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이 지나고, 그 아이와 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누가 알까. 시간이 알까?
[미안해.. 아침일찍 엄마한테 전화왔어.. 집에 뭔일이라도 있는거 같아.
나혼자 먼저 나와서 미안하구.. 전화할께..]
머리속에 온통 그 아이로 꽉차있다. 그러곤 다시 전화 했지만 그 아이는 받지 않고 그렇게 학교에서 조차 마주칠수가 없었다. 뭔일일까. 이별을 예고하는 듯한 느낌이 어둡게 내곁에 찾아왔을때서야 그 아이에게 연락이 왔다.
[띠리리리..띠리리..♬]
[제희야!]
[응....]
[너 왜계속 연락두 안돼고 안하구..왜그랬어?]
[미안해.. 오늘좀 만나자.. 우리가 자주가던 피네있지?]
[응..알았어.. 몇시에 볼까..]
[3시까지 거기로와.. 창가쪽에 있을께..]
[알..]
딸깍. 그 아이가 먼저 끈어버렸다. 심장이 갑자기 뛴다. 겁먹은 강아지 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그 말잘못하고 수줍음 많은 그 박진실로 돌아온 기분. 꿈속이 현실로 다가오는 거 같았다. 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두렵운느낌만 온통 내 머리속이 장악했다. 3시가 되려면 아직 30분이 남았다.
난 그 아이가 기다릴 피네로 가야하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온다.
난 십분 일찍 왔다. 그 아이는 벌써 창가쪽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컵에는 항상 먹는 초코쉐이크가 반정도 담겨있었다. 아무래도 통화할때 부터 와 있었던거 같다.
내 모습을 보곤 다시 창가로 눈을 돌리는 그 아이.
난 마주보고 자리에 앉았고 아무말도 없이 침묵이 흘렀다.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먼저 말을 꺼내는 그 아이.
" 오빠.. "
" 으..응... "
" 미안해.. "
" ... "
" 오빠랑 사랑하고 그리워하는건 좋았는데.... "
" ... "
" 정말.. 오빠가 좋았어.. "
" ... "
" 미안해.. "
" 미안하단말 하지마. "
" 그리고, 나.. 오빠 만나면서 다른사람들 만났었어.. "
" ... "
" 임신 6주래.. "
" 뭐? "
" 애기.. 떼러갈꺼야.. "
" ... 누구니.. 그 선배냐.. "
" 미안해.. 미안해.. "
" .. 됐어.. 미안하단말 필요없어. 다신 나랑 못볼꺼야.. 내가 더 미안하다. "
" ... "
" ... "
" 정말.. 나 진심으로 사랑했어.. "
" 너의 그 거짓말들을 얼마나 믿어야겠니. 나 간다.행복해라.."
흘러버릴꺼 같은 눈물을 꾹참고 난 피네를 빠져나왔고, 그제서야 눈물이 흐른다.
난 예전의 내가 아니라면서 이를 악물었고, 호프에 가선 혼자 술을 먹고 죽겠다며 빙빙돌아가는 하늘을 무시한체 술을 먹었다. 비틀비틀 거리는 땅이 말을 시킨다.
" 병신같은놈.. "
" 푸하하하.. 땅이 나보고 병신이래.. 푸하하 "
주위 사람들은 나를 처다본다. 예전의 내가 아니라며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겨우 집까지 찾아온거 같다. 무슨 정신이 있었길래 많이 먹은 술에도 필름이 끈키지 않고 눈물만 잔뜩 쏟아가며 집까지 찾아 왔을까? 난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눕곤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본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 젠장! 누가 나오래.. "
쉬어버린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곤 눈을 떳을땐 눈물이 두 뺨과 귀를 타고 내려와 짜증이 났다.
눈물을 멈추고 싶었지만 쉬어버린 목소리로 소리만 지를뿐 아무것도 되는것이 없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난 어느새 잠에 들어 있었고, 오후2시가 되서야 일어났다.
삶의 의욕이 없다.
난 대충 씻고 나가 해장을 하곤, 미용실에 갔다.
" 어서오세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
" 머리짧게 잘라주세요..요즘 남자가 선호하는 스타일로요.. "
" 아.. 그렇게 하면 너무 멋있어 질꺼같은데요~ 호호 "
" 아니에요.. 잘라주세요. "
" 아이구.뭐가 급해서, 알았어.. "
항상 지저분한 어설픈 긴컷트를 하고 다니다가 짧은 머리로 자르고 나니 내가 봐도 다른사람 같았다.
