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중앙대학병원의 악몽

Biony |2007.06.15 14:06
조회 1,056 |추천 0

 

 나는 중앙대학병원에 6일간 입원을 하면서 평생 겪지 않아도 될 수모와 수고, 그리고 병원시설과 의사에 대한 최악의 상황을 다 겪은 듯 싶다.

 

 

 

  응급실의 악몽

 

 

  지난 6월 9일 오후 3시경, 갑작스럽게 숨쉬기가 힘들어 가까운 중앙대학교 부속병원을 찾아갔다.

 

 X-Ray결과 <기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응급실에서 수술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듣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후 곧 처치실로 옮겨져서 부분마취 후 튜브 삽입을 하는 시술을 받기 위해 좌측 상의를 벗은 채로 의사를 기다렸다.

 

 응급실은 혼란스러웠고, 처치실은 더 했다.

 

 처치실의 그 음산한 기운을 반라의 몸으로 느끼면서 몇시간을 기다렸고, 옆 침대 환자의 비명소리를 듣는 것은

 

 당장 옆구리에 칼을 대야 하는 나로서는 더 없는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몇시간 후, 젊은 의사 하나가 다가 오자마자 막 수술을 시작하려 했다.  옆에서 돕는 사람조차 없던가? 불안한 마음에 물었다.

 

 "혼자 하시나요?"

 

 "네."

 

 의사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간단한 시술이라 했다. 10분이면 끝난다. 응급실이고 토요일이고,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반대였다. 마취 주사의 뻐근한 느낌 이후에는 의사와 나와의 완력 싸움이었다. 튜브삽입을 순전히 힘으로 하려는 의사에 의해 내 몸은 활처럼 휘었다. 고통을 호소했으나 "횡경막 뚫을 때는 원래 아파요!" 라는 대답이 전부였다.

 난 엄살이 심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뭔가 잘 못 되고 있다는 생각이 역력했다.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자 의사는 간호사를 불러 진통제를 요구했다. 약 이름을 기억못하겠다. 다만 간호사는 그 약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다시 잠시 생각하더니 다른 진통제를 가져오라 했고 내게 투여했다. 그리고는 다시 힘겨루기가 계속되었다.

 

  처치실은 춥다. 의사와 나는 비오듯이 땀을 흘렸다. 그리고는 의사가 포기했고 나는 안도의 숨을 겨우 내쉬었다. 고통이 심하면 숨을 쉴 수가 없다. 난 그렇다는 사실을 그날 분명히 알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자 다른 의사가 왔다. 이번엔 좀 더 수월하게 박혀 있는 튜브를 집어넣었다. 잠깐씩 느껴지는 통증, 허나 힘겨루기는 없었다.

 

 의사가 충분히 튜브가 삽입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마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허나 뭔가 불안하고 덜 된 것만 같은 느낌에 - "튜브가 제대로 들어가면 숨쉬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라는 설명을 전에 들은 것과 달라서 - 물어보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건가요? 다시 하는 일은 없겠죠?"

 

 "봐야 알지만, 그럴일은 없을 겁니다."

 

 수술 전에 튜브를 삽입한 후 다시 X-Ray를 찍어 위치를 확인했을 때, 그 위치가 적당하지 않으면 더 집어 넣거나 좀 빼거나 하는 식의 조절은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겐 이미 그 작업 조차 공포였다. 한번에 확실히 하고 싶어서 확인을 한 것이었다.

 

 진통제를 2번 투여하고 한참 고통을 호소하다 나온 내 앞에는 부모님들이 서 계셨다. 애써 괜찮다는 미소를 지으며 X-Ray를 찍으러 갔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괜찮다." 라는 말만 하며 웃었다. 하지만 결과는 괜찮지가 않았다.

 

 X-Ray판독 결과 튜브 길이에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다시 처치실로 들어갔고 다시 상의를 탈의한 채 한참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금방 오실껍니다."

 

 한참을 기다렸다.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고 그러고도 한참을 지나서 다른 내과 의사가 왔다.

 

 튜브를 아에 빼냈다.

 

 길이 조정을 위해 튜브를 아에 빼냈다.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어디부터 다시 하는거죠?"

 

 의사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대답이 잠시 없었다.

 

 "처음부터요."

 

 "처음이라니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마취부터 다시요?"

 

 의사는 그렇다 했다.

