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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 밤 낚시

비키니입어... |2007.07.28 10:01
조회 2,659 |추천 0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올라올건 거의다 올라온거 같네요..ㅎ

 

 

 

밤낚시

 

 

 

이곳는 익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오니,
수영 및 밤낚시를 절대 금합니다....
- 어느 저수지 경고문에서

 

 

 

일한이 너도 아마 잘 믿지 않을꺼야..
내가 직접 경험했지만, 아직까지 믿을 수 없
으니까...
하지만 내가 두 눈으로 본 것은 확실해..
의심나면 상호에게 물어봐. 그 놈도 다 보지
는 못했지만, 같이 있었으니까...
그날은 오늘처럼 몹시 무더운 날이었어..
찌는 듯한 날씨 때문인지 모든 일에 의욕까
지 상실될 정도였어.
시원하게 어디 피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
그때 마침 상호에게 전화가 왔어. 좋은 낚시
터가 있으니 밤낚시나 가자고.. 원래 나는 낚
시같은 것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그때는 더워
서 그런지 어디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는 것에
흔쾌히 응했어.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해... 평소에 잘 가지
도 않는 낚시를 하필 그때 거기로 가게 되다니..
여하튼 평소에 낚시를 즐기는 상호가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나는 텐트하고 술만 준비해서
가기로 했어.
끈적끈적한 도시를 탈출할 수 있다는데 마
음이 설레기까지 했지...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상호를 만나, 가자는
대로 따라 갔어.
버스 안에서 상호는 정말 한적하고 좋은 저
수지라며 한참 떠벌렸어.
2년전에 거기를 갔다온 선배가 강력하게 추
천했다는 거야. 원래는 낚시터가 아닌데, 그
선배도 우연히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고기반
물반이었다고 자랑했다는 거야. 상호도 그 얘
기를 한참 전에 들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날에서야 처음 가게되었다는 거야. 나는 3
년전 정보를 믿고 가야되냐고 핀잔을 주었지
만, 그때는 별로 마음에 두지는 않았어.
서울에서 한 두시간 반정도 갔을까..
시외 버스는 고개를 몇 개 넘더니, 생전 처
음 들어보는 작은 마을에 섰어.
상호는 다왔다며 내렸어.
너무 작은 마을이어서 이 마을에 저수지가
있을 것 같지 않았어.
나는 상호에게 이런데 무슨 저수지가 있냐
고 계속 핀잔했어.
상호는 자기도 확실히 들었다고 했지만, 너
무 외딴 곳이었는지 자신 없는 목소리였어. 혹
시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볼까 했지만,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지나가
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유령마을 같았지...
상호는 들은 기억을 되살려 마을을 가로질
러 갔어. 아무도 안사는 마을처럼 쥐죽은 듯
했어. 마친 버려진 마을 같았지...
좀 겁이 났지만, 저수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
각에 금방 잊었어.
마을을 벗어나 좁은 숲길을 10분정도 걷다
보니, 이윽고 눈앞에 저수지가 나왔어. 인공으
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자연적으로 생긴 것 같
은 저수지였어. 산골 마을에 있다고 보기에는
꽤 큰 저수지였어.
저수지 주위에 무성한 나무들을 보니, 사람
의 손이 꽤 오랫동안 거치지 않은 곳 같았어.
너무 한적해 나는 상호에게 이곳에서 낚시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지...
상호의 대답은 간단했어. 말리는 사람도 없
고, 특별한 간판도 없으니 그냥하면 되지 않느
냐라는 것이었어. 혹시 누가 못하게 하면 담배
값이라도 집어주고 하자는 거였어.
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 뭐해
상호의 말을 따라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어.
상호는 재빨리 낚시준비를 했어.
빨리 고기를 잡아 매운탕으로 저녁을 해 먹
을 생각이었어.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나와 상호는 놀랐어.
세상에 그렇게 쉽게 고기가 잡히는 곳을 아마
없을거야.
