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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비상, 거인의 추락

필립 |2007.06.12 18:35
조회 247 |추천 0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다.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없는 순위다툼은 개막 두 달여가 지났음에도 변함없이 그대로다. 흥미로운 것은 시즌 초반 극과 극의 행보를 걷던 두산과 롯데의 희비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점. 두산은 37일 만에 꼴찌에서 1위로 뛰어오른 반면, 롯데는 지난해 순위인 7위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모든 기록은 6월11일 기준)


① 두산 베어스(29승1무23패)
- 지난주 성적 : 4승2패
- 평균 4.2득점·3.7실점

◇ ⓒ 데일리안 이청원

두산은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을 보유하고 있다. 두 선수가 없었더라면 단독선두는 ‘꿈도 못 꿀’ 일. 하지만 지난주만큼은 두 선수가 아니더라도 단독선두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다. 리오스와 랜들은 지난주 3경기에 등판했지만, 방어율 6.16으로 비교적 부진했다.

하지만 최강의 불펜이 있었다. 지난주 4승 중 3승이 구원승이었다. 임태훈·정재훈·김상현 등이 중심이 된 불펜은 지난주 25⅔이닝을 던져 방어율 2.10을 기록했다. 두산 마운드에는 리오스와 랜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4승 중 2승이 연장전 승리였다. 특히 7일 KIA와의 광주 원정경기에서 12회 연장 끝에 승리한 후 이튿날 잠실에서 삼성을 맞아 패색이 짙던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 10회 안경현의 끝내기 안타로 승부를 매조지하는 장면은 뚝심이 무엇인지 입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0일 삼성전에서도 두산은 권혁-권오준-오승환으로 이어지는 ‘KKO 라인’을 무너뜨리며 역전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지난주 두산의 득점권 타율은 0.208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산은 기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팀이다. 그들의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직접 보면 잘 알 수 있다.


② 한화 이글스(28승1무23패)
- 지난주 성적 : 4승2패
- 평균 7.8득점·3.8실점

시즌 첫 46경기에서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경우는 딱 한 차례뿐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6경기에서는 두 차례나 선발투수가 5회를 버티지 못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평균 이닝(6.46)을 소화한 선발진에 이상 신호가 일어난 것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보호를 받아야 할 ‘괴물’ 류현진은 9일 청주 LG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완투(3회)를 기록한 투수. 역시 괴물답다. 한화에 전해진 또 하나의 희소식은 마무리 구대성이 지난주 2경기에서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사실이다.

김인식 감독은 웬만해선 번트를 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시즌에도 희생번트가 29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무려 8개의 희생번트를 댔다. 더 이상 타선을 믿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한화 타선은 역시 청개구리였다. 지난주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7.8득점을 올린 것. ‘넘버원 타자’ 제이콥 크루즈는 6경기에서 타율 0.417·4홈런·14타점이라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뿜어냈고, 데뷔 후 가장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이범호 역시 타율 0.450·4홈런·8타점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③ SK 와이번스(27승4무23패)
- 지난주 성적 : 3승3패
- 평균 5.2득점·4.2실점

줄곧 단독선두를 지키다 3위로 떨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발진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 지난주 선발진 방어율도 5.67이었다.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강판된 경우도 4차례였다. 김성근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빠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많은 수치. 기대했던 ‘빅3’는 모두 실망스럽다.

김광현은 2군으로 내려갔고, 마이크 로마노는 퇴출 위기에 놓였다. 케니 레이번의 불패행진은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 선발진의 붕괴는 SK가 자랑하는 불펜진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

◇ ⓒ 데일리안 이청원

2001년 계약금 4억5000만원을 받고 SK에 입단한 정상호는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 박경완의 팔꿈치 부상을 틈타 주전포수 마스크를 썼다. 3경기에서 정상호는 타율 0.333·2홈런·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만약 정상호가 폭발력을 과시하지 않았더라면 SK 타선은 더욱 암울했을지 모른다.

3~5번 타순의 클린업 트리오는 지난주 타율 0.215·8타점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진영·이호준·김재현·박재홍 등 베테랑들의 분전이 필요한 대목. SK는 팀 홈런은 2위(40개)지만 그만함 무게감이 없다.


④ 삼성 라이온즈(25승3무24패)
- 지난주 성적 : 3승3패
- 평균 3.7득점·3.2실점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이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2000안타를 달성했다. 대기록을 앞둔 선수들은 통상 어느 정도의 부침을 겪기 마련이다. 지난해 송진우(한화)가 5전6기 끝에 개인통산 200승을 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양준혁은 지난주 타율 0.444·1홈런·5타점을 기록, 삼성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야구는 역시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양준혁은 언제나처럼 고군분투했으나 지난주 삼성의 팀 득점은 뒤에서 세 번째였다. 그나마 심정수가 홈런포 2방을 가동하며 부활 기미를 보인 것이 희망적이다.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은 양준혁의 2000안타를 빼면 얻은 것이 없는 시리즈였다. 특히 ‘지키는 야구’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불펜이 차례로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두산과의 3연전 동안 ‘KKO 라인’ 권혁-권오준-오승환은 도합 7이닝을 던져 방어율 3.85·WHIP 2.57이라는 쑥스러운 성적을 올렸다. 권오준은 2패를 당했고, 오승환도 역전타를 맞고 무너졌다. 권혁은 지난주 무려 4경기에 등판해 5⅓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3.37·WHIP 2.06으로 다소 부진했다. 잦은 등판으로 지친 기색이 없지 않다.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⑤ LG 트윈스(24승2무25패)
- 지난주 성적 : 2승4패
- 평균 4.0득점·6.3실점

지난주 LG는 롯데 다음으로 부진한 성적을 올린 팀이었다. 지난주 당한 4패가 모두 한 번의 리드도 잡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진 완패라는 점에서 그냥 4패가 아니다. 투타의 엇박자가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8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무려 4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12점을 올렸으나 남은 2연전에서 LG가 올린 득점은 단 1점이었다. 최원호와 팀 하리칼라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나 헛물만 켰다. 실제 승률(0.490)이 피타고라스 승률(0.380)보다 1푼이나 더 높지만, 이것을 저력으로만은 볼 수 없는 이유다.

