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일 선수가 활약 할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스포츠(?)는
프로 레슬링이었고 김일 선수는 국민의 우상이었다고 한다. 이후, 프로 레슬링은
‘쇼’이고 약속된 동작에 의해 고전을 하다 역전승을 한다는 공식이 모두에게 인식되었다.
그래서 WWE를 보아도 승패 보다는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운영을 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된 듯 하다. 하기야 과거에는 축구에서마저도 심판의 힘(?)이 절대적인
경기가 있었으니 요즈음에는 많이 발전한 것도 같다.
지난 일요일에 벌어진 K-1 월드그랑프리 2007 홍콩 대회에서 어쩌면 예견되었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애당초 이 대회는 일본선수인 무사시를 위한
대회였다. 그래서 함량미달(?)인 선수들이 대거 포진 되었고 얼핏 일본인끼리의
결승을 염두에 두었다는 인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경기 자체가 ‘쇼’가
아니어서 인지 주최측의 예상(?)을 벗어나는 경기가 속출 했다. 한 명의 일본선수는
준결승에서 KO로 졌고 또 한 선수는 억지 끝에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선수들도 경기 내내 비겁하기 이를 데 없었다. 후지모토 유스케
선수는 경기 중 조금이라도 불리한 상황이 오면 의도적으로 넘어졌다.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주의를 주는 심판은 없었다. 이것은 작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어렵고 스포츠맨쉽이 고갈된 하나의 꼼수이고 프로선수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펀치력은 있어 겨우 준결승까지 올랐다가 김태영 선수에게 패했다.
더욱 의아한 사실은 그때까지 멀쩡하던 김태영 선수가 돌연 눈부상(?)을 이유로 기권을
해서 후지모토 유스케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고 우승까지 했다.
K-1에서는 부상이 잦아 이런 경우를 대비한 리져브(reserve) 경기가 있고, 여기서 이긴
선수로 대체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무런 설명 없이 K.O패를 당한 선수인
후지모토 유스케 선수가 결승에 진출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사시의 경우는 더더욱 황당하다. 최근 부진했던 무사시는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재기를 노렸고 주최측과의 합의(?)하에 약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지난 번
예상을 뒤엎고 패한 후지모토 유스케 선수에게 설욕을 하면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는
시나리오(?) 속에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다. 그런데, 한 물 가서 그런지
첫 경기부터 뜻대로 풀리지 안았다. 무사시는 과거로부터 상대가 누구든 간에, 어떻게든
3회까지 버티면 판정에서 이기기로 유명한데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운 전술로 나왔다.
걸핏하면 로우 블로(low blow)를 주장하면서 쓰러지는 것이다. 급기야 준결승에서는
보다 못한(?) 세컨드가 타월까지 던져 KO패 판정이 났다. 그런데, 두 일본선수가 모두
탈락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주최측이 준비되지 않은 대안을 남발 하기 시작 하였다.
무사히와 경기한 중국 선수의 승리 선언은 무효이고 휴식 시간 후 경기를 재개 해야
하는데 링을 떠났으니 무사시의 승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적어도 이런 통보를 받은
중국 선수가 화가 나서 떠난 줄 알았다. 그런데, 무사시의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아서 인지,
아니면 주최측에서 보기에도 너무 억지라고 판단 해서인지 발표는 번복되어 무사시는
부상으로 출장이 불가능 하고 대신 중국선수인 왕캉이 결승에 진출 한다는 것이다.
대회는 결국 일본인의 우승으로 막이 내렸고 주최측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K-1은 일본에서 시작된 격투기 대회이다. 그러다 보니 연중 가장 큰 연말대회에
어떻게든 일본인 선수가 포함 되어야 어느 정도의 흥행도 보장 받고 일본에서의
인기도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무리수에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도를 지나쳐 누가 봐도
억지인 홍콩대회의 상황은 변형된 프로 레슬링을 연상케 한다. 차라리 ‘쇼’처럼 만들어
볼거리라도 늘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돌이켜 보면, 지난 LA 대회에서
막판에 최홍만 선수가 석연찮은 이유로 경기를 못하게 된 것도 K-1 측의 또 하나의 꼼수가
아니었나 의심되기도 한다. 최고의 빅카드 최홍만과 세계 프로레슬링의 무적 챔피언
브록 레스너 모두 패배하게 하기엔 아깝고, 두 선수 모두 써먹고 싶었을 것이다.
이미 상당 기간 그러해 왔지만, 이처럼 유치한 운영이 지속되는 한 K-1의 앞날도 그리
그리 밝지 않다고 보며 진정한 실력에 의한 스포츠가 정착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Say memoi(미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