 

 화가 났지만 당장 내 몸에 칼질을 할 사람이었다. 그저 잘 해달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응급실에 4시 가 조금 넘어서 들어간 기억 이후에 나온 것이 10시 30분이 넘어서였다.

 

 입원실로 옮겨졌을 때 이미 10시 30분이 넘었기에 입원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입원실로 갔다.

 

 수술을 두번했다는 사실에 부모님은 화를 내고 계셨지만, 나는 기왕 이렇게 된거 그냥 있자고 했다.

 

 그보다는 내가 너무 지쳐있었고, 부모님이 화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지쳐있으면서도 나는 그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수술 받을 때 고통을 호소하던 그 느낌, 내 옆구리를 힘으로 찔러디는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시 수술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 기다리던 초조함, 느꼈던 고통을 다시 느껴야 했던 그 초조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뒤척이다 잠이 들 때 마다 간호사가 와서 바이탈 싸인을 체크하고, 주사약을 확인하는 등 일을 했다. 결국 나는 거의 잠을 못잤다.

 

 

 

 

 

 평온한 일요일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수술을 두번했다는 사실 말고는 나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다. 편하게 쉬는게 최고라 해서 코에는 산소 공급기를 끼고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월요일이면 CT결과가 나올테고, 결과에 따라서 전신마취 후 내시경을 삽입해서 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더 큰 수술을 치룰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가족, 친구들은 계속해서 결과를 물어봤고 월요일이면 알 수 있다는 대답만 해줘야했다.

 

 

  악연의 시작

 

 월요일 아침. 3인실에 있던 3명의 환자중 나만 흉부외과 환자였다. 나머지 내과 환자들은 수술부위 드레싱도 하고 회진도 다녀갔다.

 그 후 한참이 지나 왠 의사가운을 입은 사람 하나가 와이셔츠를 채 정리하지도 못한 모습으로 다가와서는 기침을 해보라 했다. 시키는대로 하면서 그의 가운에 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황성욱"

 

 내 주치의 이름이었다. 그러고는 그냥 가려 하기에 "CT결과는 언제 알 수 있습니까?" 라고 물어봤다.

가던 발걸음을 돌려 나를 보더니 "제가 아직 확인 못했네요. 오늘 큰 수술이 있어서 그거 끝나고 나서나 볼 수 있겠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럼 몇시 쯤 알 수 있나요?" 라고 되묻자, "수술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르고, 끝나고 제가 말씀드릴께요." 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큰 수술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서도 안오기에 늦어지나보다 했다. 그 사이에도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다. "결과는 어때?" 상황을 설명했지만, 몇몇은 - 특히 할머니 - 내가 거짓말 하는건 아닌가 싶어서 "사실대로 말해봐."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병은 죽는 병은 아니에요." 라고 웃으며 대답한게 오히려 걱정을 불렀을 수도 있다.

 

 오후가 늦어지는데도 드레싱은 없었다. 좀 어이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여름아닌가. 수술 환자를 드레싱 조차 안하다니. 시간이 없으면 부탁이라도 하던가. 간호사들 조차 신경쓰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수간호사에게 말했다.

 

 "왜 저는 드레싱을 안해주죠?"

 

 그제서야 깜짝 놀란 듯이 내게 물었다.

 

 "아침에 회진 다녀간거 아니에요?"

 

 "드레싱은 안해주던데요."

 

 수간호사는 다른 내과의사에게 따로 부탁을 했고 월요일 늦게 처음으로 드레싱을 했다.

 

 

 그리고 끝내 그날밤 황성욱은 오지 않았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덕분에 나는 하룻밤을 더 뒤척이며 자야 했고, 식구들은 더 했을 것이다.

 

 

 

 

 

 

 

 

 

  의사를 가장한 중앙대학병원

 

 엔지니어 황성욱

 

 

 화요일 아침. 역시 비슷한 모습으로 주치의 황성욱이 왔다. 같은 절차였다. 성의 없는 말투로 "기침한번 해보세요." 라고 했다.

 

  "검사 결과는 이상 없네요."

 

 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어투를 사용한다. 역시 그러더니 그냥 가려 한다. 드레싱은? 차후 치료는? 조심할 것은??

 

 다 포기하더라도 드레싱 문제는 이야기 해야겠다 싶었다.

 

 "저, 드레싱은 안해도 되나요?"

