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서너 시간동안에 때 미는 기술(?)을 모두 배워야 했기 때문에 나는 초조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대수롭지 않게 느긋했다.
"뭐 별 기술이 필요 없어요. 모레부터는 목욕탕 임시휴업이니까. 천천히 배우면 되고, 여름엔 나라시 손님도 없으니, 걱정할 것 없어요."
나는 정말이지 그 말을 믿었다. 이틀동안 손님이 별로 없었던 것하며, 한 여름에 다들 집에서 샤워하지 목욕탕에 때 밀러 올까 하는 생각에서.....
우선 그는 수건 잡는 방법부터 내게 가리켜 주었다. 먼저 남자들이 혼자 목욕 갈 때 등을 밀기위해 사용하는 목도리처럼 긴 이태리타울을 일반 몸을 닦는 수건의 길이 만큼 자른 뒤 바닥에 가지련히 펴고 수건을 길게 반을 접어 그 위에 나란히 포 괸다. 너비가 어쭛 맞았다.
그리곤 한쪽 끝 가까운 곳에서 손바닥을 펴 하늘을 보게해서 가지련히 놓더니 겹쳐진 수건의 한쪽 끝을 엄지와 검지 사이로 하여 손바닥 반정도 닿도록 하고 엄지를 편 상태에서로 수건을 꽉 잡고는 손목부위까지 접히는 곳 없이 반듯하게 손등과 손바닥을 돌아 다시 나머지 끝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 넣었다. 이때 겹쳐진 타울들이 주름이 지거나 느슨해서는 안 된다. 타이트하게 수건이 만들어져야 했다.
흡사 글러브 같은 형상이라고 할까. 그러곤 두 번 박수를 치라고 했다. 타이트해진 타울은 손을 두 번 부딪치자 팡! 팡!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막상 내가 같은 방식으로 수건을 감으려니 주름이 잡히고 모양도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좀 달랐다. 그러고 손을 마주치자 퍽!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이 영 이상했다. 그러나 그는 저녁에 몇 번 연습하면 된다고 했고, 사실 때 미는 기술(?)을 배워야 했기 때문에 수건 감는 것은 저녁에 다시 연습하리라. 생각하고 실습에 들어갔다. 먼저 나보고 침상에 누우라고 했다. 그는 아주 익숙한 솜씨로 내 몸을 밀기 시작했다. 물론 설명을 덧붙이면서....
"일단 몸을 여섯 등분으로 나눈다고 생각해요. 반드시 누웠을 때 몸을 반으로 나누어 왼쪽팔 , 왼쪽 가슴과 배 그리고 왼쪽 다리, 그 다음 반대쪽 팔, 가슴, 배, 다리 순으로 하고 나면 손님의 허벅지 부분에 살짝 톡톡치면 옆으로 돌아 누울겁니다. 그러면 팔의 안쪽 면, 겨더랑이를 따라 몸 측면과 다리 측면을 밀면 되죠. 그러고 아까처럼 허벅지를 톡톡치면 뒤로 돌아 누울 겁니다. 앞면과 같은 방식으로 밀고 맨 마지막 반대쪽 측면을 미시면 되지요. 아, 그리고 측면을 미실 때 위로 올라온 다리의 측면을 밀고 아래쪽 다리을 살며시 앞으로 당겨 안쪽 면을 같이 밀어 줘야 합니다. "
그는 10년를 넘게 이 일을 해왔다고 했다. 나는 생전처음 이런 침상에 발가벗고 누워 있으려니 꼭 중학교 생물시간에 보았던 개구리가 자꾸 연상되는 것이 무척 쑥스럽기까지 했지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외우듯 새겨듣고, 그가 내게 시범을 보이는 순서를 머리 속에 넣으려 애써 집중했다.
