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니나랑 폴이랑 카페 cafe.daum.net/nina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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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레슨 22
애가 태어나려면 한참이나 더 있어야 하겠지만 나는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나중에 애를 낳으면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울 신랑은 벌써 자기 첫 아들 이름을 지어놨다…
이름하여……
폴… -_-
울신랑 이름이 폴인건 알만한 사람은 알 거구…
울 시아버지도 폴이다……
그래서 식구들끼린 폴! 하고 부르면 누굴 부르는 건지 헷갈린다……
결국 신랑은 미들 네임으로 부른다.
시아버지와 신랑의 미들 네임은 다르지만 둘다 K 로 시작한다……
그래서 울 신랑이 결심하기를 자기 아들도 이름은 폴, 미들네임은 K로
시작하도록 짓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장남의 이름은 항상 폴 K 로 짓는 집안의 전통을 세워
대대로 따르게 하겠단다……-_-
(무슨 미국애가 이런 생각을 다 한담…)
그렇다면 내 생각은? 그럴 맘 절대로 없다…… -_-
지금도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폴 K가 둘 있으니까 헷갈려 죽겠다고
비명이다…
울 신랑 이름을 폴이라구 지은 시아버지도 비명을 지른다…
얼마전엔 울 신랑 크레딧 카드가 시아버지 기록에 올라간 적이 있다…
무슨 융자를 받으시려고 했었는데 기록이 이상하게 나오는 바람에 못
받으셨다나……
신랑이 그 기록은 잘못된 것이라고 편지를 써서 증명까지 해야 했던
아주 귀찮은 경우였다……
울 신랑이 졸업한 학교에서 자꾸 시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후배들을
위해 기부금 내라고 조르기도 한다…
반대로 울 시아버지가 다니시던 학교에서는 울 신랑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딸을 이 학교에 보낼 의향 없느냐고… -_-
시아버지랑 신랑 이름만 가지고도 이렇게 복잡한데 손자까지 거들어서
더 큰 혼란을 일으켜야 하나…?
울 신랑 빼고는 가족 모두 반대다……
그러나 울 신랑, 물러서지 않는다…..
자기 증조 할아버지 이름이 마침 K로 시작하는 이름이라 그분 이름을
따서 자기 아들 미들네임으로 짓겠단다…… -_-
알다시피 아버지 쪽이 일본계이다 보니 증조 할아버지도 일본인이다……
이름하여……
쿠니마쯔 …… -_-
미치겠다……
울 아들이 뭣 땜에 이딴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워야 한단 말인가…… -_-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반대했다……
결국 결혼할 때 약속하기를…… 첫아들의 이름을 폴이라고 하는 대신
미들네임은 무조건 K로 시작하는 한국 이름을 짓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결혼하면서 이딴 조건까지 걸게 될 줄이야…… -_-)
어쨌든 쿠니마쯔를 피했으니…… 살았다…… 히유……
쿠니마쯔만 아니라면 아들말고 딸 이름이 폴이라도 불사하겠다… -_-
그러나 울 신랑의 폴 K 에 관한 집착에 버금가는 나만의 집착도 있다…
우선 우리 아이들의 퍼스트 네임은 모두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으로 할 것, 미들 네임은 순 한글 이름으로 한다는 집착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름으로 지으면 이상하지 않냐구?
전혀 그렇지가 않다……
성경에 나오는 이름들은 우리말로 하면 생소하지만 영어권 국가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들이다……
한 예로 울 신랑 이름인 폴도 성경에 나온다… 바로 사도 바울이 폴이다……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는? Peter 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Mary 다
그럼 잠시 짬을 내어 영어식 성경 이름 읽기 테스트를 한번 해보자……
우선 성경의 유명한 인물들 이름을 들어볼까나?
쉬운 거 부터 시작해보자……
방주를 만든 노아의 이름은 영어로 뭘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똑같다… Noah 다…… (쉬운 거부터 한다구 그랬쟎어… -_-)
홍해를 가른 모세의 이름은…?
거의 비슷하다… Moses…… (이 이름은 흑인들이 곧잘 쓴다)
이제 한단계 올라가보자…
돌팔매질로 유명한 다윗의 이름은 뭔지 아시는가?
David 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David 이란 이름만 들으면 홍안의 양치기 목동같은
이쁘장한 소년의 모습이 연상된다………
한 때… 울 교회에 키는185가 넘구 강호동 몸매를 가진 형제가 있었다……
이 형제 이름이 David 인 바람에 양치기 소년의 이미지는 산산이
부숴졌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다윗 대신
골리앗이라고 불리워지고 있었다…… -_-
좀더 수준을 높여보자……
신약의 4 복음서, 마태 복음, 마가 복음, 누가 복음, 요한 복음을 쓴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의 이름은 뭘까?