" 어머~ "
" 하하. 잘어울려요? "
" 응.. 키두 훤칠하고 해서 머리카락이 짧아지니까 더 멋진걸~ 잘어울려. "
" 감사합니다. "
계산을 하고 나왔다. 한결 머리가 가볍다. 그러곤 휴학계를 내려고 학교에 갔다.
그 아이가 멀리 보인다. 날 바라보는 시선까지. 난 아무것도 모른척 무시하곤 그 아이를 지나쳐 걸어갔다.
[띠리리리리..♬띠리리...]
벨소리에 갑자기 확깬다. 왜 그 아이가 생각이 났지..
[여보세요?]
[아.. 죄송해요.. 저가 손에 짐이 많았거든요..]
[음.. 블루델님이군요?]
[하하. 예.. 죄송해요.. 장을 보고 가는거라서.. 그리구.. 쑥쑤럽기도 했어요..]
[쑥쑤러웠어요?]
[네.. 그냥.. 뭐랄까.. 기분이 묘하던데요.. 이렇게 인터넷으로 알아서 연락하는 분이 없어봐서요.. 첨이에요!]
[목소리가 참 어려보이는듯.. 나이가?]
[음.. 어리면안돼나요?]
[아뇨..궁금해서요..]
[이번에 졸업해요. ]
[대학교요?]
[아뇨..고3이요..]
[하하. 전 지금 27살이예요..]
[전 졸업얼마 안남았어요..]
[하하. 나이 많아도 상관없다는 말투네요.]
[사람이 만남이 있어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죠?]
[음..그렇긴 하군요.. ]
[앗, 죄송하지만 나중에 다시 전화할께요~]
[그래요..]
.
.
.
괜히 나쁜놈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통화를 했다는 것부터.
그 아이가 생각나면서 괜시리 한쪽이 쓰리다.
블루델..
오늘의 저녁 메뉴는 맵게 떡복기나 한번 해볼까? 시장에 들러 떡과 고추장 이재료 저재료를 산후 집에 도착했다. 내모습이 참 우습다. 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고 떡볶이를 먹으려 한다는 거 벌써 3년이 흘렀는데 지금 생각 해보니 내 맘속에 깊이 남겨진 상처가 되었나보다.
흉터가 남은 상처..
오랫만에 집에와서 앞치마를 두른 내모습이 거울에 비춰졌다. 예전같진 않은듯 하다.
많이 늙은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청승맞다는 식으로 수줍은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차가운 느낌이 가득 하니 말이다. 난 물을 붇고 떡복기와 라면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보글보글 끓였다.
국자로 떡과 국물을 떠서 호호 ~ 불곤 입에 넣었다. 매콤하고 달콤하고 맛있다.
고추장을 더 넣어 먹어도 될꺼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소와 같이 난 컴터를 키고는 KBS에 접속해 코믹프로재방을 틀어놓고 떡복기를 먹었다. 떡복기로 인해 내 모습이 새삼 많이 변했다는 게 느껴졌다.
[띠리리리..띠리리..♬]
[여보세요?]
[블루델이에요..]
[아..네..또 금세 전화하셨네요..바쁘신가봐요?]
[할머니랑 단 둘이 살아요.. ]
[네?]
[아뇨.. 그래서 할머니랑 같이 있을땐.. 몸이 편찮으셔서.. 저가 좀 정신이 없어요.]
[착한손녀군요..]
[아뇨.. 항상 못해드리는게 많아서 속상한걸요..]
[음..]
[그것보다 어디사세요?]
[인천방향이에요..]
[저둔데.. 혹시 옆집 아니에요? 하하.]
[흠.. 주안요..]
[정말요? 저두..주안인데.. 주안 뒷역에 살아요..]
[이런.. 저의 집이랑 많이 가깝군요..]
[어디신데요?]
[저도 주안 뒷역이에요..]
[음.. 글쿤여.. 저녁은 드셨어요?]
[지금 떡복기 만들었거든요.. 막 먹을려고 하는데..전화받았어요.]
[앗. 정말요? 전 할머니만 저녁드리고.. 전 배는 고픈데.. ]
[그럼 우리집 와요..]
[네? ..]
[나..떡복기 많이 했는데 뿔기 전에 와요.. 주안뒷역 편의점앞에 서있을께요..]
