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얘기를 꺼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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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사람을 처음 본건 93년 초 겨울이었다..
그는 내 친구의 남자친구였고.그에 대한 얘기는 정말 여기저기서 마니도 들었었다...
그는 학교에서 잘 나가는(?)부류에 속해 있던 사람이라..
얼굴로 잘나가는 건 아니었구.. ㅡㅡ;; 싸움잘하는 뭐...
남자학교에선 그런부류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 사람을 보기 전까진 내 칭구가 악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것만 같아서
만나는걸 굉장히 걱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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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느날 말로만 듣던..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내 칭구랑 난 같은 독서실을 다니게 됬었구..
흠...그 시절엔 독서실에서의 만남을 마니 즐겼었지..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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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오빠야"..하고 소개를 시켜주는데..
난 그 사람을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내가 상상한 그 사람의 모습은...
동네에서 마주칠까 두려운 그런 한없이 험상궂은 오리지날(?) 깡패의 모습이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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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무지 떨고 있었다.. 정말 무서웠거든...
눈이라도 잘 못 마주치는 날엔... 헉...
그래도 여친 칭군데 어쩌지는 안겠지... 덜덜덜.....-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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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칭구는 옆에서 뭐하냐고 인사안하냐고 성화였지만...
결국 난 그날 그사람 얼굴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그저 그 사람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가끔 풍기는 그의 스킨 냄새만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에 민망했던지.. 칭구는
"얘가 좀 긴장했나봐.원래 성격 이렇지 않은데...남자 앞에선 내숭 떠는지 나두 몰랐네..오빠가 이해해..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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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기도 했지만...
난 남자들과 어울리는 걸 굉장히 어려워 하는 애였다.. 그때만해도... ^^;;
말 한마디 먼저 걸지 못하는 그런 숫기없는 내 모습..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다들 믿기 어렵다고 하는데.. ㅡㅡ^
중학교를 남녀공학을 나왔고 그래도 난 인기가 꽤 있는 아이였다..
아무튼 그 인기에 발맞춰..
중1때 부터 남자친구를 사겼었다..그런 용기는 어디서 났는지... ㅡㅡ;;
그 당시 나에게 남자친구의 의미는 "그냥칭구"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그냥 그런 정도의 의미였다..
복도에서 남친를 보아도 말을 건넬 수 조차 없었고,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는 일도 없었다.
물론 학교내에서 둘이 따로 시간을 갖거나 그러는 일도 없었다.
다만 하교 후의 전화통화가 내가 할 수 있는 애정행각(?)의 전부였다..
그런 탓에 애뜻한 감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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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냥친구"들과는 상황이 달랐다..
애뜻한(?)감정이 안생기는 애들과는 정말 동성친구처럼 그렇게 지냈다..
너무나 극과극의 행동들로 내 중학교 때 남친들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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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내 성격은 그 순간에 빛(?)을 발했다... ^^;;
내 칭구의 질타를 무시하고 나는 말없이 고갯짓으로 인사를 대신하고는 바로 독서실로 올라갔다..
몇 분뒤 등뒤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에 고개를 돌렸을 때 내 칭구의 입에선 하염없이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결론은 나 때문에 쪽팔리다나..어쩐다나.... 어쩜 그렇게 쑥맥이냐면서...
그렇게 심한 내숭덩어리 일줄은 몰랐다느니...
그렇게 내 옆에 앉아서 나를 1시간동안 못살게 굴더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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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설픈 첫 만남이 있은 후..
독서실 계단에서 마주친 어떤 사람에게서 낯익은 스킨 냄새를 맡았다..무슨 cf의 한 장면처럼... ^.^
내가 좀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ㅡㅡㅋ
그 순간
"어?안녕...?너 승연이 칭구 맞지?..." 그렇다..바로 그 사람이었다...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 얼굴을 올려다 봤을 때....