미끼를 달아 던지자 마자, 고기가 잡히는 거야.
얼마나 신나던지...
한시간도 못되어 10마리도 넘게 잡았지. 물
고기들도 다 큼지막한 것들이었지.. 우리는 배
도 고파지길래 그것들을 가지고 매운탕을 끓였지..
물론 가지고 온 소주도 곁들였지...
참 좋았지... 매움탕도 맛있고 술도 잘 들어갔어...
주위는 어느새 어두워졌어.
우리가 켜놓은 랜턴만이 불빛의 전부였어...
술이 얼큰하게 취하고, 분위기가 음산해지
니까 상호가 무서운 얘기를 들려줬어. 자기는
진짜라고 하는데, 글쎄... 아직도 믿을 수는 없
는 얘기지만...
‘윤식아...
너 귀신 본적이 있니?
하긴, 이 정도 분위기면 물귀신이라도 나올
지도 모르지...
작년 이맘때 쯤이었을거야.....
그때도 오늘같이 더운 날이었어. 친구들과
함께 피서차 설악산으로 가는 길이었어. 차가
막힌다고, 서울에서 밤 11시가 다 되어 출발했어.
쉬엄쉬엄 가다보니 새벽 3시쯤 미시령에 도착했어.
대낮에 가기에도 험한 길인데, 밤이면 오죽 하겠니...
더구나 밤안개까지 껴서 천천히 운전했어.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지나가는 차는
하나도 없었어...
운전은 친구가 했고, 뒷자리에 탄 애들은
잠자고 있었어.
나는 운전하는 놈이 졸릴까봐, 졸음을 참으
며 옆자리에 앉아 있었어.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천천히 가는데, 저 앞
길가에 헤드라이트 불빛에 뭔가가 히끄므레한
것이 보였어. 차가 다가가면서, 그게 가까이
보이는 데 깜짝 놀랐어.
어떤 할머니가 흰옷을 입고 우리를 보고 서
있는 거야.
그렇게 늦은 시간에... 소름이 쫙 끼치더라...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흰옷 입은 할머니의
모습은 섬뜩했어...
휙하고 지나가는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이런 시간에, 아무 것도 없는 산중턱에서
뭐하고 있는지...
운전하던 놈도 그 할머니를 봤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무서웠다고 하는
거야... 그런데 지나가고 보니 왠지 그 뭔가
가 이상한거야...
그 이상한 점이 뭐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는, 등골이 오싹해졌어.
그 할머니는 그냥 서있던 것이 아니라 뒤로
걷고 있던거야...
운전하던 놈에게 얘기했더니 무서운 얘기
좀 그만 하라고 하는 거야...
이윽고 정상을 지나게 되었어. 나는 그 할
머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 겁이 났어. 잠이
확 달아난 거지...
그 할머니 섬뜩한 모습을 잊어버리기 위해,
운전하는 놈과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 험한
내리막 길이라 더욱 천천히 갔지...
운전하는 친구를 보면서 한참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벌벌떨면서 그 놈이 내 손을
꽉 쥐는 거야.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지... 휴...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아까 봤던 그 흰옷 입은 할머니가 저기 앞
에 서 있는거야...
이번에도 똑같이 뒤로 걸어가고 있는거야...
나는 움직일 수도 없었어. 운전하던 놈도
움직일 수 없었는지 그 할머니 옆을 지나 낭떠
러지 쪽으로 계속가는 거야.
내 비명소리에 간신히 핸들을 틀었어. 지금도
아찔하다...
최면에서 깨어난 듯,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뒤를 돌아보았지...
어둠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
그 흰옷 입은 할머니는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식은 땀으로 온 몸이 젖었지...
그때 뒷자리에서 자던 놈들도 차가 갑자기
흔들리자 깨어났어.
그런데 그 자다 깨어난 친구들이 이상한 꿈
을 꾸었다고 얘기하는데, 둘다 똑같은 꿈을 꾼
거야...
바로 흰옷 입은 할머니 꿈을 꿨다는 거야.
자기들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거야.
싫다고 하는데도 손을 꽉 붙잡고 안 놓아
주었다는 거야...
그러다 갑자기 잠이 깨었고...
더욱 섬뜩한 것은 둘 다 똑같은 꿈을 꾼거야...
우리 모두는 모두 창백해질 정도로 겁에 질
려 간신히 미시령을 내려왔어. 우리 넷은 그
할머니가 귀신이라는 것을 확신했어...
얼마나 무서웠는지...
나중에 속초에서 우연히 만난 버스 운전사
아저씨에게 들은 얘기인데, 미시령의 귀신 얘
기는 유명하데... 밤 늦게 운전하던 사람 앞에
나타나 교통사고로 목숨을 앗아간다는 거야...
때로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때로는 젊은 여
