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에 다니는 민호는 회사에서 내준 트럭을 운전한다.
크지 않은 1톤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자기가 볼일이 있을 때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 여간 편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다른 큰 트럭보다는 짐을 많이 실을 수 없지만 회사생활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는
그다시 짐을 많이 실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게다가 뒷좌석이 있는 더블캡이었다.
게다가 기름값이나 수리비는 모두 회사에서 대주기 때문에 유지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민호는 이른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자신의 트럭을 주차해 논 자리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출근
을 하고 있었다.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시간이라서 길거리에 사람들은 없었다. 민호가 일하
는 건설회사는 그다지 크지 않은 회사였기 때문에 조금 덩치가 큰 여타 회사의 정해논 출근과 퇴근시
간 같은 시간이 없었다. 일이 바쁘면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고 일이 그다지 바쁘지 않
으면 조금 늦게 출근해서 빨리 퇴근하는 쪽이었다. 요즘은 막 공사가 시작되는 시기라서 하루종일 눈
코 뜰새없이 바삐 움직여야 했다.
"아으~~~~~ 좀 피곤하네...그래도....공기는 괜찮네~~ "
민호는 어그적 어그적 걸으면서 크게 기지개를 피고서는 약간은 찬 아침공기를 한껏 마시고 있었다.
피곤함이 약간은 가시는 듯 했다. 그렇게 자기 나름대로 피로를 씻은 민호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
다. 주차장 구석에 자신의 트럭이 보이자 민호는 바지 주머니에서 천천히 열쇠를
빼들었다. 그리고, 열쇠를 구멍에 끼는 순간 민호는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면서 비틀거렸다. 그 기분은
상당히 불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민호는 잠시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한손으로 머리를
쥐어 잡았다.
"어라.....왜 이러지....?? "
민호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어지러움 때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트럭을 쳐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트럭 운전사쪽 문에 가늘고 긴 기스가 나 있었다.
"뭐야 이거!?!? 어떤 새끼가!!!!"
민호는 방금전의 현기증은 까맣게 잊은채 트럭에 난 기스를 보면서 열을 내고 있었다. 상당히 흥분한
민호는 출근을 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고선 서둘러 트럭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큰 기스는 아니었지만
길게 나있는 기스는 트럭의 질적인 겉모습을 상당히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트럭을 몰면서 흥분을
참지 못한 나머지 회사로 출근하는 동안 계속해서 심한 욕을 해대던 민호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는
생각을 하였다.
"못참겠다....내가 누가 이랬는지 꼭 밝히고 말겠다...주차장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까 퇴근하고
나서 확인해봐야지..."
그렇게 민호는 굳게 다짐을 하고는 차가운 아침공기를 가르면서 일터로 향했다. 하루는 언제나 누구
한테나 그렇듯 정신없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빠르게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들에게는 달팽이처럼 느리
게 지나갔다. 민호는 몸은 일을 하고 있지만 머리로는 차에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이 빠
르게 지나갈 리가 없었다. 자꾸만 느려지는 듯이 보이는 시계를 보면서 민호는 한숨을 쉬면서 속으로
말했다.
"젠장할....오늘따라 시간이 왜 이렇게 안가냐...얼릉 가서 확인하고 싶은데...."
어찌보면 옹졸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아니 지금 민호가 하는 행동들은 남자로서는 옹졸한 모
습일 수 밖에 없다 차가 사고를 당한것도 아니고 크게 부서지지도 않았지만 차를 아끼고 좋아하는
민호로서는 누군가가 몰래 자기차에 기스를 내놓고는 도망간 것이 여간 분한 모양이었다. 수리비는
모두 회사에서 대주지만 민호는 이미 그 트럭을 자기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의 밝은 햇살은 그렇게 민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냥 천천히 그리고, 민호의 몸을 탐닉하듯
이 느긋하게 떠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돌아왔다.
민호는 서둘로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 온종일 햇빛에 서있던 트럭은 아직까지도 햇빛의 채취를
간직하고 있는냥 운전을 하고 있는 민호의 몸을 후덥지근하게 만들었다. 민호는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나머지 한손을 에어컨이 있는쪽으로 쭉 뻗었다. 에어컨은 민호의 손에 작동을 시작했고 차에 붙어사는
듯 보이는 에어컨은 차가운 바람을 뿌리기 위해서 차속에 남아있던 후덥지근한 열기를 밖으로
배출시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에어컨이 자신을 붙어 살게 해주는 트럭이 고마워서 자릿세 대신
하루종일 땡볕에 서있던 트럭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은
순식간에 민호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억.....!!!! 이게 무슨 냄새야...우웩!!!!!"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은 강한 피비린내를 뿜어내고 있었다. 민호는 그 냄새 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지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민호는 서둘러 차창을 열고서는 차안의 공기를 환기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어컨에서 나오는 피비린내는 쉽게 가시지를 않았다. 당장 에어컨의 작동을 멈추고는 숨을 쉬지 않은
민호는 차를 세울까 말까하는 갈등을 여러번 했지만 자신의 차를 긁어버린 범인이 너무 궁금해서 견
딜 수가 없었고 그대로 계속해서 트럭을 몰고 집으로 향했다. 어느정도 숨을 참은 민호는 크게 입을
벌리고 공기를 들이마셨다. 피비린내는 열려있는 차창으로 이미 빠져나간지 오래였다.