 

 그제서야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아' 라는 소리와 함께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혼잣말인지 내게 하는 말인지, "그걸 모니터할 사람이 없었네." 라고 했다.

 

 그는 조금 더 생각하는 듯 하더니 기가막힌 대답을 내게 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드레싱까지 할 시간이 없네요."

 

 "그럼 어떻게 하죠 저는?"

 

  나는 순진하게 그가 바쁘다는 소리로 들었다. 그러니까 바빠서 다른 사람을 내려보내겠다 라던가...... 하지만 그는 내가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게 해석할만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뜻으로 했음을 다시 확인해주었다.

 

 

 "그런데 제가 진짜 시간이 없어요."

 

  화가났다. 중앙대 부속병원에 와서 뭔가 순조롭게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응급실에서는 급하게 수술해야 되는 환자라고 내게 말해 놓고서는 몇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그렇게 기다려서 의사들이 두번이나 칼질을 하게 했다.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다 싶어서 참았다. 이해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마치 내게 시비를 걸기 위해 온 사람 같았다. 특히 그 특유의 관심 없다는 식의 어투는.

 

 "진짜 시간이 없으시면 어떻게든 해주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나는 다소 화가나서 짜증나는 투로 말했다.

 

 "아니 왜 화를 내십니까? 제가 정말 시간이 없써요. 해주고 싶은데."

 

 나는 내가 화가 나고도 남는 상황임을 이해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다.

 

 "주치의가 할일 아닌가요? 제가 왜 화가 나는지를 모르세요? 나는 이 병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계속 잘 못 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수술은 두번했고.....  "

 

 나는 내게 전날도 내가 내 몸 챙겨 간호사한테 말을 해서 드레싱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해도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고 참고 있는데, 바쁘셔서 깜빡했을 그 드레싱을 환자인 제가 직접 말씀을 드려도 바빠서 어쩔 수 없다고만 하면 저는 어떻게 하라는겁니까?"

 

 그의 태도는 가관이었다.

 

 "어제는 드레싱 어떻게 했어요?"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제가 수간호사한테 말했고, 수간호사님이 내과 의사 한분께 부탁드려서..."

 

 "그럼 오늘도 그렇게 하세요."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향하려 했다. 그건 의사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주치의? 그런 것 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도대체 의사이기 전에 인간이 그렇게까지 무책임하게 굴 수 가 있는지 궁금했다.

 

 "저랑 말장난 하십니까? 도대체 드레싱 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바쁘시면 왜 수술을 하고 입원은 시킵니까?"

 

 

 아마 지금부터 하는 말들은 내가 가장 화가 났다는 부분이고, 황성욱이가 의사가 아닌 엔지니어로 불리우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이 병원에 왜 오셨어요?"

 

 나는 엔지니어 황성욱의 질문이 잠시 파악이 안되었다. 하지만 설명을 했다.

 

 "응급실에 간 날은 토요일이었고, 한강대교, 88대로나 강변 북로가 막혀 있는 것이 유관으로 보였습니다.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보라고 해서 가장 가까이 있던 여기(중앙대학교 부속병원)에 온 것이고, 오자마자 응급실에서 수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만의 최고 강점인 그 시니컬한 웃음을 처음 보였다.

 

 "훗, 내가 그 분야 전문의라서 아는데, 그러고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괜찮습니다."

 

 '전문의...전문의.....'

 

 기흉이라는 병에 대해서 잠시 설명을 하자.  기흉은 허파에 미세한 구멍이 생기고 그것을 통해 호흡할 때마다 공기가 세어나가 공기층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자꾸 쌓이면 폐의 부피 자체가 작아지고 폐의 크기가 80% 정도이하로 남게 되면 튜브를 삽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이 병으로 병원에 온 것이 2번째였다. 고3. 한참 혈기 왕성하던 때, 체육시간 갑자기 가슴이 아프기 시작하기를 3일을 버티다가 급히 병원을 찾았고 수술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안다.

