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내가 누구인지 알어? 나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손자 대열이, 대열이라고!!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 벌써 강산이 변하고도 몇년이 흘렀네. 할머니가 계시는 하늘나라에는 슬픔도 가난도 그리고 아픔도 없겠지.
이렇게 할머니께 편지를 드리니 옛날 생각이 나네.
할머니!!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 봄소풍. 강원도 산골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 김밥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나도 기억에 없지만, 김밥을 싸 달라고 천수답 논에 손으로 모내기를 하시는 할머니 속을 까맣게 태우면서 속을 썩혔잖아.
어린놈이 고집은 세서 할머니가 누나랑 손으로 모내기를 하면서 바쁘니까 "김은 구워서 가져가고, 쌀밥은 따로 도시락에 담아 가지고 가라." 그렇게 나에게 부탁을 했었도 난 들은체 하지않고 산비탈 길을 데굴데굴 굴렀잖아. 학교도 안가고.
할머니!! 그때 속 많이 상하셨지?
그 뒤로도 당신 속을 썩혔지만 당신은 변함없이 나를 귀여워해주시고 사랑으로 감싸 주셨잖아.
내가 성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할때 할머니는 작은 아버님댁에 머무르셨잖아. 젊어서 혼자가 되시고, 허리까지 부러져 늘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오다가 지명이 악화되어 돌아가실때에도 말썽만 부리고 효도 한 번 못한 이놈을 애타게 찾았다고 작은 어머니한테 들었어.
살아계실때에도 효도 못했는데, 돌아가시고도 제대로 성묘도 못드리고, 제사도 제대로 못드려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때가 되면 결혼도하고 안정된 가정도 갖추어서 할머니 묘소에 찾아가서 인사도 드리고, 기일이 되면 제사상도 검소하게 차려 드릴께.
할머니!! 난 요즘은 김밥은 잘 안먹지만 김밥을 볼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나. 물론 살아가면서도 할머니 생각을 하지만....
할머니! 꼬부러진 허리, 쭉펴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