"뭐야...에어컨이 고장이 났나.....별게 다 속 썩이네...."
에어컨마저 자신의 말을 안듣자 더욱더 화가 나기 시작한 민호는 있는 힘껏 패달을 밟고선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경비실부터 찾은 민호는 경비아저씨에게 말을 했다.
"아저씨!! 어제 제 트럭 긁은 놈 보셨어요???"
"뭐??? 트럭?? 자네 트럭이 뭔데?"
"파란색에 포터차요."
"글쎄...나는 못봤는데...."
"아침에 보니까 제 차가 긁혀 있었어요! 정말 못보셨어요??"
"글쎄......내가 어제 새벽에 1시간정도 순찰 도는라고 자리를 비운적은 있는데...."
"그래요? 그럼 그 시간대에 녹화테이프 좀 주실래요. 확인하고 돌려드릴께요."
"음...그래..잠시만 기다리게."
민호는 경비아저씨가 경비실에 없었던 그 시간에 분명히 누군가가 자기 트럭을 긁었을 것이라고 확신
했고 이제 범인이 누구인지 밝힐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녹화테이프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온 민호는 저녁을 먹기도 전에 티비와 비디오의 전원을 켰다. 약간은
긴장되고 상기된 표정으로 바로 녹화테이프를 집어넣은 민호는 초조한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저씨가.....경비실에 없었던 시간이.....새벽 3시였으니까...."
민호는 빨리감기 버튼을 누르고는 새벽 3시에서 재생을 시켰다. 아저씨 말대로 그 시간까지는 아무도
지하주차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오로지 가만히 멈춰있는 자신의 트럭과 다른 차들만이 화면을 메우고
있었다.
바로 그때 민호는 화면의 한 구석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천천히 화면의 중앙으로
모습을 보이면서 민호의 트럭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움직이는 그것은 술에 취해서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허름한 옷의 중년의 사내였다.
"오호라~~~~ 네놈이구나~~ 가만두지 않을테다...분명히 내 트럭을 긁었겠지."
민호는 가만히 숨을 죽인채 그 사내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그 사내는 비틀비틀 거리면서 이차 저차를
손으로 기대면서 간신히 걸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사내는 민호의 트럭쪽으로 다가와서는 운전석쪽 문
에 손을 짚고서는 허리를 숙인채 숨을 고르는냥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민호의 신경은 모든 것을 다
배재한채 티비의 화면에만 집중이 되었다. 민호의 두 손은 이미 주먹이 꽉 쥐어진채로 있었고 두 눈은
커질대로 커져가지고는 약간씩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래....이자식아...긁어라..빨리 긁어..."
민호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마치 술에취한 그 사내에게 최면을 거는냥 읊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트럭이 살짝 움직이면서 사내고 짚고 있던 문이 조금 열렸다. 민호는 갑자기 열려버린
차문을 보고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속의 그 사내도 갑자기
열려버린 차문에 놀래 비틀비틀 뒤로 물러섰다. 그 사내는 고개를 갸웃둥 거리면서 여전히 비틀
거리는 몸을 천천히 트럭쪽으로 움직였다. 사내는 천천히 열려있는 차문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순간.....민호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열려버린 차문속에서 팔하나가 쑥 나오더니
술에취한 사내의 머리카락을 움켜 잡는것이었다. 화면속의 사내는 자신의 머리를 잡은 팔을
두주먹으로 마구 치면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 보였다. 민호는 점점 경직되어
가는 얼굴로 계속해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조금씩.....조금씩...화면속의 사내는 민호의 트럭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어느정도 끌려갔을까 다시 하나의 팔이 차문밖으로 나와서는
사내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다른 한쪽팔로 인해 사내의 머리는 이미 차안으로 끌려들어간 상태였다.
사내는 안 끌려 들어려는냥 두 팔을 벌려서는 차에 밀찰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허사였는지 사내는
조금씩 조금씩 트럭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민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상태였고 몸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차가 긁힌 이유를 알게되었다.
