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마도 2005년 10월 첫째주 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가녀린 가을의 향기가 나고 내 마음도 하늘도 그 깊이 깊어 진다. 나는 10월에 발행되는 잡지 POPO를 구입하고 제일먼저 그의 그림을 확인한다. 그 후에 그 그림에 한참 마음을 담아 그의 감성을 이해해주고 나 역시 내가 쓴 글을 읽어내려가지만 여러가지 새로운 감정들이 복잡하게 설레여 기분이 좋다. 나는 그와 정식으로 첫만남을 가진후 그 사이는 꾸준히 유지가 되고 있었다. 그의 맘과 내 맘이 딱 맞아 떨어지는 퍼즐처럼 여러가지 면에서 잘 맞아 떨어지고 있었고, 나는 수시로 그는 종종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 욱환씨, 그림 너무 멋져요. 식사는 했어요? ]
문자를 보낸다. 우리는 꼭 학창시절 단짝 친구처럼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 밥은 배부르도록 먹었어요.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는데, 너무 많이해버려서..]
[ 정말요? 뭔데요? ]
[ 마파두부.. 좋아해요? ]
[ 좋아요. 두부음식은 다 좋아해요. ]
[ 근데, 맛이 없는데.. 괜찮겠어요? ]
[ 네? 뭐가 괜찮아요? ]
[ 먹으러 와요. 우리집에 초대할께요. ]
[ 네? ]
나는 불현듯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사실 그 남자는 잘생기지도 너무 못나지도 않았다. 눈이 작고 말랑말랑한 감수성에 훤칠한 키, 처음엔 자꾸 친구 친구, 하다가 하루라도 연락이 안되면 궁금해지고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 건지는 스스로 알지 못했다. 그냥 내 입장과 내 일상에 자연스러워 지기 시작한 것이였다.
[ 왜? 싫어요? ]
[ 아니에요! 놀러갈께요. 근데 집이 어디에요? ]
[ 걱정마요. 숙녀를 먼길까지 오게 하지 않을테니깐요. ]
[ 난 괜찮은데.. ]
[ 그럼 있다가 회사에서 만나요. 나 볼일도 있구 ^^]
[ 그렇게 해요. ]
문자를 쓰는 손가락이,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바닥이 땀에 축축했다. 복작복작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설레임으로 작용한다. 2시가 다 되어간다. 점심시간이 끝날무렵 사무실 끝에 있에 앉아 있는 제일 오래근무했던 박선배가 날 불렀다.
" 네? 무슨 심부름이라도.. "
원래 내 취직 의도는 잔 심부름꾼이 아니였지만, 실력도, 경력도 없는 초보자인 나에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당연한 심부름꾼인듯 물었고, 그녀는 커피 12잔을 타라고 했다. 어제까지도 나는 내것을 제외한 11잔을 탔다. 오늘은 한잔이 늘어났다. 그냥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한참 커피의 물을 끓이고 종이컵마다 길게 포장된 커피봉지 끝을 똑 잘라내고, 물을 담는다. 7명은 보통, 3명은 진하게, 1명은 물을 많이. 다른 한컵에는 물을 붙지 않았다. 어떤분이 먹을건지 알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11잔을 모두 나누어 드리고 선배커피까지 책상에 올린후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 저기 선배님, "
" 왜불러? 커피 다 탔어? "
날카롭고 뾰족한 목소리. 적응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 마지막 한잔은 어떤분이 .. 물을 얼마나 부어야할지 몰라서. "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깔깔 대며 웃었고, 옆 좌석에서 주시하던 선배들까지도 쿡쿡쿡 웃음을 참아가며 웃기 시작했다. 나는 어리둥절한듯 어색한 웃음만 짓고 있는데, 그녀가 말한다.
" 그 마지막잔, 채민씨꺼잖아. 그 커피에 물을 얼마나 부어야 할지는 나도 잘 모르지. 안그래? "
나는 얼굴이 금새 붉게 달아올랐다. 나는 커피물을 조금만 붙고는 찻수저로 젓지도 않고 황급히 자리로 왔다. 자리에 앉았는데 컴퓨터에 사무실직원들과 함께 쓰는 메신져에 쪽지가 잔뜩 와있었다.
