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해피엑시던트
수현은 깜찍하게 며칠을 참았다. 수현의 별명은 첸니다. 게임 스트리파이터의 첸니와 비슷한 외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유치할 만한 헤어스타일도 수현에겐 매우 잘 어울린다. 고불고불 과장된 외부를 양쪽으로 꺾어 올려도 수현에겐 아주 깜찍하게 잘 어울린다. 하지만 수현에게 가장 깜찍할 정도로 첸니와 닮은 점은 어퍼컷으로 다른 사람 골탕 먹이기다.
수현은 깜찍하게 며칠 동안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참았다. 유리와는 별로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용호와도 마찬가지다. 용호와도 간단한 말들만 하고 필요이상의 말들은 하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웃겼다. 수현이 유리로 가장하여 제이슨에게 발송한 메일은 제이슨을 맥 빠지게 했을 것이다. 다시는 유리가 보고 싶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수현에게 아주 기쁜 일이 될 테이고 유리는 뭐가 뭔지도 모를 것이다. 아니,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조차 꼬부라진 수십 년 후에도 알지 못할 것이다.
여자를 풀로 비유한다면 여러 가지로 표현된다. 검은 풀, 하얀 풀, 통통한 풀, 마른 풀, 키 큰 풀과 작은 풀. 남자들은 자신이 찾고 있는 풀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든다. 제비뽑기란 책이 있다. 매년 제비뽑기를 하는데 뽑힌 사람이 제물로 바쳐 진다는 내용이다. 부케 던지기도 비슷하다. 제비를 뽑은 사람이 제물로 바쳐지듯이 결혼식에서 부케를 잡은 사람이 다음 번 결혼식의 제물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별거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대부분의 누군가는 언젠가 결혼식의 제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날을 향해 용호도 유리도 소장의 짖굳은 계략에 의한 소개팅에 참석했다. 물론, 그 안에는 앙증맞은 수현의 계략이 숨어있었다.
“안녕하세요. 손용호에요. **건축사무소 건축설계사로 일하고 있어요. 아버진 엔지니어세요. 어머니는 제가 의사가 되길 바라셨지만 전 건축을 전공하고야 말았어요. 사람들 피를 본다는 것이 영!”
용호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 네. 전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어요.”
“전 그냥 인터넷 회사를 다녀요.”
“무용을 계속하기엔 재능이 좀 부족했죠.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깝고 그랬어요.”
용호의 파트너도 별 생각 없어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무용하는 여자애들의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꽤 길쭉길쭉하고 특별나게 예쁘진 않지만 작고 동그스름한 얼굴에 전체적으로 괜찮은 전형적인 무용하는 여자애들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용호의 파트너라는 여자는 용호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알 수 없었다. 용호가 맘에 드는 지 별로인지도 알 수 없었다. 유리는 그런 그녀와 함께 높다랗게 내려오는 바의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유리가 생각해도 분명 수현의 계략이 있긴 있을 것만 같았다. 수현은 맘을 감추고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늦어서 미안해요. 차가 너무 막혀서.”
다함께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 볼 때 짝짓기 프로그램을 숭배한다는 사나이가 나타났다.
“어떤 분이신가 궁금했어요.”
갑자기 툭하니 나타난 그는 의자를 꺼내며 테이블 유리 앞자리에 걸터앉았다.
“요식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요.”
그는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며 유리를 비롯한 세 사람 용호와 용호 파트너에게 하얀색 테두리의 명함을 건넸다.
“퓨전 레스토랑이시군요.”
용호는 명함을 집어보며 답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 앞에서 걸어들어 올 때는 몰랐는데 용호와 나란히 하는 그는 다소 나이 들어보였다. 용호의 과외선생님 뻘 정도 돼 보였다. 그러면서도 왠지 어려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테이블을 남녀가 마주 앉아있으니 버튼을 누르고 싶네요. 버튼을 누르고 자기가 원하는 파트너를 향해 화살표를 날리는. 행운의 스튜디오는 항상 그랬어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유리는 무의미하게 물 컵을 들어올리며 홀짜거렸다.
“행운의 스튜디오 이후엔 산장미팅, 리얼로망스, 좋은사람소개시켜줘, 선택남녀가 있었는데 모두 다 좋았어요. 박경림은 프로 진행 중 만난 남자와 결혼까지 했죠. 짝짓기 프로그램의 힘이란?”
그 날 용호네 소장으로부터 들은 대로였다. 그는 본색을 드러냈고 유리를 비롯한 세 사람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리씨도 정말 궁금했어요.”
“제가요?”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왔던 여자분들 처럼 세상의 많은 남자들에게 이유리씨를 알린 셈이에요. 난 어때요?”
“네?”
“주변을 둘러보세요.”
유리는 그의 본색에 그가 짝짓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는 것을 실감했고 그의 말에 따라 바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촌스런 바는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