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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레슨 31

forever |2003.06.18 13:30
조회 1,303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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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니나랑 폴이랑 카페 cafe.daum.net/nina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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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레슨 31

 

 

 

 

 

 

 

 

하와이에 살다가 LA로 이사오자 니나는 예전에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으니 친구들도 만나고 좋았지만

울 신랑은 친구가 없어서 한동안 슬픈 강아지 눈을 하며 지내야 했다.









하와이에 있을 때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땜에

니나의 한국 친구들이 집으로 전화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역시 핸폰이란 참 편리한 거다……

근데 LA에 오니 울 식구를 비롯해서 친구들이 종종 집으로 전화를 한다.

핸폰과 집전화 울리는 비율이 50대 50쯤 되나보다.








가뜩이나 놀 친구가 없을 때라 슬픈 강아지 눈을 하고 있던 울 신랑은

전화벨만 울리면 혹시 자기 전화가 아닐까 기대하며 달려가곤 했지만……

“Hello” 대신 “여보세요”를 듣게 되면 바로 슬픈 표정이 되면서

니나를 바꿔주어야 했다

그래도 니나가 옆에 있으니 다행이지……

니나가 없을 때 영어를 잘 못하는 친구나 친척의 전화가 오면

울 신랑 정말 불쌍해진다.








전화 (1)




어느날 집에 와보니 전화기에 메세지가 녹음되어 있다고

불이 들어와 있다.

신랑은 버젓이 그 옆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다







니나: 나갔다 왔어?

신랑: 아니

니나: 근데 왜 메세지가 와 있어?

신랑: 니꺼니까 들어봐

니나: 집에 오면 메세지부터 체크를 해야할 거 아냐.







메세지를 돌려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니나야 너 핸드폰 꺼져 있길래 집에 전화했더니 신랑이 받더라.

근데 넌 신랑 한국말 가르친다구 인터넷에다가 올려서 동네방네 소문은

내놨는데 왜 신랑이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거야?

비싼 국제 전화 붙들고 서로 딴나라 말 하면서 전화비만 썼쟎어.

할 수 없이 전화 끊었다가 지금 다시 하는 거야.

신랑이 전화를 안 받으니 다행이다……

이렇게 메세지 남기는게 차라리 속편해… -_-”







뭐야 이거……







니나: 내 친구가 한국에서 전화했어?

신랑: 응

니나: 근데 왜 한국말 못 했어?

신랑: 친구가 그런 말도 남겼어?

니나: 당연하지! 배웠는데 왜 못해!








신랑이 슬픈 눈으로 니나를 바라본다……






신랑: 니나랑 있을 때만 해

니나: 그런게 어딨어

신랑: 챙피해 ……

니나: 배웠으면 써먹어야지……

신랑: 그래도 한마디 했어

니나: 무슨 말?

신랑: 여보쎄요 (-_-)

니나: 그것뿐이야?

신랑: 응

니나: 한국말 왜 배워!

신랑: 아! 한마디 더 했다

니나: 뭐?

신랑: 안냥쎄요…… -_-









갑자기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간 친구 동생이 떠오른다…

전화를 했는데 벨이 열번도 더 울린 담에야 겨우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동생: Hello…?

니나: 나야…

동생: 언니에요? 에구 살았다… !

니나: 뭐가?

동생: 외국 사람일까봐 떨었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전 혼자 있는데 전화벨 울릴 때가 젤 무서워요…… -_-”





함께 사는 호스트 패밀리한테 온 전화를 대신 받았다가 중요한 메세지를

잘못 전해준 적이 있단다……

그뒤로부터는 전화 공포증이…

생각해보니 울 신랑이 꼭 그짝이다……









Lesson (2)




식구들이 놀러 왔을 때 전화가 왔다……

마침 무선 전화기 바로 옆에 계시던 아빠가 받으셨다……






아빠: 여보세요 (여기 미국인데… 여전히 한국말로… -_-)






어떤 상황에서든지 막무가내 한국말을 고집하는 울 아빠도

정말 대단하다…

다행히 한국말하는 내 친구가 걸었나보다……

잘 됐다… 신랑보고 이 기회에 아빠가 통화하시는 거 듣고

좀 배우라고 해야지…







니나: 자갸!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아빠: 니나? 오냐……






젠장… 참 빨리도 바꿔주신다… -_- 도움이 안돼요……






니나: 여보세요?

친구: 난데… 내일 약속 안 잊었지?

니나: 어

친구: 그럼 늦지말고 나와

니나: 어

친구: 그리구 나 번호 바뀌었으니까 적어봐봐

니나: 어…

친구: 213-482-xx..

니나: 어?

친구: xxxx라구… 적었어?

니나: 어~

친구: 그래, 안녕~

니나: 안녕~








전화를 끊자 그날따라 옆에서 열심히 니나의 통화를 듣고 있던

신랑이 말한다……







신랑: 한국말 다 배웠다!!!!

니나: 뭐?

신랑: 워… 워… 워… 워? 워… 안냐~ (-_-)









Lesson (3)




LA에는 외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큰 회사들은

각나라별로 원어민 광고 직원을 두고 있나보다.

