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자주 찾아오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그분은 상계동에 사시는데 따님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줄곧 진학 문제 등을 내게 의논해오곤 했었다. 그런데 한번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딸이 연애하는 상대가 생겼다고 나를 찾아오셨다.
그들의 생년월일을 맞춰보니 궁합은 그런대로 잘 맞는 편이었다.
남자는 소띠고 여자는 뱀띠여서 겉 궁합도 삼합이고 속 궁합 역시 일진이 삼합이고 시도 육합으로 만나서 잘 살 수 있는 궁합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당사자들은 삼년 동안이나 열렬히 연애를 해온 사이였다.
그 후에 아주머니의 따님이 찾아와 궁합을 잘 봐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남자에 대해서 자랑을 늘어놓는것이었다.
나는 그 아가씨가 자랑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걸리는 데가 있어서 남자를 한 번 데리고 오라고 일렀다.
그러나 그들은 좀처럼 짬을 내지 못했다. 그냥 치나치려니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그녀의 어머니가 오셨기에 "아무래도 궁합 본것을 다시 수정해야 할것 같습니다" 하고 말했다.
느닷없이 내뱉는 나의 말에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면 그 이유를 물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파탄에 이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이제는 어쩔수 없다고 했다. 나는 결사적으로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닐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이왕 결혼을 하기로 한 마당에 미리부터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들이 결혼하지 칠개월이 되어갈 무렵에 그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어머니가 전해왔다.
하지 말라고 말릴때 말을 들을 것을 하면서 후회를 한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그 남자는 잘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둬버리고 툭하면 여자를 때린다는 것이었다.
명랑하던 딸도 점점 말이 없어지고 우울증까지 걸려버린 것은 그들이 결혼을 한지 이년이 지나서였다.
내가 그때 그들의 결혼을 말린 것은 삼년 동안 연애하면서 지낸 이야기를 아가씨로부터 듣고 나서였다.
삼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두 사람은 매일 만났다고 했다.
남자의 집은 화곡동이니 정반대의 위치였다.
여자는 을지로에 있는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남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여자의 직장 앞에서 기다렸고 아무리 밤이 늦어도 상계동까지 데려다 주고서야 화곡동으로 돌아가곤 했다곤 한다.
말이 그렇지 삼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한다는 것은 보통의 정신력 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벌금을 내야 한다는 법조문이 있어도 그렇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어지간히 사랑하지 않으면 그런 흉내도 내기 힘든 일이 아니겠는가.
그 남자는 직장을 다니고는 있었지만 머리속의 안테나는 온통 애인의 전파를 받아들이는데에만 치우쳐 있었다. 그러니 이 세상 어느 여자가 감동하지 않을 것이면 믿고 모든 것을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안 들겠는가. 이런 정도의 사랑인데 필자가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했으니 감히 그들의 마음 속에 울림이나 줬겠는가.
우리 어머니들은 흔히 이런 속담을 잘 말씀하신다..
"한 일을 보면 열 일을 안다" 고. 또한 만법귀일 이라는 말도 있다.
"그 사람이 그렇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분석해 보면 그 사람의 행동에는 반드시 법칙이 있기 마련이고 바로 이런 것들이 인과의 법칙인 것이다.
내가 그들의 궁합을 보고서 결혼을 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남자가 여자만을 위해서 전심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여성들로서는 환영할 일인지는 몰라도 굵은 일을 할 사람이나 세상에 야망이 많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수 없는 노릇임에는 틀림이 없다.
큰 야심을 가진 남자가 어떻게 매일 여자의 그늘에서만 전인생을 다 바칠 것처럼 행동할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은 반드시 결혼을 하고 나면 변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변한다는 것은 그 남자의 마음이 나빠져서 변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여자만 쳐다보면서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결혼해서는 다른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허구헌날 아내의 치마자락만 붙잡고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거기다가 결혼해서 이젠 내 사람이겠거니 하고 조금만 방심하고 다른 일에 신경을 빼앗길라치면 아내로서는 과거 연애시절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변했느니, 사랑이 식었느니, 그런 사람 인줄 몰랐느니 하면 따질 게 뻔한일 아니겠는가.
정도가 심해지면 이중인격자로 몰아붙이기도 하고 또 거기다가 처녀때 친정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날 것이다.
"이 세상 남자는 다 도둑놈이다. 네 애비만 빼고"
"남자는 늑대야 늑대. 그러니 너는 항상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
이런 말들을 상기하다 보면 남자 기피증에서 혐오증으로 발전되고 또 남편은 남편대로 결혼 전에 생각했던 ㄴ여자가 아니여서 마음 속으로 실망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실 중매결혼이라면 서로의 결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살아가면서 양파 껍질 벗기듯 서서히 한꺼풀씩 벗겨보는 맛도 있으련만 이들은 달콤했던 연애시절만 상상하게 되니 현실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연애시절에는 여자를 데리고 식당으로 가서
"더 드시지 그러세요. 그렇게 조금 드시고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십니까?" 하던 남자가
약혼식을 치르고나서는 "더 먹지 그래?" 이렇게 발전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이구 돼지같이 먹어대긴!"
이런 식으로 변해간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아무튼 가을 날씨에 추위가 몰려 오듯 순간적으로 변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