[지금 그럼 나갈께요.. ]
[네..그래요~ ]
머리가 묘하다. 내가 뭔소리를 했지? 일단 주안뒷역 편의점으로 걸음을 빨리 했다.
그 앞에 한 여자가 서있다. 난 블루델인걸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리..띠릴.리..♬]
[음..무슨옷입었어요?]
[검정색 잠바랑.. 청바지에..모자쓰고있어요..]
[알았어요..]
딸깍.
난 그 블루델이라는 여자분 앞에 섰다.
" 안녕하세요.. 떡복기 뿔기 전에 언넝 가죠.. "
" 네? .. 이런.. 그분? "
" 네.. "
" 깜짝 놀랬어요.. "
" 빨리와요.. "
이상하다. 똑바로 처다보기가 힘들다. 평소와같은 내모습이 아니어서 괜시리 기분이 이상하다.
그 여자 아이는 종알종알 떠들며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난 못들은척 길을 걸었고, 그래도 뭐가 좋은지 실실 웃어가며 따라온다.
" 우리집에 두번째로 방문하는 사람이네요 3년만에..들어와요.. "
" 깨끗해요.. 혼자사는집 치고는.. 깔끔하시나봐요.. "
" 그냥.. 일단 빨리 먹어야 할뜻.. "
" 다 잘먹어서요~ 후훗. 잘먹겠습니다~ "
떡볶이를 찍어 하나를 입에 넣는 그 여자.
그제서야 난 살짝이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울꺼같은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아이였다.
하지만 뭐가 좋고 기쁜지 눈웃음이 가득했다.
" 맛있어요~ "
" 그래요? 가끔 놀러와요.. 가까이 살면 심심하진 않겠어요.. "
" 저기.. "
" 네? "
" 이름이 뭐에요? "
" 이름 이상한데 뭐, 유복선이요.. "
" 우아. 나도 유씨에요~ 유제희.. 둘다 유씨네.. 크크.. "
" 제희요? .. "
" 아.. 이름 안이쁘죠? 후훗.. 오빠 말 편히해요.. "
" 응.. 그래.. "
" 왜요? 어디 아파요? 갑자기 얼굴색이 나빠지네.. "
" 아냐.. 마져먹자.. "
" 그래요.. "
빙그레 웃는 그 아이.
무심코 떠올린 그 아이와 나. 블루델.. 그 아이의 이름 또한 제희..
머리속이 통 어지러웠다.
맛있게 먹는 그 아이의 모습에선 이슬보다 깨끗해 보이고 눈보다 하애보이는 순수함이 묻어나 보였다.
" 넌 왜 그런멜을 나한테 보냈니? "
" 그냥 느낌이 왔어요. 좋은사람일꺼란 느낌?. "
" 음.. "
" 오빠가 처음이에요. 누굴 이런식으로 만난거. "
갑자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제희.
" 뭐라도 묻었니? "
" 아뇨.. 참 이쁘게 생겼어요.. 잘생겼다구요.헤헤 "
" 내가? "
" 네..단지 이미지만 그렇고 겉으로보이는 모습과 실제로 성격과는 정 반대일거같아요.."
" 하하하.. 안그런데.. "
뭔가 첫만남이었지만, 뭔가 다 아는 듯한 그 아이의 눈빛이 날 더 아프게만들었다.
" 계약연예 알아요? "
" 응.. 알지. "
" 나랑 계약연예해요.. "
" 후훗.. "
" 왜 웃겨요? "
" 아니.. 난 계약연예.. 해본적도 없고, 난 누구도 사랑할수 없어. "
" 누가 사랑해 달라고 했나요.. 잠시만 날 여자로만 봐줘요.. "
" 얼마나 그래야 하는데.. "
" 음.. 백일이요. "
" 하하.. "
" 난 오빠가 좋은사람 같아요. 나 또한 내스스로 자신있구요. "
" 백일동안이라.. 어려서 그런건지. "
" 네??.. "
" 아니야.. "
" 그럼. 우리 그렇게 해요.. "
" 알았어.. 단 오늘부터 백일이야.. 그 이후론 난 널 보지 않는다. "
" 왜요? "
" 원래 이사할 생각이었는데 백일의 여유가 생겼구나. "
" 음.. 내 첫인상이 좋지 않은가봐요? "
" 그건 아니구.. 난 항상 하루밤의 만남을 해왔어. "
" 네.. "
" 하지만 너랑은 백일간의 만남을 해야하기 때문에.. "
" 음.. 그래요.. 나도 제시한걸 들어줬으니까. 언니도 백일이후. 단! "
" 단? "
" 내가 좋아지면.. 나랑사겨요.. 정식으로.. "
" 풉.. 당차꼬맹이군.. "
" 아뇨..나도 다 컸어요.. 나이차이가 밥먹여 주나요? "
" 그래.. 알았어.. "
난. 오늘부터 딱 100일동안 그 아이와 계약 커플을 해야했다.
