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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있는 남편?

힘든 마누라 |2003.05.19 22:10
조회 1,582 |추천 0

결혼한 지 8년이 되어갑니다.

여태껏 살아 온 시간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리고 이 생활이 반복된다면 정말 이렇게는 안 살렵니다.

첫 아이 출산을 계기로 7년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살림만 하며 아이 셋을 키웁니다.

남편은  아이만 잘 키워라기에 직장은 깨끗이 포기했는데 ...

결혼 후 여태껏 월급이라고 받아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직장을 다닌 적이 별로 없었긴 하지만요.

그러나 남편은 자타가 인정하는 유능한 컴. 프로그래머입니다.

그렇지만 그 능력과 경제적인 상태는 결코 비례하지는 안나봅니다.

 프리랜서로 대기업의 일을 하는데 주로 중간 회사를 거쳐 계약맺고  돈을 받습니다.

그 대기업이라는 곳은 어찌 된 노릇인지  계약을 한다면 몇 달을 넘기고

돈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맨날 빌려서 쓰고 또 나오면 갚고 또 빈털털이가 되고..

정말 지겹습니다.

 

보험도 해약하고 유치원 교육비도 감면받고

아이들 옷은 대부분 얻어 입히고..

혼자 온갖 노력을 기울려도 표시가 안 납니다.

남편은 돈 받는 날을 기약 못하니 빌려준다고 기다려라고 합니다.

그러나 은행에 , 카드회사에서 기다려 줍니까?

공과금  내는 걸 미룬다고 봐 줍니까?

먹는 것,입는 것은 줄여도 돈 달라는 곳은 전부 저 혼자 버티어야 되잖아요.

남편 앞으로 독촉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친정에서 양식을 비롯한  밑반찬은 다 가지고 오는데도

왜 사는 게 이 모양인지..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이웃도 잘 모르고 제 형제자매들도 시동생도  이 현실을 잘 모릅니다.

제가 못 배운것도 아니고 남편이 능력이 없어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맨날 날 밤새며 일하는데.

일만 많이 하면 돈도 따라오겠지.하고 여태껏 기다렸는데.

이제 지쳤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동네 아이들까지 종이접기 지도도 해 주고

공부도 직접 봐 주고 유치원, 학교의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노력하는데

이 현실을 드러낼 수 도 없고 혼자 속앓이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계약이 성사되면 그럭 저럭 괜찮을거라고 하지만

이제는 그 말조차 믿기지 않습니다.

IMF 전에는 직접 사무실을 운영하던 터라 그 빚도 남아있고,

아파트 담보로 대출 받은것도 있어 어깨는 무겁고..

그나마 수시로 빌려주시던 친정아버지께는 막내 동생 결혼으로 

전혀 손을   내밀 수도 없는데..

 

정말 사채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돈이 뭔지..

내년에 막내가 유치원에 가면 직장을 다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염치좋게 친구에게도 조금씩 빌리고 동생한테도 빌렸는데

언제 그 놈의 돈이 나올지..

 

지난 토요일은 시어머니 제사였습니다.

물론 빌린 돈으로 차렸습니다.

제 친정 엄마는 없으면 없는대로 정성껏 차려야 시어머니가  

어려운 줄 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명절때마다 부모님 제사때마다 징크스처럼 돈이 말라도

어떻게든 젯상 가득 차립니다.

일년에 한번 올리는 제사를 약소하게 차릴순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 제사때는 어머님께 편지를 써서 같이 올렸습니다.

제발, 자식들 좀 잘 보살펴 주시고 형편 좀 풀리게 해 달라고요.

사실, 제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자꾸 꼬여서 그렇지 능력대로 순탄하게 잘 풀리면 남부럽지않게 살 수 있거든요.

초년의 고생은 꿔서라도 한다는 옛말을  되새기며

오늘도  한번 또 속으며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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