[ 커피 고마워,] [ 수고해. ] [ 맛있다. ] 등.
처음으로 선배들의 여러가지 다정한 소리에 나는 괜히 눈물부터 났다. 끝자리라 아무도 나를 볼수 없고 나를 찾아오지 않아서 다행이였다. 메모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삭스삭, 연필이 종이에 묻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눈물은 참았다가도 금새 또로로.. 흘러 내렸다. 휴지로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서 닦아내고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 일어서서 조심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사무실 코앞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는 놀래서 뒤를 돌았다.
난 그대로 그 가까운 간격으로 욱환씨와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뒷걸음질을 치고 욱환씨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 놀랬잖아요. "
" 네? 나는 장난치겠다고 강시흉내낸다고 뒤에서 손을 뻗은건데 갑자기 돌아서 그런거에요. "
심장이 두근두근 하다. 나는 잠시동안 안겨있었고, 그에게선 연하게 이름을 알지 못할 향수냄새가 났다. 얼굴은 붉어지고 그는 충열된 내 두눈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이 내 얼굴 가까이로 다가오고 내 뺨에 그의 손이 다았다. 그림만 그렸던 손이라 그런지 손이 매끄럽고 따뜻하다. 나는 순간 그 상태로 얼어 버린듯 했다. 그리고 자신과 내 이마를 번갈아 가며 손을 대고서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 흠... 열은 없는데, 곧 열이 날것 같네요. "
" 네?? "
" 흠... 흠.. 그리고 눈물이 많군요? "
" .... "
" 나 지금 다른곳도 가봐야해요. 조금있다가 퇴근후에 10분만 앉아서 기다려요. 괜히 나오지 말구. "
" 알았어요. 연락주세요. "
" 그리고 아프지 마요. 괜히 아프면 내 마음이 아파질지도 모르잖아요. 안그래요? 아직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니까 아프지마요. "
나는 방긋 웃었다. 그 역시 웃는다. 그 향기가 코끝에 남고 그 손결이 남아서 나는 뭔가에 홀린듯 사무실 내 자리에 앉아 가슴 조리고 있었다. 한결 다정해진 사무실과 순간순간에 자꾸 그를 떠올리고 있는 나는 그와 약속이 계속 기다려 지고 있었다. 정확하게 7시 10분이 되자 그에게 전화가 왔고, 나는 1층으로 내려왔다. 건물 바로 앞에 하얀 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 남자는 앞에 나와서 손짓하고 있었고 나는 어색하고 반가운 마음에 조금 빠르게 걷는다. 자신의 차의 문을 열어주고 나는 그 자리에 익숙하게 앉고 그가 운전을 한다. 조용한 공기의 흐름 가운데 대화가 없이도 허전하거나 민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복작복작한 한강의 주변을 지나고 그가 한결 여유롭게 이야기를 한다.
" 요즘 듣는곡 있어요? 좋아하는 곡이나.. "
" 전, 여러가지 음악 들어요. "
" 특별히 좋아하는 곡은요? "
" 사실, 좋아하는 곡은 없어요. 왜냐면,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고 나는 외로울때 음악을 듣거든요. 그냥 누군가를 떠올릴수 있는 음악 있잖아요? 함께 들었거나 누군가 들어보라고 추천을 했다던가. "
" 그렇구나. 신기한데요? 요즘 제가 듣는 곡 있어요. 들어볼래요? "
" 들려줘요. "
jazz음악이 흐른다. 처음 듣는 곡이였다. 심장이 뛰는 박자에 마춰 리듬을 타고 어둑어둑한 하늘에 별하나 없는 서울하늘에도 잘 어울릴 곡이였다.