백일동안 3년만에 어떻게 사귀는걸 거론하지 않고 애인이란 단어를 써야한다..
백일동안.
" 커피 마실래? "
" 좋아요.. "
" 그것보다 누굴 사겨본적이 없는 나로선 아직도 너가 한 말이 신기하기만 한데.. "
" 그래요? 오늘이 사귀귀로 한날이니까.. 오늘부터 1일 이라고 하면 돼요. "
" 하하, 아니아니,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행동해 주면 되겠어? "
" 아.. 백일동안 사랑해주면 돼요. 누구나 사귀면 스퀸쉽, 데이트 하잖아요. "
" 그렇게 하면 돼는거니? 기분이 묘하다. "
" 아마 날 금방이라도 사랑하게 될꺼에요.. 난 좋은사람이거든요.. "
" 흠.. 난 나쁜사람인데, "
갑자기 그 아이가 말을 가로 챈다.
" 풉.. 거짓말좀 그만해요.. 나쁘다고 한사람중 나쁜사람은 아직 한명도 보지 못했어요. "
" 하하.. 너도 말 편히해.. 난 사귀는 사이라면 나이를 떠나서 동급이라고 생각하거든. "
" 알았어.. 자.. 자기야~ "
" 그래.. "
나와 제희는 마주보며 빙긋 웃었다.
당당해 보이고 귀염성 많아 보이는 그 아이를 처음 보지만 낮설거나 싫지는 않다.
" 내일.. 저녁에 바빠? "
" 왜?. "
" 나 보고싶은 영화 생겼는데.. 영화 좋아해? "
" 난 영화보단 비디오방.. "
" 풉.. 영화봐.. 비디오방 공기 안좋아.. "
" 하하, 그냥 한소리야.. "
" 아닌거 같은데? 음..변태야. "
" 뭐? 내가 뭔소리했어? "
" 크크 알았어~ 음..스캔들 보고싶은데. "
" 아.. 스캔들.. 그거 야하다고 하던데? 응? 너 그리구 아직 어리잖아. "
" 괜찮아.. 볼수 있어. 표는 내가 받은게 있어서 그걸루 보자. "
" 그래? 저녁은 맛있는걸루 내가 사줄께.. "
" 응~ "
[띠리리리, 띠리리..♬]
[집에 거의 다 왔어요.. 금방갈께요~ ]
딸깍.
" 왜 거짓말했어? 할머니야?? "
" 응.. 할머니랑 나밖에 없어서 내 걱정을 많이 하셔.. "
" 언넝 가야겠다.. "
" 응.. 가야지.. 생각보다 멋있는 백일이 될거같아. "
" 그동안 나도 맘잡고 너한테만 잘해줘볼께.. 어렵겠지만.. "
" 하하. 백일동안은 질투쟁이 공주가 되있을껄? 조심해~ "
" 엇, 데려다 줄께.. 같이가~ "
" 크크.. 알았어. "
할머니 걱정이 됐는지 빠른걸음으로 걸어가는 제희에게 난 뛰어갔다.
제희가 내손을 잡는다.
" 애인인데 손잡는건 당연하지? "
" 그래.. 근데 사랑하는 사이엔 손을 깍지껴서 잡는거래.. 이렇게.. "
난 제희의 작은손과 내손을 엇갈리게 잡았고, 아무느낌없이 하던 스퀸쉽과는 달리
처음 만난 아이지만 왠지 모르게 설레였다.