난 그동안의 엉뚱한 내 상상력에 피식 웃어버렸고, 그런 내 모습에 민망했던지 그 역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사람은 오리지날(?) 깡패도 아니었고,무서운 인상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조그만 눈으로 눈 웃음을 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저런 사람이 그런 무시무시한 얘기를 몰고 다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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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0여 초 동안 말없이 계단에 마주 서서 어색한 웃음으로 사실상 첫 대면을 했다..
그날 이후 그 사람과 난 마니 편해졌고 칭구와 셋이서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고 진짜 겨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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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난 그 사람과 여러가지 뒷담화(?)를 나눌 정도로 친해져있었다..
그 중 제일 많았던 담화는 내 칭구에 대한 얘기였다..
많은 얘기를 나눈 후에야 내 칭구에 대한 그 사람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었고,
내 칭구 역시 그의 마음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한때는 그의 그런 마음에 보답(?)코자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 사람을 사귀면서도 내 칭구는 이래저래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다녔던 것이다..
그런 행동 역시 다른 칭구들에게 자랑하다 시피 떠벌리는 바람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
여간 심각한게 아니었다...
난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난 후 부터는 ...그런 내 칭구의 행동을 못마땅해 했었고..
그 사람역시 그러한 상황을 참을 수 없어 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쉽게 내 칭구를 포기할 수 없어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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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기가 넘 힘들어져만 갔다.
내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힘들어하는 그 사람의 모습을 그냥 지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있는 일은 그 사람의 넋두리를 들어 주는 일 밖에는 없다는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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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눈이 마니 내리던 겨울날..
그날 역시 내 칭구는 독서실에 가방만 던져놓고선 얼마전에 만났다는 사촌오빠의 칭구를 만나기위해
나와 눈도장만 찍고 부리나케 독서실을 나갔다.
난 씁쓸한 기분으로 커피를 사기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다 닿을 쯤 저 앞에 누군가가 보였다..
문구점 앞에 미쳐 치우지 못한듯한 간의의자에 앉아...
눈이 소복히 쌓인 탁자위에 하얀 종이 한장을 꺼내어 놓고선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 사람이라는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더이상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이 펜을 손에서 놓을때 까지 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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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 칭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리라..
이 눈 오는날..눈이와서 넘 좋다는둥..너와 함께였다면 더없이 좋았을 것이라는 둥..
내용은 안봐도 뻔하다....
갑자기... 주책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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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 순간만큼은 저 사람을 아프게 하는게 내 칭구라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다 알면서..자기를 얼마나 진심으로 아끼고 원하는지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자기생각만 할 수 있는지...
독서실로 다시 들어가려 한건지..멀리서 나의 모습을 알아보고 다가온건지...
손으로 눈물을 흠치고 있을때 그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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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뭐하는거야..추운데..눈 보러 나온거야?야...눈 정말 이쁘게 오지?
"으..응"
"승연이는 어디 갔나봐?나랑 만나기로 했었는데..."
"그..그래..?"
"독서실엔 왔다 갔나본데..어디 간지는 모르지?"
"으...응...나두 얼굴은 못봤어...오빤 어디서 오는거야?"
"응..잠깐..문구점에 뭐 좀 사려고.... 근데..저기 이짜나....?"
"응?왜....?"
그 사람...주섬주섬 외투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고..
나에게 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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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승연이 한테 전해줄래?... 미안하다..맨날 이런거만 부탁하고... "
"아냐아냐.. 이런건 아무리 부탁해도 다 들어줄 수 있어..그런말 하지마... "
"그래..고맙다..근데..너 저녁 먹었니?안먹으면 나랑 떡볶이 먹으러 갈래?"
"응..그럴까...*^^*..?
사실 난 집에서 저녁을 잔뜩 먹고 간 상태였다.
하지만 나 마저 그 사람을 혼자두게 만들 수가 없었기에..
분식점으로 가기 위해 우린 방향을 바꿔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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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그 사람이 갑자기..
"승연...~~~~~~~아...."
외 마디를 남긴 채 그 미끄러운 길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는 거리였건만..
그 사람은 단번에 내 칭구를 알아보고 뛰었다..무조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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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웃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어느새 내 앞으로 두사람이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와 있었다...
