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철없고, 멋대로, 내키는대로, 생각없이..
그렇게 보낸 세월이라...
엄마한테 미안하고, 돈지랄해서 -_-
그래도 갑자기 그 때가 생각나서, 한번 지껄여보려 한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그럼, 지금은 철이 들었느냐?
어림도 없다! -0-
작년 이맘때로 거슬러 가보자.
나는 졸업을 앞두고 모든것을 이룬 듯 가벼운 마음으로
띵까띵까 놀고 있었지..
남들은 때 되면 자연스레 졸업을 하지만은
내 졸업을 위해 힘써 준 사람은 여럿이 된다.
우선...
현장실습 부분을 맡아주신 김사장님과,
한 학기 취업을 담당해 준 정진희양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물론, 현장실습도 취업도 그 어느것도 난 하지 않았다. -_-
김사장님과 정진희양 말고도..
계절학기 2학점, 수업을 안 듣고 시험만 보게 해주신 이름 모를 교수님과,
가짜 재직증명서에 꼴깍 속아넘어가 준 김xx학과장과,
모든 비용적인 면에서 통장을 탈탈 털어 지원해 준 내 착한 엄마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꾸벅.. (__)
기다리던 졸업식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젠 슬슬 방을 빼야 하는데...
107호에 살던 다희와 돈독하던 난,
다희의 친구 수정이에게 2,000원을 빌려주었다.
다희와의 사이가 돈독했다면
다희에게만 돈을 빌려줬어야 한다.
다희의 친구 수정이와는 별로 돈독하지 않았단 말이다! 아~
내가 이제와서 2,000원이 새삼 아까워 이런 이야길 꺼내는 건 아니다.
나중에야 알겠지만 오늘의 요점은 2,000원보다 훨씬 더 값이 나가는 것들이다.
똑똑...
작가 : 누구세요?
수정 : 언니, 저 107호 다희 친구 수정이에요.
작가 : 어, 그래. (찰칵,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수정 : 언니, 헤헤~ 저기요. 저 만원만 빌려주시면 안돼요?
작가 : 안돼!
수정 : 아, 씨벌.. 세상 인심 드럽네.
이렇게 된 일이다! 참나, 세상에 어이가 없어서..
하지만, 이렇게 끝내버리면 쏟아질 비난이 두렵기 때문에 이어가겠다.
똑똑...
작가 : 누구세요?
수정 : 언니, 저 107호 다희 친구 수정이에요.
작가 : 어, 그래. (찰칵,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수정 : 언니, 헤헤~ 저기요. 저 만원만 빌려주시면 안돼요?
작가 : 무슨일인데?
수정 : 라면 좀 사먹으려고요..
작가 : 나 지금 7,000원 밖에 없는데. 오천원짜리 하나랑 천원짜리 두개밖에 없다.
수정 : 그럼 2,000원만 빌려주세요.
그렇게 난 107호 돈독한 사이인 다희의 친구 수정이에게 2,000원을 선뜻 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난 107호 돈독한 사이인 다희의 친구 수정이에게 2,000원을 선뜻 빌려주면
안되는거였습니다.
며칠 후, 나는 자취방을 빼고 집으로 돌아왔고..
차마 그깟 2,000원 때문에 두 살이나 어린 다희의 친구 수정이를 달달 볶으며
이년아 내 돈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107호 방문을 똑똑.. 하지않고, 그냥 집으로 들어와 눌러앉았지요.
수정아? 107호 돈독한 사이였던 다희의 친구 수정아??
죽기전에 어디서든 우리 다시 만난다면 그 땐, 꼭 돌려받고 싶구나. 내 2,000원!
어젯밤... 잠이 드려는 찰나, 이 일이 생각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엔 냉장고까지 생각이 났다.
잘 들어봐, 냉장고 이야기 나올때까지 ^.^
엄마가 한달에 용돈을 한 번 준것도 아니다.
서너번은 넉넉하게 쥐어줬다. 몇십만원씩..
그래도 모자르고 배고팠다.
나의 씀씀이란, 대책이 없었다.
모든 게 쓸모없고 의미없는 일에 쓰였다. 엄마의 피곤과 알뜰함이 담긴 돈이...