" 근데.. 궁금한게 있어.. "
" 뭐? "
" 바람둥이 였지? "
" 푸하하. 애인한테 할소리야? "
" 그냥.. 매너도 좋고 말도 잘하고.. 그냥..그냥.. 사귀던 사람속 많이 썩였을꺼 같아. "
" 당분간 너 만났으니까 조용히 살려고.. "
" 후훗.. 평생 조용히 살아야 할껄? "
" 너 당당하구 참 당차다. "
" 그럼, 세상에 단 한명으로 태어났는데 당차고 당당하게 살아야지.. "
" 오년만에 해보는 연애인데 당당한 여자라 맘에 드는걸? "
" 당연한거아냐. 자기는 봉잡은거야~ "
" 봉? 푸하하.. 그것보다 다온거야? "
" 응.. 여기 보이는 집 있지? 우리집이 반지하야.. 할머니 아프셔서 반지하가 좋은편은 아닌데.. "
" 음.. "
" 뭐, 조만간 돈좀더 모이면 이사가야지.. "
" 언넝 들어가봐.. 할머니 걱정하시겠다. "
" 알았어.. 볼에다 뽀뽀해줘도 돼? "
" 응?.. 일루와봐.. "
난 먼저 제희 볼에 뽀뽀를 해줬다. 당찬아이였지만 내가 입에다가 한것도 아닌 볼에해준 뽀뽀를 받곤 얼굴한번 다시 못보고 내일 연락한다며 뛰어간다. 집에 걸어가는길. 머리속에 맴도는 애인이 되버린 제희의 얼굴이 떠오른다. 잘 모르겠지만 묘한기분이 들었고, 오랫만에 느끼는 설레임까지 생겼다.
[띠링띠링띠링.♬]
[자기야♡기습뽀뽀였어?이론.부끄러.잘자구..낼봐요>ㅁ<♡]
애교많은 그아이의 문자다.
난 잘자라며 답장을 보내줬고, 오늘은 왠지 기분좋은 꿈이라도 꿀수 있을꺼 같았다.
집에 들어왔을때 항상 왔을때란 다른 느낌이 난다. 집안에 퍼져있는 향부터가 우리집이 아닌거 같았다. 약간의 베이비로션냄새가 났다. 제희손을 잡았던 내 손에도 역시.
난 묘한기분만 들었고, 뭔가 좋은일이라도 생길것 같았다. 제희로 인해 내모습이 달라질것만 같은 어설픈 생각들. 난 씻고, 침대에 누웠다. 제희의 밝고 당찬 모습에 혼자 빙그레 웃음이 났다. 그리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사무실.
" 어머~ 좋은일 있나봐? "
" 왜요? "
" 그냥.. 계속 빙그레 웃는게 복권.? 혹시 로또라도 당첨된거 아니야? "
" 푸하하.. 아닌데, 그것보다 복선씨가 누구에요? "
" 어머! 풉..마자마자.. 봉남씨였구나~ 호호 "
" 그냥, 어제 일찍 잠에 들어서 그런지 다른때보다 더 몸이 가뿐하네요. "
[띠링띠링띠링♬]
[자갸+_+회사에요?아침안먹었음 뭐라도 꼭챙겨먹구 좋은하루!]
난 방가운 문자에 빙긋 웃음을 짓곤 문자에 답장을 해주기 위해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갑자기 이실장이 놀랜다.
" 어머, 문자도 쓸줄알아? "
" 하하 그게 무슨 소리세요? "
" 아니.. 난 자기가 문자를 쓰는걸 한번도 못봤단 말이지.. "
" 저 문자 가끔 써요.. "
" 호호.. 이 이른시간에 누가 문자를 보냈데? 애인인가봐~ "
난 그냥 빙그레 웃어주곤 자리에 앉았다. 사실 문자를 쓸줄은 알았지만 누구와 문자를 주고 받은적은 없다. 문자를 보내는 사람도 나와 통화를 하는 사람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 좀이따, 몇시에 만나면돼? ]
[ 풉풉, 몇시에퇴근인데? ]
[ 너부터 말해봐.. ]
[ 학교끈나서 옷좀갈아입구 나오면 6시되겠다. ]
[ 그래? 주안역에 6시10분정도에 만나자. ]
[ 응.. 나이제 수업해야지. 좋은하루보내♡ ]
[ 너두 졸지말고 수업열심히 들어. 꼬마아가씨. ]
.
.
.
.
내가 다니는 회사의 퇴근시간은 5시 30분이다.
신도림에서 주안까지는 30분이 더 걸리기 때문에 그래도 첫데이트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싶었다.
데이트라는 말 왠지 나에겐 낮설기만 하다. 항상 다들 외근을 나가기 때매 회사엔 이미나실장과 나와 직원한명이 더 있었다.
" 실장님. 오늘 좀 일찍 퇴근해도 되겠습니까? "
" 어머, 왜요? 아직 5시인데.. 무슨일 있나요? "
" 네. 집에 일이 생겨서.. "
" 그래요? 그것보다 아까 제가 드린 파일문서는 다 정리 됬나요? "
" 네.. 파일안에 앞에 오류수정까지 다 해놨습니다. "
" 역시.. 호호, 항상 열심이니까 일찍 퇴근해요~ "
" 네.. 그럼 낼뵈요~ "
5시 10분.
