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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태팅소설/꿈같은 그놈...1 (강추)

김정순 |2003.05.22 01:10
조회 1,074 |추천 0

채팅 창안의 엽기적 사랑반란
제목: 꿈같은 그놈....

타타탁, 탁,탁,탁,,,,
채팅 창안에서는 누구나 다 킹카 이며 퀸카 이다-.-;;
녀석도 예외는 아니다. 당근, 최상의 꽃 미남에 쭈악 빠진 몸매^^*(대부분이 다 뻥이지만..) 쌔끈하게 잘 나가는 자칭 왕족이며 자상하고 푸근한 짱 근사한 남자이다.ㅜ,ㅜ;;
채팅창안의 그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할 사람은 분명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님아, 우리 함 만나지 않을래여^^*"
"앙~ 만나묜 모하게염???"
"무지 이뽀 해쥴라구염, 님아는 겅쥬 잖아염^^"
"님은 뭐하시는 어빤데염 *.*?"
"두말이 필요없는 킹카지염(순 백수들이 더 유난을 떤다) 빨 나 잡아봐염^^*"
"앙~저두 능력있는 여자예여.^^;;(여자의 능력은 순전히 미모로만 통하는 경향이 짙다)
"금, 우리는 천생연분 이네염. 쭉 빠지고 쎅쎅빵빵 한가봐염 @.@''(이쯤 되면 손은 바빠지고 숨은 가빠진다.)
"당근, 내 몸매와 미모는 님을 위한 거지여. 건축을 전공한 귀여운 직딩 이구염^^;;"
"흐거덕~ 니...님아..정말루 님의 미모와 쭉빵 몸매가(이럴땐 오타도 많이 나온다)
나..나를 위한 거라구여?^^;;"(마음은 급하고 손은 안따라 준다 ㅠㅠ)
"그럼요. 님은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유일한 남잔데여. 당근, 님을 위해
내 모든 것이 존재하져^^*"
이쯤 돼서 감동 안 할 남자 없다. 특히 채팅 초보라면 숨까지 가빠오지
않을 수 없다. 상대에 대한 무지개 빛 상상이 화려뻐끈 하게 피어오른다.
"님아, 나 감동 먹었어염...빨 만나여. 빨 만나서 우리 사랑을 확인해여.^^;;"
"어빠 진실한남자 맞져? 나 책임질수 있져? 그쳐??"


그렇게 녀석은 채팅입문 후 처음으로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처음 얼마간은 채팅 상대자와 말도 제대로 걸지 못하고 채팅방의 여러
사람들의 프로필만 구경하다가 방을 빠져 나오곤 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싸이트안의 여러 사람들의 프로필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여러 상대들 틈에 끼여 있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던 것이 차츰 뻔뻔스러워 지면서 슬슬 쪽지도 날려 보기도하고
농담도 주고받게 되었고 이윽고는 일대일 대화로도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녀석은 채팅 창 내에서 제법 잘 나가는 킹카 군으로 분류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은 타고난 썰꾼 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녀석의 말에는 미묘한 아편 같은 힘이 있었다.

상대방의 심리상태에 따라 적절히 구사하는 녀석만의 특유한 아부조의
어법이 어느새 싸이트내의 화제가 되고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녀석은 밤사이 무수한 감동의 글들을 직접 지어내거나 인터넷을 뒤져
짜깁기한 글들을 문서함에 저장해뒀다가 적절히 상대에 따라 꺼내서
쓰곤 했다. 타자속도가 느려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딱 맞는
말들이 대화도중에 안 떠오를 경우를 대비한 녀석다운 발상이기도 했다.

"안녕, 님아! 오늘도 님을 위한 하루가 열렸네여^^"
"날씨가 춥네여, 제 코트 안이 넓고 따신데 들어오시지 않을래여^^*"
"지금 힘드신 가요? 금, 제가 님 곁을 지켜 드릴께효^^"
"님아, 님의 마음의창을 열어 주세여. 제가 들어갈 수 있게여^^*"
"행복이 님을 위해 존재하게 해달라고 제가 늘 기도하고 있어염^^*"

등등등, 속보이고 느끼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누구나 들어서
기분 나쁘지 않을 뻐꾸기들을 준비하고 대화 창에 상대가 걸려들면
낚시꾼이 미끼를 던지듯 하나하나 복사해서 붙여 넣곤 했다.