마태는 Mathew
마가는 Mark
누가는 Luke
요한은 John 이다……
즉,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영화배우John Travolta 는 요한 트라볼타가
되는 것이며 Mat Damon 은 바로 마태 데이먼이 되는 것이다……
Mat은 Mathew 의 줄임이니까 ……
보너스로 Mat Damon 의 절친한 친구 Ben Affleck 의 이름도 알아보자…
Ben은 Benjamin의 줄임이니까 성경에 나오는 베냐민이다……
베냐민 아플렉…… -_-
베벌리힐스 90210 에서 터프가이 역을 맡았던 Luke Perry의 이름은
자랑스러운 누가가 되겄다……
누가 페리…… 흐흐흐흐……
갑자기 어릴때 먹던 우유맛 카라멜이 생각난다… -_-
이왕 신약으로 넘어온 김에 다시 수준을 좀더 높여 디모데서, 디도서,
야고보서를 살펴보자……
여기에 나오는 디모데, 디도, 야고보의 이름은 영어로 뭘까……?
이 세사람의 이름은 언뜻 들어서는 생각이 잘 안난다……
디모데는 Timothy……
디도는 Titus……
야고보는 James 다……
그렇다 타이타닉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바로 야고보다…
(야고보 카메룬……-_- )
역대 007 중의 한사람이었던 티모티 덜튼의 이름도…… 디모데 덜튼
되겄다…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만 대충 살펴봐도 성경 이름들이 얼마나 널리
쓰이는 지 알 수 있다.
Julia Roberts 의 Julia 는 신약에 나오는 율리아다…
Tom Hanks 는 아까 말했듯이 Thomas의 줄임이니까 도마가 되겠다…
(도마 행크스…… 행크스 회사에서 만든 도마가 아니다…)
Elizabeth 여왕의 이름은 엘리사벳,
Samuel Jackson 은 선지자 사무엘,
Enemy at the Gate 에 나왔던 Jude Law는 유다가 된다……
오호, 나열하자니 한도 끝도 없겠다……
꼭 성경에 나오는 이름들이 아니더라도 왠만한 서양 이름치고 기독교랑
연관되지 않는 이름 찾기 힘들다……
내가 아는 친구 중 독실한 불교신자가 한 명 있다……
근데 영어 이름이 Grace 다…
Grace 는 하나님의 은혜를 뜻하는 이름인데…… -_-
Chris 라는 이름은 남자 이름인 Christopher, Christian 이나
여자 이름이 Christine, Christina 등의 줄인 이름인데……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오겠지만 크리스챤, 기독교 신자, 신앙이
두터운 사람 등을 뜻하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수 Faith Hill의 이름처럼 아예 이름 자체가 Faith, 즉 “믿음” 인
것도 있다……
자, 이렇게 따지고 보니 성경과 연관된 이름을 짓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영어 이름은 오히려 성경하고 관련없는 이름 찾기가 더 힘들다……
순 우리말 이름 찾는 것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쁜 한글 이름 자료가 많이 나오길래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근데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일이……
이상하게 울 신랑과 내 머리를 맞대면……
머리가 맞닿아지는 순간부터 복잡하게 꼬인다……
결혼한지 이제 2년 6개월…… 아직도 애 이름은 결정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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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을 만나기 전에는 당연히 한국 사람과 결혼할 줄 알았기 땜에
아이들 이름도 성하고 이어지는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이씨라면 이슬비,
한씨라면 한송이,
강씨라면 강물결,
고씨라면 고도리…… (쿨럭! 이건 아니군…… -_-)
하연간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근데 이건 이제 흘러간 꿈이다……
신랑을 만나면서부터는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어버렸다……
아는 동생처럼 이름이 큰숲이라든가 풀꽃이라던가 하면 골치 아파진다……
영어 이름도 마찬가지다……
성경에 나오는 이름을 짓기로 결정은 했지만 울 신랑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Name (1)
장남의 이름을 폴 K로 하겠다는 건 이미 말했구……
K로 시작하는 한글이름을 짓는 건 당연히 내 몫인데……
내가 우리말 실력이 없는 건지 도무지 K로 시작하는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니나: 아, 그렇지! 길이라는 외자 이름 좋다!
신랑: 뭐?
니나: 길! Road!
신랑: Kill????? 뭘 죽여?????
흠…… 영어로 하니까 너무 끔찍한 이름이 되는군……
그렇담 민족을 뜻하는 “겨레” 는 어떨까?
니나: 겨레라고 하자!
신랑: 쿄레이……
니나: 멋있지?
신랑: 뜻이 뭐야?
니나: Nation, people, race… 등등등……
신랑: 그게 뭐야…… 이상해……
“겨레”라는 말이 풍기는 가슴 뿌듯한 의미를 울 신랑이 알리가 없다……
고작 생각하는니 인종이겠지…… -_-
니나: 가을이 어때?
신랑: 카울……
영어권에서는 으 발음을 잘 못하다는 걸 잊었다…… -_-
니나: 이렇게 쓰는 거야…… KaEul
신랑: 캐울?
니나: 개울이 아니고 가을……
신랑: 근데 왜 캐울이야……
니나: 가을이라니께…… 아씨, 몰라! 인제 생각 안나!
신랑: 그럼 그냥 쿠니마쯔……
니나: 아냐, 아냐! 차라리 개울이라고 하자…… -_-
Name (2)
신랑: 나는 둘째 아들 부터는 용감한 이름을 지을거야
니나: 무슨 용감한 이름?
