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어린이를 유괴하여 살해하고, 혼자 사는 노인을 살해하고,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하고, 자신을 무시한 이웃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다. 그런데 삼십년, 사십년 전에도 이렇게 살인사건이 많이 났을까? 조선시대, 고려시대에는 살인사건이 얼마나 많이 났을까?
사회가 복잡해지고, 규정이 많아지고, 사람이 많은 일에 관련되다 보니 범죄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선거를 하다 보면 선거법을 위반하게 되고,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각종 경제에 관한 법을 위반하게 된다. 교수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도 법을 위반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흉악한 범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어떤 까닭에서일까?
남을 해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남이 미워서 해친다. 자기를 무시하고 괴롭혀서, 자기에게 해를 주기 때문에, 원한관계가 있어서 살인을 하게 된다. 종교적인 이유로, 정치적인 신념으로, 혹은 그냥 사회가 싫어서 사람을 해치는 것도 그러한 범주에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기를 위해서 남을 해친다. 돈을 벌기 위해 자기 주변의 사람을 혹은 자기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해친다. 교통사고를 내고는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아예 죽이고 도망가고, 남의 물건을 훔치다 들켜서 죽이고, 강간하고는 후환이 두려워 죽인다.
그런데 왜 옛날보다 흉악한 범죄가 많아졌을까? 심성의 문제인가, 사회구조적인 문제인가? 폭력과 살인이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그 원인으로 오늘의 사람들이 더 잔인하고 흉폭해져서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회적인 상황이 폭력과 살인을 빈번하게 야기하는 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 탓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영적이고, 정신적인 존재인 것이 옛날과 같지 않고,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다른 동물과 크게 구분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도덕심과 신앙심이 약해진 탓이 크다. 폴란드가 개방되고 산업화되기 전에는 살인과 같은 범죄가 거의 없었다는데, 가톨릭 신앙심이 깊었기 때문이라 한다.
남을 해칠 필요성이 커진 탓인 듯하다. 옛날에 살인사건이 있었다면 그 주된 이유는 증오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남울 해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옛날에 어린이를 유괴하거나 강도짓을 해서 큰 돈을 벌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사람이 많든, 적든 돈을 가지고 있고, 사람을 해쳐서 돈을 벌기가 쉬워졌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고, 옛날에도 돈의 가치는 컸겠지만, 그 때는 돈으로 지금 만큼 많은 것을 할 수 없었다. 오늘날 돈에는 너무나 많은 가치가 집약되어 있다.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 보니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해치게 된 것이다.
부의 불균형이 심해진 것이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큰 원인이 될 것이다. 옛날에도 잘 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이 있었지만 신분이 아예 구별되어 있었고, 못사는 사람의 처지가 다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모두 다르며, 비교가 쉽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기의 처지를 비관하고, 남을 탓하게 되고, 남을 해치면서까지 남의 것을 빼앗게 되는 것이다.
사회의 기강이 약해지고 개인의 충동에 대한 억제력이 약해진 탓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엄격하고 권위주의적인 사회체제가 자유분방하고 느슨해졌으며, 개개인의 에너지는 넘친다. 옛날에는 못마땅하거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러나 오늘날에는 사회의 권위가 과거처럼 개인을 강하게 묶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불만이 있으면 자기가 감내하기보다는 밖으로 터뜨리는 것이다.
도시에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옛날에는 인구이동이 거의 없었고 마을 사람들이 다 자기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가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데 따뜻함도 없고, 존중해주고 싶지도, 지켜주고 싶지도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공격하고 갈취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