그리고 그 미끼를 오늘 상계동의 인어아가씨가 덜컥 물어 준 것이다.
아이디를 인어아가씨로 쓸 만큼 쭉 빠진 멋진 영계 일거라고 생각하니
녀석의 기분은 구름 위를 나는 것처럼 업 되어 있었다.

상계동을 향해 동부간선도로를 접어들면서 마치 비행기 운전을 하는 듯 한
착각 속에 빠질 정도로 몸과 마음이 붕붕 떠 있었다.
처음 걸려든 인어를 만나 어떻게 요리해야 할 것인지 복잡하게 머리를 회전
하느라 카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주머니의 머니 계산에도 바빠 차창 밖의 풍경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든 녀석의 승용차는 상계동쪽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딱 맞추어서
핸드폰도 울려 주었다.

"어빠야, 지금 어디까지 온거양?"(혀 짧은 소리^^;;)
"어, 이제막 상계동에 들어섰어."(성우 뺨치는 녀석의 재산목록1호 목소리)
"옴마야, 그면 빨리 준비해야 되겠넹.."(귀엽게 보이려는 코맹맹이 소리--;;)
"뭐야, 여태 준비도 안 했단 말야?"

"어, 안 올지도 모르니까...금, 헛수고하는 거잖아.^^*;;"
"안 그래, 난 얼마나 약속 잘 지키는데, 어디서 만나지?"(무슨 소리야, 그동안
미끼를 얼마나 열심히 던졌는데...-.-;; 컹!)
"어빠야...정말 나 사랑해? 내 모든 걸 다 주고 나면 나 안 버릴 거지?"(요즘여자
맞나 몰라^^*)"

"약속했잖아. 널 위해 살 거라고..난 약속 지켜. 걱정 마!(폭탄이면...미쳤냐.><;;)
"앙~ 현대 아파트 3단지 놀이터 앞으로 차 대구 기다려. 금방 나갈껭.^^;;"
"참, 어케 생긴 거야? 우린 첨 보는 거잖아. 난 키173에..(프로필엔 178임--;;)
동안이고 지적으로 생긴 편이야.^^*"

"보면 어빠 마음에 들거야, 날 버리지 않겠다는 어빠를 믿고 예쁘게 하고
나갈게^^;;"
"그래, 놀이터 앞에서 기다릴게. 보고싶어 미치겠다. 빨리 나와!"(프로필에
용모섹시, 몸매 쭉쭉빵빵 이었으니까 뭐...^^;;)

녀석은 상상이 불러오는 흥분을 억제하느라 담배를 한 모금 피어 올렸다.
후우~(이럴 때 담배 맛은 왜 이렇게도 쓴지...ㅠ..)
사실 녀석은 동거녀가 있는, 한마디로 임자 있는 몸이었다.

그런데 그 때려죽일 놈의 경제불황이 불어닥치면서 생존경쟁에서 밀려나
소위 말하는 하얀 손(백수) 가 되다보니 임자가 있으나마나 밤마다 독수리
오 형제만 고달프게 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녀석에겐 유난스런 자존심이 있었다.
여자가 돈 버는 것을 원하지도 않을뿐더러 여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살기 위해 입에 풀칠한다는 것은 죽어도 자기 사전에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녀석은 돈벌어오는 동거녀에게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녀와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녀석은 그녀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었고
그런 그를 그녀는 진정으로 위대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녀석은 그러므로 왕처럼 사랑을 할 수가 있었다.

언제나 녀석은 그녀를 원할 수 있었고 그녀도 언제나 녀석을 위해
준비돼 있었다.
그런 꿈같은 사랑이 깨진 건 녀석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부터였다.
녀석이 그녀 곁을 가까이 갈 때마다 내일 내일하며 미루기 시작 한 것이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늘 녀석을 위해 준비된 사랑으로 기쁘게 했던 그녀가
이제는 더 이상 아니란 걸 뼈아프게 느껴야 했다.

주렁주렁 명품에 값나가는 선물을 사줄 수도 없고 한번씩 토라질 때마다
한아름 꽃을 안겨줄 여유마저 이미 없어진 그의 보잘것없는 주머니 사정이
이유임을 알게 되었을 때...

"여자의 사랑은 현찰이다. 사랑은 없다!" 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곤, 동거녀의 곁에 가지 않았다.

