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 나이 27
“야 한지유”
‘퍽’ 나의 등짝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공주연
“아아아 아파 야 왜 때려”
“너 어쩜 그럴 수가 있어 니가 루팜 직원이니 프리준 직원이니”
“나..? 나야 당근 루팜이지”
“그러면서 얼굴 보기가 이렇게 힘드니 난 니가 프리준 직원 된 줄 알았네”
“에이 공주마마 왜 이러시나요”
“얼굴도 자주 안보여주고 전화도 잘 안 받고 나 완전 삐졌어 ”
항상 얼굴을 마주 하던 그녀였기에 일주일에 2번 또는 3번이상 프리준에 일하러 가는
내가 많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지유 너 얼굴이 푸석 해졌어”
“푸...석?”
“응 푸석”
술을 날마다 퍼 마셨으니 얼굴이 좋을 리가 없다
아마 양귀비도 7일에 4번을 술로 살았다면 푸석해진 피부로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이 푸석하니?”
“지금 필요한건 뭐? 관리! ”
“관리라...”
나도 이제 20대 후반을 달리고 있다. 관리라는 단어가 마음에 비수를 꽂는 구나
(띠띠띠 - )
“여보세요”
“딸 오늘 몇 시에 끝나?”
나의 어머니께서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를 내시는 건 딱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 나의 월급날
둘. 나에게 선을 봐라고 말하려는 것이다
그렇다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이 피부에서 느껴지는 것 만이 아니다
나의 연애사에 관여 하시는 엄마를 보면 알 수 있다
딸을 1살이라도 더 어릴 때 시집보내겠다고 발 벗고 나서시는 대한민국의 어머니
우리 엄마도 그 어머니 중 한 사람이었다
“오늘 야근이야”
“거짓말 하지말고 ”
“야근은 아닌데 늦게 끝날 것 같아”
“그럼 내일은?”
“내일 잘 모르겠는데 내일 출장을 가는가”
“그럼 내일모레는?”
“엄마 좀 그만 하시죠”
“이놈의 지지배가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귀 떨어질 뻔 했다”
“그러니까 제발 선 얘기는 그만 좀 하시라고요”
“이인우 그 인간도 결혼 했는데 니가 왜 못해 너도 돈 많고 능력 좋은 놈한테 시집이나 가
이놈의 지지배 집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
역시나 할 말만 하고 끊으시는 전화에티켓 제로인 나의 어머니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일모레도 입만 열면 중매 노릇이다
이인우 그 인간과 헤어지면서 그가 나에게 남긴 건
눈물 과 한숨 그리고 .. 엄마의 잔소리 뿐 이었다
(띠띠띠-)
“걱정마 나 노처녀로 안 죽어 그만 좀 하시죠 ”
“........”
“엄마? 뭐야 삐진거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가 아니라서 죄송하네요”
“누구..세요”
“강민한입니다”
이 인간은 또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거지
“진작에 말하시죠 엄마가 아니라고”
“말할 틈이나 주셨습니까”
“흠 그나저나 저한텐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어요?”
“만나서 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같이 해야 할 얘기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우리가 .. 해결 해야 할 문제라고는 몇일 전에 먹은 스테이크 값 뿐인데
설마 재벌이나 된 인간이 쩨쩨하게 10만원을 받으려고 전화 한건 아니겠지?
“그럼 언제 뵐까요”
난 그렇게 하여 오늘 저녁에 그를 만나기로 하였다
“주연아”
“응?”
“너 재벌 본 적 있어?”
“재벌? 당연히 봤지”
“진짜? 재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사람이긴 말도 마라 나 대학 다닐 때 동아리 선배 중에서 재벌이 있었어 그런데 우리 동아리에서 제일 예쁜애랑 사귀는가 싶더니 단물만 다 빼먹고 한달도 안되서 버리더라
여자만 안됐지 머 .. 아무튼 돈 있다고 헤벌레 하면 안된다니깐“
“재벌들은 다 그럴까”
“뭐 다야 아니겠지만 그 물이 그물이고 그놈이 그놈 아니겠니”
강민한 .. 그 사람도 사람 마음을 쉽게 여기는 그럼 나쁜놈 일까
난 8시쯤 일을 마치고 강민한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가고 있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은 일반 커피숍이었다
휴 다행이다 저번처럼 으리으리한 레스토랑이 아니라서
(띠띠띠 -)
“네 한지유입니다”
“네 신은준입니다”
“뭐야 이 따라쟁이야”
“아줌마 어디를 그렇게 가시나”
“응?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45도 각도에 파란색 차를 보시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파란색 외제차를 타고 손을 흔드는 신은준이 보였다
“반갑지?”
“별로”
“아무튼 뻣뻣하기는 그런데 어딜 그렇게 가시는가”
“어디 좀 가고 있습니다”
“거기가 어딘데 태워줄게”
“아니요 요 앞이야 그나저나 넌 어디 가는데”
“나? 나야 당연히 데이트 하러가지”
“아 그러셔 신호 바꼈다 출발!”
신호가 바뀌자 신은준의 차는 내 눈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와의 전화통화는 계속 이어졌다
“넌 어디 가냐니깐”
“나? 나는 .. 강민한씨..”
“뭐라는거야 잘 안들려 또박또박 말해”
“난 강..민한씨 만나러 가는 길이야”
“강민한씨..라면 민한이 형 보고 하는 말이야?”
“그래 집안끼리 친해서 너와도 친한 강민한씨 말하는거야”
“니가 민한이 형은 왜 만나”
“내가 강민한씨를 왜 만나냐면 니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허 이 아줌마 웃기네 내 친한 형과 내 친구가 만난다는데 당연히 궁금한 게
정상 아니야?”
“그런가? 아무튼 나도 몰라 가봐야 알아 강민한씨가 할 얘기가 있데”
“너 한테?”
“응 나 한테”
“뭐야 나 왕따냐”
“그런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나 이만 전화 끊을께 커피숍 앞에 도착했어 안녕”
툭 이 시어머니 같은 놈 사사건건 궁금한 것도 많네
그나저나 강민한씨는 어디에 앉아 있지
난 주위를 살폈다
“자리에 안앉고 뭐하는 겁니까”
“깜짝이야”
방금 도착한 강민한 이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았고 나는 카라멜마끼야또 그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 드디어 입을 땠다
“강민한씨 왜 저를 부른거예요?”
“성격 급하시네”
“이제 커피도 나왔으니깐 할 얘기나 해보세요”
“한지유씨”
“네”
“내가 재벌인건 알죠?”
“아.. 진짜 재벌이 맞구나”
“알고 있는 대로 전 재벌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은 가끔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자기 자랑 중인가..
그리고 나는 댁이 이슈가 돼서 나온 기사를 본 적이 없네요
“그런데요?”
“몇일 전 저랑 밥 먹은거 기억나시죠?”
당연히 기억난다
그때 내가 얼마나 창피를 당했는데 그걸 잊어버리면 내가 사람이 아니지
“네 기억나요”
“그때 기자가 있었나 봅니다”
“기자요? 나도 기잔데 어느 기자요?”
“무즈 여성잡지 기자인데 홍성미라고 아시나요?”
“홍..성미? 아 알아요 나도 그 사람이 쓴 기사 많이 보고 있어요
아주 남에 사생활을 잘 파헤치더라고요 글도 재미있던데 신빙성도 가고“
“그 사람이 빠르면 내일, 늦어도 이번 주 안에 우리를 다룬 기사를 낼 겁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라멜 마끼야또를 용이 불을 내 뿜 듯 뿜어 버렸다