내 칭구는 날 보며 "너 어디가?"라며 태연하게 물었고..
그 사람의 눈빛 역시 "너 어디가고 있었니..?"라고 묻고 있었다.
좀 전에 나를 만난 적도 없다는 듯이.....
그저 내내 내 칭구와 눈을 맞추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그래 잘어울리는 바퀴벌레 한쌍이다....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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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만 들어가볼께..너 좀 있다가 들어올꺼지?" 난 칭구에게 물었고..
"당연하지.이렇게 눈이 오는데..오빠랑 눈 싸움이라도 해야지 않겠엉? 그취~~오빵.... "
"당삼..빠따쥐~~~~~~~이...이얍.... "
슝~~~~~~~~ 슝~~~~~~~~
눈 덩이 오가는 소리.... ㅡㅡ^
내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슝~~~~~~~~ 슝~~~~~~~
"꺅..... "
"너 잡히기만 해봐.... 캬캬캬"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난 마지막 말을 내 뱉었다..
"잼나게 놀아...나...간다....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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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었다..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으며..또 그렇게나 한없이 너그러울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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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왕 뻔순이와 왕 바보"의 어이없는 행동들은 계속되었다.
그러면서도 내 칭구는 계속해서 다른 남자와의 만남을 가졌고..
그런 장면을 여러번 목격하고선 그 사람은 내게 하소연을 수도 없이 하였고..
나의 질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런 상황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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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해가 바꼈다..
고2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어느 날 느닷없이 내 칭구가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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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빠랑 헤어졌어..니 말대로 못할 짓 하는거 같고..나 사실 딴 사람이 좋아졌거든..."
"........ "
"정말 나 한테 잘해줬었는데...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오빠두 마니 힘들어 하는거 같고..."
"........ "
"나 잘한거쥐...니가 막 욕했었자너.. 나 딴 남자 만나고 다닐때..."
"........ "
"오빠 마니 힘들어 할꺼야..니가 옆에서 잘 해줘...너하고는 그래도 얘기 잘하자너..부탁해..."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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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멍해졌다..
칭구는 뭐라고 계속 말을 하고 있긴 한거 같은데...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칭구 입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는데...
난 왜 들을 수가 없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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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갑자기 여러가지 감정에 휩싸였다...
그렇게 밉던 칭구가 순간 그런 결정을 내려준게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고..
힘들어 하고 있을 그 사람의 행적이 궁금하기도 했으며,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칭구는 이미 할 말을 다 끝낸 후 였고..
독서실에 더이상 다니지 않을 꺼라면서...짐을 싸고 있었다...
그 사람과 마주치는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난 어찌할 바를 몰라 독서실 책상에 걸터 앉아 애꾿은 손톱만 물어 뜯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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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쩌면 그사람에게 더 잘 된 일일수도 있어...너무 힘들어 했으니까...
근데 내 생각보다 더 힘들어 하면 어쩌지...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지금 술마시고 있을꺼야... 설마 우는 건 아니겠지..'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있는데...
나의 생각의 끈을 자르는 한마디..
"나 간다..개학하면 학교에서 봐...그리고 오빠보면 잘 위로 해주고... 안녕~~"
"으..응...잘가...학교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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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구가 닫고 나간 독서실 문을 얼마나 바라보고 있었을까...
다시 그 문이 열렸고...독서실 총무 오빠가 봉고차 왔으니까 집에 갈 사람 나오라고 소리쳐댔다...
난 가방을 들고 독서실을 나왔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버스는 이미 끈긴 상태였고..걸어가기엔 집까지의 거리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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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가 봉고차에 오르자 아저씨가 시동을 걸었고..
그리고 독서실을 막 빠져나가려는 순간......
가로등 밑에 고개를 떨구고 이미 많이 취한것 같은 모습으로....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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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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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 사람을 지나쳐 봉고차는 우리집을 향하고 있었는데...
내 마음은 자꾸만 그 사람에게 달려 가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달려가 그의 눈물을 닦아 주고만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그건 내 몫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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