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만 8년이 다 되어가네요.
우리 부부는 누구보다 사이가 좋았고, 대화도 많아요. 남편도 밖에서 있던 일에 대해 시시콜콜
얘기하는 편이고, 저도 친구들과의 일을 거의 얘기하는 편이구요 (일은 안해요)
둘이 여행다니고 즐기느라 미루었던 아기도 7년만에 낳았고, 아기가 없었으니 돈들일도 별로
없고 둘다 알뜰한 편이어서 집도 장만했고, 정말 부러운게 없었죠.
단 하나 늘 제가 불만이었던건 남편과의 잠자리였어요.
남편은 퇴근도 거의 정확하고, 약속도 거의 없는 편이고, 운동도 많이해서 체격도, 체력도 좋은데
관계가 너무 뜸했어요. 눈만 마주쳐도 한다는 신혼때도 일주일에 한두번이었고, 몇년 지나다
보니 3달정도 안한적도 있었어요.
장난처럼도 얘기해보고, 진지하게도 얘기해봤지만, 생각이 안드는데 억지로 할 수는 없지않냐면서
그럼 자기가 부담될거 같다는 남편앞에 할 말이 없더군요.
매일 아침 같이 운동하고, 주말이면 늘 함께 시간 보내고, 돈도 잘 버는 신랑..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거라는 신랑말에 "그래.. 다 가질 수는 없겠지" 하고 살다가도
가끔 한번씩 가슴이 터질거 같은 날에는 바람이라도 피워볼까 하는 생각도 했죠.
그러다 결혼전 알았던 (애인도 아니고, 단순한 선후배도 아닌..) 대학 선배와 몇번의 만남이
있었어요. 몇년만의 느껴보는 설레임..
이성을 만난다는건 정말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비록 두세달에 한번 전화통화해서 만나 밥먹고,
영화보는 거였지만 이래서 사람들이 바람을 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번쯤 만나니 자연스레 스킨쉽이 있었고, 모텔까지 갔지만 자기도 가정이 있어서인지, 관계는 안했어요.
그 뒤 둘다 어색해져서인지, 두려워서인지 자연스레 연락은 끊겼구요.
워낙 전화를 서로 안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죠.
그리고 전 작년가을에 둘째를 가졌습니다.
5월말쯤에 출산 예정이구요.
5월 3일에 신랑이 술을 먹고 많이 늦었어요. 일이 10시넘어 끝나다 보니 가끔 (한두달에 한번꼴)
한잔 하고 집에오면 늦기 마련이지만 그날은 4시 반에 왔더군요.
들어와서 제 옆에서 자고있는 아들을 들여다보는 인기척에 잠이깨서 알았죠.
애만 보이냐며 눈을 흘겼더니 뽀뽀도 해주고는 자더군요.
그런데 6일날 한밤중에 신랑 전화로 문자가 하나 왔어요. 온갖 이모티콘으로 장식한 "모하셔"
제가 아는한 신랑한테 그런문자 보낼 사람이 없는데 잘못왔겠지 하고 봤더니 저장된 번호더라구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통화기록을 봤더니 남편이 늦었던 5월 3일 12시쯤에 발신한 기록이 있더군요.
순간적으로 그날밤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려고 샌드누른 거란걸 알겠더라구요.
내가 문자본걸 알까봐 문자는 그냥 지워버렸어요.
다음날 아침에 같이 산책하면서 은근히 물었어요. "그날 어디서 술먹은거야? 술먹고 노래방갔어?"
남편이 술을 먹으면(두세달에 한번쯤?)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를 부른다는건 자기입으로 말해서
알고있거든요. 남자 서넛이 가서 자기들끼리 놀면 재미없으니까 한두명은 불러서 노는거 같더라구요.
저도 그 정도는 이해하는 편이구요.
그랬더니 누구누구 만났고, 노래방가서 놀았다 하고 얘기하길래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이삼일 후에 또 그 번호에서 문자가 오는거예요. 전 그 번호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이번엔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나오더군요. 또 이모티콘 가득하고, "모해? "
그래서 신랑한테 전화기 갖다주며 웃으면서 "애인한테 문자왔다" 그랬죠.
신랑 "잘못 온거지. 나한테 지금 문자보낼 사람이 어딨냐? " 전혀 관심없는듯..