 

  내 판단으로도 몇시간은 더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사이에도 나는 괴로워해야 했으며, 서울의 교통상황을 보았을 때에 내가 언제 다른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을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중앙대학교 부속병원도 소위 말하는 <대학병원>이 아닌가? 신뢰할 수 없는 병원이 된 지금에야 후회지만 그 때로서는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틴 3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의학적인 이야기? 웃기지 말자. 의사라면 환자의 각 상태, 활동량, 그 범위등을 고려해서 안전한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전문적인 견해라는 것은 이론일 뿐이다.그리고 그 때와 지금의 상태가 꼭 같지도 않은지에 대해서 설명을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 나는 아파서 병원을 찾은 환자였고, 주치의라는 사람이 오면 내 상태와 앞으로의

치료등을 설명 받고, 또 치료 받으면서 호전 될 것을 기대한다. 환자로서 누워 있다면 가장 의존해야 할 대상이

주치의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주치의가 상상밖의 말들을 내 앞에서 하고 있을 때의 내 기분.

 

 나는 그 때도 딱 그 단어가 스쳐갔고, 지금도 그 순간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그 것 밖에 없다.

 

 <모욕감>

 

 

의사는 왜 내게 겨우 그정도 병 가지고 엄살이냐? 그런거면 딴 병원 가서 편하게 있지 그랬냐? 라는 식으로 비아냥 거리고 있다. 나도 안다. 이걸로 내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중앙대학교 병원을 죽을만큼 급박하기에 온 것은 아니다.  왜 이병원에 왔냐는 말을 환자한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이성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응급실에서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럼 그 사람들이 나한테 사기라도 쳤다는겁니까?" 내가 여기에 온 사연이 어떻든 나는 여기서 수술을 했고 수술 했다면, 최소한! 적어도 최소한 드레싱 정도는 해 줄 수 있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제가 말했잖아요. 제가 시간이 없다고요."

 

 "그럼 다른 사람이라도 보내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신경 쓸 시간이 없으면 신경 써 줄 누구라도 보내야 하는거 아닙니까? 제가 알아서 소독하고 관리하고 다 할까요? 아무 관리도 못할꺼 토요일엔 왜 수술했답니까?"

 

 "그 땐 있었죠"

 

 "그 때는 있었죠?"

 

 내용인 즉 그렇다. 내가 입원해 있던 그 날 나는 미친듯이 기다렸고, 내부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있었는지 자세히는 몰라도 안그래도 부족한 흉부외과에 있던 인턴마져 도망갔다.  그 피해자는 나고, 엔지니어 황성욱의 말은,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감수하라는 뜻이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의국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병원에서 인력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것 까지 환자가 일일이 다 알야 합니까?"

 

 "그러게 왜 이 병원 왔어요?"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나랑 말장난하나?"

 

 "지금이라도 다른 병원 가세요. 제가 옮길 수 있게 해줄께요."

 

 엔지니어 황성욱의 대화는 거기서 끝낸 듯 하다. 그러고 먼저 나가려고 했다.

 

 나는 너무 분하고 화가 났다.

  

 "이 사람이 도대체 나랑 장난을 하자는건지!!" 나도 소리를 치며 나왔고 그 길로 흉부외과 외래진료쪽으로 갔다. 엔지니어 황성욱보다 윗 사람이 있으면 만날 생각이었다.

 

 

 살면서 처음 당하는, 신문에서도 보지 못한, 뉴스를 보고도 이해 못했을 상황이 내게 생겨버린 것이다.

 

 

 

 

  점입가경

 

 조대윤 교수.  흉부외과에서 가장 연장자라고 들었다. 개인적인 느낌이 어떻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다.

 굳이 말하자면 사람이 너무 좋다는 것은, 아랫 사람 관리가 소흘 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일 수도 있다. 애써 나를 이해 시키려 노력하셨다. 10시간에 걸친 큰 수술을 끝냈고, 밑에 인턴은 도망갔고 여러가지 상황이 복잡한 상황에서 그러한 것이라 전해주셨다.

 

 이런 것을 환자가 이해해야 하는 문제일까?

 

 그런 상태의 의사라면 잠시 쉬어야 하는게 아닐까?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서 - 미쳤다는 말이 아니라 - 안정을 취했어야 그런 짓을 안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조대윤 교수의 친절 속에 드레싱을 받고 간단한 처치와 함께 내 X-Ray와 CT확인 작업을 했다. 현명하신 분이었다. 불같이 화가나서 온 환자에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하지만 운이 없던 것 같다. 수술한 부위가 왜 2개인가라는 질문을 하시더니 X-Ray를 보시고는,

 

 "이정도면 다시 수술 안했어도 된건데...... 왜 했지?"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네?"

