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랑이...시작되다 05

새코미 |2007.07.10 16:44
조회 484 |추천 0

새벽 2시...

2시간 째 홍이의 전화가 불통이다. 오늘 [하얀사랑]의 녹화를 마치고, NBC의 제작부 회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시원만 먼저 집에 들어온 터였다. 그렇게 헤어진 것이 6시가 채 안 된 시간이다. 근데.. 지금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시원이 문자를 보내도, 통화를 시도해도 아무런 연락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따르릉... 따르릉...”

 

 

드디어 시원의 핸드폰에 홍이의 번호가 표시되자 시원은 신경질적으로 전화기의 폴더를 열었다.

 

 

“야... 진홍!! 너 도대체 몇 시야?”

 

 

“저기... 장시원씨.. 핸드폰인가요?

 

 

진홍의 목소리가 아닌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시원이 다시 한번 표시된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틀림없이 진홍의 핸드폰 번호이다.

 

 

“예.. 그런데요? 누구세요?”

 

 

까칠한 말투로 다짜고짜 누구냐며 화를 내는 시원이다.

지금 이 시간에 낯선 남자가 진홍의 핸드폰으로 시원에게 전화를 걸어 온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

 

 

“예.. 저번에 한 번 뵀었죠? 저 NBC 김진규PD인데요. 홍이가 많이 취해서...”

 

 

“뭐라구요? 거기가 어딥니까?”

 

 

“ 아니요, 위치만 알려 주시면 제가 데려다 주겠습니다.”

 

 

“됐구요, 거기가 어딘지만 말씀하시죠.”

 

 

상대의 얘기를 다 듣기도 전에 서둘러 전화를 끊은 시원은 밀려오는 짜증과 그 김진규란 자식에 대한 질투심과, 진홍에 대한 배신감으로 숨쉬기조차 힘들어 진다.

거칠게 차를 몰아, 홍이 있다는 술집 앞에 주차시켰다.

술집 앞에서 자신의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한 채, 김진규의 품에 안겨있다시피 한 홍이의 모습에 속에서 불꽃이 일었다.

저 자식이 분명히 홍이라고 불렀다, 얼마나 친한 사이이기에 ‘홍이..홍이’ 한단 말인가?

 

 

차에서 나온 시원이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는 듯이 김진규의 품에서 진홍을 빼앗아 부축했다.

 

 

“아.. 빨리 오셨네요. 홍이가 술이 많이 약하네요. 술 못 먹는 줄 알았으면, 미리 막는 건데.. 몰라서 그만.. 소주 세 잔에 이렇게 뻗어 버렸지 뭡니까?”

 

 

“감사합니다.”

 

 

짧게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대답하는 시원이다. 돌아서다 말고 진홍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김진규의 표정에 갑작스럽게 부아가 치밀어 올라, 기어코 한마디 던지고야 말았다.

 

 

“ 김PD님.. 얼마나 진홍이랑 친한 사이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진홍씨 직장인 회사에서 홍이..홍이.. 이렇게 부르는 것을 썩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예?”

 

 

“제 매니저 되는 사람이니 만큼 개인적은 친분을 뒤로 미뤄두고 제대로 예의 좀 갖춰서 대해주셨음 합니다.”

 

 

 

=======================================★

 

 

 

진홍은 지금 취했다기 보다는 의식을 잃었다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진홍을 부축하며 걷던 시원이 안되겠다 싶어 아예 진홍을 안고는 그의 차 안에 앉혔다. 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홍은 쌔근쌔근 잠들어 버렸는지, 간만에 부드러운 얼굴 표정이다.

그런 진홍의 얼굴을 뚫어져라 시원을 바라봤다.

진홍과 함께 산지 이제 한 달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편하게 홍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진홍의 속눈썹이 뺨에 길게 그늘을 만들었다. 자그만 혀가 뭔가를 이야기 하고 싶은지 계속 꼼지락대고, 자세가 불편했던지 시원 쪽으로 돌아누우면서 간만에 차려 입은 그녀의 치마가 허벅지 위로 위험스럽게 말려 올라갔다.

진홍의 얼굴 위로 흐트러져 있는 머리카락 몇 가닥을 쓸어 올려다.