한국말로 광고 전화가 올 때가 종종 있다…

울집은 전화와 전기 서비스를 비롯해서 아파트도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결혼한 뒤에도 성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을 보면

한국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한국말 광고 전화의 표적이 되었다.

요즘에는 좀 덜하지만 한때 내가 가장 지겨워했던 장거리 전화 회사

M** 의 광고 전화를 종종 받았었다… -_-








따르르릉~

니나: Hello?

광고: 여보세요?

니나: 네

광고: 안녕하세요, 저희는 M**라는 회사인데…

니나: 저 장거리 전화 필요 없는데요

광고: 저기, 잠깐만 들어보세요…








미국에서는 광고 전화를 할 경우 전화받은 사람이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곧바로 전화를 끊어야 한다.

끊지 않고 계속 세일즈를 하려고 시도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미국 직원이 전화를 할 때는 설명이 끝나지 않았어도

내가 "I'm not interested" 이라고만 하면 미련없이 전화를 끊는데…

한국 직원들은 정말 끈질기게 매달릴 때가 많다…

불법인 거 모를리가 없건만… -_-









혹시 미국 사시는 분들 중에 세일즈맨이 전화를 해서 관심이 없다는데도

전화를 안 끊고 계속 꼬시려 든다면 녹음을 해버리기 바란다…

증거를 잡아서 고소한 사람이 1,000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게 귀찮다면 전화 광고 리스트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말하면 된다…

이것도 역시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건데 고객이 광고 전화받기 싫으니

이름 빼달라고 하면 빼주게 되어 있다…

며칠 있음 이름 빠졌다는 편지도 날라오고 다시는 그 회사에서

전화 안온다…

그래도 계속 전화가 온다면 역시 고소를… -_-

고소 시스템과 고소 마인드 하나는 정말 잘갖춘 나라가 아닐 수 없다… -_-








어쨌든 이 끈질긴 M** 의 한국 직원이 또 전화를 했는데…

책장을 정리하는 중이라 전화받기가 아주 귀찮을 때라서

신랑이 안받나하고 기다렸더니…

젠장, 샤워중이었다…

왜이리 내 주변에는 도움되는 사람이 없을꼬…

할 수 없이 달려가서 전화를 받았는데…






니나: Hello?

직원: 안녕하세요, M** 장거리…






빠직~!!!!!!

벌써 몇번째여!! 필요없다는데!!!

다른 때 같으면 필요없다구 말했겠지만 바쁠때라 짜증이 나서

그냥 말없이 팍 끊어버렸다…

근데 잠시 뒤 전화벨이 또 울린다…

으허~ 미치겄다… 책장 정리 좀 하자, 제발!!

다행히 울 신랑이 샤워를 다하고 나오다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신랑: Hello?

직원: 안녕하세요?






한국말이 나오자 울 신랑, 당연히 내 친구인 줄 안다…

근데 다른 때처럼 그냥 날 바꿔줄 줄 알았더니 오늘따라 뭐라구

한마디를 하는데…







신랑: OK, 오냐… (-_-)

직원: 예????

신랑: 오냐!

직원: 저 손님, 저희는 M** 전화…

신랑: Wait! I don’t understand!!! 오냐!!!

직원: 뭐, 뭐지…? 잘못 걸었나… (딸깍!)







당황한 전화회사 직원이 그냥 끊어버렸다…







니나: 오냐라니 뭐야? 누구야?

신랑: 니 친구…

니나: 엥? 근데 왜 오냐라고 그랬어?

신랑: 오냐가 Hold on 아냐?

니나: 뭐? 누가 그래?

신랑: 그럼 왜 아빠가 저번에 너 바꿔줄 때 오냐 그랬어?







크허허허허헉~ -_-

일전에 아빠가 내 친구 전화를 받고 바꿔줄 때 한말을 자기 딴에는

열심히 외워둔 모양인다…

왜, 왜, 왜~!!!

가르쳐 준거나 열심히 배우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거지??!!!!

그때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오냐, 땜에 신랑이 떨고 있길래 할 수 없이 내가 다시 받았다…

오늘 정말 귀찮은 날이로구먼… -_-







니나: Hello?

직원: 여, 여보세요? 저희는 M** 장거리…






파시시시시싯~! 같은 직원이다~!!

그쯤 했으면 관둘 것이지 바쁜 신간에 연달아 세번이나 전화를

하는 건 뭐냐!

열이 팍 올라서 나도 똑같이 말해주었다






니나: 오케이!! 오냐!!!

직원: 예?

니나: I don't understand!!! 오냐!!!

직원: Um… Korean?

니나: English!!!! 오냐!!!!

직원: Um… um… (딸깍!)







다행히……

그 날 이후 여태까지 한번도 M** 광고전화가 오지 않았으니…

부부가 번갈아가며 영어했다, 오냐했다, 다시 영어했다, 오냐했다를

하는 집이라면 나라도 전화할 생각이 안 들겄다…… -_-

그 직원은 아직도 이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울 신랑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던 거 취소다....

한국말을 가르친 이래 울 신랑이 내 삶에 도움이 되었던 유일한 날로

기록해둬야겠다..... -_-








- 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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