신랑: 성경에 용감한 사람 이름 많쟎어……
니나: 설마 삼손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_-
용감한 사람이라면 맘에 드는 이름이 있긴 하다……
홍해를 가른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을 가나안 땅으로 이끈
용맹무쌍한 장군 여호수아!
용감한 장군 이름이지만 영어로 불러보면 너무 이쁘다……
Joshua……
갠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니나: 좋은 이름 있어! Joshua 어때?
신랑: 안 돼!!!!!
니나: 왜? 이름은 이뻐도 얼마나 용감한 장군인데…
신랑: Joshua를 Josh 라고도 부르쟎어
니나: 근데?
신랑: 이슬람 쪽에선 Josh 가 Jack ass 라는 뜻이래…
뭐, 뭐야…… ! Jack ass 라니!!!!!!
망할 인간들… 이게 얼마나 좋은 이름인데 욕으로 쓴다는 거야……!
니나: 하, 하지만… 우리가 중동에 갈 것도 아니구……
신랑: 안돼…… 세계는 하나란 말야…… (어쭈…… -_-)
뭐, 설령 세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해도……
어쨌든 남의 나라에서 욕으로 쓰이는 말로 이름을 짓는 건 ……
내키지 않는다……
젠장…… 무지 좋아하는 이름이었는데…… 이 이름도 물건너 갔구만……
Name (3)
딸내미 이름도 생각해봤다……
한글이름은 어감이 이뻐서 그런지 여자 이름은 정말 이쁘다……
니나: 딸은 미소라구 하자… Smile 이란 뜻이야……
신랑: 으하하하하하하하
니나: 왜?
신랑: Miso !!! 국 끓여 먹어?
컥~ -_- 그렇다 여긴 하와이…… -_-
일본 사람들이 맨날 Miso (일본 된장) 풀어서 국 끓여먹는……
정말 이름짓기 힘들다……
아름다운 우리 말도 왜 신랑이 발음하기만 하면 이상해지는지……
니나: 봄 (Bom)이 어때? Spring!
신랑: Bomb 같쟎아… 테러리스트야?
니나: 그럼 봄비라고 하자… Bombi
신랑: 아기 사슴 밤비 같애……
아씨, 정말 되는 이름이 없다…… -_-
니나: 그렇게 걸고 넘어지면 되는 이름이 어딨어?
신랑: 있어
니나: 뭔데
신랑: 나비
니나: 나비?
신랑: 응…… 한국 방송에 나왔어…… 고양이 이름이야
니나: 고양이 이름으로 애이름을 짓자는 거야?
신랑: 꼭 고양이만 그 이름 쓰란 법 있나? 이쁘쟎아……
니나: 그래라, 그래…… 아예 아들도 바둑이라고 지어… -_-
신랑: 파두키? 어, 귀엽다……
니나: 뭐가 귀여워……!
신랑: 정했어! 파두키와 나비!
아직 나지도 않은 우리 애들만 점점 불쌍해지는구만……
Name (4)
아는 언니가 아들 이름을 “소리”라고 지었다……
신약에 나오는 세례 요한이 “나는 소리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요”
라고 말한데서 따왔다는 것이다……
주의 길을 예비하는 “소리” … 캬~ 정말 멋진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니나: 둘째 낳으면 소리라고 부를꺼야…
신랑: 그게 뭔데…?
니나: Voice 라는 뜻이야
영어 성경을 찾아서 세례요한이 나오는 부분을 보여줬다…
니나: 뜻 좋지?
신랑: 응…
니나: 그럼, 이걸로 한다…
신랑: 싫어…
니나: 왜?
신랑: 자기 소개 할 때마다 아이 엠 쏘리, 하란 말야?
니나: 헉~~~~ -_-
신랑: 하이, 아임 엠 쏘리…… 하이, 아임 엠 쏘리……
니나: 그, 그만……!!!
미국에 살면서도 이렇게 큰 결점을 보지 못하다니…… -_-
“소리”라고 아들 이름을 지은 언니가 마구 불쌍해진다…
아들네미가 맨날 죄송합니다, 를 연발하면 살아야 하는군…
우리집 바둑이, 나비랑 친구하면 걸작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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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엉뚱하게 애들 이름을 바둑이와 나비로
잠정 결정해놓고 그저 좋아하는 울 신랑…… 못말려……
생각해보니 울 시아버지랑 시누는 미들 네임이 일본 이름인데
울 신랑은 아니더군요……
그래서 물어봤죠…… 왜 일본이름 없냐구……
그랬더니 자기도 있다면서 종이에다 일본 글자로 자랑스럽게 씁니다……
니나: 이게 뭔데?
신랑: 내 일본 이름… 포르… -_-
이런 인간과 함께 이름 짓느라 버벅대고 있는
저의 고통을 이해하시는 분이라면……
카페 게시판에 좋은 한글 이름 좀 많이 올려주세요……
특히 영어로 쓸 때 K로 시작하는 이름이면 더욱 좋습니다……
이름이 당첨되신 분께는 감사의 표시로 미국 오시면 밥사드립니다……
- 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