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심부름꾼.
누구든지 나에게 심부름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 나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에는 무엇을 시켰는지 언제 시켰는지 꼭 비밀을 지켜야 한다.
만일 그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다.
그 사람도 나의 심부름을 당해야 한다.
삼 일 전 메일이 도착했다.
남편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내용은 단순했다.
어린 딸아이가 몸이 불편한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태 드리기 위해 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공장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아니, 당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아이를 지운 날부터 딸아이가 조금씩 이상해 지더니 집을 나가버렸고 두 달 후에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가 괴로움에 지쳐 집에 있는 락스와 화장품 등을 전부 마셔버리고 죽었다는 하소연이다.
그리고 그 공장의 사장이 다른 아이들도 많이 건드리고 있으니 꼭 죽여달라는 부탁이었다.
나에게 부탁할 필요는 없는데..... 어차피 돈 받고 하는 일이니.....
근데 이 건은 돈벌이는 되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열받는다.
난 직업특성상 여자를 사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놈은 의뢰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여자 관계로 일거리가 들어오면 거의 다 해결하는 편이다.
한 번은 채팅을 하다가 여자가 돈 많이 버냐고 묻길레 다 쓰지도 못 할 만큼 번다고 했더니 당장 만나잔다.
그래서 얼른 새로 옷사입고 나갔다.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길레 향수도 하나 사서 무지 많이 뿌렸다. 그래도 냄새는 나는 것 같았다.
한강공원 어디어디에서 만났는데 조금 걷다가 여자의 표정이 이상해지더니 어둠 속에서 덩치 좋은 남자 세명이 나타났다.
다짜고짜 몽둥이를 휘두르길레 빼앗았다.
묵직한 쇠파이프에 붕대를 칭칭 감아놓았고 핏자국이 조금 있는 것으로 보아 여럿을 골로 보낸 물건인 듯 했다.
나머지 두 녀석은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그맣고 귀여운 칼을 꺼내 들었고 그 사이 내 옆에 있던 여자는 놈들 뒤로 숨었다.
어쩔 수 없었다.
목숨 걸고 번 피같은 돈을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용서한단 말인다.
딱 2분 걸렸다.
주위를 보니 아무도 안보이길레 (녀석들이 그런 장소를 미리 준비한 것이지만) 다 죽여버렸다.
뭐 수고비는 없었지만 내 돈 안줬으니까 돈 굳은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그 담부턴 아예 여자 만날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홍등가에 있는 애들이 가끔 지나가는 날 불러서는 공짜로 주는 경우가 있는데 걔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서 그러는 것 같다.
내가 무슨 일을 하노라고 말하면 '응~ 그렇구나' 하면서 듣기는 하는데 믿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메일이 도착한 그날 난 의뢰자를 약속장소로 불렀고 나는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나타났다.
실은 한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수상한 점이 없으면 그때 다가가야 한다.
나랑 같은 일 하던 녀석들 여럿이 여기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쯔읍....
이번에 정한 장소는 의뢰자의 집 주변에 있는 작은 다방이었다.
첨에 혼자 앉아 있으니까 여직원들이 지들 맘대로 맞은 편에 앉더니 자기도 커피 사달라고 해서 쫒느라 애먹었다.
지들이 커피 팔면서 왜 사달라고 하는지 원.......
의뢰자는 짐작대로 가난해 보이는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내가 시킨 대로 비닐 봉다리에 잘 보이도록 장미꽃을 한 송이 담은 채 자리에 앉아서 율무차를 시켰다.
내가 다가가자 아줌마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뱉는 첫마디.
"저, 당신인가요? 심부름꾼이......."
난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젊어보였나 보다. 하긴... 언제나 그렇다.
"보수는 준비하셨습니까?"
"네. 여기......"
의뢰자가 내민 봉투를 얼핏 보니 내가 말한 액수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 듯 했다.
내가 정색한 표정을 짓자 의뢰자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집 보증금 전부에요."
어쩔 수 없다.
요즘은 나같은 놈들이 많아지는 추세라 여기서 요금가지고 가타부타 하면 다른 놈에게 일을 빼앗기는 수도 있으니......
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의뢰자는 표정이 조금 밝아지더니 몇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심부름을 당할 자에 대한 기록이었다.
조금 놀랬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공장의 사장이었다.
아마 한 번 쯤 얼굴이 마주쳤을지도......
일을 진행하기 전에는 하루정도 굶는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러는 편이 일할 때의 감각을 살려준다.