 

 "나라면 이정도 튜브가 삽입되었다면 그냥 둬요. 뭔가 자기들이 아는 방식과 다르니까 다시 하려 했겠지만, 이정도만 들어가도 역할은 충분히 해."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단어.

 

 <의료사고>

 

 나는 거기에 대해서 다시 따질까 하다보니, 이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전체 시스템이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확대시키고 싶지 않았다. 의료사고. 거기에 대한 판정이 나기까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는 수차례 들어왔다. 대학병원에서는 그렇다 싶으면 아에 드러누워서 미친척하는게 최고라는 말이 괜히 있던가. 나는 다시 엔지니어 황성욱 문제로 돌아갔다.

 

 조대윤 교수님은 그에게 충분히 알아 듣게 말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그길로 다시 병원 QI실(일종의 민원센터)에 이 사실을 이야기 했다.

 

 

 이 사실이 지난 6월 12일 화요일의 일이다.

 

 

 

 

 

 

 두번째 트러블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엔지니어 황성욱은 전날 사과하러 오지 않았다. 대신 다음날 아침 X-Ray를 찍고 올라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마주친 것이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그 특유의 비웃음을 지었다. 너무 화가 났지만 꾹 참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봤다. 전날 조대윤교수님이 그에게 알아 들을만치 이야기하겠다 했으니 그러리라 생각했다. 단 몇초지만 그는 전혀 그럴 반응이 없었다. 화가 나서 조용하게 한마디 했다.

 

 "나한테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때에는 의사 가운 벗으실라고 그러신줄 알았더니 아직 입고 계십니다?"

 

 그의 반응은 나보다 더 쎘다.

 

 "내가 너보다 열한살 더 많거든? 말 조심해라."

 

 내 인내심은 바닥이었다.

 

 "그러냐? 그런데 어쩌냐? 난 니가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데. 너 의사도 아니잖아? 엔지니어잖아? 니가 기술자지 사람 대하는 의사냐?"

 

 내가 짧게 몇마디 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는 급히 나갔고 나는 그를 붙잡았다.

 

 "어디 할말 있음 해봐? 너 나한테 시비 걸려고 온거였잖아? 왜 괜히 누워있는 환자한테 그러고 간건데?"

 

 

 

 여기까지 말을 하면 내가 잘 못 한 듯 보인다.

 손해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점에서 다른 면을 관찰했다.

 

 그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내게 존대를 했다는 점과,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내가 괜히 그런 다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보이려 했다는 점,

 

 목소리는 조금 높였지만 절대로 진정 시키지 못해 보일만큼 난리를 친 것도 아니거니와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좀 하자고 하는 나에게 경비를 불러 끌고 내려가라 지시한 점.......

 

 그는 어떤 면에서 전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의 모습과 사람들 앞에서의 모습의 철저한 이중성을 보였다.

 

 그는 회진을 도는 중이었고, 그가 나의 주치의면서도 내게는 드레싱할 시간 조차 없다고 했다.

 

 

 

 

 

 나는 이 사람이 왜 내게 그랬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CASE 1. 이 사람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중앙대학병원은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을 만치의 많은 일과 연속된 수술, 그 사이에도 환자는 계속해서 밀려오는 와중에 스트레스를 터트릴만한 젊은, 전문의의 견해로 보면 죽지 않을 것 같은 만만한 환자가 나온 것이다. 즉 이 경우에 대한 책임은 중대병원에 있다. 병원은 의사들이 온전한 정신으로 진료를 볼 수 없을만치 혹사를 시키는 중이다.

 

 CASE 2. 이 사람과 나는 일전에 어디선가 운전을 하다가 시비가 붙었을지 모른다. 그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유능한 엘리트이다. - 병원 측의 주장에 의하면 그는 실력있는 엔지니어이다. - 한번 눈썰미로 봐둔 내 얼굴을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안전하게 운전을 하는 스타일이지만, 이 사람 앞으로 끼어든 내 죄값을 이날 치뤘다.

 

 CASE 3. 이 사람은 처음부터 엔지니어다. 의사가 뭔지 모른다. 고치면 그만이지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칼같이 냉철한 사람이니 꼬매고 짜르고 꺼내고 붙여주면 알아서 다 하기를 바란다. 어려운 일은 지가, 쉬운 일은 심지어 환자도 알아서 할 수 있다.