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아이의 모습으로... 다
들 뒤로 걷고 있는 모습이라는 거야...
그 귀신들이 왜 거기 나오냐고...
옛날에 산사태로 죽어간 사람들의 혼령이
미시령에 어려있다는 거야...
그 아저씨 말은 믿기 힘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본 것은 귀신이었다는 거야...
무섭지......”
상호 그 자식 얘기를 들으니 소름이 쫙 끼쳤어.
밤에 아무도 없는 저수지에 있는 것 자체가
무서워졌어...
상호는 내가 무서워하는 것에 만족해 하며
술을 들이켰어. 소주를 다섯병 가져갔는데, 평
화롭고 한적한 분위기 탓인지 술을 많이 마시
게 되었어. 그게 화근이었지...
너도 알잖아? 상호 이 자식 금방 취하고, 취
하면 경애 얘기 꺼내는 거...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어... 갑자기 경애 얘
기를 꺼내더니 혼자 술을 막 마셔대는 거야...
말려도 소용없더라...
한참을 넋두리 하더니, 푹 쓰러지는 거야...
그 자식 술 먹으면 항상 그러잖아... 취해서 그
자리에서 자는 거야... 지겨운 자식...
그때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거야...
황당했어. 아무리 깨워도 상호는 이미 인사
불성이었어.
어의가 없더라... 자기가 여기까지 낚시하러
오자고 했으면서.....
어쩔 수 없이 텐트로 그 놈을 옮겼어...
그 놈을 텐트로 옮기고 나니 갑자기 무서워
졌어.
이렇게 어둡고 아무도 없는 곳에 나 혼자 깨
어있다는 것이...
상호 자식은 무심하게 코까지 골고 자고 있
었어...
나도 상호 옆에 누워 잠이나 청할까 했지만,
낚시와러 여기까지 와서 그냥 자기는 억울했어...
일어나서 낚싯대 앞에 앉았지...
시간은 어느 새 11시가 넘어있었어...
얼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저수지 주변
에 갑자기 물안개가 끼기 시작했어. 순식간에
주위는 자욱한 물안개로 뒤덮였어.
정말 음산하고 으시시했어.
그런 분위기에서 가만히 앉아 찌만 보고 있
으니, 더욱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뒤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물에서도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아 떨렸어.
상호가 들려준 얘기까지 생각나니 더욱 무
서워지더라...
그리고 이상한 것은 아까 초저녁에는 그렇
게 잘 잡히던 물고기들이 다 어디 갔는지 입질
이 하나도 없는거야...
수면까지 잔잔하니까 더욱 무서워지는 거야...
정말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 같았어...
도저히 무서워 무슨 밤낚시냐하고 짐을 챙
겨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때였어.
‘여기서 밤낚시하고 계신가요?’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사람의 목소
리가 옆에서 들린 거야.
너무 놀라서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았어.
목소리 나는 쪽을 돌아다 보니 중년의 사내가
어느 새 내 옆에 있는거야...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대답했어. 그 사람은 자기는 이
마을 사람인데 잠이 안와서 산책나왔다가 불
빛을 보고 왔다는 거야. 이 시간에 산책이 이
렇게 깊숙한 곳까지 왔다는 것이 좀 이상했지
만, 별 생각없이 들었어. 그런데 그 사람은 음
산한 목소리로 내게 경고를 하는거야.
‘그런데 하필 여기서 밤낚시하고 계시죠?
여기 올 때 경고판을 못 보셨나보죠.
거기에 보면 여기서 밤낚시와 수영은 하지
말라고 써 있는데...
금지하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3년전부터 지금까지 이 저수지에서 20명이
넘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어요. 수영하다가
익사한 사람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밤낚시하
다가 익사한 사람도 많은 거예요...
그래서 결국 밤낚시도 금지하고 수영도 금
지한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저수지
에 빠져 죽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3년전에 바로 이 자리에서 한 처녀가 자살했
거든요...
그 후 여기서 물에 빠져 자살한 사람이 계
속 생기는 거예요. 그러더니 수영하던 아이들
도 물에 빠져 죽고, 낚시꾼들도 익사체로 발견
되고.....
들리는 얘기해 의하면 그렇데요...
