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인내하게 하는 것들...
세상살이를 늘 버릇처럼 "살아 내기"라고 말하곤 한다
나 만이 유독 힘들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삶은 "견딤의 연속", ""버텨 내기"의 장으로 생각들어지곤 한다
하루 하루 제목만 다를뿐 시시각각으로 엄습해오는 온갖 스트레스들.
온통 세상이 스트레스 상자로 보이고 나는 그 속에서 실험쥐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면서 순진한 흰쥐는 주어지는 스트레스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곤 한다
얼굴은 홍조를 띄게 되고, 나의 새가슴은 마구 방망이질 쳐지며, 뒤이어 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지금 이 순간도 스트레스상자 가동중이며, 나는 가련한 한마리의 실험쥐가 된다
밤도 깊어가는데 잠들면 될 터, 웬 스트레스 타령이냐구요
저~ 감미롭게 들려오는 음악 때문입니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들려오냐구요?
로렐라이 언덕이 바로 이층입니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언제 끝이 나 줄지 모르는 저 아름다운 음악소리에 돌아버릴 지경이죠
살던 집이 재건축이 되는 바람에 이곳 빌라로 이사온지 삼년째 접어들었다
일반주택이나 아파트에 비해 방음장치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낡은 빌라.
이사온 날 밤, 우리 가족들은 피곤에 지쳐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새벽녘 일제히 화들짝 놀라 잠을 깨게 되었으니
그건 다름아닌 윗층에서 나는 소리 때문이었다
"악~~~~ "
"쿵캉 쿵캉....따 따딱... 드르륵...쨍그랑..."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릴까"
이 효과음은 무엇으로 내는 건지, 이 밤에 왜들 저러는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우린 윗층이 잠잠해질때 까지 깨어 기다려야만 했고 새벽녘에야 다시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의 소음은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었고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윗층과 동거동락을 같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이 일어나고 같이 잠들고...그러자니,
우리 가족은 거의 돌아버릴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그리고 그 눈물겨운 견딤의 세월이 있었으니.
위층의 가족관계와 특성을 살펴본다
삼십대 중반의 부부와 오륙세정도의 남자아이 둘
목소리크기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을 것 같은 아이의 엄마
전직 목수경험이 있을 듯 한 팔힘 좋은 아이 아빠
말 않듣기로 아래층 아줌마 어린시절을 닮은 듯한 두 아이들
소리나는 물건들만 사 들인듯 싶은 그 집 가구들
밤 잠 없는 가족들
주위 신경쓰지 않는 당돌하기 그지없는 마음씨들
별로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는 부부
청각에 문제가 있는 듯한 가족들
이들의 밤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사정없이 아래층에 피해를 주고 있었으니
그 피해 실태를 파악해 본다
1.가끔씩 한 밤중에 삼십분이상씩 벽에 못질하기
2.음악 크게 틀어놓고 잠들기
3.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 뛰기
4.소리지르기 대회출전 준비하기
5.기물 파손하며 부부싸움하기
6.싸움에서 소리크게 지르는 사람 이기기
7.엄마 아이 나무라는 소리 (이보다 더 클 수는 없다)
8.밤마다 소리나는 물건을 부딪치거나,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기
9.베란다와 유리창문 열었다 닫기 수십번 반복하기
10.돌맹이굴리기, 새벽에 방망이질 하기, 소리나는 물건 던지기
소리~ 소리~ 소리~ 정말 이런 경우에 "미쳐버리겠다"라고 표현할 수 있으리라
"엄마~윗층에 한번 올라가 봐"
"아빠~ 도저히 않 되겠다 이사를 가자"
"이러다간 정말 우리 가족들 돌아버리겠어"
낮잠 한번을 재대로 잘 수가 있나, 아이들 집중하여 공부를 할 수가 있나
살다가 이런 환경도 다 접해보게 되다니...
한겨울 얇은 옷 하나만 입혀 유치원을 보내는 엄마.
파리채를 들고 아이를 쫓아 나오는 엄마.
언제 시킨 목욕인지 목에 때가 덕지 덕지한 아이들.
모자다툼에 음악 크게 틀어놓고 감상에 젖어 있는 아빠.
쓰다듬어 주려고 다가가면 화들짝 놀라 저만치 달아나는 아이들.
미움도 정이라고 이젠 그들이 되려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들도 오죽하면 저러고 살겠습니까마는, 아이들의 장래가 심히 걱정이 되는건 사실입니다
이렇게 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이년을 넘게 살아 냈습니다
이제 팔월이면 이사를 가게되고 그렇게 또 세월이 흐르고 나면
지나간 순간들도 그리워(?)지려나 모르겠습니다
"윗층 아저씨~ 제발 음악 볼륨 조금만 낮춰 주오 잠 좀 잡시다 잠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