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 결혼을 할 작정으로 만나고 있는 상대가 있어요. 하루 하루 마냥 행복하게만 만나오고, 결혼을 위해 돈을 벌고, 집을 구하고, 일을 하고, 상가견례 하고 etc. 할 계획 꼼꼼히 세우고 무엇보다 서로를 믿으면서 잘 지내왔어요.
톡을 읽다가 생각이 확 바뀐게.. 결혼 생활에 대해 쓴 불만 글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순간 달콤한 상상에서 현실로 확 깨어났다랄까요. 단점들만 걱정에 앉기 시작했어요.
뭐 먼저 남자친구는 지금 군대에 가 있어요. 이등병인데, 굉장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편한 부대고 여군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남친 아버님께서 으름장 놓으시더라구요 '너 여군과 눈 맞으면 내 손으로 죽여 버린다!' 라고 ^^; )
남자친구는 아버님이 어머님과 이혼을 해서 아버님과 둘이 살구요, 둘은 정말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다정하게 술도 같이 먹고 목욕도 가고 그러는 사이구요, 아버님이 전화를 자주 하시는 편인데 (군대 가기 전 남친도 그렇고 저에게도 그렇고) 간섭이라기 보다는, 아버님에 밤에 택시 운전을 하셔서 마주칠 일이 없으니 활동시간대가 겹치는 아침에서 점심까지의 시간에 전화를 잘 하시더라구요.
아버님도 그렇고 남친도 그렇고 술을 너무 좋아해요;; 물론 한번 저 없이 다른 친구들과 술 먹다가 사고한번 당한 이후로는 제가 챙겨주고 있지만.. 자기도 좀 조절하는거 같고..
술버릇이 좀 안좋아요;; 아니 뭐, 주정을 부린다든가, 그런건 예전에는 있었다던데 저 만나고 나서는 저 없이 술먹어도 버릇 없어졌다고 친구들이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쨌든 제가 말하는 버릇은 .. 술을 필름이 끊길 때 까지 폭음하는 경향이 있는데. . 아버님도 그러시더군요. 담배도 피우시는데 좀 걱정이 되는 수준이에요. 줄담배는 안하시지만.. 남친은 그닥 걱정할 수준은 아닌데.
그리고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대화의 반 정도는 아들 얘기로 채워져 있고... 아들 자랑을 아주 많이 하세요. 어떤 때는 좀 .. 솔직히 듣기 지겹죠 ^^;;
아버님과 저는 꽤나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아버님 때문에 기독교도 아닌 제가 교회에 나가서 사람 만나고 아버님 뵙고 그러고 있고, 아버님께서 자취방에 냉장고와 밥통 주시고.. 여름이라고 오미자즙과 한약 챙겨 주시고, 일한다고 비타민 알약 챙겨 주시고, 얼굴 좀 핼쓱해 보이면 배 터질때까지 먹을거 주시고, 맨날 용돈 주시려고 하는거 마다하느라 땀 빼야 하고.. 교회 끝나고 학교 가서 할 일 있다면 태워다 주시고.. 밖에 있던거 집에 데려다 주시려고 하시는거 오지 마시라고 거절한 적도 있고...
뭐 너는 이미 내 가족이다.. 이런 말씀도 하시고..
아버님 뿐만 아니라 그쪽 고모와 할머니도 절 굉장히 예뻐하는데, 전 아버님이 더 걱정돼요, 혹시나 이렇게 예뻐하는거만 믿고 있다가 톡에서 읽은 바 대로 남친도 아버님도 결혼 후 딴판 되는건 아닌지.
남친은 아버님과 거의 동등한 친구같은 관계라 좀 다행이기도 하고, 군대에서 전화를 몇 번 했대요, 피곤한 애 맨날 교회에 부르지 마라, 요새도 걔한테 전화 자주 하냐, 그러지 마라..
혹시나 아버님이 제가 불평했다고 오해하실까봐 그런거 아니다 라고 하며 제가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하고..
그런데, 톡을 괜히 읽었나봐요 불안감이 가시질 않네요. 결혼 후에 .. 에 대한 생각. 저희 집에서는 뭐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저를 독립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계세요 부모님께서. 저희 부모님은 제 생활에도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는 편이라 저희 부모님은 걱정이 전혀 되질 않지만.. 남친 가족은 미지의 세계잖아요 ^^;;
걱정과 불안.. 그리고 톡을 읽고 나서 색안경을 끼고 보니 안 좋은 생활의 징조로 보이기 시작하는 특징들.. 어쩌면 좋나요....
확실히 '사랑만으론 안돼' 라는 말도 와 닿는 것 같고..
뭣보다 조용 조용히 제게만 애정을 쏟고 정성스럽게 남자친구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가 있지만 제가 크게 크게는 확신이 있다고 말할수는 없다고 볼 가능성이 있을수도 있다고 볼 수 없는건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뭔 소린지..)
그냥 분위기가 그래서 휩쓸린거 같기도 하고..
뭐 그쪽 집안이 못사는 집안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저희보다 더 잘 사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뭐 저희를 베껴먹으려고 서둘러 결혼 분위기 조성하고.. 이런 못된 의도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그저, 남친이 자라면서 내내 결혼 안 할 거라고 큰소리 치며 연애만 해 오다가 생에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고 어른들께 말 드리니까 뭐 집안에서는 얼씨구 좋구나 한 것 같은 분위기랄까요.
그리고!
저는 저희 부모님과 좀 사이가 좋지 않아요. 아버지와는 연락한지 수 개월이 됐고, 하고 싶지도 않고.. 어머니는 일하면서 자주 마주치는데 (사실 같이 일해요 사무실에서) 제가 남자친구 얘기만 꺼내면 태도가 경직되고 매우 무섭게 파이터 자세로 대화에 임하세요;
그래서 남자친구.. 지금 반년이 다 돼가는데 (오 진짜.. 생각해보니..) 아직 저희 어머니께는 말 한번 못했어요.. 얘기하기 괴에에에에엥장히 껄끄럽더라구요.. 이번엔 또 뭔 소리를 퍼부을까.. 뭔 잔소리를 할까... 결국에는 '너 행복한대로 해라' 라고 할거면서 그 결론까지 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시련을 주시는 우리 어무이....
이번에 첫 휴가 나올 때 (9월 초) 인사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포상휴가 하루 얹어서 5박 6일 나온다니..
그 한 보름 전에 말씀 드리려구요.. 좀 생각좀 해 보고..
남자친구는.. 잘생기진 않았지만 매력이 있고, 예의바르고 어른스럽고 깔끔해요. 매너도 좋고.. (인사 드리면 아마 어머니께 저부터 혼날듯.. 얘는 이런데 넌 왜 이렇게 철이 없냐고..;) 하지만 예전 남자친구 부모님께 심하게 데인 적이 있는 저라서 제가 저희 어머니께 남친 아버님 자랑을 하고 싶어도 .. 어머니는 간섭한다, 나중에 시집살이 심하게 한다.. 이런 얘기 하실것도 같고..
이 두려움은 어떻게 해소하죠..
그리고 여러분이 보기에 상황이 어떤가요..; 아무래도 연애를 겪고 결혼을 해 보신 분들이면 저보다 경험이 있으시니 잘 대답해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맨날 간결하게 쓰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요 말주변이 없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