그리고 그녀의 허벅지 위로 말려 올라간 스커트를 조심스럽게 내려주었다.

갑작스럽게 술에 취해 김진규의 품에 안겨있던 모습이 다시 떠올라 그는 힘껏 클락션을 내리쳤다. 클락션의 시끄러운 울림에 그녀가 잠시 미간을 찡그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랑스러운 얼굴로 돌아가 다시 살포시 잠이 들었다.

 

 

“진홍... 너 정말 나 죽이려고 여기 나타난거냐?”

 

 

시원의 혼잣말이 그의 차 안에 울려 펴진다.

 

 

“차 좀 세워....”

 

 

곤히 자고 있는 줄만 알았던 진홍이 갑작스럽게 달리는 차를 세우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진홍을 바라봤다.

속이 안 좋은지 오만상을 하고 진홍이 창문을 열고 있었다.

 

 

“우웩....아씨... 우웩...퉤.”

 

 

차를 세운 뒤 진홍은 몇 잔 먹지 않은 술을 모두 게워내고 있었다.

 

 

토닥토닥...

 

 

“그러게 누가 기집애가 자기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냐? 이게 아주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길거리에 너 같은 애들 널부러져 있음 누가 잡아가도 도와주기라도 할 것 같아? 참, 너 이러고 사는 거 너희 부모님이 아시면 좋아라 하시겠다.”

 

 

토닥토닥...

진홍의 뒤에서 등을 두드려주면서도 아까 진규의 품 안에 안겨있던 모습이 얄미워 시원은 끊임없이 잔소리 중이다.

 

 

“휘휴,,,”

 

 

어느 정도 속이 진정됐는지, 진홍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 물..”

 

 

그새 슈퍼에 뛰어가 사온 차가운 생수를 건네는 시원이다.

 

“너.. 주량이 얼마나 돼?”

 

 

“글쎄... 필름 끊길 때까지 안 마셔봐서 모르겠는데. 양주 한 두 병쯤 될라나? 누가 너처럼 필름 끊길 때까지 누가 무식하게 술을 마시냐?”

 

 

“나는 소주 세 잔이면 죽는다. 이 술이라는 것이 마시면 마실수록 는다는데, 나는 아무리 마셔도 안 느는 것이 술이더라구. 사람이 가끔 힘들 때 있잖아.. 그럴 때 술 한 잔에 힘든 거, 아픈 거 다 떨궈 버리고 싶은데, 난 그게 안 되니까 다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해...헤헤”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홍이가 평소에 잘 안 하던 말까지 꺼낸다. 차 안에 코트를 두고 나온 채라 홍이가 추운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3월 초 밤 공기는 많이 차다. 시원이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홍이에게 걸쳐준다.

 

 

“술 잘 마셔봤자 몸만 상하는 거지... 뭐가 좋은 게 있다구..”

 

 

“아니... 별 얘기는 아니고, 그래서 나는 술 잘 마시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얘기!! 오늘은 여기서 끝.. 얼른 가자. 벌써 3시가 넘었네. 나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미안해서 어쩐데?”

 

 

차로 걸어가는 진홍의 어깨가 오늘따라 작아 보여, 시원은 먼저 걸어가고 있던 진홍에게로 뛰어가 장난스럽게 어깨동무를 했다.

 

 

집으로 돌아 온 시원은 알람을 평소보다 한 시간 빠른 시간으로 맞췄다.

하지만, 오늘 밤 시원에게 이런 알람도 필요 없었다.

속눈썹으로 그늘진 얼굴과 말려간 스커트 사이로 살짝 보였던 진홍의 허벅지와 빨간 입술 위에 놀던 혀가 밤 새 그를 뜬 눈으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아침 5시부터 일회용 북어국으로 아침을 만들고 일어나면 주려고 꿀물도 적당히 타 두었다.

6시가 되자 어김없이 그녀가 일어났다. 어제의 피곤함을 그대로 담은 얼굴...

홍이는 항상 시원보다 늦게 자지만, 항상 시원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다. 자신의 약점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홍이의 성격이다.

평소에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던 시원이 자신보다 더 일찍 일어나 주방에 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 홍은 자신이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다시 한번 바라봤다.

 

 

“자... 꿀물... 속은 괜찮냐?”

