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횟집 주방장이다.
아니 횟집 주방장이었다. 어제까지.
원래 일식을 전공했지만 대전에서 정착하기 위해 내려와보니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횟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뭐 회뜨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그곳에서 8개월을 일했다.
근데.....
장사가 좀 안된다고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8개월 동안 월급날에 월급 받은 적이 없다.
월급날에서 한 이틀정도 지나면 절반 정도 주고 또 며칠 지나면 나머지를 주곤 했다. 8개월 내내....
그래도 불평 한마디 안했다.
사장이 지금은 좀 어려우니 이해해 달라는 말을 난 받아들인 것이다.
그것이 실수였다.
다른 직원은 꼬박꼬박 월급을 챙겨주는 사장.
월급 제대로 안나오면 요즘 세상에 누가 일을 하겠는가.
하지만 난 사장에게 믿음을 주었다.
월급이 매번 밀려도 언제나 웃는 표정으로 열심히 일했다.
돈은 돈이고 나의 책임은 별개의 것으로 여기며 열심히 일했다.
보조도 내보내고 내가 쓰레기 버리고 청소 다 해가며 일했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안했다.
그러다 사장이 내 저번 달 월급을 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전달에도 월급을 주지 않아서 내가 매일 몇만원씩 가불이라는 이름 하에 얻어갔다.
난 매달 꼭 필요한 돈이 있다. 누구나 그렇지만......
적어도 얼마라도 줘 가면서 밀리면 이해하겠는데......
내일모레 줄께... 라는 말을 일주일마다 하더니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람 구할때까지 일하고 그만 두겠다고 했더니....... 정리당했다.
사장이 직접 회 뜬단다. 손님 떨어질텐데....
그리고 월급은 다음날 준다고 해서 믿었다.
그리고 다음날 전화했더니 그냥 기다리란다. 무지 짜증내면서.
내 전임자도 내가 근무할 때 월급 받으러 몇 번이나 왔다가 그냥 가는 것을 봤다.
또 예전에 일했던 주방 아줌마들도 월급 못받아서 가끔 찾아온다.
아마 일하다 나간 직원은 거의 다 월급을 못받았나 보다.
그래도 난 티내지 않고 사장의 말을 믿고 열심히 일했었는데 나까지 이런 취급을 받게 되었다.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속았다.
지는 할 거 다 하고 다니면서 직원의 생계수단인 월급을 안주다니.
얼마 전에는 어디다 썼는지 5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해 쓰고는 날마다 일수로 갚고 있다.
오늘 낮에도 월급 준다고 해서 전화했더니 마구 짜증을 내며 말투가 이상하다.
아마 안주려고 하는 것 같다.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이곳에 가끔 글을 올리면서도 사장 아들이 볼까봐 사장에 대해 좋게 표현했었다.
내가 받아야 할 돈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나의 노동의 댓가인 것이다.
하루 12시간동안 일해서 받는 임금인 것이다.
그것을 지금 내가 믿었던 사장이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동안 근무하면서 내가 봐왔던 전의 직원들이 생각난다.
전부 일한 월급을 받지 못해 울상이 되어 찾아왔다가 그냥 갔었는데.....
하나같이 사장이 오늘 줄테니 오라고 해서 왔다고 했었는데.
(사장은 오라고 해 놓고 일부러 그 시간에 없어진다.)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근무한 것은 18일 까지다.
정확히 그만둔지 14일이 지나면 노동청에 갈거다.
가서 진정서를 내고 정식으로 도움을 청할 것이다.
사장은 모르고 있다.
내가 어떤 놈이라는 것을.....
날 너무 쉽게 보고 있다.
용서하는 않는 법을 용서하는 법보다 먼저 배울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노동청에 서류를 제출하면 일주일 안에 사장에게 서면으로 월급을 지급하라는 연락이 간다.
그래도 지급이 안되면 한달 이내에 내가 낸 서류는 검찰로 넘어간다.
그리고 사장에게는 벌금형이 내려지겠지.
난 그 월급 안받아도 상관없다.
나의 믿음을 짓밟았다.
월급 밀려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장에게 힘을 주기 위해 '전 사장님을 믿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라고 말한 내 자신도 용서할 수 없다.
난 돈을 손해봄으로서 사장에게 응징을 가하고 싶다.
오늘 사장은 내게는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너 네 생각만 하는 것 아냐? 나도 힘들어.'
그럼 같이 굶어야지. 왜 사장은 할 것 다 하고 돈 벌어주는 난 굶어야 하는가.
후~~~
난 내 아이의 교육비가 필요하다.
아빠가 이혼해서 새엄마 밑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주는 내 6살짜리 딸을 위해서도 난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 그 중요한 돈을 포기해서라도 그 사장에게 응징을 가하고 싶다.
내 아이도 이해해 줄 것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카드값도 걱정이다.
이제 곧 연체가 되고 말겠지.
걱정 말라고 말은 했지만 지금의 내 각시에게 정말 미안하다.
내일부터 난 막노동을 시작한다.
우선 당장 급하므로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사장을 원망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기억해 주시오.
날 이용하고 배신한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하는지 꼭 글을 올리겠소.
꼬옥 읽어주시오.
휴``````
속이 조금 후련하다.
오늘로서 주방장 일기는 우선 끝이다.
하지만 곧 시작한다.
난 주방장이니까.
우리 아이가 자랑하는 요리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