투타 양면에서 서서히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박명환을 빼면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 박명환은 3차례나 LG를 4연패에서 구해냈다. 그러나 박명환의 소원은 연패 끊기가 아니라 연승 잇기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마운드가 아니라 방망이일지 모른다. 지난 주말 2경기에서 득점권 타율은 0.000이었다. LG는 지난주 희생번트를 2차례만 성공시켰다. 김재박 감독이 타자들에게 맡긴다는 뜻이었지만, 타자들은 그에 대한 보답을 하지 못했다. 특히 페드로 발데스와 박용택의 분발이 절실한 LG 타선이다.

⑥ 현대 유니콘스(25승27패)
- 지난주 성적 : 3승2패
- 평균 5.6득점·6.2실점

‘1선발’ 미키 캘러웨이와 ‘캡팁’ 이숭용이 나란히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지만, 김성태와 허준이라는 새얼굴들이 기대이상으로 맹활약하며 사직에서 2연승을 챙겼다.

지난달 8연패를 당한 이후 치른 15경기에서 현대는 10승5패를 거두며 조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실 한화와의 주중 3연전을 1승2패로 마치는 과정이 좋지 않았고, 김시진 감독도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선수단에 쓴 소리를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곧바로 정신력을 가다듬으며 하나로 뭉쳤고, 사직 2연승을 만들어냈다.

현대는 예부터 투수왕국이었다. 하지만 타선의 힘도 결코 만만치 않다. 지난주 5경기에서 현대는 팀 타율 0.318를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은 그보다 훨씬 높은 0.356였다. 크루즈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위용을 뿜어내고 있는 클리프 브룸바를 비롯해 이택근·송지만·정성훈·전준호 등 베테랑들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올 시즌 전체 팀 타율 1위(0.269)도 현대의 몫이다. 마운드가 기대보다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현대가 순위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고 꾸준하게 따라붙고 있는 데에는 방망이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⑦ 롯데 자이언츠(24승2무27패)
- 지난주 성적 : 1승4패
- 평균 2.4득점·5.0실점

◇ ⓒ 데일리안 이청원

시즌 개막 후 가장 좋지 못한 한 주를 보냈다. 특히 현대와의 사직 주말 2연전은 승패를 떠나 경기내용이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된 8일 경기에서 손용석과 정수근이 빗속에서 한 바탕 쇼를 펼쳤지만, 롯데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 경기에서의 쇼였다.

프로야구의 화두로 떠오른 ‘스포테인먼트’도 궁극적으로는 성적이 따라야 진정한 스포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롯데는 8개 구단 중 잔루 1위(평균 8.2개)지만, 지난주에는 가장 적은 5.4개였다. 집중력이 부족하더니 이제는 찬스마저 못 만들고 있다.

롯데가 가을잔치를 자신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마운드였다. 그러나 그 마운드가 무너졌다. 손민한이 무실점으로 호투한 7일 대구 삼성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에서 롯데 선발진의 방어율은 무려 7.36에 달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불펜의 붕괴다. 지난주 롯데 불펜진의 방어율은 5.09. 시즌 불펜 방어율(3.32)을 훨씬 웃돈다. 올 시즌 롯데의 선전이 한층 강해진 허리의 힘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펜의 붕괴는 심각한 사태. 최대성의 휴식도 필요하지만, 투수를 리드하는 포수 강민호도 휴식이 절실하다.

⑧ KIA 타이거즈(22승1무32패)
- 지난주 성적 : 3승3패
- 평균 3.5득점·4.5실점

7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서정환 감독은 김상훈의 퇴장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평소 점잖기로 소문난 서 감독이었기에 놀라운 일. 하지만 침체된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서 감독의 의도된 오버액션이 정답이었다.

그 효험은 이틀 후에야 나타났다. 단독선두를 달리던 SK를 맞아 주말 2연전을 투타의 짜임새를 앞세워 연승한 것. 지난달 17일 이후 23일만의 연승이었다. 물론 감독이 오버액션을 한다고 해서 못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투지와 정신력은 고취시킬 수 있다.

이재주·김종국 등 베테랑들이 2군으로 떨어진 가운데 김진우가 시즌 첫 복귀전을 치렀고, 송산·김주형·최훈락·김경진·이호신 등 신예들이 집중 테스트를 받았다. 가장 고무적인 건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대졸신인 오준형의 역투.

9일 SK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따냈다. 윤석민-제이슨 스코비가 중심이 된 선발진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펠릭스 로드리게스-한기주 계투는 지난주 4경기에 함께 등판, 도합 8⅔이닝을 던져 3홀드·3세이브 방어율 1.03을 합작하며 새로운 필승방정식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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