 

 CASE 4. 자본가? 이 사람은 심장 수술을 10시간이나 하고, 그 환자들이 안전한지는 체크하지만, 3인실 병동에 일주일간 지내고도 100만원도 안나오는 나같은 사람은 관심 밖에다. 돈 되는 수술만 한다.

 

 CASE 5. 인간 자체가 - 홍아저씨의 말대로 - 안된 것이다. 싸가지가 없는 놈이 어쩌다 의사가 된 케이스. 의학윤리시간엔 사기로 학점 받고, 교수들도 거기에 대해서 별 관심은 없었다. 의사가 존경받는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을 이미 인정하고 들어간다. 나는 이 인간을 보면서 <꺼삐딴 리>가 자꾸 생각났다.

 

 

 

 

 

 

 

 

중대 병원측의 노력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원장실로 갔다. 결국은 부원장과 흉부외과 과장을 만나 면담을 했다.

 

 QI실에서 보고하기를 "환자와 의사간의 트러블이 있습니다." 정도로만 보고를 받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다 .한다.

 

 이 문제도 웃긴다. 오늘 퇴원하면서 QI실에 "왜 그렇게 밖에 보고를 안하셨습니까?"라고 물으니 그것은 부원장이 형식상 그렇게 대답한 것 뿐이지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부원장에게 병원측의 잘못이라는 사과는 받았다. 물론 형식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제기한 문제는 의사로서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 의사라고 가운을 입고 환자한테 행패를 부리고 다니는데 왜 병원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부원장과 흉부와과 과장은 엔지니어 황성욱을 불러다가 의사 황성욱의 모습을 하고 다닐 수 있게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내게 사과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그 순간에 "엔지니어 황성욱은 절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의사가 환자를 우습게 보는 정도면 조직에서 윗 사람들도 우습게 봅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라고 말을 했다.

 

 "그럴리가요. 믿고 가셔도 됩니다." 라는 부원장의 말에 나는 다시한번 못을 박았다.

 

 "그런 사람은 병원을 위해서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존경받는 의사선생님들을 위해서도요. 제가 분명하게 장담하죠. 아무리 설득해도 절대로 사과하러 안올겁니다. 그 사람은 병원 전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누가 뭐라고 해도 안 들을 겁니다. 의사가 환자한테 <왜 이병원에 왔어요?> 라고 말했을 때에는, 다 그 뜻이 있는거죠. 두고 보십시오."

 

 

 나는 그 이후로 3일을 더 기다려줬다. 물론 그 사이에도 흉부외과 과장이 올라와서 조금만 참아보라 했고, 어떤 지시에서인지 수간호사도 자주 얼굴을 확인했다. 그게 전부였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어도 된다.

 

 

 나는 오늘 퇴원하는 길에 다시 중앙대학교 부속 병원 부원장을 만나기 위해서 산부인과로 가서 얌전하게 면담을 요청한다 했다. 내 이후에 온 환자들이 들어가도 나를 부르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나를 만날 생각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대략 이해는 할 수 있다.

 

 나를 만나도 해 줄 말이 더 없다.

 

 엔지니어 황성욱에 대해서도 그들은 통제할 수가 없다.

 

 병원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인력이 충분하다면 가능할지 몰라도, 아마 병원은 엔지니어 황성욱이 무슨 짓을 해도 어떻게 통제할만한 여유가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부원장이 나를 부를 때, "고객님" 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요즘 병원은 경영쪽으로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런 경쟁 속에서 좀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중앙대학교 부속 병원은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병원이라는 곳은 환자가 찾아 가는 곳이다.

 

 사람이 아파서 가는 곳이다. 왜 이병원에 왔냐고 물으면 안된다. 의사가 치료하기 싫다면 병원을 떠나야 한다.

 

 왜 이병원에 왔냐고 물을 것은 환자가 의사에게 했어야 맞다.

 

 왜 심한 모욕감을 느꼈느냐고?

 나는 내 목숨을 병원에 구걸하러 간 것이 아니다. 의사에게 나를 좀 어떻게 해주길 간절한 마음에서 한줄기 희망을 바라보듯 보고 있던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환자도 있다. 그만큼 급박한 환자도 있다.