오늘 밤같이 짙은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여기서 밤에 낚시하고 있으면, 밤 1시쯤에
저수지 저쪽에서 부터 철썩 철썩하는 물소리
가 들린데요.
그 소리가 점점 다가오고...
그 처녀의 귀신이 물속에서 천천히 떠올라
낚시꾼을 물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는 거예요...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좀 으시시하죠.....
이 말을 믿으시면, 빨리 낚싯대를 거두고
여기서 떠나는 것이 좋을 걸요... 흐흐...”
그 사람은 음침한 목소리로 얘기를 하고, 기
분나쁜 미소를 지었어.
나는 무서워서 식은 땀이 흘렀어. 하지만 그
사람의 사악한 눈빛과 기분 나쁜 웃음을 보니,
나를 겁주려고 거짓말하는 것 같았어.
괜찮다며 낚시나 계속하겠다고 대답하니,
그 사람은 노골적으로 비웃이며 자리에서 일
어났어.
‘겁이 별로 없으신가봐요...
저라면 이렇게 혼자라면 무서워 집에 가겠
는데...
그럼 낚시 잘하세요...
아무 일 없이......’
기분나쁜 말을 던지고, 그 사람은 올 때처럼
마찬가지로 어둠속으로 스르륵 사라졌어. 사
라져 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갑자기 소
름이 쫙 끼쳤어. 앉아있을 때는 어두워서 몰랐
는데, 걸어가는 것을 보니 방금 물에서 나온
사람처럼 온 몸이 젖어있었고 맨발이었던 거야...
내가 잘못 봤으려니 하고 좀더 자세히 보려
고 하는 순간, 그 사람은 어둠속으로 사라졌어.
별 사람 다 있네라는 생각을 하고 낚시나 다
시 하기로 했어.
가만히 떠 있는 찌를 보고 있는데, 자꾸 그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나는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꾸 시계를 보게 되었어.
시계바늘은 점점 1시로 다가가고 있었어. 그
사람이 한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라고 위안하
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맥박이 점점 빨
라지며 겁이 나기 시작했어.
물고기는 웬일인지 입질도 안하고 있었어.
자꾸 딴 생각을 하려고 했지만, 시계쪽으로
눈이 가는거야. 신경쓰지 않으려고 시계를 풀
어놓고 낚시에 집중했지만, 점점 무서워지는 거야.
사방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어. 짙은 밤안개
는 솜처럼 소리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어. 모든
것이 멈춰있는 것 같았어.
나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가만히 있었어.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풀어놓은 시계를 보
니, 어느새 1시가 된거야.
가슴이 철렁하더라...
나도 모르게 떨리더라...
유심히 귀를 기울여 봤는데 아무 소리도 들
리지 않는거야...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그 헛소리 한 사람
에 대해 속으로 욕을 했지.
그때였어.
저 멀리서 희미하게 철썩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어.
온 몸이 얼어붙는 듯 했어. 정신을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어.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그 철썩하는 소리는 천천히, 하지만 점점 가
까이 오기 시작했어.
온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어. 빨리 상호를
깨우러 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몸이 말
을 듣지 않았어.
그 소리는 점점 다가왔어.
천천히 다가오는 것 같던 그 소리는 순식간
에 바로 앞에서 들려왔어.
나는 간신히 랜턴을 들어 그 소리가 나는 쪽
을 비췄어.
휴...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무서워 죽는 것
같았어.
불빛에 비친 것은 지저분해진 소복을 입은
여자의 모습이었어.
수심이 그렇게 얕을 것 같지는 않은데, 다리
는 반쯤 물에 잠겨 있었고, 온 몸은 물에 젖은
채였어.
젖은 머리는 풀어 헤쳐져 있었고, 얼굴은 섬
뜩할 정도로 창백했어.
제일 무서웠던 것은 그 여자의 눈이었어.
두 눈을 뭔가가 파먹은 것처럼 휑한거야. 눈
에 눈동자가 없이 검은 구멍만 보이는 거야...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그 여자는 물에 반쯤 잠긴 채로, 한손으로 물
을 철썩 철썩하고 치는 거야.
그러면서 점점 다가오는 거야...
너무 무서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나
는 앉은 채로 필사적으로 뒷걸음질쳤지.