엄마가 주는 풍족한 용돈을 일주일도 못 넘겨 다 써버리고,
몇주에 한번씩 엄마의 지갑을 털러가는 날에도
차비가 없어서 이래저래 돈을 빌려야 했다.
헌데, 그 날은 친구들도 모두 이미 집으로 떠나버린 상태..
아무리 전화를 해봐도 구세주가 나타나질 않는것이다.
그래서 택한것이 자취방 근처 비디오가게 아저씨! -_-
작가 : 아저씨, 긴히 할 말이 있어요.
아저씨 : 뭔데요?
작가 : 아저씨, 제가 만원만 빌려달라고 하면 제 귓방망이를 올려붙일건가요?
바로~ 귓방망이 쏘아붙이대. 씨벌... (왜 자꾸 이런쪽으로 나가고 싶지.. +.+)
아저씨는 서슴없이 내게 만원을 빌려주었고, 나는 그 만원으로 쫄랑쫄랑 집으로 달려가
엄마에게 두손 가득 넘치는 돈을 받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늘... 내가 돈이 떨어져 집을 찾을때마다..
엄마는 일년내내 똑같은 머리모양을 하고선, 내게는 산타할아버지가 양말에 선물을 가득 채워주고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생색 한번없이, 온갖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엄마께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하고 감사한다..
후에도 난, 차비가 없을때마다 몇 차례 아저씨에게 만원을 빌렸고
아저씨는 언제나 귓방망이 대신 너그럽게 만원을 빌려주었고...
물론 집에 갔다 돌아오면 날이면 제일 먼저 비디오가게에 들러서 만원을 갚았다.
그런데...
왜 수정이를 생각하다가 비디오가게 아저씨가 떠올랐느냐?
그래, 사실 나도..
마지막으로 빌린 만원을 갚. 지. 않. 았. 다.
졸업을 하고 그 동네를 떠나오면서, 다시는 아저씨를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런 건 아니다. 난 아저씨한테 항상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했었다.
어차피 떠나는 길 만원을 돌려주려니 조금 아까웠던 것 뿐이다.
그말이 그말이잖아! @.@ 어쨌든,
아저씨 미안해요. 정말 미안했어요..
졸업하고 몇 달만에 그 동네에 가보니, 아저씨 비디오가게가 없어졌더군요.
나중에라도 꼭 갚고싶었는데...
혹시 제가 안 갚은 만원때문에 가게사정이 어려워져서 문을 닫은 건 아니죠? -_-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
아마도 내가 이래서, 수정이한테 2,000원을 뜯긴 것 같다.
학교를 다니는동안, 난 언제나 쪼들리고 힘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용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 관리를 할줄 몰라서.
하루는 진짜 물 한병 사먹을 돈이 없는거다.
미치도록 내 몸이 갈증을 느끼는데 물을 공급해줄수가 없는것이다.
생각을 해봤지..
이렇게 며칠을 지내다가는 물을 못 먹어 똥이 굳을대로 굳어져
내가 똥을 싸다가 똥구멍이 사정없이 찢어져 -_-
과다출혈로 사망할수도 있다!
난 갑자기 조급해졌다.
어떻게해서든 당장 돈을 구해야만 했다.
그 때, 내 눈에 띈 게 바로 컴퓨터...
내가 고등학교 때 피아노를 팔아 장만한 컴퓨터,
200만원을 넘겨주고 구입한 컴퓨터가 눈에 들어왔다.
당장 학교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작가 : 언니! 나 지금 차가 필요한데.. 어서 내게 달려와줘!
언니 : 야, 나 지금 바쁜데...
작가 : 나 지금 컴퓨터 팔러 가려고 해.
언니 : 할 일이 있어서.. 당장은 안 되겠는데?
작가 : 아~ 정말 급하단 말이야. 십만원 받는다치면, 2만원 줄께.
언니 : 나 진짜 곤란한데.
작가 : 에이씨, 3만원!
언니 : 지금 바로 180km로 달려갈께!
언니야.. 우리 이러지말자.
그렇게 3만원에 언니를 꼬득여 언니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지.
근데, 이 썩을놈들이 내가 200만원을 넘게 주고 산 컴퓨터를 판다는데
십만원밖에 못 주겠단다.
아까 흥정할때 예를 들었던 십만원이 화근이 됐는지..