 하지만 병도가 약한 환자라고 해서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둥의 이야기와 왜 이병원에 와서 그런걸 요구하냐는 식의 거만한 태도를 아픈 몸으로 누워서 듣는 줄 알았다면, 설사 생명이 위급해도 다른 병원을 찾았을 것이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의사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중대병원서 만난 의사들과는 다르다.

 

 환자를 고객으로 보지는 않는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거룩한 사명과

 

 돈 있는 고장난 사람을 고쳐주는 서비스는 아에 다른 이야기다.

 

 

 

 중대병원에서는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나는 병원에서 4일밤을 자면서 하루도 편한 적이 없다.

 

 심지어 원래 퇴원해야 하는 날보다 하루가 연기 되었다. 상황이 잠시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환자의 안정? 병원측에서는 관심도 없다.

 

 혹시 있다면 어떻게 "왜 이병원에 왔어요?" 라는 말이 나오며, 그렇게 말을 하는 의사에 대해서 전혀 통제를 안한다는 말인가.?

 

 전문의? 뛰어난 기술자를 전문의라 하던가?

 

 

 나는 이제 막 퇴원을 했다.

 

 어떤 글은 길게 써서 읽는이를 지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수술을 두번 받았다는 사실과, 그런 말도 안되는 언행을 하고 있는 의사가 중앙대 병원에 있다는 사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중앙대 병원과 환자의 인격적인 대우보다는 단순한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고 대충 마무리 짓기를 바라는 일종의 <무사안일주의>...이러한 기록을 조금 일찍 남겨 둠으로 해서, 정식으로 컴플레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말 할 수 있다면,

 

 내가 수술을 두번한 것이 의료사고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

 

 의사로서 해서는 안되는 언행을 하고 환자가 받지 않아야 할 대우를 받음으로서 스트레스를 더 받았고 그 때문에 하루 더 입원을 했고, 이후라도 경과가 안좋다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법정 대응을 하겠다.

 

 

 하지만 택시기사 아저씨 말이 가슴에 박혔다.

 

 "우리같은 서민들이야 백날 부딪히고 깨지고 해봐야 소용 없써요. 우리만 다치지. 그동안 지치고 마음 상하고, 돈 잃고...... 지들이 어디 눈하나 깜빡 할꺼 같아? 세상에 아픈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데...... 신문사에 가서 이야기를 한들 누가 들어나 줘? 돈으로 입막으면 그만일껄?  그냥 가서 인터넷에 올려봐요. 요즘은 서민들한테는 그게 가장 빠르다니까......"

 

 

 가장 원하지 않던 방법이다.

 

 이야기를 그나마 간략하게 쓰려고 했을 뿐이지 나는 부원장과의 면담을 2번 요청했고, 그 사이에 조대윤 교수와 2차례 상담, 흉부외과 과장이 짧게 와서 이야기하고, 특별히 신경을 쓴 Dr.오의 배려깊은 관심까지도 나는 최대한 병원 안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방법을 취할 수 있기를 기다려봤다.

 

 병원측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없어서 회피까지 했겠지만......

 

 

 이 씁쓸한 기분은 나 말고 더 약한 누군가라던가, 나 말고 더 없는 누군가는 절망속에서 설움을 토하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혹시나 싶어서 <의료사고>를 검색해봤다. 무책임한 병원과 무책임한 의사가 너무 많다.

 

 상처 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의사가 의사로서의 권위 명예를 이미 포기하고 사람들을 대한다.

 

 엔지니어 황성욱은 일말의 양심적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선배가, 과장이, 부원장이 가서 사과를 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듣지 않는다.

 

 병원측은 환자를 <고객>으로 본다.

 

 주객이 전도된 이야기다.

 

 상식을 떠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암이 병원 안에서 커가고 있다.

 

 

 

 P.S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의사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니들 위에는 내가 있는게 아니야! 환자가 있는거지 환자! 나한테 깍듯하지 말고 환자한테 그렇게 해!"

 

 중대 병원이 저런 말 할 수 있는 위인을 지녔더라면, 그 잘난놈의 고객 우선의 서비스 정신 따위는 필요 없지 않았을 까?

 

 

 

 

 

 

P.S  !!  사는 의미가 뭔지 다시 한번 드럽게 잘 생각하게 해준 것 같다 .중대 병원.

 

          오늘은 내 생일이다. 집에 오니 어머니가 미역국 끓여주셨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