안간힘을 쓰고 있던 사내의 손목시계가 점점 빨려 들어가는 몸과 함께 차의 문을 긁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기스는 장난으로 그런 것이 아닌 사내가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지탱한 증거였던
것이다. 화면속의 사내는 30여분동안이나 그렇게 버티고서는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경비아저씨가 말한 순찰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민호는 화면속의 시간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번갈아 보면서 초조하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결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말은 민호에게 더 큰 충격을 안아주었고 민호의 숨소리마저 거칠게 만들었다. 차안에 있던 알
수 없는 존재도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는지.....더욱더 거세게 사내를 끌어당기는
듯했다. 그 순간... 차의 뒷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민호는 차의 뒷문쪽을 뚥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멀지 않아 뒷문에서는 다리하나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명백한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모습을 한 알수 없는 존재였다. 그 존재는 완전히 밖으로 나와서 한쪽손에 뭔가를 들고서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완전히 사내앞으로 다가간 그것은 뭔가를 들고 있던 손을
머리위로 번쩍 치켜들더니 사내에게 내리쳤다. 내려치는 그것이 사내의 몸에 닿는순간 화면속에는
검은 액체들이 사내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분명히 사내의 피였다. 알수 없는 존재는
점점 빠르게 사내를 향해서 팔을 휘둘렀다. 사내는 고통에 찬 몸짓으로 발버둥을 치고 있었고 알수
없는 존재는 계속해서 사내를 피범벅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윽고 사내의 발버둥이 멈추더니 그의
몸은 축 늘어진채로 민호의 트럭안으로 조금씩 조금씩 빨려 들어가듯 들어가고 있었다. 사내가 완전
히 들어가자 차문은 천천히 닫혔고 차밖으로 나왔던 존재도 천천히 몸을 움직여 열려있는 뒷문쪽으로
걸어갔다. 민호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화면을 믿을수가 없었다. 민호는 커질대로 커진 동공으로
계속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속에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존재가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화면속의 존재는 걸음을 멈추더니 화면을 보고있는 민호를 쳐다보듯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리고, 가던 방향을 바꿔서는 천천히 주차장의 카메라쪽으로 걸어왔다. 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티비
에서 멀어지려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고 그 존재는 어느정도 카메라앞에 온 상태에서 걸음
을 멈추었다. 카메라 앞으로 다가온 존재는 그 분별이 가능할 만큼 화면속에 잡혀있었다. 민호는 한쪽
손으로 입을 막은채 티비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얀옷에 사내의 피로 보이는 검은 얼룩들... 눈썹까지
내려오는 앞머리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뒷머리...그리고, 손에 들고있는 큼지막한 작업공구...그리고, 거
기서 떨어지는 검은액체..... 그 존재는 분명한 여자였다. 나이도 어림잡아서 십대로 보였다. 그 소녀는
화면을 응시하면서 뭐라고 중얼거리고는 한번 피식 웃으면서 다시 민호의 트럭쪽으로 발을 옮겼다.
민호는 화면속의 소녀가 중얼거리는 입모양을 보았다....그것은....
"다 봤죠...? 주인님....?"
민호의 숨은 거칠어지고 있었고 몸도 사시나무 떨 듯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
다. 일어나서 비디오에서 테이프를 꺼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비디오 앞으로 다가서면 티
비 속에서 다시 그 소녀가 트럭에서 나와 피 묻은 둔탁한 작업공구를 들고서는 비디오를 빼려는 자신
을 향해서 달려들것만 같았다. 그렇게 민호는 비디오에 손도 대지 못한채 밤을 지새웠다...
어느덧 아침이 찾아오고 민호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앉아서 티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티비는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신없는 줄무늬들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민호는 그대로 천천히 티비
를 경계하듯 눈을 떼지 않은채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고는 도망가듯이 집을 빠져나왔다.
민호는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지만 어제 본 것을 믿을것만 같았다. 아니
솔직히 자신이 어제 본것도 모두다 꿈인것만 같았다. 민호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지하주차장으로 뛰어
내려갔다. 자신이 어제 세워놓은 트럭을 향해서 전력질주한 민호는 자신의 트럭이 눈앞에 서서히 보이
자 터질듯한 왼쪽가슴을 한쪽손으로 누르면서 트럭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트럭앞에 선 민호는.......
"으아아아아악!!!!!!!!"
공포에 찬 비명을 내지르면서 그만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민호가 그렇게 아끼던 트럭은....작고 큰 기
스로 완전히 뒤덮혀 있었다. 아주 날카롭고 선명하며...고통에 찬 듯 보이는 그 기스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 있었다. 민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의 트럭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으헉...나가야돼...!!!! 여기서 나가야돼....!!!! 으으으....."
민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는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어서 엉금엉금 주차장 밖으로 기어나가고 있었다.
그때.......
"주인님......"
민호는 자신의 귀로 들리는 소리를 믿을수가 없었다. 심장은 터질것만 같았고 더 이상 몸이 말을 듣지
도 않았다. 그리고, 민호는 더 큰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자신의 뒤에 있는 차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민호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천천히 자신의 뒤에 있는 트럭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트럭은 보이지 않았다...... 민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시뻘건 액체가 툭툭 떨어지는 망치와 피로
범벅이 된 하얀 원피스....그리고, 눈알이 없는 창백한 소녀의 웃는 얼굴....움직이는 입술.....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