그렇게 몇 곳을 돌아다녀봤지만 한결같이 십만원 정도를 준다하였고,
난 도저히 그런 헐값에는 컴퓨터를 넘길 수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 후, 굳어질대로 굳어진 똥이.. 몸밖으로 나올 신호를 보내왔고
난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며,
에라이~ 십만원이라도 좋으니 아무나 가져가쇼! 하는 맘으로.. 흑흑~
다시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작가 : 언니.. 읔! 똥이 나... 오려..고 하는데, 지금 나 급..해!
언니 : 화장실 가.
작가 : 그게 아니고, 나 그냥 컴퓨터 팔아야겠어.
언니 : 작가야. 그 컴퓨터 언니가 살까?
작가 : 언니가? 그래. 십만원만 줘.
언니 : 전에 니가 십만원에 팔면 3만원 준다며??
작가 : 에이 씨, 알았어. 7만원만 줘!
언니야.. 정말 이러지말자.
그렇게 아끼던 피아노를 팔아 장만했던 컴퓨터를
십만원도 아닌, 단돈 7만원에 언니에게 보냈다.
하긴 3만원 더 받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어차피 헐값에 팔아넘기는 거, 아는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서로 돕고 사는거지, 뭐..
종종 엄마가 자취방을 방문할때마다
난 얼토당토않는 거짓말을 해야했다.
엄마 : 작가야, 니 컴퓨터 어디갔니?
작가 : 아 글쎄.. 이 놈이 대가리가 컸다고 자꾸 밖으로 도네...
그렇게 컴퓨터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휑한 방꼬라지에 적응이 안 됐다. 속이 쓰렸다.. ㅠ.ㅜ
그러던 어느 날, 내 지갑은 또 바닥을 드러내며 내 생활을 노숙자처럼 몰아갔다.
난 또 다시 돈이 필요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필요한 건 한달후의 월급이 아닌
당장 끓여먹을 라면을 살 수 있는 돈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 하고,
처음 도둑질할땐 바들바들 떨면서 들어가도
다음 도둑질할땐 털다가 졸리면 잠깐 잠도 자고 나온다는 말처럼.. -_- 이런 말 들어봤니?
방금 지어낸 말인데 들어봤을리가 있나,
여하튼 난 방을 둘러보다가 TV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찾아갔다. 비디오가게 아저씨를.. +.+
작가 : 아저씨..
아저씨 : 또 차비없어요? 여기요, 만원.
작가 : (넌지시 만원을 도로 건네며) 오늘은 다른 용건이에요.
아저씨 : 뭔데요? 근데, TV는 왜 들고 다녀요? 운동해요??
작가 : 제가 할 짓이 없어서 TV들고 운동을 하겠어요..
아저씨 : (... 곰곰이 생각하는 척 하다가) 설마 그거 나한테 사라는 얘긴 아니죠?
작가 : 설마 이거 아저씨한테 사라는 얘깁니다. 아주~ 정확히 짚으셨군요!
아저씨 : 오, 노~ 여기 TV 있잖아요.
작가 : 이거 비디오비전이에요! 이거 자취 시작할때 엄마가 사준 거, 아직 새거나 마찬가지에요.
아저씨 : 난 정말 필요가 없는데...
작가 : 그럼, 아저씨 단골도 많으니깐 알아서 팔아줘요. 몰라, 더 이상은 나도 양보 못해요.
어이가없지..
대뜸 TV들고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사라니.
안 살거면 다른 사람한테 팔아달라니, 더 이상은 양보를 못 하겠다니... -_-
누가 들으면 밑지고 장사하는 줄 알겠다.
무슨 생각으로 칼 안든 강도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암튼 난, 비디오가게에 TV를 내려놓고
얼마에 팔든 그건 아저씨 재간이라며 -_- 5만원만 내놓으라고 했다.
착한 아저씨는... 내 손에 5만원을 쥐어줬다.
아저씨,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데 그 TV 비싸게 주고 산거였어요, 꼭 기억해줘요.. ^.~
종종 엄마가 자취방을 방문할때마다
난 얼토당토않는 거짓말을 해야했다.
엄마 : 작가야, 니 TV 어디갔니?
작가 : 아.. 그게, 내 친구가 용돈을 탕진하고 하도 돈이 궁해서 TV를 팔아먹었다네.