의뢰자를 만난 다음날 연락책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공장 건너편에 있는 '우림장' 이라는 곳에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난 준비를 하고 도구를 챙겼다.
도구랄 것도 없다. 그저 내가 아끼는 칼 한자루다.
카운터 앞에서 자세를 낮추고 잽싸게 계단을 올라갔다.
문이 열렸을 때 작은 방울소리가 들렸지만 그땐 이미 계단의 코너를 돌아 이층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아마 주인은 누가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 것이다.
우선 아무 방에 들어가 겉에 입은 옷을 벗었다.
안에는 이미 작업용 복장을 입고 있었다.
난 작업을 할 때는 검은옷만 입는다. 어쨌든 저승사자니까.
준비한 두건으로 얼굴을 전부 가린다.
얼굴을 가리는 효과와 목소리를 다르게 들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꼭 이용하는 도구다.
목표가 있는 방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누구야?"
"주인입니다."
난 최대한 비굴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무슨 일요?"
목표는 신경질이 나는 목소리다. 아무래도 데리고 들어간 여자가 말을 잘 안듣는가 보다.
"서비스 음료수 가져왔는데요."
"거기 놓고 가요."
옷을 벗은 모양이다.
난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팬티만 입은 여자의 몸이 얼핏 보였다.
난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안으로 잽싸게 들어가서는 문을 잠갔다.
여자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하길에 얼른 입을 막고는 조용히 말했다.
"조용히."
정말 조용히 했다.
오히려 침대에 누워있던 뚱뚱한 녀석이 소리를 크게 질렀다.
"누구야?"
하지만 내가 검을 검집에서 꺼내자 몰골이 송연해졌다.
"누, 누, 누구요?"
"조용히 하라니까."
난 여자를 욕실로 밀었다. 그리고는 눈을 노려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물 틀어."
여자는 시키는대로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아마 일을 치르고 내가 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 나오지 못할 것이다.
목표는 그 새 이불을 끌어 자신의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있었다.
난 조용히 다가가서 미리 준비한 종이를 거내들었다.
"김일중. 맞나?"
"그, 그렇소."
"난 심부름꾼이다."
"뭐, 뭐?"
"이인선 이라는 여자를 아나?"
내가 어떤 여자의 이름을 말하자 무언가 생각났는지 눈빛이 시커멓게 변했다.
"아냐고 묻잖아."
"아, 알고 있습니다. 제 직원입니다."
"지금은?"
"..........."
목표는 말이 없었다. 하긴.... 그렇겠지...... 캥기는 것이 있는 경우 거의 다 바로 말을 못한다.
"이인선 그 여자는 죽었다. 네가 죽인 거나 다름 없지."
"그, 그건....."
"밤에 골목길에서 폭행당하고 맞아서 죽었더군. 근데 말야.....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당신 아니가? 그 여자의 어미가 시킨 심부름이다. 죽어라."
내가 검을 고쳐 쥐며 다가서자 목표는 필사적인 저항을 하려고 하는지 벌떡 일어서며 이불을 내게 던졌다.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다.
난 날라오는 이불을 두동강 냈다. 그리곤 바로 다가서며 목표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다.
사람의 몸에 칼이 들어갈 때는 마치 두부에 쑤시는 것처럼 잘 들어간다. 하지만 잘 빠지질 않는다.
나정도의 실력자는 보통 칼을 사용할 경우 뼈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작업을 한다.
잘못하면 아주 지저분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슴에 검이 박히자 목표는 다리에 힘을 잃고 털썩 주저앉았다.
난 그대로 검의 손잡이를 쥔 채 준비한 내용을 읽어주었다.
"김일중. 당신은 죄 없는 어린 여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죄를 지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어미가 나에게 대신 복수 할 것을 의뢰하였고 난 당신이 나에게 죽임을 당해도 타당하다는 판단 하에 방문한 것이다. 이의 있는가?"
"어....어......"
목표는 이의가 없는 듯하다.
난 검을 회수했다.
그러자 피가 튀기면서 내 작업복까지 더럽혔다.
난 검을 검집에 집어 넣고 조용히 방을 나와 처음 옷을 벗어 놓은 곳에서 다시 옷을 찾아 입었다.
그리곤 이번엔 조용히 여관을 빠져 나왔다.
다음날 연락책으로부터 쓸데없는 연락이 왔다.
그 의뢰자가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목을 메달고 죽었는데 발 밑에 유서가 있었단다.
그 유서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고 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