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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사랑하는 내 아버지 입니다.

햇님반짝^^ |2007.06.13 00:14
조회 29,986 |추천 0
 

톡 매니아입니다.^^ 그간 톡을 많이 읽었는데 이렇게 쓰는 건 처음이네요.

날씨도 벌써 살을 태울만치 뜨거운 여름이고, 이런 날에도 열심히 일 하실

저희 아버지가 생각나 옛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30도가 훌쩍 넘는 온도 때문에 숨쉬기조차 힘들고,

수업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던 중학교 3학년의 여름 날 이야깁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저는 1교시에서 4교시까지 모자란 수면을 보충하기에 바빴고

달콤한 잠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띵동댕- 하는 4교시 수업을 마치는 종이 치자마자

저와 제 친구들은 언제 잤냐는 듯 눈에 불을 켜고 쏜살같이 급식실로 향했습니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남는 시간은 또래 여학생들이 그렇듯 끼리끼리 모여

수다를 떨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앉아있기만 해도 줄줄 흐르는 땀으로 인해

짜증은 하늘을 치솟았던 그날. 더군다나 당시 저희 중학교는 고등학교와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는데, 그 고등학교의 본관이 신축공사를 하는 바람에

운동장은 온통 하얀 먼지와 목자재, 그리고 철근 더미로 가득했었습니다.

 

  친구들과 저는 공사에 한창인 고등학교 건물을 바라보며 이 좁은 운동장에서

뭘 하는 거냐며 이야기하기 바빴는데 그때 제 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이

큰 소리를 내며 울렸습니다. 급히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살펴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저희 아버지였어요. 이 시간대엔 웬만하면 전화를 잘 하시지 않는 분이라

의아함에 눈을 깜빡이며 플립을 귀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여보세요? 라는

제 목소리가 멈추기 무섭게 어디냐- 하시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학교죠, 방금 점심 먹었어요. 아빠는요? 그렇게 묻자 대뜸 하시는 말씀이

‘너희 학교 앞이다.’ 라는 것 아닙니까.

그제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가 생각났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 하시는 저희 아버지께서 며칠 전부터 ‘네 학교가 거기지?’ 라고 묻던 일이.

아빠의 위치를 묻자 학교 앞에 있는 작은 분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라고 하시더군요.

10여분 남짓 남은 점심시간에 저는 학교 앞 분식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좁은 분식점에는 여덟 분 정도 되는 인부들이 까아만 살을 태운 채,

땀으로 흥건히 젖은 런닝셔츠 바람으로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 속에선 당연히 저희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구요. 교복을 입고 비죽비죽

사이를 들어가 아버지를 부르자 걸죽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고 계시던 저희 아버지가

저를 발견 하시곤 웃으십니다. 손짓을 하시며 이리 오라는데 그땐 제가 참 어렸나 봅니다.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의 눈초리가 느껴지자 한 순간 아버지가 왜 그렇게 창피하게 느껴지던지..

50세가 훌쩍 넘으신 아버지의 지친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가 싫어

퉁퉁 부운 얼굴을 해선 다가갔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못난 딸내미 자랑하느라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달고는 친구 분들께 저를 소개 해 주고

가득 칭찬도 늘어 놓으셨지요.

점심시간도 끝나가고, 아저씨들의 시선에 괜히 할말이 없어 고개만 푹 숙인 채

아버지가 건네주시는 1000원 짜리 한 장을 받아 들고는 부랴부랴 분식점을 나왔습니다. 

 

  너네 아버지야? 하고 궁금함에 묻는 친구들에게 손사래를 치며 그대로 교실로 올라 온 저는

왜 하필 아빠가 다른 곳도 아니고 제가 있는 학교로 왔는지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수업에 몰두하려 애썼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탈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과 함께 교실 창문가 제일 뒷자리인 저는

밥을 먹은 포만감으로 인해 슬슬 눈이 감기더라구요.

고개를 툭툭 받으며 잠을 쫓으려 애썼지만 그래도 몰려오는 잠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 둘 잠에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절로 하품이 나와 선생님 몰래

크게 기지개를 켜는 순간, 저는 제 눈에 보이는 광경에 화악 달아나는 잠이 느껴졌습니다.

