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톡을 자주 보는 30대 초반 남자입니다.
택시기사님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는걸 보고 저도 몇 년전 일이 생각나 이렇게 없는 글솜씨지만 글 한번 남겨봅니다...
지금부터 3년전...그러니까 2004년 봄에 있었던 일이네요...
당시 다니던 회사가 갑작스레 소송에 휘말리면서 순식간에 공중분해되고 말았죠.
크고 유명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결코 대기업 부럽지 않은 봉급에 근무여건도 참 좋은 회사였는데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고보니 앞길이 막막해지더군요...
그때 문득 생각난게 택시운전이었습니다. 운전을 매우 좋아했던 저는 '그래 딱 6개월만 해보자...'하는 생각에 그길로 만사 제쳐두고 곧바로 잠실 교통회관으로 달려가 시험접수를 하고 몇일 뒤 시험을 치르고 교육을 받은 후 택시운전자격증명을 따게 되었습니다.
그 후 집에서 가장 가까운 회사에 정식기사가 아닌 스페어 기사로 들어가서 당일날 곧바로 차를 몰고 영업을 시작했죠...
약 4개월을 일한 후 현재까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그 4개월간의 경험이 저에겐 참 소중했던것 같습니다...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당시 일하면서 기억나는 두 분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한번은 새벽 5시가 넘어서 압구정 로터리 앞에서 중년의 남자분과 젊은 여자분이 같이 탔습니다.
가만히 보니 바로 앞에 모텔이 있었고 두 사람은 그곳에서 나오더군요...딱 봐도 불륜...ㅋㅋ
반포에서 여자분을 내려주고 자신은 분당까지 간다고 하기에 일단 반포에 들렀다가 곧바로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분당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차도 안 밀리고 순식간에 분당에 도착했지요...
통상적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을 나갈땐 미터기의 요금에 2천원정도 더 받으면 된다고 들었기에 그 분께 그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인상을 팍 쓰면서 그런게 어디있냐고 따지더군요.
추가요금 2천원을 절대 못주겠다면서 미터기의 요금만 주고 내리더군요...그러면서 되려 그딴식으로 영업하지 말라는 식으로 훈계를 하고 가는데...저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지요...
젊은 여자와 모텔에서 밤새도록 뒹구는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고 택시기사 2천원 더 주는건 아까왔나 봅니다...서글픈 마음을 달래면서 서울로 차를 돌렸습니다...
두번째는 어떤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홍제동에서 타셨는데 타시자마자 미안하다고 하시길래 뭐가 미안하시냐고 했더니 가까운길을 가는데 언덕이라 걷기가 힘들어서 택시를 타신거라면서 멀리 안가고 또한 언덕을 올라가게 되어서 미안하시다는 거였습니다...그렇게 편하게 가기 위해서 택시를 타는 건데 오히려 그런것을 미안해 하시다니, 손님이 택시기사의 눈치를 보면서 택시를 타야되는 세상인가 싶어서 잠시 마음이 씁쓸해짐을 느꼈습니다.
할머니를 댁 앞에까지 모셔드리고 나니 내리시면서 2천원을 주고 내리시더군요...
당시 택시 기본요금은 1,600원 이었기에 저는 거스름돈 4백원을 드리려는데 할머니께서는 손사래를 치시며 "젊은 양반이 고생하는데 박카스라도 사서 잡숴요"...하시면서 그냥 내리시더군요...
솔직히 그 4백원은 보잘것 없는 액수의 돈이지만 그 순간엔 세상이 행복을 모두 다 담고 있는 듯한 큰 액수였습니다...
사실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택시운전을 해보니 참으로 힘든 직업임을 느꼈습니다.
박봉에 힘든 근로여건등...
그런것 때문에 택시기사들은 불친절해지고 조금이라도 더 벌기위해 승차거부나 합승도 하고...
그러면서 손님들에게 좋지않은 이미지로 다가와 있는것이 지금의 택시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위 두번째 할머니와 같은 분들도 세상엔 아직 많이 있지요...또 톡에 올라와 있는 글처럼 오히려 잔돈 몇백원은 받지 않는 그런 기사님도 계시구요...
작은 돈 몇 푼에도 행복해 질 수 있는 그런 세상...서로 조금만 배려하고 친절해진다면 세상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허접한 졸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홍제동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