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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인은 사기꾼 스타. (82)

새끼손가락 |2003.06.13 19:44
조회 457 |추천 0

퇴근시간 때가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그냥 뛰어갈걸 그랬나...’

 

자신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병원. 승희는 조금 전 자신에 휴대폰으로 걸려온 동석에 전화를 받고 병원

 

으로 가는 길이다.

 

“승희야! 나 동석인데 지금 이리로 좀 와줘야겠다.”

 

승희는 생각지도 못한 동석의 전화에 의아했다. 내일 보자는 인사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왠지 다급하게 들리는 동석의 목소리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전해져 왔다.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생긴 거예요?”

 

“어.. 사고가 좀 났거든. 교통사곤데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고.. 아무튼 지금 이리로 와 줘야겠어.”

 

전화기에서 들려온 동석의 말에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승희였다. 교통사고라니... 그럼.. 지금 자신

 

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동석을 보니 동석은 다친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럼 다급한 목소리에 지금 오

 

라는 얘기는.. 동민이었다. 동민이 다쳤다는 말과 다름없는 얘기였다. 한순간 눈앞이 캄캄해 지는 것과

 

동시에 승희에 머리는 하얀 백지처럼 아무것도 떠오른 것이 없었다.

 

“승희야! 승희야!”

 

충격으로 전화기를 들고 있던 손이 내려간 것도 모른 채 멍하니 있던 승희의 귀에 어렴풋이 동석의 목소

 

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승희였다.

 

“네? 네...”

 

“지금 바로 올수 있지?”

 

“네.. 저.. 예. 알았어요. 지금 갈게요.”

 

승희는 물어보고 싶었다. 얼마나 어느 정도 다친 것인지. 하지만 끝내 물어볼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안

 

좋은 말을 듣게 될 거 같아 두려웠다. 승희는 동석에 전화를 끊고는 대충 겉옷만 걸쳐 입고는 한걸음에

 

한길까지 나와서 택시를 잡아탔다. 동석이 알려준 병원은 뛰어가면 이십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지

 

만 차를 타고 가면 5분이면 도착했기 때문에 생각할 여지도 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차가 많았고 마음만큼이나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답답함만이 더 해지고 있었다.

 

‘제발.. 제발.. 무사해야 하는데.. 아니 많이 다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발...’

 

승희의 눈앞이 조금씩 흐려졌다. 이대로 잘 못 되는 것은 아닌지... 무엇하나 해 본 것도 없는데... 아직

 

좋아한다는 말조차 해 보지 못했는데...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도 자꾸만 밀려드는 불안함에 계속 눈물이

 

맺혀들고 있었다.

 

‘나쁜 사람 혹시라도... 혹시라도 잘못 되면.. 혹시라도 잘못 되면.. 죽을 때까지 용서 하지 않을 거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승희는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는 불안한 마음을 떨치려는 듯 입술을 깨물며 창밖으로 시선을 옮

 

겼다.

 

응급실 앞에 도착한 승희는 동석부터 찾았다. 그런데 동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응급실이라고

 

했는데... 불안감이 더해갔다. 승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동석의 모습을 찾았다. 저쪽 모퉁이  쪽

 

에 교통경찰로 보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석이 눈에 들어왔다. 동석의 모습은 옷매무새

 

가 조금 흐트러진 것과 머리가 조금 헝클어진 것 외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

 

질 않았다. 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석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승희는 천천히

 

동석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 정도 동석과 가까워지자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는지 동석이 몸

 

을 돌려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왔어?”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승희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어.. 그냥 작은 교통사고야.”

 

작은 교통사고..

 

“동민이.. 오빠는요?”

 

“지금 응급실에 있어. 충돌할 때 좀 다쳤어.”

 

걱정할 정도는 아니란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는 동석이었다. 그래도 승희는 어느 정도 인지 확실히

 

알고 싶었다.

 

“많이 다친 거 아니에요?”

 

“훗.. 아니야 여기 들어올 때도 걸어서 들어왔어. 걱정하지 마.”

 

“네..”

 

그때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승희였다. 승희는 안도에 한숨을 작게 내쉬며 응급실 쪽으로 시선을 옮

 

겼다. 그때 안에서 간호사로 보이는 여자가 나왔고 동석을 찾았다. 동석과 승희는 간호사를 따라 응급실

 

로 들어갔다. 밤이라 그런지 응급실은 조용한 편이었다. 승희가 응급실로 들어가 분위기를 살피며 동민

 

을 찾으니 한쪽 침대에 천장을 보며 가만히 누워 있는 동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외관상으로는 다친

 

곳이 없어보였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차 동민 씨, 차가 충돌할 때 목 부분에 충격이 좀 간 것 같습니다. 심한 건 아니고 근육이 좀 놀란 것 같

 

으니 며칠 깁스하고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 질 겁니다.”