그런데, 뭔가 축축한 것이 뒤에서 나를 물
쪽으로 미는 거야.
너무 놀라 뒤를 돌아다 보니, 세상에... 아까
내게 물귀신 얘기를 들려준 그 남자가 씨익 웃
고 있는거야.
그 사람 역시 온 몸이 젖은 채로 나를 물로
밀고 있는거야.
나는 필사적으로 바둥거렸지. 하지만 소용
없었어.
어느 새 물속에서 다가온 그 여자가 내 다리
를 잡아 물속으로 끌어들이는 거야. 뒤에서는
그 남자가 밀어대고...
아무리 저항했지만, 내 몸은 점점 물에 빠져
들어갔어.
다리에 차가운 물의 감촉이 느껴졌어. 서서
히 내 몸도 물에 빠져 드는 거야... 그 여자와
남자는 계속해서 나를 물로 집어넣었지.
나는 차라리 이 공포의 순간이 일찍 끝나고
그냥 죽어버리기를 바랄 정도였어. 온 몸에 힘
이 빠지고 저항도 못할 지경이었어.
결국 얼굴까지 물에 잠기고, 이제는 꼼짝없
이 죽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발목은 잡은 그 여자는 나를 계속해서 물 속
에서 잡아 당겼고...
점점 숨이 막혀오고, 정신이 희미해졌어.
그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를 잡고 물밖으로
거칠게 꺼냈어.
나는 물밖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어.
나중에 알고 보니 나를 물속에서 꺼낸 사람
은 바로 상호였어.
상호말로는 자다가 목이 말라 일어났는데,
밖에 낚시대만 보이고 내가 안보여 텐트에서
뛰어 나왔다는 거야. 그런데 내가 저기 물속에
서 허우적거리다가 뭐가 밑에서 잡아당기듯이
쑥하고 가라앉았다는 거야. 그걸보고 뛰어 들
어 나를 구한 것이지.
상호는 나를 물밖으로 꺼낸 다음에, 무슨 일
이었냐고 흥분해서 물어보는 거야. 나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하기에 앞서 랜턴으로 사방을
비추어봤지만, 아무 것도 안 보였어. 재촉하는
상호에게 내가 보고 경험했던 것들을 다 얘기
해주었지...
상호는 당연히 믿지 않더라... 그도 그럴 것
이 그때 시간이 새벽 4시인거야. 나는 시간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
분명히 물위의 그 여자를 본 것이 1시였는
데, 어느 순간 3시간이 흐른 것이야. 상호는
내가 술에 취해 낚시 중에 졸다가 물에 빠진
거라는 거야.
내가 본 귀신들은 꿈을 꾼 것이고...
그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었어.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내가 생생하게 경험
한 것이었거든...
내가 하도 강력하게 주장하니까, 상호는 혼
잣말 비슷하게 한마디 했어
‘...그래서 그 선배가 밤낚시는 하지 말라고
했나?’
상호와 나는 젖은 옷을 말리며, 이제 낚시고
뭐고 집으로 가자고 했어. 나는 더 이상 이런
무서운 곳에 있고 싶지 않았어.
옷을 말리고 짐을 싸니 어느새 주위가 뿌옇
게 밝아왔어. 그렇게 자욱하던 안개는 흔적없
이 걷히고......
나는 꾸물럭거리던 상호를 재촉해서 그 저
수지를 빠져나왔어.
저수지를 벗어나오려는데, 발밑에 뭔가가
밟혔어.
뭔가 보니 간판같았어.
혹시나 하고 그 쓰러진 간판에 쓰여 있는 것
을 읽어 보았는데...
충격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어.
거기에는 빨간 글씨로
‘이곳은 익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
오니, 수영 및 밤낚시는 절대로 금합니다.’
라고 써 있는 것이었어. 그 사람이 아니, 그
귀신이 얘기해준 그 간판이었던 거야. 그러니
내가 본 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던 거야.
저수지를 빠져나오며, 나는 흥분해서 상호
에게 한참 설명하고 있는데, 자전거를 끌고 한
사람이 지나는 거야. 그 사람은 낚시꾼차림으
로 저수지에서 나오는 우리를 보고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어.
‘당신들 거기서 밤낚시하고 오는 거예요?
간판은 못 봤수...... 당신네들은 아무 일 없
었소?
3년전부터 거기서 밤낚시하거나 수영한 사
람은 거의 물에 빠져 죽었어요. 아무리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해봐도 소용없었죠...
거기에는 한에 서린 물귀신이 있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근처에는 얼씬도
않하죠...
3년전 어느날 바람난 정씨와 딸 또래의 술
집여자가 거기서 자살했거든요... 마을 사람들
이 하도 손가락질하고 괴롭혀서 였는지......
그 후 그 저수지를 맴돌면서, 사람을 물로
끌어들이는 거예요...
한을 품은 물귀신이 된 거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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