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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가 없는 사람(?)

유상진 |2003.06.15 10:45
조회 494 |추천 0

6월의 중순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각종 공과금 고지서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달에는 자동차세가 벌써 접수되어 각 가정으로 배달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우편물을 배달할 전남 보성군 노동면에 약 200통 가까운 자동차세 고지서가 나왔
습니다.
40여 년 전 제가 어린 시절만 해도 보성읍에는 영업용이 아닌 개인들이 소유하던 차량은 지
금 기억으로는 금광상회와 형제상회라는 지금 같으면 대형체인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잡화 도
매상에서 보유하던 차량 두 대가 전부였는데 지금 시골의 한 개면(面)에 200대에 가까운 차
량이 있다니 사람들의 생활이 그만큼 윤택해 졌다고 해야 할까요?
모내기가 모두 끝난 시골의 들판에는 농부들이 뜬모를 하기도 하고 비료를 뿌리기도 하면서
풍년 농사를 기약하고 있습니다.
도로 옆 논두렁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무엇인가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십니다.
‘무엇을 하고 계실까?’ 하고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는 조그만 흙손으로
구멍을 파시면 할머니께서는 그 구멍에 무엇인가를 넣으시고 손으로 다독다독하십니다.
“어르신 무엇하고 계세요?” 하는 저의 말에 깜짝 놀랐다는 듯 제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
리시더니 “엉! 자네 왔는가?” 하시며 빙긋이 웃으십니다.
“모는 다 심으셨어요?” 하는 저의 말에
“모는 진작 다 심었제 지금은 기계로 심응께 금방 심어불데 옛날 같으문 당아 멀었으껏인디
기계가 좋기는 좋드만!“ 하시며 저를 바라보십니다.
“그런데 지금 뭣하고 계세요? 부부가 사이좋게 논두렁에서!” 하였더니
“이 사람아 보문 몰르것는가? 콩 심어 콩!” 하시며 논두렁에 흙손으로 구멍을 파시면 할머
니께서는 콩 2~3알을 구멍에 넣으시고 구멍을 흙으로 덮으신 후 손으로 다독다독하십니다.
“이제야 콩을 심으면 조금 늦지 않았어요?” 하는 저의 물음에 할아버지께서는
“진작 심어야 되꺼인디 땅이 꽝꽝해갖고 안 파져서 인자사 심어 그래도 어저께 비가 와서
이라고 잘 파지그만 안 그라문 오늘도 못 심으껏인디!“ 하십니다.
“할머니는 좋으시겠네요! 이렇게 할아버지와 함께 정답게 일도 하시니까요!” 하였더니
“좋기는 뭣이 좋아!” 하시며 눈을 흘기시면 서도 부끄러우신 지 자꾸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십니다.
“어르신 수고하세요!” 하고서는 다시 이 마을 저 마을로 열심히(?) 우편물 배달을 하는데
자동차세가 등기 우편물로 접수되는 바람에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웃집에 우편물을 맡기기도 하고 논에서 사람을 만나면 논에서 밭에서 사람을 만나
면 밭에서 우편물을 전하기도 하면서 전남 보성군 노동면 대련리 무사마을로 들어섭니다.
무사마을 앞에 있는 정자에는 할머니들께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시는지 이따금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정자가 있는 바로 뒷집 정찬정씨 댁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가 정찬정씨를 부릅니다 만
그러나 주인이 안 계시는지 대답이 없습니다.
그러자 정자에서 앉아 계시는 할머니들께서 저를 부르십니다.
“아제 이리와 그 집이 오늘 장날이라 장에 가고 암도 없어 으서 돈이 왔으까?” 하시며 저를
부르십니다.
“노동면사무소에서 자동차세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등기편지라서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하였더니 할머니 한 분께서
“아저씨 이리 줘 내가 받아놨다가 주껏잉께 그란디 뭣이 왔다고 혹시 나 잡아갈 것 아닌가
몰르것네!“ 하십니다.
‘할머니 잡아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였더니
”아니 그래도 겁이 난디!“ 하십니다.
“할머니 잡아가서 어디다 쓰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 정색을 하시더니
“음마 그른 소리하지마 그래도 나는 잡어가도 괜찬해!”
하시며 연신 파리채를 휘두르십니다. 그러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맞어! 우체부 아제 말이 맞어 할망구 잡아가서 으디다 쓰껏인가 그랑께 걱정하지 말고 그
냥 편지나 받아 놔!“ 하시자
“안 그런당께 그래도 나는 잡아가문 쓸데가 많당께 그래쌓네!”
하시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맞어 청룡떡은 잡아다가 꼭 한가지 쓸데가 있것네!”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지요
“할머니 잡아가서 어디다 쓸데가 있어요?” 하였더니
“저것 좀 봐 아까부터 자꼬 포리채(파리채)를 갖고 포리는 잡아싼께 청용떡은 잡아다가
포리나 잡으라고 하문 딱 쓰것구 만!“ 하시자 옆에 계신 할머니들께서도 이구동성
“맞어 대차 청용떡은 잡어다가 포리나 잡으라고 하문 딱 맞것구만!” 하시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저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서는 그 자리를 벗어나면서 이런 생각을 하여봅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정말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일까?’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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