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출근길 버스가 너무너무 안오는 것이었습니다.
까딱하다가는 늦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리더군요..
물론 5분정도야 늦어도 애교도 봐주곤 하지만 그래도 윗사람들 다 앉아있는데...
그 와중에 뒤늦게 와서 왔다고 인사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기에..
두근두근거리는 가슴 억누르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회사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보입니다.
버스정류장 인근에 서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타는 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버스 문이 열리자 그 작은 버스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앞뒷문 할것 없이 올라탑니다..
그리고 저도 겨우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기사님이 "뒷문으로 타신분 계단위로 올라서세요! 올라서지 않으시면 버스 못갑니다!" 외치셨습니다.
그런데 그 외침이 어딘가모르게 귀에 익은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데다 앞문에 밀착한 상태여서 운전기사 얼굴한번 확인 못했죠...
버스가 움직이고 사람은 너무 많아 버스는 금새 후덥지근....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했습니다.... ㅠㅠ
몇개의 정류장을 지나면서 저는 차츰 앞문쪽에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뒷문으로 타신분 올라타라는 기사님의 외침에 다시한번 기사님을 보는 순간..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직장 선배...
그 직장선배랑 기사님이 너무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사님.. 죄송하지만 혹시 성함이 최○○씨 아니십니까?"
기사님 멈칫하더니 제 얼굴을 한번 보시고는 너무 반가워하십니다... ^^
"박○○씨! 이게 얼마만이야!!!"
버스가 문을 닫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을 하시며 기사님이... 아니 최대리님과 도착하는동안 계속 대화를 했습니다.
사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신입시절 생각하면 정말이지 낯뜨거워 상상조차 못합니다.
왜그리도 어리버리했는지.... ^^;;
심지어는 FAX를 보내본적도 없고 기계를 본적조차 없어서..
복사기에다 종이 꼽아놓고 복사기 숫자버튼 누르다가 이게 아닌가 싶어서 헤메이고...
완전 최악의 어리버리 신입사원이었습니다.
당시 최대리님은 저의 우산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제가 어리버리해서 윗사람들에게 혼날것 같으면은 제가 교육시키겠다고 이야기 하시고는...
저에게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던 분이 바로 최대리님이셨습니다...
사실 최대리님은 좀 좋지 않게 퇴사하시게 되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밀던 프로젝트 하나가 엉망이 되면서...
그 프로젝트에서 핵심업무를 맡았던 최대리님과 또 한분의 과장님이..
조금은 어이 없게 퇴사를 하게 되신 것이죠...
최대리님은 제 어리버리했던 사연들.. 아직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부끄러운 사연들 이야기 하시면서 지금은 안그러냐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부끄럽긴 하지만 그것도 재미있는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음이 신기하더군요.
최대리님은 그렇게 퇴사하시고 새로운 직장 준비하시다가 환멸을 느끼셨답니다..
그리고 마침 동네 마을버스 운전기사 모집한다는 공고보시고 운전병 경력을 살려 기사가 되셨답니다.
"박○○씨 이제 대리? 과장?"
"아.. 저 아직 대리에요.."
직장생활 6년차를 맞는 대리....
최대리님이 퇴사하실 때 그때가 꼭 직장생활 6년차였다고 그러셨습니다.
그러면서 몸조심하라고 하시더군요.... ^^
비록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제가 정말 좋아하고.. 아니 좋아하다못해 존경했던..
최대리님을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요즘엔 버스기사도 명함 있어~ 별로 쓸일은 없지만..."
사람이 많으니 앞문으로 내리라며 앞문을 열어주신 최대리님..
저에게 쑥스러운듯 명함을 내미십니다...
XX운수 최OO
이제 ##주식회사 최OO대리 라는 멋들어진 명함은 버리셨지만...
그래도 생기있게 사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보기 좋았습니다.. ^^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하자며 최대리님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불과 15분전 이야기이네요....
반가운 맘 간직하고자 이렇게 글을 써봤습니다... ^^
사실 톡 맨날 보기만 하다가 이렇게 써본건 처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