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마웠어요, 준이오빠."
"고맙단 인사는 있다가 집에 도착해서 해도 늦지 않는데요?"
준이 살짝 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주는 그냥 준의 그런 표정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창 쪽으로 옮겼다.
하루사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는 데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현주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는 눈빛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우려고 하면 더 가슴이 차 올라오는 것 같은 그 울컥임 때문에 일부러 활기차려고는 하지만, 자신만은 속일 수 없음이 지금 창문으로 얼 비취는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눈빛만은 그 맘을 꾀 뚫고 있는 듯했다.
현주는 두 눈을 지긋이 감아 내렸다.
준은 현주가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보자, 시디케이스에서 한 장의 시디를 꺼내 오디오에 넣고는 볼륨을 조절했다.
차안으로 흐르는 음악 소리에 현주는 고개를 돌아봤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피곤할거야..
집까지 편안~하게 모셔다 드릴터이니 좀 주무셔도 괜찮습니다."
"자긴요.."
"퇴근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그래도 이쪽 도로는 늘 막히는 곳이니깐.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렇게 하도록 해."
현주는 준의 말에 말을 잇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메운 차들이 보여주는 불빛을 바라볼 뿐이었다.
준의 차가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섰다.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온 아파트 주민들이 군데 군데 공원과 벤치에 모여 있는 모습들이 보여졌다.
현주가 그런 여유로움을 가진 사람들을 스치듯 지나치며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작스레 놀란 눈이 되어 한곳으로 시선이 고정되어졌고, 시선이 머문 곳을 차가 지나가게 되자, 창문을 열어 고개를 밖으로 내었다.
"엇, 현주야. 위험해."
준은 갑작스럽게 창문으로 고개를 내미는 현주를 차 안쪽으로 끌었다. 그리고 차를 급하게 세웠다.
"왜 그러니? "
현주는 준의 이 말을 듣지 못하고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뛰어 내렸다.
준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현주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현주가 저만치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따라 갈 수 없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차들에게 미안한 손짓을 하며 차를 한쪽으로 옮겨 세워야 했다.
준은 하는 수 없이 차에 다시 탔다.
그리곤 차를 조금 움직여 보드블럭 쪽으로 바퀴 하나를 걸쳐놓을 만큼 급하게 한쪽으로 세워놓고 현주가 뛰어간 방향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