넘어서..두근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벨을 눌렀다....
'딩~동~'
소리가 나자 기품있는 은발의 마음씨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왔다...
'봉쥬~ 쥬쉬 리,쥬싀 브뉘드 꼬레 뒤 쒸~" (안녕하세요,한국에서 온 '리' 라고 합니다)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듣자 아주 기쁜 손님이 온 듯
집안을 향해 소리치셨다..
"여보, 이리 좀 와 봐요, 리`가 왔어요"
내가 언제쯤 온다는 소식을 미리 학교로 부터 전해 들은 그들은 정말 반가운 손님이라도 온 듯 나를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던 할머니가
'어머나 세상에~ '하면서 마치 손녀가 찾아 오기라도 한 것처럼 뛰어 나와선
두뺨에다 뽀뽀하는 시늉의 프랑스 식 인사로 (일명 비쥬) 나를 맞이 하여 주었다...
이리하여 친구는 자기네 하숙집 주인이 바캉스에서 돌아 올때까지 내 방에서 함께 생활했고 나는 그 친구가 자기 하숙집에서의 생활을 힘들어 해서 함께 자취하게 될때까지 그 따뜻하고 예쁜 집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곳에서 만난 내 옆방의 대만 소녀 '삥' 도 참으로 친절했고 이름은 까먹었지만 방학을 이용해 있다가 간 일본의 착하고 순진한 여대생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운 좋게도 친절한 하숙집 주인에 친절한 룸메이트를 만나 즐겁게 하숙 생활을 했었고 또 할머니의 따스한 프랑스식 가정요리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데 앙제에서 어학 하던 그 시절..
한국에서 돈을 송금 받기 위해 은행 구좌를 터기 위해 우리 두 여학생이 은행을 찾아 갔었다..
그런데 그날 그때까지 경제 활동이라고 해 보지 않고 기껏 부모님이 주시던 용돈이나 타 쓰던 어린 두 여학생은 안 그래도 은행 쪽엔 감감한데 더군다나 프랑스의 은행 시스템이란 것이 우리랑은 완전히 달랐다..
지금은 우리 나라도 누구나 신용카드니 현금 카드 같은걸 쓰지만 내가 프랑스로 떠나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 나라엔 현금 카드 같은것도 없었고 현금지급기 같은것도 없었다..
은행이라고 하면 일단 생각 나는것이 '통장' 밖에 없었는데 이 나라는 어찌 된것이 은행 구좌를 텄는데도 통장을 안 주는것이었다. 대신 카드만 하나 달랑 주는것이 영 못 미덥고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통장'을 달라고 우겼다.. 통장이라는 말을 모르니깐 은행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입출금을 할수 있는 '빠삐에'(페이퍼) 를 달라고 했더니 그 카드 를 가지고 입출금을 할 수 있고 거래 내역은 한달에 한 번씩 집으로 보내 주겠다는것이었다...
우리는 뭔놈의 은행에 통장도 없냐고..별놈의 후진 국가도 다 있네 하면서 아주 기분이 나빠져 집으로 돌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