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님이 오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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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TV의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곧 한국상륙… ‘모독적인 신데렐라 판타지’논란 일 듯
현대판 신데렐라의 대표적 방송 버전인 <백만장자와 결혼하기>(Joe Milliomaire·<폭스TV> 방영)의 국내 방영이 다가오면서 이 프로그램이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젊은 여성 20명이 미남 백만장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실제상황’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 미국 전역에서 3500만여 가구가 시청했다.
18∼24살 여성 시청률은 한때 50%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이 오는 5월12일부터 9차례에 걸쳐 케이블 위성방송인 OCN을 통해 국내에도 방영된다.
상업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미국 안에서조차 ‘시청률 지상주의의 극치’라거나 ‘여성에 대한 악의적 왜곡’이라는 비난을 받은 이 프로그램이 국내에 상륙하면 비슷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후궁 간택’하듯 벌이는 게임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는 5천만달러를 상속받을 예정인 조(29).
훤칠한 키의 미남인 그는 신붓감을 고르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성에 20명의 여성을 초대한다.
비서·교사·의사 등 여러 직종의 여성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몰려든다.
게임은 조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차례로 성을 떠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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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탈락자가 나오는 시각.
조의 집사는 마치 전제군주가 후궁을 ‘간택’하듯 여성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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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은접시에 놓인 12개의 진주 목걸이를 자신이 선택한 여성들의 목에 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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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고 우아한 걸음으로 백만장자 앞에 선 여성들은 저마다 작지만 다소곳한 목소리로 “생큐”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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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불리지 않은 여성들은 울면서 짐을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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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거듭하면서 목걸이는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로 등급이 높아지고 ‘살아남은’ 여성들 수는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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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조는 결국 ‘조라’라는 교사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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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승자의 기쁨도 잠시.
조라는 자신에게 끼워줄 다이아몬드 반지를 든 남자로부터
“나는 무일푼인 건설 노동자”라는 말을 듣는다.
그 순간 조라는 당황하지만,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거짓말이 마음에 걸리지만 앞으로 계속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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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집사가 100만달러(약 12억원)짜리 수표를 은쟁반 위에 얹고 나타난다.
그는 “동화 같은 얘기 속에 어찌 기적이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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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이야말로 가장 큰 보물”이라는 그럴싸한 ‘위로’와 함께 수표를 커플에게 건네준다. 조라는 100만달러를 공유할 남자를 얻었고, 적어도 사랑에 대한 그럴듯한 판타지를 완성한 셈이 된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해 외국으로 판매하는 <폭스TV>는 한 손에는 극우보수주의를, 다른 한 손에는 선정주의라는 무기를 들고, 이나 등 주류 채널과 경쟁하는 방송사다. <폭스TV>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의 계열사다.
<폭스TV>는 어떤 방송인가
<폭스TV>의 극우보수주의는 이번 미-이라크 전쟁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성조기를 아이콘으로 쓰는가 하면, 앵커들은 스스럼없이 미·영 합동군을 해방군이라고 했다. 덕분에 이 채널은 미국 정부로부터 을 능가하는 특종거리를 ‘사랑의 증표’로 받았다.
이 채널의 또 다른 주 특기는 상업주의를 극대화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한 시청률 높이기다. 2001년에는 <템테이션 아일랜드>에서 미혼의 남녀 커플 여러 쌍을 외딴 섬으로 초대해 서로 다른 커플의 이성을 유혹하는 상황을 만들어 이를 중계했다.
과연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동경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한 <폭스TV>의 장삿속이 국내에도 먹힐지, 그 해답은 5월에 공개된다.
이유진 기자/ 한겨레 스카이라이프 frog@hani.co.kr
한겨레21 2003-04-24 착각 - 악동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