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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우스의여자 (3)

써니 |2007.09.24 12:38
조회 955 |추천 0

 

#3.  2년3개월 그리고 3일전 나는 없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괌에서 보았던 푸른바다는 없고 내 앞에는 지하철공간에서 서로를 밀쳐내며

힘겹게 하루를 시작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보통 20살이 되고 나면 운전면허를 따기 시작하지만 난 아직 운전면허를 따고 싶지않다

겁이 나기도 하고 아직 차를 살 여유도 없다

그래서 난 아침마다 지하철, 버스에서 전쟁같은 하루를 보낸다

사람에 찌들려 일에 찌들려 졸음에 찌들려 하루를 시작한다

 

 


“여러분 한지유가 돌아 왔습니다”

Rupam 내가 일하는 이곳

“지유 왔니 3일 못봤는데 30일은 못 본 것 같아 어서와 친구야”

나를 가장 반겨준 사람은 친구이자 동료인 사랑스러움의 최고봉 공주연 이었다

“어라 지유씨 왔네 조금 있다가 내방으로 와”

모두들 평소와 다름없이 날 반겨주었다

이인우가 결혼을 한 사실을 분명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런 사소한 배려에도 크게 감동하는 사람이 나 한지유이다

사람들은 행복이 그리고 감동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뒤돌아 보면 볼수도 들을수도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걸 느끼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나 또한 그랬다 모두들 뒤를 한번 돌아보시길 누군가가 미소짓고 있을 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감동에 젖은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하였다

“지유 선배 파이팅”

도대체 머가 파이팅이란 말인가

나를 동정하는 눈빛에 그녀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이었다

‘넌 나이가 어리니까 눈치가 없어도 용서가 될 줄 아니‘ 이렇게 말할 만큼 난 모진사람이

아니었고 그녀 또한 진심으로 날 응원하였다

“예진씨도 파이팅”

 

 


‘똑똑똑’

“팀장님”

“한지유 프리준 이라고 들어봤지”

우리 팀장님은 38살의 이혼녀이다

“프리준 이라면 쇼핑몰 보고 말하시는거예요?”

“그래 맞아 요즘 제일 잘나가는 쇼핑몰이지 음.. 내 경험상 시련의 아픔은 일이 최고야”

“팀장님 저 진짜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래도 일은 해야겠지? 프리준을 한 달간 조사해보고 글 써봐 ”

“한달이요 그럼 일주일에 1~2번 다녀가면 되겠네요”

“알면 당장 뛰어 출발!”


 


“공주연씨 난 오늘 외근나갑니다 점심 같이 못먹겠다”

“오자마자 바쁘네”

“그러게 말이야 우리 팀장님 빨리빨리 좋아하시잖아 그건 그렇고 오늘 밤 약속 없으면

소주한잔어때 ”

“난 좋아 그럼 9시까지 요 앞 포장마차에서 보자”

 

 


빨리 빨리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행동이 느리던 나까지도 빠르게 만들어 버린 한국 사회생활

그 생활에 난 이미 적응하였다

모두들 경보 선수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산다

어떤 이는 인생은 마라톤 같은 거라 하였지만 난 마라톤도 경보도 싫다

그냥 걷는 게 좋다


프리준은 지하철을 2번 갈아타면 되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였다

“아무도 안계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작고 뚱뚱하지는 않은 통통한 직원이 날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전 루팜잡지에 한지유 기자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안계시는데”

“다들 어디갔나요?”

“네 ..직원들은 사진촬영 갔고 사장님은 오후쯤에 나올 실 듯한데”

아 이런 난 가장 기본적인 전화를 하고 방문하는 절차를 생략해버렸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죄송해요 정신없이 와서 사장님한테 전화를 안드렸네요 핸드폰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

똥글이 나는 이제 이 여직원을 똥글이로 부를 것 이다

똥글이는 친절히 번호를 알려주었다

사장이라는 사람은 긴 신호음 뒤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 .. 여보세요? 신은준씨 전화 아닌가요”

“누구야”

“ 아 저는 루팜에 한지유라고 합니다”

“하 한지 뭐 ”

“한 지 유 기자라고요”

“몰라 이따 전화해”

뚜뚜뚜뚜 .. 분명 방금 전까지 자고 있었을 이 남자는 나에게 반말을 내 뱉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싸가지 

난 결국 그 잘나신 프리준의 대표를 만나지 못하고

똥글이 에게 프리준의 경영스타일과 대표라는 사람의 이야기만 조금 들은 채 돌아갔다

 

 


“어이 한지유 여기야 ”

주연이가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주연이와 술을 부어라 마셨다

술술 잘 들어가서 술인가 오늘 따라 술이 맛있었다

주연이에게는 4개월 된 남자친구가 있었고 옆에서 계속 전화를 한다

나의 핸드폰은 오늘 휴무인가

한번도 울리지 않았다 더구나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다 큰 딸이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연락조차 없다

이건 뭐 막장인생이구만

 

 

주량 소주 반병을 넘어서버린 주연이는 점점 혀가 꼬이고 그 큰눈이 반쯤은 감겨 소주앞에서

허우적 되고 있었다

“지유야 내 친구 한지유 ”

“얘가 왜 이래 그래 난 니 친구 한지유다”

난 웃으며 친구의 주정을 받아 주고 있었다

“힘!”

“응? 그래 나 힘쎄 ”

“아니아니 힘 힘 내라고”

 

사람은 술에 의존한다

술은 소심한 사람을 대범하게 만들어 주고 무뚝뚝한 사람을 애교쟁이로 만들어 주며

하기 힘든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내 앞에서는 내가 아플까봐 이인우 이야기를 꺼내지 않던 내 친구는 술 앞에서 날 위로한다

“그래 힘힘힘 자 원샷 ”

정확히 30분 뒤 그녀는 4개월을 넘기고 있는 2살 연하 남자친구에게 끌려 집으로 갔다

매너 좋은 주연이의 어린 남자친구는 나까지 집에 바래다 주겠다 하였지만

난 술 을 더 먹겠다며 극구 사양하였다

 

혼자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 잔을 비우니 나도 어느새 혀가 꼬이고 눈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을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23시간39분만에 일이었다

“여보세..”

“이놈의 지지배가 또 술 퍼마시고 있네 빨리 들어와 택시할증붙어 빨리 들어와”

뚝 . 항상 할 말만하고 전화를 끊으시는 우리 엄마

오늘의 용건은 결국 할증 붙기 전에 들어오란 말이군 

전화에티켓 제로다

 

( 띠띠띠띠 )

다시 한번 더 울리는 전화벨

“ 오늘따라 왜이르세요 아주머니 가요가요가요 ”

“가긴 어딜가요”

 

23시간41분만에 걸려온 2번째 전화 엄마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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