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중
1.
‘Boys, be ambitious!’ 라는 말이 있는데 어느 정도가 되어야 야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나 큰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 인기 연예인, 존경 받는 과학자, 그런 정도라야 할까?
그러나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야망을 가지지 않는 것 같은데 이는 자기의 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어리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과 자신의 분수를 잘 안다. 그래서 공무원이 되려 하고, 교사가 되려 하고, 회사원이 되려 하고, 요리사가 되려 하는 것이다.
누가 야망을 가지라고 하든 말든 아이들은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만약 그들이 정말 분에 넘치는 야망을 가지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인생이 어찌될 것인가?
2.
부모는 법률가가 되기를 원했지만 그는 음악이 좋아서 작곡을 택했다. 그리고 성공해서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는 가끔 TV 에서도 볼 수 있다. 부모는 엄청 반대했지만 가출까지 해서 가수로 혹은 영화배우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부모는 왜 자식이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했는가? 왜 자식의 재능을 살려주려 하지 않았을까?
부모들이 과연 잘못했을까? 만약 그 자식들이 그러한 분야에서 성공할 것이 확실했다면, 그리고 그러한 가능성을 부모들이 충분히 인지했다면, 잘못했다. 왜 자식들이 좋아하는 일을 반대했단 말인가? 그 일로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그들의 부모들이 그런 예측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떤 초등학생이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린다. 그러면 부모는 그 아이를 화가로 키워야 하나? 그런데 그 아이는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나? 백명 중에 그림을 가장 잘 그리면 화가로 성공할 수 있나? 아마도 백만명 중에 그림을 가장 잘 그린다면 그 아이는 틀림없이 화가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백명 중에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아이를 화가로 키웠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 아이가 그 길로만 달려왔다면 화가로 성공하지 못할 때 그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하나?
책이나 TV 를 보면 성공한 자식들을 반대한 부모들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우리 부모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생각해야 할 많은 것들을 나름대로 생각한다. 어떤 직업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그 직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인식을 받는지, 그 직업을 택할 때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식의 재능은 어느 정도이며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인지, 이러한 모든 것들을 감안하여 그 자식의 진로를 지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는 부모들의 판단이 옳은 것 같다. 우리 보통의 부모들이.
3.
이순신이나 에디슨이나 정주영처럼 성공하려면 그들처럼 행동하면 되는가? 하루에 잠을 서너 시간 밖에 자지 않고 부자가 된 기업가를 본받을 수 있겠는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자른 스님의 단호함을 본받을 수 있겠는가?
우리 옛 속담에 뱁새가 황새 따라 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했는데 능력이 없으면 따라갈 수 없는 것 아닌가? 또한 그들만큼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운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들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그들처럼 되려면 그들과 같은 운도 타고 나야 할 것이 아닌가?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문제이지만 따라 해도 될까가 더 문제이다. 그들과 다른 점이 너무도 많은데 그렇게 부각된 면만을 따른다고 과연 성공할까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하루에 잠을 서너 시간 밖에 자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하면 과연 그의 건강에 문제가 없겠는가? 많은 크고 작은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 매사에 단호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보통 사람이 유명한 성직자나 현자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을까? 아니 따라도 될까? 성직자나 현자가 그들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철저히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형편을 이해하고 말했다면 그들의 가르침을 따르기가 쉽겠지만.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라 혹은 가난한 이들에게 네 것을 나누어주라는 성직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도 될까? 마음을 비우라는 현자들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라도 될까?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니 책을 많이 읽으면 행복하게 될까?
성직자나 현자들의 말은 일반적으로 옳은 하나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우리 보통 사람들이 매사에 이 가르침을 바로 적용하면 많은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들의 가르침은 하나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져 매사에 반영되어야 할 가르침이지 어떤 상황에서건 우선적으로 무조건 적용되어야 할 가르침이 아닌 것이다. 아마 가난한 이들에게 네 것을 나누어주라고 가르친 이도 보통 사람 아무개가 굶고 있다면 너 먼저 먹으라고 말할 것이며, 가난한 아무개가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있다면 책 속에 길이 있다던 이도 책 읽기를 그만 두고 일을 하라고 말할 것이다.
종교 지도자나 현자들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러나 전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가르침을 고려하기는 하지만 또한 그가 처한 상황에서 다른 모든 것을 고려하여 그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대로 행동한다. 만약 그들이 그들의 능력이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종교 지도자나 현자의 말대로 행동한다면 어쩌면 그들은 큰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비록 크게 성공한 사람들만큼 능력도 없고 성직자나 현자들만큼 도덕적이지도 지혜롭지도 않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 그들이 가진 능력, 건강, 재산, 가족, 희망, 미래에 대한 예측 등 모든 것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행동한다. 어리석다고 폄하되기 쉬운 우리 보통 사람들이 실은 놀라울 정도로 융통성 있고 지혜로워서 자기 일에 관한 한 자기의 모든 형편을 적절히 고려하여 최선에 가까운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다.
한 우물을 파서 성공한 사람들은 한 우물을 파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에는 한 우물을 파라는 멋있는 말만 나온다. 그러나 우리 일반대중은 현실 속에서 한 우물만 파다가는 쫄딱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