" 나중에 또 이곡을 들으면 나를 기억해줄까요? "
"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집이 어디에요? "
" 시흥. 경기도 시흥 알죠? "
" 아, 제가 사는 동네에 버스 있어요. 그곳으로 가는 버스. "
" 네, 맞아요. 얼마전에 이사왔어요. "
" 어디서요? "
" 일원동이라고 아실까요? "
" 잠실부근.. "
" 맞아요. 그쪽에서 이사 왔어요. 그냥, 공기가 너무 탁해서 아! 우리집은 근처에 다른집은 거의 없어요. "
" 네?? "
" 근처에 다른 집도 별로 없고 슈퍼도 없고 가끔 꿩내려오고.. 그대신 새벽에 뜨는 별은 참 예뻐요. "
" 별, 좋죠. 반짝반짝.. "
" 그림 그리고 혼자 있기엔 너무 좋은 공간이죠. 그리고 내 첫 손님이예요. "
" 정말요? 기분 좋네요. 처음이라는거. "
" 좋으면 나도 좋죠. 혹시 술 좋아해요? "
" 음, 요즘은 안먹은지 꽤 된듯해요. 좋아하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고.. "
" 우리 술도 한잔 하죠~ "
" 생각해보고요. "
흐르는 음악에 그냥 그 분위기와 그의 말솜씨에 나는 즐거웠다.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이미 술을 마신듯 그와, 그 분위기와, 차안으로 부딫여 들어오는 바람에 취해 여러가지 감정이 한것 달아올랐다. 한시간 정도 달렸을까, 울퉁불퉁한 산길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사삭, 숲이 바람에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도시와 달리 조금 추운 듯 했다. 그는 거의 다왔다고 했고, 저 끝으로 산속에 깨끗한 집이 보였다. 화려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그냥 산속에 어울리는 작고 깔끔한 집이였다. 나는 신기하게 물었다.
" 아니, 이런곳에 이런 집이 다 있어요? "
" 아, 여기 근처에 대충 지어진집 몇개 더있어요. 하하. "
" 그렇구나.. "
" 들어와요. "
내가 어두워서 땅을 밟아가며 비틀비틀 거리자, 그는 내 손목을 잡는다.
" 오늘 아침에 더워서 물좀 뿌렸더니, 물이 덜 마른상태로 굳어서 땅이 고르지가 못해요. 넘어지지 말아요. "
나는 그의 손을 의식하면서, 말했다.
" 하하.. 그러니까, 제가 잘 넘어지는건 어떻게 아셨어요. "
" 얼굴에 씌여있었어요. " 라고 그가 말했다. 그는 안돼겠는지, 손목을 놓고는 급하게 달려가 스위치를 올리는 것 같았다. 그러자 마당이 환해졌다. 그리고 더 자세히 그의 집이 보였다. 조심히 오라고 손짓하는 그, 그리고 나는 다행스럽게 땅을 보고 엉기적엉기적 걸어 왔다. 신발을 벋고 그가 안내하는 곳으로 간다. 아담한 방과 그에게 느꼈던 그 향수향과 물감냄새가 방안 가득했다.
" 그림 좀 둘러보고 있어봐요~ 나, 식사 차려둘께요. "
" 그래요. 기대할께요. "
그가 찡긋 웃는다. 그림들은 하나같이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 사이에 배꼼히 연필로 스케치만 되어있는 여자의 그림이 있었다. 매우 귀여운 인상의 여성이였다. 나는 한참 그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부른다.
" 채민씨, 식사해요. "
누군지 모를 그녀의 그림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나는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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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덥네요. 길고 많은 분량으로 올리고 싶지만 능력밖인가봐요.
ㅠ_ㅠ 흑흑. 어쨌든, 식사는 잘 하셨는지요? 이번에 배경음악은 Myrra - Corcovado 입니다.
욱환씨 집으로 가는 길에 차안에서 욱환씨가 채민이한테 틀어준 음악이기도 하고요.
조금 가볍고 싱그러운 음악이라, 나른하고 지친 하루에 조금 도움이 되는 음악과
글이길 바랍니다^^*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