적어도 그의 주머니사정이 회복 될 때까지는 아마도 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다가 올까봐 솔직히 겁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녀석은 일을 핑계로 밤낮을 바꾸었다.
아침에 출근하는 그녀를 보며 잠자리에 들었고,
저녁에 퇴근하는 그녀를 보며 서재 방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곤 했다.
녀석이 하는 일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였다.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돈 될만한 광고문구를 짜내는 것이 그의 일이므로
컴퓨터 앞에 밤새 앉아 있는 것이 전혀 이상 할게 없었다.
그러나 녀석이 주로 시간을 깨고 열중한 것은 채팅이었다.

계속되는 불황에 일거리가 줄어든 탓도 있고,
그동안 녀석을 슈퍼맨이 되게 했던 이유가 되는 사랑에 대한 회의와 상실감이
녀석을 극도의 무력감에 빠지게 했던 것이었다.

그런 그를 그의 동거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상처가 되는 말들과 행동들을
시간이 흐를수록 거침없이 해대기 시작했다.
"돈 벌어와. 노가다를 하든 뭐를 하든, 남자 구실도 못하냐?"
"넌 여자 덕에 살 팔잔가 보지? 집이나 보고 편하고 좋겠네?"
"내가 간호사라도 하니 다행이지 안 그랬음 굶어 죽었을 거야. 남의 돈
먹는 거 얼마나 힘드는지 알아?"

모르는 거 아니다. 남의 돈 한푼이라도 받기가 얼마나 힘드는 건지..
누구보다도 녀석은 광고주의 기호에 딱 맞는 카피를 찾아내느라 뼈를 짜내야
했고, 그러고도 카피가 광고주의 마음에 들지 안 들지 눈치 살피느라 심장이
콩콩대고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일들을 겪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옥을 오가는 일을 통해 녀석은 제법 실적을 올렸고
그렇게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고스란히 자신을 향해 준비된 사랑이라고
믿고있는 동거녀를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믿음이 처절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

거기에 더해 요즘 그녀는 당직을 핑계로 병원에서 나이트를 보내고 오기 일쑤고
만취가 되어 새벽에 들어오거나 심지어는 남자가 있는 게 분명한
모호한 행동을 자주 노출하곤 한다.

이제 녀석은 그런 것에 어느 사이 익숙해져있었다.
스스로 밥 챙겨먹고 스스로 고독을 이겨 나가는 일이 점점 더
힘이 들지 않는 것이다.
아니, 도리어 그녀가 다정한 모습을 회복해 다가설 까봐 겁이 덜컥 덜컥
날 때가 있으니 말이다.


"후우~" (누군가를 기다리면 피우는 담배는 다 이렇게 쓴 건가--;;)
벌써 다섯 개비 정도의 담배를 붙이고 끄고 할 동안 인어아가씨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녀석은 또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루룩~ 뚜루루루룩~"

기다리는 동안 벌써 만리장성을 몇 번을 쌓고 또 허물었다.
뭘 얼마나 예쁘게 하고 오려는 건지 준비가 아직 덜됐다고
조금만, 조금만 하고 기다리게 한 게 삼십분은 훌쩍 넘었다.

"어빠야, 미안해. 다됐어 조금만 기다려.^^*"
"뭐야, 기다리다 지쳐 사망신고 내겠다. 빨리 와!(이거 혹시..바람 아냐--;;)
"어, 지금 가는 중이야. 오빠 차 뭐야^^*"

"흰색 쏘나타야. 놀이터 정문 앞에 있어--;;(여자는 왜 꼭 차를 묻는지..)
"난 흰색 옵티만 뎅..나두 흰색을 좋아 하거덩.."
"야, 흰색 옵티마 끌고 건설현장 누비는 캐리어우먼 멋진걸..(차 보러 온
거 아니다. 빨 와라. 에혀...ㅡㅡ;;)

"어빠, 나 보면 놀라지 말아야해? 약속해.."
"어, 아무리 예뻐두 안놀랠게, 그만 속 태우고 빨리 쨘 하고 나타나라!(정말
뭘 얼마나 예쁘게 하고 나타날건데 놀라지 말라구 단속까지 하냐^^;;)

"거의 다 왔어. 어빠 보인다. 어빤 나 안보이지^^;;"
"글쎄..왜 안보이지? 앞뒤로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쓰.. 속는 기분이넹--;;)

***담편을 기대 하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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