전철을 타고 부천을 지나칠땐 벌써 5시 35분을 지나고 있었다.
마침 옆에 주안 직통이 왔다. 난 서둘러 직통으로 갈아타곤 제희와 영화를 보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다. 그 안에 벌써 나는 주안에 도착했고, 직통이라 쉬는곳 없이 전철은 단숨에 달렸다.
5시 50분이 됐고, 20분일찍 도착해서 따뜻한 커피캔두개를 사서 두손에 들고 제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저끝에서 누가 달려왔다.
제희였다. 말끔해보이는 교복을 입곤 해맑게 웃는다.
" 어머! 이렇게 퇴근이 일찍인줄은 몰랐어요. "
" 이거 마셔..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
" 움.. 자기손이 따뜻한거야.. 아님 따뜻한 커피캔인가? "
" 하하. 교복 이쁘다.. "
" 고마워여. "
" 언넝 교복 갈아입구 나와.. "
" 오늘은 처음으로 데이트 하는거라 신경좀 쓰려고 했는데.. "
" 풉.. 너 나이론 그냥 봐도 이뻐.. 신경쓰는게 오히려 더 안이쁠수 있어.. "
" 그것보다 이렇게 시간 내주는거 나한테 고맙게 생각해요! 알았죠? "
" 푸하하, 언넝 다녀오기나 해. "
" 알았어~ "
무릅이 살짝 보이는 체크무늬 교복을 입곤 뛰어가는 제희.
항상 그랬지만 만남에 있어선 매서울 정도로 차가웠던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지만 기분이 묘했다. 손에 들린 남은 커피캔을 따서 마셨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금세 달려오는 제희.
" 스피드야? "
" 풉.. 그냥 나와도 이쁘다면서요? "
" 응.. 그.. 글킨하지.. "
" 헤헤~ 기분좋다. "
" 그것보다 할머니는? "
" 오늘 할머니 안계세요.. 노인정 친구분들하고 놀러가셨어요. "
" 음.. 그래? 그럼.. 영화보고 밥먹으러 가자. "
나와 그 아이는 부천CGV에서 스캔들을 보고 부천으로 갔다.
" 근데 제희야.. "
" 응? "
" 너.. 내일 학교는? "
" 아~ 내일 안가두돼. "
" 왜? "
" 음.. 개교기념일!! "
" 푸하하. 올만에 그런소리 들어본다.. "
" 자기는? "
" 난 내일, 일가야하는데 원래는 전에 이야기 해줘야 하는데.
뭐, 전화해주지뭐. 훗. "
" 막나가자는거야? 크크. "
" 저녁먹으러 가자~ "
" 아, 혹시 부천 자주와? "
" 아니.. 왜 아는곳있어? "
" 음.. 아니 그냥.. "
" 뭐좋아해? "
" 밥! "
" 밥? 이런.. "
" 우리 싸고 많이 주는곳 가자~ "
" 엥? 거기가 어디야. "
" 부천.. 대학로.. "
" 난 길몰라~ 니가 그럼 나좀 데리고가봐. "
부천에 자주 와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와보는 나도 처음 가는 길을 내 손을 꼭 붙잡은체 걸어간다. 작은 식당으로 보이는 이름이 [석정] [두꺼비] - 암튼 여기저기 밥집이 많아 보인다.
제희는 [두꺼비분식]으로 들어갔고, 천장도 낮고 작은 식당으로 보이는 곳.
창가쪽으로 자리를 앉았다.
" 오늘은 사람이 많이 없네. "
" 그래? 사람 많아? "
" 응.. 그것보다 자기는 많이 잘먹나? "
" 가리는거 없이 잘먹지.. 왜? "
" 난 그렇게 많이 먹을 생각은 없구.. 무슨밥 좋아해? "
" 참치덮밥?.. 괜찮겠다. "
" 아줌마~ 여기 참치덮밥 1인분이요. "
" 엥? 왜.. 나 혼자 먹으라고? "
" 아니.. 1인분이 너무 많이 나와서.. "
" 흠... "
커다란 접시에 나오는 밥.
난 사실 제희와 와서 놀랬다. 2인분이나 돼보이는 밥이 나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놀랠수 밖에.