그런데 그 친구엄마가 오늘 오신대서 잠깐 빌려갔어.
엄마 : 참, 그거 정신나간 아이네.
작가 : 응... 참, 그거 정신나간 년이야! -_-
그렇게 TV를 떠나보내고, 난 점점 세상과 멀어져갔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알 길이 없었다.
방에는 컴퓨터도, TV도 없었다.
난.. 컴퓨터로 게임을 할 수도, TV를 통해 세상과 의사소통을 할수도 없었다.
난 점점 고립되어갔다.
그래도...
내 방엔 아직 신선한 음식을 공급해주는 냉장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감사함도 얼마가지 못했다.
작가 : 아저씨~
아저씨 : 헉!
작가 : 왜 놀라고 그러세요?
아저씨 : 아뇨, 무의식중에 자기방어랄까..?
작가 : 누가 들으면 내가 아저씨를 퍽이나 괴롭힌 줄 알겠어요. 오호호호~
아저씨 : -_-;; 오늘은 무슨 일로?
작가 : 이번엔 좀 큰 물건이에요. 그래서 못 들고왔어요.
아저씨 : ㅠ.ㅜ
작가 : 냉장고를 팔아먹어야겠어요. 일단, 산다는 사람 확보해놓고 연락주세요.
며칠 후,
착한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
냉장고가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으니, 어서 가게로 오라고 했다.
룰루랄라~ 뭐가 좋다고, 난 한걸음에 달려갔고.
비디오가게에서 만난 사람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알고지내던 언니였다.
이 놈의 정이 뭐길래.. ㅠ.ㅜ
애초에 중고냉장고를 샀던터라, 3만원만 받으려고 했는데
아는 사람이라서 만원을 내려 2만원만 받고 냉장고를 넘겼다.
덤으로 쌀도 한바가지 퍼주었다... 인정도 좋지.
종종 엄마가 자취방을 방문할때마다
난 얼토당토않는 거짓말을 해야했다.
엄마 : 작가야, 니 냉장고 어디갔니?
작가 : (사뭇 진지하게) 엄마.. 사람도 말이야. 너무 똑바르면 부러지는거야.
뜨겁거나 차갑거나 그런거 안좋아. 그저 보통쯤, 그냥 중간쯤... 그게 편한거야.
냉장고 말이야. 그거 너무 차서 안좋아. 그래서 없앴어.
엄마 : 니 생각엔 이게 말이 되는 것 같냐?
작가 : 나도 솔직히 아니다싶어..
그렇게 냉장고를 떠나보내고, 난 졸업할때까지 미지근한 생활을 해야만 했다.
미지근한 물, 미지근한 김치, 뭐든 다 미지근하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ㅠ.ㅜ
개뿔!!! 뭐, 부러져? 중간쯤이 좋은거야? 집어치워~ 엉엉!
위와 같은 생활을 하며 보낸 대학시절.
그 시절을 뒤로하고 지금의 나는 백수시절을 맞았다.
그래도 행복하다.. 내 비록 직장은 없으나
더 이상 이상한거래를 하지는 않아도 되니 말이다. 움하하~
자랑스럽게 졸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엄마는 내게 물었다.
그 많던 살림살이는 다 어찌하고 몸뚱아리만 기어 들어오느냐고..
나는 대답했다.
어차피 알몸으로 왔다가 가는 인생~
컴퓨터, TV, 냉장고 다 짊어지고 갈꺼유?
어차피 모두 버리고 갈 것들..
내 미리 처치하고 왔소이다!
엄마 : 야, 이년아. 그게 다 얼마짜린데!
작가 : 수정이한테 2,000원 받으면 그거 엄마 다줄께. 너무 그러지마~
엄마 : 다 해봤자 2,000원이잖아!
작가 : 땅을파봐. 십원이 나오나! 내 앞으로 살면서 두고두고 갚을께.
그렇게 난... 컴퓨터 7만원
TV 5만원
냉장고 2만원 합이 14만원.
단돈 14만원에, 모든 살림을 다 팔아먹고.. 팔아먹고? 표현이 좀 그런가??
단돈 14만원에, 모든 살림을 다 해치우고.. -_-
집으로 돌아와 엄마한테 빌붙어 살고있다.
이제는 추억이 된 그날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가끔 웃음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