 

  5층에 있는 3학년 교실. 그리고 고등학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우리 반.

거기서도 제일 창가에 앉은 제 눈에는 맞은편 고등학교 본관 건설현장 위에서

아슬아슬한 철근 사이를 밟고  다니시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자기 몸보다 몇 배는 기다란 철근을 어깨에 걸치시고, 그 더운 날 보는 사람마저

걱정하게 만드는 몸짓으로 아버지는 그렇게 일 하고 계셨습니다. 그닥 먼 거리가 아닌지라

아빠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땀방울들에 가슴이 먹먹하게 젖어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늘 새벽에 나가 오후 느즈막한 시간에 들어 와 아프다는 내색 한 번 안 하시고

혼자 몰래몰래 파스를 붙이시던 모습. 추운 겨울날에는 다리가 시리다며 무릎을

주무르시던 모습들이 떠올라 저는 멍한 기분으로 그렇게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일이 힘들다는 건 들어 알았지만 저런 일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제게 있어서

그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그동안 돈 달라고 투정부리고, 몰래 거짓말해서

돈을 받던 일이 이렇게 죄송하게 느껴질 줄이야..

그 1000원 짜리 한 장에 스며든 아버지의 땀을 그제야 느꼈던 것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황한 선생님과 친구들이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차마 말 할 수도 없어 그저 말없이

울어버리고 말았지요. 그리고는 수업이 마치자마자 아버지께 받은 1000원 짜리로

동네 약국에서 파스를 샀습니다. 집에서 돌아 올 아버지를 기다리며 그날은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리라, 다짐 하면서요.

 

  그렇게 힘들게 일 하시면서 저와 제 여동생, 남동생을 키우신 아버지.

전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힘듬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지만

아직도 그 사랑에 보답하려면 멀고도 멀었지요. 

 

  며칠 전부터 아버지 말수가 매우 줄어드셨어요. 식사를 하셔도 별 말씀도 안 하시고,

아버지 심심하실까봐 컴퓨터 키고, 고스톱 하는 법 까지 알려 드렸었는데 하지도 않고

바로 주무시더라구요.. 괜히 마음도 안 좋고 걱정도 되었는데 아프셨다고 합니다.

늘 약은 챙겨 드리고 있었는데 온 몸 뼈마디가 아프다는 걸 몰랐네요...

그래서 일 하루 쉬고 같이 한의원 다녀 왔어요. 피가 굳어서 나오지도 않고,

나쁜피를 뽑아 내야 한다면서 의사 선생님이 저한테 뭐라고 하시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치료 받으시고 집에 늦게 오시더라도 한의원 가서 침 맞고 오시라고 당부했어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 오늘은 오랜만에 고기 구워서 식사했는데 모처럼 웃으시며

"밥 자알~ 먹었다" 하시더라구요. 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듣기 좋은지..

 

 

고생 하시면서도 자식 걱정이 우선인 저희 아버지가 있기에 지금의 저희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네이트 톡커 여러 분들도 오늘은 피곤에 지치신 아버지의 어깨를 한 번 주물러 드려 보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고 말해 보는 게 어떠세요?

쑥스러운 그 한마디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감동으로 벅찰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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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가 넘 바빠서 이제야 봤어요.. 쓴지 꽤 된 글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톡이네요.

전 여러분이 말씀 하시는 것 처럼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칭찬만

듣게 되어 많이 부끄럽네요. 당연한 걸 늦게서야 알았을 뿐인데...^^

글 읽으신 모든 분들 행복하세요. 한주를 시작하는 오늘 즐겁게 보내시구요~~!!

저도 오늘 퇴근하고 가서 아버지 삼계탕이나 해드려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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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수0
베플당신은~|2007.06.13 16:08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베플아직도...|2007.06.18 09:45
우리나라에 이런 여자분이 계시는구나...괜히 흐믓하네요!^^
베플알면서도|2007.06.18 10:28
하기 힘든 말 부모님께 하기힘든말...사랑합니다.... 하고싶어도 입에서 안나옵니다...(전 남자) 항상 이런글 볼때마다 해야지 잘해야지 하는데... 막상 아버지 앞에가면 틱틱되고 불만 널어놓습니다... 부끄럽네요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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