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남자분이 대구 지하철에서 겪은 얘기를 썼길래ㅡ
저도 제가 겪은게 생각나서 글을 씁니다.
환승역에서 2호선을 막 탔는데, 어떤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제 옆에 앉는겁니다.
다른 쪽의 자리도 널널한데,
굳이 그 아저씨가 앉으면 사람이 꽉 차게 되는 제 옆자리에 앉길래
아주 조금은 이상했습니다.
아저씨가 앉길래 만지작 거리고 있던 파마가게 광고지를 가방에 넣으려다, 떨어뜨렸습니다.
아저씨가 주워주시면서 " 파마하시게요? 생머리가 더 빛나는 것 같은데," 이러는 겁니다.
순간 느끼해졌습니다. 속으론 오지랖 참 넓다고 생각했지만 호의를 베푸신 분이기에
고맙습니다-하고 듣고 있던 노래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가 가방을 뒤적이더니, 민법 문제지를 꺼내는 겁니다.
정말 많이 푼 듯한 문제지. 연필로 여러번 풀었는지 많이 지저분한.
아저씨 왈 : 지우개 있어요?
저 호의를 베푸신 분이기에, 지우개 정도야 빌려드릴 수 있겠다 싶어서
지우개 빌려드렸습니다.
아저씨 지우개로 슥슥 지우더니 " 역시 세상은 표현을 해야 아름다운 것 같네요. 어쩌구 저쩌구"
저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네." 이러고 속으로 자리를 피해야 되나? 생각했습니다.
이 아저씨ㅡ 지우개 돌려주더니 본격적으로 질문을 퍼붓는겁니다.
아저씨 : xㅁ 대학교 학생이세요?
저: 아니요
아저씨 : 그럼 x& 대학교요?
저: 아니요
아저씨: 저는 xㅁ대학교 졸업생인데, 어디 어디 역에서 5분거리고..
이번에 x&대학교에 도서관을 신축했는데...어쩌구 저쩌구
계속 '역' 얘기하면서 , 횡설수설 하시더라구요. 뭔가 뒤죽박죽인듯한./
저 이 아저씨 옆에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한테 문자를 쓰기 시작했죠.
전화 좀 해주면 안 되겠냐고.
문자 쓰는 사이에도 아저씨, 계속 혼잣말 하시더라구요.
아저씨: 혹시 고등학생이세요?
제가 아저씨가 물어본 대학교 학생이 아니해서, 그렇게 생각하신듯 했습니다.
저 전화오기 만을 기다리며, 대답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가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아저씨 한마디 툭 날리시더군요.
"요즘 고등학생들이 워낙 노숙(!)해서 다 처자같더라고~어쩌구 저쩌구"
ㅡ.ㅡ 노숙..노숙..노숙..
순간 내가 그렇게 꼬질하게 생겼나? 싶었습니다.
아저씬 성숙하다는 의미로 , 저 표현을 쓰신 듯하지만요.
머리 속으로 노숙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데,
때마침 문자 보낸 친구가 전화를 해주어서
"어 나 다음 역에서 내려 " 이러면서 다른 칸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저씨가 따라 오는 건 아닌가 했는데, 다다음역에서 그 칸을 보니 아저씬 없더군요.
행여나, 다음역에서 내려 그 소리 듣고 그 역에서 내린 건 아닌지...ㄷㄷㄷ
아무튼, 밑의 님이 지하철 얘기를 적었길래, 저도 지하철서 겪은 걸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참 별의별 사람들이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