나 "그거야 본인이 더 잘 알겠지"
그리고는 내가 답장을 보내면 뭐라고 답이 오려나 문자를 찍는데 왜이리 가슴이 떨리는지..
그래서 관두려다가 15분쯤 지났나 "자기 생각하지" 하고 문자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늦은 답장하면서 보고싶다 하기는.. "하고 답이 오더군요.
신랑한테 웃으면서 (속으론 물론 아니었죠) "진짜 애인인가 본데? 문자가 한번 잘못오지 두번 잘못오나?"
그러구선 신랑 심장에 손을 댔죠 (놀래서 가슴뛰나..) 그랬더니 "야 만날 시간이나 좀 줘라"
하긴 워낙에 모든걸 같이하는 편이라 신랑 개인시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다음날 아침에 같이 운동하면서 문자 얘기를 다시 꺼내려니 신랑이 웃으면서 "짐작가는 사람이 있다"
그러더군요. 그날 선배들과 노래방에서 농담하듯이 다음에 야외에 같이 놀러나가자 했더니
도우미 여자가 번호를 따간다며 샌드를 눌렀다구요.
내가 그여자도 참 웃기다면서 남자들이 술김에 농담으로 놀러가자는 말을 믿냐고, 오빠가 되게 맘에
들었나보다고 그랬죠. 신랑도 그런 여자들 단골 잡을려고 괜히 문자한번 보내보는 거라고
막상 남자가 전화하고 그래도 만나지도 않는다고 이러쿵 저러쿵 솔직히 얘기하는거 같은데
근데 여자의 직감인지, 저의 의심인지 이번엔 웬지 느낌이 달랐어요.
17일날 마침 테크노 마트에 갈 일이 있어서 핸드폰 발신내역을 조회해봤어요. 남편 휴대전화가
제 명의로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받아드는 순간..
5월 4일, 5일, 6일 하루 두세통씩 남편이 전화를 했더군요.. 길게는 11분 짧게는 2-3분.
문자라고는 보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문자도 몇통 보냈구요. 답장이었겠죠.
그리고 몇일 쉬다 제가 문자답장했던 그 다음날 남편이 또 전화한 기록이 있구요.
(자기가 보낸거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하려던 걸까요?)
거기서 끝났으면 그냥 호기심에 몇번 통화했나보다 했을거예요.
(16일에 밤에 선배를 만나(같은동네에 저도 아는)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왔어요.
제가 세시쯤 잤는데 여섯시 넘어서 일어나보니 거실에서 자고 있더라구요. )
그런데 17일 아침 6시에 신랑이 전화한 기록이 있는거예요.
순간 같이 밤을 보내고 와서 잘 들어갔냐며 통화한거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너무 떨리고 기가 막혔어요.
4월에 신랑이 해외나갈 때 웃으면서 "외국에서의 일탈 한번 눈감아 줄께~ 대신 병 안걸리게
모자는 꼭 써~" 하고 쿨하게 말했던 저인데, 막상 이런일이 닥치니 진정이 안되더라구요.
이걸 신랑한테 지금 말할까, 아님 한두달 더 두고볼까..
혼자 별생각이 다 들고, 웬지 요즘들어 팔베게도 안해주고, 출퇴근할 때 안아주고 뽀뽀도
안해줬던거 같고 (저희는 아직도 그러거든요.. 관계는 안해도 항상 안고 뽀뽀 쪽! 하고..)
어제는 신랑이 평소처럼 가끔 하는 차가운 말에 눈물이 막 나서 몰래 울기도 하구요.
근데 너무 웃긴건, 신랑이 말을 걸면 그냥 마음이 풀린다는 거에요.
워낙 꿍하고 뭘 담아두는 성격이 못되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안그럴텐데,
오늘도 신랑이 일때문에 좀 늦을거였는데 중간에 들어와서 옷갈아 입으면서 잠깐 저녁 같이먹으
려고 들어왔다니까 그냥 좋아서는 헤헤하는 제가 너무 바보같은 거예요.
사랑에 있어서는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이 생각 나더군요.
햇수로 9년.. 그냥 사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아직도 우리 신랑이 그렇게 좋은가봐요.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통화내역 조회는 또 해볼거 같구, 계속 통화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도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서 남편에게는 이런 제 욕심이 많은걸까요?
ps.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부부가 똑같네 뭐 이런 리플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