 

의사로 보이는 남자가 동석에게 말했다.

 

“예.. 그럼 다른 곳엔 이상이 없는 거지요?”

 

의사의 말에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동석이 물었다.

 

“예.. 외관상으로 볼 때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일 정밀 검사를 해 보도록 하지요.”

 

“예. 감사합니다.”

 

동석 또한 의사의 말에 안도감을 느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동석은 처음 앞차를 따라 잡아 옆으로 가까

 

이 갔을 때 갑자기 자신들의 차로 꺾여 들어오는 차를 보고는 옆으로 핸들을 꺾었었다. 그러다 얼핏 백미

 

러로 보니 다른 옆 차선에서 달리던 차가 동민이 있는 쪽과 충돌하려고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다시금

 

빠르게 자신 쪽으로 핸들을 꺾었었다. 동석에 재빠른 행동으로 동민이 앉아 있던 쪽으로 달려들던 옆 차

 

는 다행히 동민이 앉아 있던 쪽의 뒷부분과 충돌 했고 둘 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 때문에 충돌할 때의

 

충격만 조금 컷을 뿐 다른 피해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동민이 앉았던 곳과 가까운 곳이다 보

 

니 충격이 자신보다 컸던 것이고 그래서 동민의 목에 이상이 생긴 것이었다. 그래도 이만한 것이 천만다

 

행이었다. 그때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올 정도로 아찔할 정도였으니깐... 동석

 

은 입원 수속을 밟기 위해 접수실로 향했고 승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동민이 목에 깁스를 하는 것을 지

 

켜보고 있었다.

 

“좀 어때요?”

 

목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 동민의 곁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승희가 물었다.

 

“괜찮아.”

 

자신의 모습이 창피한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동민이었다.

 

“동석 이는?”

 

“입원 수속 밟으러 갔어요.”

 

좀 놀란 것 같은 표정으로 동민이 말했다.

 

“입원?”

 

“네.”

 

“웬 입원? 나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냥 좀 댕기는 거 밖에는 없는데.”

 

“근육이 놀란 것 같다고 며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깐

 

내일 정밀 검사를 해 보자고도 했고요.”

 

승희의 얘기를 듣고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 같은 동민이었다.

 

“그래? 음.. 그래. 받아봐서 나쁠 건 없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한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차 동민이라는 인기 스타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은지 응급실에 있는 간호사들이나 환자들 그리고 보호자들까지 힐끔거리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햐.. 정말 정보 한번 빠르다.”

 

입원수속을 밟으러 나갔던 동석이 동민과 승희의 곁으로 와서 말했다.

 

“뭐가?”

 

“어떻게 알고들 왔는지 벌써 밖에 몇몇 기자들이 와 있어.”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그들도 빠른 정보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남에 일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고 있는 동민을 보며 어이없어하는 동석이었다.

 

“잘났다, 인마. 너야 그냥 누워서 사진이나 찍고 그러면 그만이니깐..”

 

동민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을 하는 동석이었다. 동석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피곤이 밀려왔

 

다. 매니저에 함께 타고 있었으니 당연 사고 진상에 대한 얘기를 해 주는 것은 자기 몫이었다. 그것만이

 

라면 괜찮지 이런저런 사고 뒤처리에 사고소식을 듣고 동민을 보러올 열성 팬들에게서 그를 보호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들이었다.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휴.. 승희야. 난 아무래도 할일이 많을 듯싶으니 네가 동민이 옆에 있어줘야겠다.”

 

“네.”

 

동석의 모습에 안쓰러움이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대답만 짧게 한 승희였다. 그렇게

 

응급실에 조금 있으니 병실로 옮긴다며 이동침대를 가지고 온 간호사들. 동민은 걸어갈 수 있다

 

고 말했지만 혹시 모르니 이렇게 이동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간호사들의 말에 하는 수 없다는 듯 침대로

 

병실까지 옮겨졌다. 동민과 승희가 병실까지 오는 동안 동석은 기자들에게 사고 진상을 얘기해 주느라

 

고 한참이 지나서야 병실로 들어왔다. 병실로 들어온 동석은 투덜거리기부터 시작했다.