암튼 싸게 둘다 배불리 먹고 나왔다. 난 솔직히 분위기 좋은곳에 가서 밥을 먹고 차도 마실 생각을 했다.
뭐, 여자들의 심리가 분위기나 양보단 질적으로 비싸고 그런걸 선호할꺼 같다는 생각때문에서 일지 모르겠다. 예전의 값싸고 맛있고 양많던 허름해 보이던 그 분식집이 생각났다. 아직도 있을까? 라는 생각과.
제희와 같이 가봐야지 라는 생각까지. 잘먹었다며 해맑은 그 아이.
마냥 대학시절때의 행복했을때 처럼 기분이 좋다.
솔직히 매끈한 몸매나, 어디가서든 튀는 그런 이쁘장한 외모를 지닌 제희가 아니였지만,
방긋방긋 웃는 그 아이의 모습이 너무 이뻐보였다. 활짝웃는 미소보단 약간은 가식적인 웃음이 많았던 나에게 오랫만에 밝게 웃는 날인듯 했다.
" 잘웃네.. 어제보단.. "
" 응? 그냥..후후. "
" 생각보다 시간 빨리가네.. "
" 응? 그러게.. 뭐 더 하고싶은거 없어? "
" 음.. 아이스크림 사줘.. "
" 그럼 아이스크림 먹고는? "
" 그러곤 자야지.. "
" 집에다 데려다 줄께. "
" 응? 싫은데.. "
" 그럼? "
" 그냥 부천에서 자고 놀다가.. 내일 들어가자. "
" 그래 알았어.. "
나와 제희는 아이스크림을 먹곤 근처 모텔을 들어갔다.
" 나.. 모텔 처음가봐. "
" 하하, 그래? 그냥..방있고 침대있고 욕실있구.. 뭐 별다른게 있겠어? "
" 그런가.. 풉.. 자주가본듯하네.. "
" 응?.. 뭐 그런말을 하냐.. "
" 그냥.. 아까 아줌마가 508호라고 했지? "
" 응.. 여기네.. 먼저 들어가요 아가씨. "
" 네.. 아줌마! "
" 엥? 내가 아줌마야? "
" 그럼 아자씨요? "
" 푸하하하... "
그냥 기분이 묘하다. 늘상 나를 차갑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접근조차 없었다.
하지만 제희는 달랐다. 날 인정만은 따뜻한 남자로 봐주는것 같았다.
가끔은 스스로 그런적이 있었다. 매몰찬 사람처럼 보이기 바쁘다는 생각.
제희는 겉옷도 벗지 않곤 침대에 눕는다.
" 우와~ 푹신푹신한데~ "
" 겉옷부터 벗어.. 편하게 있어.. "
" 자기야. "
" 응? "
겉옷을 막 벗은 날 부르는 제희.
" 나 하고 싶은거 있어. "
" 엥? 뭐가 하고싶어? "
" 이짜나.. "
" 이상한 소린 하지마.. "
" 뭐래! 이변태! 그게 아니구.. "
" 응? 속편히 말해바요. 꼬마아가씨. "
" 내 부탁 꼭 들어줘. "
" 들어보고 괜찮다 싶음.. 들어줄게. "
" 안돼.. 꼭 들어줘.. "
" 이궁, 알았어. 말해봐. "
" 나.. 딱 오분만.. 지금부터 딱 오분만.. "
" 뭐를? "
" 그니까.. 이짜나.. "
" 응? 답답혀.. 오분동안 뭘? "
" .. 그니까.. 안.. 안아주면 안될까? "
" 응? 푸하하.. 그말이 그렇게 힘들었어? "
고개를 숙이며 딴곳을 바라본다.
부끄러운지 계속 옆에 둔 자신의 가방만 만지작 거린다.
" 몰라~ 잉.미워.! "
" 일루와.. 더 안아줄수도 있지만 딱 오분만..안아줄게. 풉.. "
" 아앙.. "
침대에 앉아있던 제희는 서있는 내 품으로 안긴다.
" 따뜻하다.. "
" ... "
" 아빠같아.. "
" ... "
" 우리 아빠가 아프셨어.. 작년에 돌아가셨어.. 엄마는, 내가 태어났을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데.. "
난 내품에 안긴 제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작년엔 아빠가 내곁에서 항상 바라봐 주셨는데.. 헤헤.. 지금은 할머니가 계셔.."
무슨 기분일까.? 잘 모르겠다. 묘한 기분..