 

 

꿀물을 건네면서 이 상황이 자신도 어색한지 딴청을 부리는 시원이 귀여워 홍이가 평소와는 무방비 상태의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맑은 웃음, 계산되지 않은 웃음, 시원을 떨리게 만드는 웃음…

그 화사한 웃음에 시원은 넋을 빼고 홍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왜? 내 얼굴 엉망이지? 어제 화장도 못 지우고 자서 그래. 그렇다고 사람 무안하게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볼 것 까지는 뭐가 있어?”

 

 

 

시원의 눈빛을 오해한 홍이가 시원의 눈빛을 피하며, 건네주는 꿀물을 무슨 사약이나 되는 양 코를 막고 꼴깍꼴깍 삼킨다.

 

 

“아~ 단 거는 싫어.”

 

 

홍이의 어린아이 같은 투정... 시원은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고 있으니까 말 잘 듣는 신랑 같은데? 큭큭큭”

 

 

홍이의 이어진 한마디가 그를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 그녀는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홍아... 그럼 우리 오늘 하루만 신랑신부 놀이 해볼까?”

 

 

“아휴..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냐? 아주 능글거리는데는 뭐가 있다니까.”

 

 

시원의 기대를 한 마디로 묵살 해 버리는 홍이다.

 

 

“오늘은 하루 쉬어. 나 혼자 가도 되니까... 스케줄도 드라마 촬영 한 건 뿐인데 뭘...”

 

 

서둘러 씻으러 들어가는 홍이에게 시원이 아무렇지 않은 듯 한마디 툭 던졌다. 시원이 오늘 이러는 까닭은 물론 피로해 보이는 홍이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오늘 촬영분인 키스씬을 홍이 앞에서 한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 하는 차량 안에는 그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졸린 듯 어렵게 하품을 참고 있는 홍이가 앉아있다. 오늘은 긴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자..시원씨가 좀 더 오른쪽으로 돌고 선영씨의 어깨 쪽을 끌어안아야지. 그래... 아니... 아니... 그 쪽이 아니라.. 컷!”

 

 

[하얀사랑]의 연출자의 날카로운 컷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시원씨. 왜 그래? 한두 번 작업해 본 사람도 아니고... 이거 원 신인보다 서툴러서야 되겠어?”

 

 

시원이 홍이를 바라보자 홍이는 무엇인가 오만상을 찌푸린 채 수첩에 무엇인가를 끄적이느라 바쁘다. 시원이 비록 연기일지라도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던 뭘 하든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에 또 다시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시원이다.

 

 

‘그래... 홍.. 아무리 니가 내 마음을 모른다고 해도, 이런 무심함까지는 너무 한 거 아니냐?’

 

 

이번에는 한 번에 끝내리라 결심을 하고, 감독의 큐소리에 맞춰 시원이 콘티대로 여주인공의 어깨를 끌어안아 거칠게 키스했다. 꽤 농도 짙은 끈적이는 듯한 키스신이다.

 

 

“오~~케이.”

감독의 만족스러운 오케이 사인과 함께 여주인공과 떨어진 시원이 또 다시 의기양양한 채 홍이쪽을 바라보았을 때 그 홍이는 시원의 키스신과는 상관없이 조용히 커피 한잔을 건네는 어제의 김진규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무엇인 좋은지 얼굴에는 살포시 홍조도 띄우고,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홍이가 시원은 마냥 야속하다.

 

 

“젠장... 진홍.. 너 아주 가지가지로 나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혼잣말처럼 되뇌인 시원의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홍이가 시원 쪽을 바라보더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시원한 생수 한 병을 건넸다.

홍이가 건네는 그 생수병을 시원은 심통 맞게 낚아채고는, 그것이 무슨 술이라도 되는양 벌컥벌컥 마시면서도, 몸 안의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그동안 항상 제글이 짧다 하신 분들이 아~~주 아~~주 많이 계셨는데요...^^

오늘은 어찌 만족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기존에 올렸던 글인지라,

평소의 2~3편을 한 편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올리다가는 이번주 중으로 끝날지도 몰라요...^^

오늘은 여기까지 올리겠습니다.

피곤한 하루 즐겁게 마무리 하세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