 

“우시.. 나도 사고 당사잔데.. 대충 대충하고 얼른 보내줘야지. 그리고 왜 나한테는 괜찮으냐고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는 거야! 우시 너무해!”

 

“인마 네 상태를 좀 봐라. 어디 아픈 놈처럼 보이나.”

 

투덜거리는 동석을 놀리기라도 하듯 동민이 말했다.

 

“잘났다, 인마. 기자들이란 사람들이나 친구란 놈이나 다 똑같아.”

 

동석의 말에 승희의 가슴도 뜨끔했다. 동민의 대한 생각으로 승희 또한 동석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승희는 미안한 마음에 동석에게 말했다.

 

“동석이 오빠. 여긴 제가 있을게요. 동석이 오빠는 좀 쉬세요.”

 

투덜거리던 동석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승희를 보며 대답했다.

 

“그래. 나도 긴장이 풀려서 인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미안한데 아무래도 나도 좀 쉬어야겠다. 내일

 

을 위해서도.. 그럼 부탁 할게 승희야. 혹시 모르니깐 난 밖에 의자에 있을게.”

 

“아니야. 승희는 이제 그만 들어가. 아무렇지도 않은데 뭐 하려고 힘들게 여기서 밤을 보내.”

 

동석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동민이 먼저 말했다. 그리고 동민의 말을 들은 동석 또한 동민의 말이 옳다

 

고 생각했는지 동민과 같은 말로 다시 말했다.

 

“그래. 들어보니깐 동민이 말이 맞다. 뭐하려고 둘 다 여기서 생고생을 하냐. 집에 갔다가 내일 일찌감치

 

 와. 혹시 또 아침부터 기자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니깐. 뭐 그래도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지만... 그래도 혹

 

시 모르니깐.”

 

“네...”

 

두 사람의 말에 승희는 싫다고 할 수가 없어서 짧게 대답만 하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 말도 없이 뛰

 

쳐나가다시피 한 그녀가 집으로 들어오자 가족들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지만 간단하게 설

 

명만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내일부터 하게 될 동민의 간호를 생각하며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난 승희는 동민과 동석이 먹을 아침을 준비해 일찌감치 병원으로 갔다.

 

승희가 준비해온 아침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찾아 왔다. 찾아온 경찰들은 사고가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 말해주고 돌아갔다. 사고에 원인은 이러했다. 앞에 가던 차에 운전자가 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우다 담뱃불이 운전자에 다리사이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 불씨를 피하려고 하다 차에 균형을

 

잡지 못한 것이었고 불이 붙어 있는 담배꽁초를 집으려고 하다 운전자도 모르게 핸들이 꺾여졌

 

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이 끝나갈 무렵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연예프로 리

 

포터부터 방송국에 기자들까지 여기저기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민과 동석은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

 

었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처했고 그런 동안 승희는 병실에서 나와 복도에 있었다. 어느 정도에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을 찍는 동안 동석도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승희에게 다가와 말했다.

 

“승희야. 너 숙소에 좀 갔다 와야겠다. 내가 가면 좋을 텐데.. 언제 또 사람들이 몰려들지 몰라서.. 네가

 

숙소에 가서 필요한 것들 좀 챙겨가지고 와야겠어.”

 

“네. 그럴게요.”

 

승희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대답하고는 바로 숙소로 출발했다. 안 그래도 면도를 하지 못해 턱밑이 거무

 

스름해진 두 사람을 보며 승희도 생각하고 있던 거였다.

 

숙소에 도착한 승희는 동석이 말해준 것들과 자신이 생각하기에 필요하겠다싶은 물건들을 챙겨서 다시

 

병원으로 갔고 병원 입구로 들어가려고 할 때 동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승희야. 난데 동민이 병실 옮겼다. 5층으로 호실은.. 어! 잠깐만 전화가 왔거든... 뚜. 뚜. 뚜..”

 

전화기를 들고 한참을 기다려도 다시 연결 되지 않았다. 승희는 전화를 끊고는 바로 5층으로 올라갔다.

 

호실이야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되는 거였으니깐... 5층으로 올라온 승희는 두리번거리며 간호사들이 있

 

는 곳을 찾았다. 다행이도 승희의 눈에 저쪽 복도에서 전화를 끊고 병실로 들어가는 동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승희는 곧바로 동석이 들어간 병실로 갔다. 그런데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승희

 

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문 옆에 붙어 있는 글들... 1인실이라는 글과 그 아래 쓰여 있는 이름... 이

 

민영이라는 이름이 승희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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