날 무척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시선까지. 난 그런 제희를 더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곤 말했다.
" 내가 좀더 너 옆에서 .. 따뜻하게 있어줄께.. "
제희는 갑자기 손을 푸르곤 내 얼굴을 바라본다.
" 나 좋아? "
" 응?.. 아니 그니까.. 100동안.. 그렇다는거지. "
" 후.. 그랬군.. "
" 근데, 너 참 이쁜애인이야.. "
갑자기 그 아이는 발꿈치를 살짝 들곤 내 입술에 입을 마춘다.
다른때와 달리 난 화들짝 놀랬다.
" 나 먼저 씻을께.. "
제희는 스스로 부끄러웠는지 급하게 욕실로 가버린다.
하루종일 제희와 함께 하면서 이상한 기분만 든다. 아무렇지 않게 하던 스퀸쉽.
하지만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단지 입술만 마춘것 뿐인데 쑥쑤럽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다. 사실 그런 묘한 기분들이 날 더 압박했다. 제희라는 아이와 함께 라고 하면서 부터 평소와 달리 웃고 생각하게 되는 모습. 어색한 모습은 아니었으나 뭔가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냉장고 문을 열곤, 맥주를 꺼내서 마셨다.
" 따뜻한 물이 퐁퐁~ "
" 응? "
" 어랏. 누가 혼자 마시래?응? "
" 아.. 넌 아직 안돼.. 조금더 크면.. "
" 풉.. 그런게 어딨어? "
" 어딨긴.."
" 동급이라며? 나두 마실래~ 많이 마신다는 것두 아닌데.. "
제희는 맥주캔을 뺏어서 한모금 먹는다.
" 뭐.. 음료수지 뭐.. "
" 풉.. 시원하다. 자기도 언넝 씻어. "
" 응.. 심심하면 티비틀어서 보고있어. "
" 알았어요~ "
욕실.
거울에 비췬 내모습이 오늘은 매우 밝아 보인다.
항상 생각 하는것이지만, 스스로 내 모습을 보곤 다른사람 보듯 생각 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또한 내 모습을 보곤 행복해 보인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제희는 침대에 누워 티비를 틀곤 깔깔대며 웃는 모습이 보인다.
" 어? 우와.. 얼굴좀 씻구 그래~ "
" 엥? 왜?? "
" 풉.. 환해서.. 안씻구 다녔지? "
장난을 치며 사랑스럽게 처다보는 제희.
나도 몰래 부끄럽고 그 바라보는 눈을 계속 마주보며 쳐다 볼수가 없었다.
" 아냐.. 일년에 한번 목욕해.. 그리구 세수는 2일에 한번. "
" 헤헷, 언넝와.. "
제희는 자신이 누운 옆자리 이불을 들곤 오라고 한다.
괜시리 떨리다. 한번도 그런적이 없다. 내가 처음 만났던 제희.. 그때 단 한번. 난 아무렇지도 않게 이불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 안피곤해? "
" 응? 오늘 참 재미있었어. 내가 본 첫 이미지랑 다 딱딱 들어 맞아.! "
" 응? 어땠는데? "
" 백일이 되는날 말해줄께.. "
" 궁금하게 하네.. "
" 자자~ "
" 알았어.. "
티비를 끄는 제희.
어둡다. 내 팔을 자신쪽으로 끌어가더니 내 품에 안기는 제희.
반대쪽 손은 머리위에 올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쌔근쌔근 잠든 제희의 작은 숨소리와 내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난 자고 있는 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둡지만 작은 조명을 하나 켜놓고 있어서 인지 애기같은 모습을 한체 잠든 제희의 얼굴이 보인다.
누가 그랬었던가.
섹스와, 키스는 중독된다고..
모르겠다. 그렇게 애기같아 보이는 그 아이의 몸을 만져 보고싶었다.
다른 여자였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아이의 허리에 가려던 손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고,
손으로 제희의 머리를 쓸어 넘기곤 제희 볼에 입을 마췄다.
갑자기 제희가 손을 잡는다.
난 화들짝 놀래서 제희를 봤다. 꿈을꾸는지 내 손을 놓곤 다시 작은 숨소리를 내며 쌔근쌔근 잠을 잔다.
그렇게 제희와 난 쑥쑤럽고 브끄러운 스퀸쉽을 했고, 잘 모르겠지만, 제희에겐 내가 먼저 스퀸쉽을 할순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러곤 한참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서야 잠을 잘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