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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앉은 새

kkil길 |2003.06.26 01:00
조회 237 |추천 1

잠시 장마비가 멈추었다.
회색 구름사이로 파란하늘이 보인다.
녹음은 벌써 물들어있고 비가 온 후 쑥쑥 자라는 듯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춤추듯 보인다.
바람도 잠자는 듯 창 너머로 보이는 강물은 강 건너 풍경을 거울처럼 비추며 고요히 흐르는 가운데 모처럼 정적을 맛보며 창 밖을 본다.
포르르 참새 한 마리가 창문틀 위에 앉는다.
내가 움직이면 놀래 날아갈까 눈길조차 멈추며 응시해 본다.
참새는 원래 성격이 급하여 한군데 오래 앉아 있지를 못하다.
어릴 때 탈곡한 벼를 쌓아둔 창고가 있었지...
그 안에 참새를 잡으려면 창문을 닫고, 긴장대로 참새를 쫓으면 참새는 그 성질을 참지 못해 제 혼자 혼절하여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추녀아래 참새 굴을 뒤질 때는 그래도 느긋했다.
덴찌(손전등)로 굴을 비추면 말똥말똥 눈을 뜨고 바라보는 참새를 굴속에 손을 넣어 잡아내며, 새끼줄을 허리에 차고 온 동네를 돌면 어느새 허리춤 가득 참새가 걸려있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참새를 잡는 아주 가는 그물망도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나뭇가지사이에 펼쳐 걸어놓고 참새를 몰게되면 우르르함께 날다 그물에 걸리게 되는 데, 그물에 걸려 퍼뜩 거리는 참새를 잡을 땐 신이 나서 괴성을 지르기도 일쑤였다.
먹고살기 힘든 때의 이야기다.
누런 벼가 고개를 숙일 때 참새는 농민들의 천적 1호였다.
깡통을 매달아놓고 흔드는 것과 허수아비를 세우는 것이 일종의 순서였고, 야속한 참새는 잠시 한눈만 팔아도 온통 모여 다 익은 벼를 먹어치우는 데는 방법이 없다.
부모님 꾸중 때문이 아니라, 하얀 밥 한번 먹는 게 소원이라 열심히 참새를 쫓았다.
창 문밖 발코니 난간 대에도 참새는 날아온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날렵한 몸 동작을 스스로 보여주러 온다.
한참 때 포장마차에 참새구이가 인기 메뉴였기도 했다.
소주 한잔에 참새구이 한 마리 입안에 넣고 씹을 때의 고소한 맛을 식도락가들은 잊지 못하고 포장마차를 찾곤 했다.
초가집이 사라진 요즘에는 어디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지 몰라도 창 넘어 나무우거진 사이로 재잘대는 참새들의 노래는 항상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시골 참새는 맑은 공기와 우거진 숲이 있어 얼마나 행복일까?
얼마 전에 서울변두리에서 본 참새는 공해에 찌들고 오염된 도시의 빌딩 숲에 살아서인지는 몰라도 그 깃털의 색마저 반듯하지 못했다.
평화는 어디서 오는 걸까?
서로 보듬고 배려하고, 배부름만으로 갖을 수 있는 평화는 아예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인지...
세상을 공유하는 행복 속에서 서로가 부담주지 않으며 살 수 있는 평화는 기대하지 않아야 하는 건지...
사람에겐 선과 악의 편가른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채워도 더 채우길 바라는 마음을 갖은 동물은 아마도 인간...사람뿐이 없을듯하다.
소유하는 즐거움 그것도 많은 행복을 줄 수도 있겠지...
그러나 버리는 너그러움 역시 소유하는 행복 못지 않다는 걸 이제서야 안다.
느리게 사는 세대로 돌아와 서 본다.
내 아버지들이 그랬고 또 그 아버지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느린 세대가 되어 가는 이 나이에 벌써 돋보기를 끼고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느림의 경지를 즐긴다.
그 느림도 도시가 아닌 시골 한적한 이곳에서야 제 맛을 안다.
창가에 참새가 와서 재잘거리다 떠나는 시골,,,
밤하늘에 눈부신 별들이 반짝이는 시골,,,
지천으로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있는 시골,,,
내 아버지의 고향에 대를 잇듯 사는 행복을 제 아들놈이 물려받을까 모른다.
오이순을 따주며 곁가지로 자라는 토마토 순을 딸 때 물컹하게 토마토 냄새가 난다.
농약도 주지 않은 오이를 따서 한 입에 물어 본다.
상큼한 햇내가 입안으로 퍼진다.
비를 맞으며 들깨를 모종하고 집터 만한 텃밭에 바랭이(뿌리를 깊이 내리는 잡초)풀을 뽑는다.
장마 비에 젖은 아버지의 무명잠방이가 왜 황토 빛으로 물들었는지 이제야 안다.
힘겹게 호미로 땅을 파며 깊게 박힌 풀뿌리를 헤칠 때 묻어난 흙물 빛임을...
농약을 쳐 벌레가 적다.
참새도 산새도 그 수가 적어지는 듯 하다.
제초제를 뿌려대는 농촌들녘엔 그 흔한 메뚜기조차도 없어 어느 고을에서는 메뚜기축제라는 행사를 매년 개최하기도 한다.
그래도 내 텃밭엔 뜨거운 여름 햇살이 머물고 무공해 야채가 자란다.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야채는 어느덧 싱싱한 모습으로 빗줄기를 맞고,,,

"무슨 재미야...?"
도시의 친구들이 묻는다
"와서 살아보게 조급함만 떼어내고 와?...다 재미있어...."
앵~~~하고 산모기가 독을 뿜고 날아간다.
그래도 창틀에 앉았다가는 참새를 보며 이 힘든 세월을 자위해본다.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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