일단 순서에 따라 밀어야할 첫 번째 부분을 전체 적으로 두어번 큰 동작으로 넓게 한 번 밀었다. 그 동작은 밀어야할 부분의 물기를 우선 제거하는 위한 것이기도 하고 손님에게 그 쪽 부위를 먼저 밀 것이라는 하나의 의사 표시며, 슬쩍 큰 때(?)를 일으켜 놓음으로서 나중에 효과적으로 때가 밀리도록 하는 방법(?)인 듯 했다. 그러곤 그는 발을 침상에 올리곤 내 팔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칼을 쳤다. (그는 그 동작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이태리 타올과 수건을 감은 손바닥의 날 부분으로 45도정도 세워 짧게 밀면서 혹은 길게 밀면서 아주 빠르게 엄지손가락부터 어깨까지 밀었다. 이틀 동안 같이 근무하면서, 샤워도 하고 혼자 때도 밀었건만, 하필 이런 실습시간에 그 놈의 때는 왜 그리도 나오는지, 아무리 실습이지만 참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는 한 과정(6등분중 한 부분)이 끝이 날 즈음하여 손을 두 번 마주쳤는데, 팡! 팡! 아주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올에 묻어 있던 때들을 순식간에 털어 버렸다. 그는 또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유용한 듯 이야기했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대부분 손님들을 눈을 감거나 잠시 수면도 취한다. 물론 때 미는 내내 눈을 뜨고 지켜보시는 분도 있다. 민망하게) 손님들로 하여금 때가 밀려나오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와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까지는 나는 모르겠다. 다만 팡! 팡! 소리가 나니까, 시원한 느낌은 들었다.
그렇게 모두 순서대로 때를 밀고 반듯하게 돌아누우면 가슴과 배 부위를 전체적으로 굴곡을 따라 두어 번 휘감으면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비누 거품을 내어 온몸에 문질러 주는 것으로 끝을 내었다. 나는 마사지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그는 큰 목욕탕에서나 해주지 자신은 해주지 않는다며, 그보다 시간에 대해서 여러 번 강조를 했다. 내게 설명을 해주면서 그가 때를 민 시간은 불과 25분 정도로 평소에는 15분에서 20분 사이가 적당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중의 이야기지만 목욕탕에 있던 내내 그 시간 안에 해 본적은 거의 없다. 명절전날 때밀이 손님이 많을 때에 25분 정도로 앞당긴 적은 있지만.......
다음은 내가 배운 데로 누워있는 그를 상대로 삼아 실습을 할 차례였는데, 이건 수건 감는 거 조차 영 엉성한 것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일단 그는 그것은 차차 연습하고 때 미는 순서대로 흉내만 일단 내보라고 한다. 사실 흉내만 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대신 내손에 감아준 타올도 처음 크게 몇 번 밀지도 않았는데 손에서 풀려버리고, 어떨땐 가장자리가 너덜해저 버리기 일수였다. 보다 못한 그가 흉내만 내면서 순서를 여러 번 반복하란다. 연습은 모레부터 휴가에 들어가면 충분히 할 시간이 있다면서.....결국 나는 순서만 익혀야 했다.
그러곤 그는 모든 것을 다 가리켜준 양 나와 약속한 시간보다도 2시간이나 일찍 근무를 마치고 자신의 몇가지 연장(?)들을 챙겨 무엇에 쫓기는 듯 가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여탕아줌마로부터 그는 10여년의 때밀이 생활로 모은 돈으로 시골의 작은 목욕탕을 전세로 얻어 갔다고 들은 걸로 기억된다.
일단 그날 남은 시간까지 수건 감는 연습만 계속했고, 몇 시간의 반복훈련 끝에 조금은 비슷하게 나마 모양이 나오는 듯도 했다. 그리고 목욕탕 영업이 끝난 뒤 옥탑방에 인터폰를 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내려오게 했다. 먼저 애들을 온탕 속의 물을 3분의2쯤 빼고 그 속에서 놀게 한 다음 아내를 침상에 눕게 했다.
사실 부부지만 그런 일은 익숙한 일이 아니라 서로 쑥스럽기는 마찮가지 였으나,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해야 했으므로, 아내의 쑥스러움을 뒤로하고 배운 순서대로 팔부터 밀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아까보단 제법 되는 듯도 했다. 때도 제법 밀리는 것이....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가슴이...가슴이 아까 배운 것과는 영 분위기가 .....
결국 아내는 등 쪽만 밀어야만 했고, 두 아들을 상대로 큰 아이부터 다시 순서대로 복습하며 밀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식구들이 여태 때를 많이 달고 살았는 건지 내가 잘 밀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하나 같이 일단은 때는 잘 밀렸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러한 만족감도 그날 단꿈과 함께 날려버려야 했다. 설마 목욕탕 여름휴가 하루전날 나의 첫 손님이 오리라고는 우리 가족 누구도 예상 못 했으리라, 견습 삼일동안 한번도 때밀이 손님이 없었던터라, 연습할 시간도 충분하고, 여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