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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도 지혜이지만 빈 자리는 남겨 놓아야 한다.***
호박손의 눈물나는 안간힘을 보았는가?
담쟁이손의 끈끈한 접착력을 보았는가?
삭정이 하나 꽂아 두어도 호박손은
감사히 감아 올려
호박줄이 갈 길을 만들어 주고
잊혀진 돌담불도,
흔해 빠진 시멘트벽도 아이젠으로 빙벽을 찍듯
찍어대며 담쟁이손은
담쟁이 덩쿨의 영역을 확장한다.
남자다움을 배우라고
아버지다움을 배우라고
수 년을 태권도장에 보낸 아들녀석은 이제야
엄마의 기도가 무엇임을 알고는
고백을 한다.
(눈치만 보고 살아 왔단다.
이유는 모르겠단다.)
(모르는 건 당연하지,)
그 눈치가 사부의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부의 옆에 세웠을때 아이는 그걸 터득한 것이다.
추위가 아무리 시샘한다고
바람이 아무리 질투한다고
꽃잎을 지게 하려
애를 써도
가지는 부러질지언정 꽃잎은
때가 되어야 피듯,
시기가 되어야 지고
이천 삼 년!
신년 해돋이의 그 해도
기다림에 지치게 하고
추위에 떨게 했으나
참고 숨 죽이는 이들을 위하여
구름너머
중천에서 떠 오르더라,
아픔도,
그리움도,
때가 되어야 치유되고
시기가 되어야 잊혀지듯,
빈 자리의 아픔도,
빈 자리의 분노도,
시간이 치유하고
세월이 해결한다.
필연(必然)으로 생긴 빈 자리가 아닌 다음에야
우리는 아이들을 위하여
빈 자리를 남겨 두어야 한다.
그래야 그 녀석들,
우여곡절 끝에 잘 자라
자신부터 사랑할 줄 아는
관대한 인간으로 커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아이들을 위하여
최후의 빈 자리는 남겨 두어야 한다.
엄마의 자리거나
혹은
아빠의 자리거나
세월만이 잊게 하거나
세월만이 해결해 줄 뿐이다.
글/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